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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감독 김기영 출연 김정철<NHK BS2> 6월15일(금) 새벽 1시케이블TV로 한국영화를 볼 때 조금 안타까운 점이 있다. 1990년대 이전의 한국영화 수작을 만나기 거의 힘들다는 것이다. 더 부끄러운 일은<NHK> 위성방송으로 한국영화 고전을 만나게 되는 현실이다. <NHK> BS2 채널에선 김기영 감독의 영화 두편을 방영한다.6월14일(목) 새벽 1시에 <파계>(1974)를, 그리고 6월15일(금) 새벽 1시에 <이어도>를 각기 만날 수 있다.두편 모두 김기영 감독의 1970년대 대표작이라고 칭할 만한 영화다.1970년대 김기영 감독은 주로 문예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유신시대 이후 그는 영화사에서 기획한 영화에 치중하면서 과거의 현실비판적이면서 염세적인성향의 영화를 더이상 만들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김기영 감독의 문예영화는 여느 작품들과는 조금 달랐다. 원작과는 그다지 관계가 깊지 않은작품이 많았다. <
환각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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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our Par Terre1984년, 감독 자크 리베트 출연 제인 버킨<EBS> 6월16일(토) 밤 10시“고다르가 이론적이며 기호학적인 정치가라면 자크 리베트는 실험가다.” 제임스 모나코의 언급은 자크 리베트 감독에 대한 설명으로, 짧지만 유용하다.<카이에 뒤 시네마> 시절의 자크 리베트는 카리스마 넘치는 비평문을 제출해 다른 누벨바그 감독들조차 범접하지 못할 인문학적 교양을과시하곤 했다. 문학과 음악, 그리고 상업광고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관심분야는 당연히 그의 영화에도 반영되고 있다. 리베트의 영화는 흔히 ‘과정’의내러티브를 지닌 것으로 정의된다. 인물들이 일정한 창작작업에 참여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담고 있으므로. 그의 영화에선 연극이 주무대인 작품이많은 편인데 실제 연극이 상연되는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배우들이 모여, 연극이라는 행위에 몰두하는 과정이 더 중시되는 것이다. 자크 리베트감독은 실제 배우들과의 공동작업에 많은 의미를 둔다. 배우의 즉
허구의 집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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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연도 2001 광고주 야호커뮤니케이션 제품명 700-5782 대행사 팝콘커뮤니케이션 제작사피디하우스 (감독 백범기)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는 뜻의 ‘구상유취’(口尙乳臭)란 말이 결코 좋은 뉘앙스를 풍기진 않는다. 그런데 ‘구상유취가 무슨 문제냐?’라고 고개를빳빳이 드는 광고가 있다. 되도록 유치찬란하고 가능하면 엽기발랄하게 승부를 걸겠다고 작정한 광고들이다. 시쳇말로 ‘오버(over)광고’라 불리는노골적인 코믹CF가 광고계에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광고엔 섭섭한 소리겠지만 이들에게 산고의 고통을 거친 농축된 아이디어랄지, 예상의허를 찌르는 독창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여과장치를 통과한 정제된 알갱이보다는 있는 것을 과장해 오버액션하는 호들갑스러움이 더 두드러진다.비록 경박하다는 눈총을 살지라도 소비자의 언어와 문화에 부담없이 안착하겠다는 목표만이 엿보인다.휴대폰 벨소리 서비스업체인 700-5782 광고와 롯데칠성의 주스브랜드 히야 광고가 ‘오버광고’의 전형을 보여준다. 7
유치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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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밤 9시45분∼10시15분<미디어 비평>은 MBC 봄개편 신설 프로그램이다. <시사 포커스>에 한달에 한번 신문비평이 있긴 했지만 단독 프로그램으로는 최초다. <미디어 비평>은 의 최용익 부장 등 16명으로 팀이 꾸려졌다. 이 팀은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내용을 조언하는 평가위원 7명을 위촉했다. 언론사 간 중재 및 소송 사태가 빈번한지라 평가위원에는 변호사도 2명 포함돼 있다. 언론사 세무조사가 실시되고, 언론고시가 부활하고, <한겨레>에 ‘언론개혁 시리즈’가 연재되고 언론사의 자사 중심주의 사설과 서로간의 비방이 해방 이래 최고의 수치로 치닫고 있던 즈음에 <미디어 비평>의 신설이 결정되었다. 그러자 무엇보다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김현주 차장의 말대로 제작팀은 “언론도 소비자가 감시하면 더 나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미디어환경에 대한 소비자주권을 주장하는,” 다시 말하면 “선수들만 보지 않는” 프로그램을
지극히 객관적인, 지극히 주관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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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개봉, 첫 주에 서울 관객 23만 9천 700명을 동원했던 <진주만>은 한국 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호주 등에서도 폭발적인 개봉 기록을 세우고 있다.
