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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벤처기업에 불려가서 두달쯤 버티다가 ‘이 길이 아닌개벼’하면서 집으로 유턴한 지가 얼마 안 되는데, 한국적 벤처에서 요구되는 에스프리가 다름 아닌 ‘가미가제 정신’이 아닐까, 하는 결론을 퇴직금조로 얻었다. 인생이란 게 어차피 죽음을 향한 인간의 자살공격이긴 하지만, 영화주인공들처럼 죽음을 앞두고 재담을 지껄여대는 정도의 여유는 부릴 수 있어야 할 