독일에서는 8백만 달러의 흥행 수익과 함께 BVI Germany 사상 최고의 오프닝으로 기록되었다. 호주에서는 2백 70만 달러의 개봉 수익으로 <아마겟돈>보다 45% 이상 큰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도 3백 50만 달러의 개봉 수익을 올렸다.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개봉 성적을 보여준 <진주만>은 개봉 후 관객 수 유지에 있어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관객 수는 개봉 둘째 주에 15% 정도만 줄어 약 73억원의 흥행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영국에서도 개봉 후 20% 정도의 하락만을 보였다.
이희진 (cinews@news.hani.co.kr)
<진주만> 독일, 프랑스, 호주에서도 개봉 성적 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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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y Collection
감독 존 아빌드슨 외 출연 실베스타 스탤론 장르 드라마
폭스 명불허전
미국 필라델피아의 삼류복서 록키를 통해 아메리칸드림의 성공적인 신화를 그리는 대표적인 영화, <록키> 시리즈가 DVD 박스세트로
출시된다. 총 5편까지 제작된 <록키> 시리즈 중 <록키>와 <록키 5>는 존 아빌드슨이 연출하였으며, 나머지
시리즈는 모두 실베스터 스탤론이 직접 감독과 주연을 담당하였다. 특히 1976년작인 아빌드슨의 <록키>는 아카데미에서 감독, 작품,
편집상 등 3개부문에 걸쳐 수상하였다. 이 작품은 박스세트 외에 따로 <록키 스페셜 에디션>으로도 출시되며 서플로는 감독과 제작자의
촬영 후일담, 실베스터 스탤론의 영화해설 등이 수록되어 있다
록키 Box 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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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laze 2000년,
감독 짐 위노스키 출연 존 브래들리 장르 액션
LG 허허실실
유능한 소방대장 잭은 화재진압 도중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다. 그가 입원한 곳은 악독한 경영방식을 통해 석유회사를 비롯해 지역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는 메이즈가 운영하는 종합병원. 그런데 갑자기 인근에 위치한 메이즈 석유회사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한다. 불법으로 도시 하수구에 휘발유를
방류하던 중 화재를 일으킨 것. 불꽃은 순식간에 하수구와 가스터널을 통해 도시 전역으로 번져나가고, 그 열기로 도시전체가 화재폭풍에 휩싸여
날아갈 판이다. 소방대원들의 의리와 경영비리에 맞선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화재폭풍을 묘사하는 그래픽은 다소 조악하다.
어블레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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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javu 2000년,
감독 조건남 출연 이기홍 장르 드라마
시네워크 허허실실
<슬라이딩 도어즈>처럼 젊은 남녀의 연애담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2가지 상황으로 구성한 로맨틱코미디영화. 상하이의 쇼핑몰을 돌아보던
소미와 소홍은 한 컴퓨터 매장 앞에서 두명의 남자와 부딪쳐 넘어진다. 컴퓨터업계 거부의 아들인 소등과 음악을 전공하는 소룡이 바로 그들. 첫
번째 상황은 허영심으로 자신을 가꾸기에 충실한 소홍이 상류층 아들인 소등과 그리고 자아가 강한 소미는 가난한 음악원 유학생 소룡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며, 두 번째 상황은 이와 엇갈리게 커플이 구성되는 이야기이다. 서로 다른 두개의 연애방식에 대해 가볍고 발랄하게 연출한 작품.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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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valu 1999년,
감독 바이트 헬머 출연 드니 라방 장르 코미디
크림 명불허전
2000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의 관객상 수상작. 초현실적인 공간과 미장센, 색채연출을 통해 동화적인 판타지를 창출하는 작품이다. 폐허가 되어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수영장. 그곳엔 눈먼 아버지와 관리인 아줌마, 그리고 안톤이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수영장에 젊은 선장과 그의 딸
에바가 찾아든다. 안톤은 에바에게 한눈에 반하고 곧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이들을 시기하는 안톤의 이복형 그레고어로 말미암아 에바는 안톤을
오해하게 된다. <퐁네프의 연인들>의 드니 라방, <루나파파>의 술판 하마토바가 출연한다. 무성영화적인 코믹함과 판타지가
돋보이는 작품.
투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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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ert Blue 1998년,감독 모건 프리먼 출연 크리스티나 리치 장르 드라마컬럼비아 허허실실건조한 사막으로 변해버린 해변마을 벡스터. 100명도 채 살지 않는 이곳엔 그저 나른한 일상만이 흘러간다. 이처럼 작은 마을이 관광지도에라도표기될 수 있었던 것은, 지금은 흉물처럼 낡아버린 세계 최대 규모의 아이스크림 조형물 때문이다. 한때 사람들은 대형 아이스크림 조형물을 만들며이곳이 미국을 대표하는 관광 도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키웠다. 하지만 마을은 말라버린 사막의 샘처럼 오히려 퇴락을 거듭해오고 있다.이곳에서 살아가는 10대 아이들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남다른 게 있다면 보안관 딸인 엘리는 폭탄 제조광이라는 점이고, 블루는 마을에 해상공원을지으려다 의문사한 아버지의 꿈을 이어 사막 한가운데 수중 보트와 카누설비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런 마을에 드디어 사건이 발생한다.값싼 마을주변의 땅을 매입해 들어선 거대기업의 소다공장으로 향하던 트럭이 마을에서 전복되면서,
데저트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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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카페’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하기 위해 떡을 해서 이웃 상가에 돌리고, 고객 사은품을 준비하고, 간판 바꾸고, 홍보용 전단 제작하느라 무척 바쁜 한주를 보냈다.간판을 바꾸게 되면서 사사로운 승강이가 벌어질 것이 예상돼 나의 얼굴은 벌써부터 짓궂은 미소가 번진다. 자주 오는 고객은 “왜 바꿨느냐?”는 질문을 반복할 테고(아뿔싸! 수천명이 넘는 고객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몇만원씩 되는 연체료 때문에 그동안 오지 못하던 고객은 “주인 바뀌었냐?” 하며 천연덕스럽게 다시 찾을 것이다. 이들의 미안함과 어색함을 약간이라도 덜어주고자 이번 홍보용 전단에 ‘무료대여권’말고도 ‘연체료 삭제 쿠폰’을 만들었다. 그 쿠폰을 가져오면 연체료 때문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사면’을 취하겠다는 나의 배려이다.연체를 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습관적으로 연체를 하기 때문에 “그런 이들은 안 오는 것이 돕는 것”이라고 말하는 대여점주들도 있지만, 우리 지역의 경우 IMF
과거를 묻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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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있나요?
E-mail은커녕 휴대전화나 무선호출기도 흔치 않던, 10년도 넘게 지나버린 시간 속의 그녀. 그래서 이젠 와이셔츠상자 속에 갇힌 추억의 편지로 남아버린 그때 그 사람.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신 술 때문일까? 소란스럽게 찾아낸 먼지가 뽀얗게 쌓인 와이셔츠상자의 뚜껑을 열고 그녀의 기억들을 하나둘씩 들추어본다. 학보를 말았음직한 리포트 용지에 쓰여진 글귀들, 각양각색의 편지지들, 함께 본 연극티켓, 예쁜 크리스마스카드, 카페의 메모지들…, 그녀는 내게 무슨 말을 했을까?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하다”고 했고, “방금 헤어졌지만 다시 미치도록 보고 싶다”고도 한다. 그녀에게 내가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지를 이야기하다가도 우리의 관계를 유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설명하기도 한다. 술기운으로 붉게 충혈된 눈자위 위로 그녀의 모습이 그리고 함께한 수많은 시간들이 스쳐지나간다. 의심할 여지없이 그때 나는 그녀 안에 있었다.
사랑의 시간들은 언제나 흔적을 남긴
와이셔츠상자 속 러브레터들,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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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센테니얼 맨>에 대해 좋은 소리를 하는 평론가들을 본 적 없지만, 전 그 영화가 과연 그렇게까지 나쁜 영화였나 종종 생각해봅니다. 아, 물론 이 영화가 크리스 콜롬버스식으로 대책없이 감상적인 영화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어요. 로빈 윌리엄스도 우리가 수도 없이 보아왔던, 기술적으로는 좋지만 왠지 모르게 뻔한 바로 그런 연기를 보여주고요.하지만 이 영화가 아시모프의 원작에 불충실하다는 주장에는 아주 동감할 수 없군요. 물론 아시모프의 원작에는 로봇이 연애하는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지만 과연 이 영화의 로봇 앤드루가 연애를 한다고 해서 원작을 그렇게 배반하는 것일까요?제 의견을 물으신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겁니다. 오히려 아시모프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고 하겠어요. 로봇 연애담은 결과적으로 뻔해 보이지만 생각만큼 그렇게 간단한 선택은 아니었을 거라고 말입니다.잠시 불멸의 수잔 캘빈 박사인 척하면서 앤드루의 심리를 검토해보기로 하죠. 앤드루는 왜 그렇게 인간이 되고 싶어했을까
아시모프가 봤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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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시대니 인터넷시대니 하는 말들의 유포와 함께 근년 우리 사회는 두 가지 커다란 환상에 마취되고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필요한 정보에 빠르게, 그리고 공짜로 접근할 수 있다는 환상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므로 이제 책은 필요없다”라는 환상이다. 인터넷만으로 정보의 유토피아가 실현될 수 있다면 아무도 그 유토피아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종이책 만드느라 애꿎은 나무들 희생시키지 않아도 되고, 집에는 책이니 책장이니를 둘 필요가 없으니까 공간 넓어져서 좋다. 이사갈 때도 얼마나 편하랴. 무거운 책짐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버리고 갈 책과 가지고 갈 책의 선별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 유토피아의 주민은 그저 책 몇권만 기념으로 갖고 있으면 된다. 나중 손자 녀석들 무릅팍에 앉히고 “얘들아, 우리 때에는 책이란 게 있었어”라며 옛날 얘기 들려주기 위해서는 약간의 ‘기념물’이 있는 게 좋을 테니까 말이다.인터넷 만능주의의 환상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우
책맹(冊盲)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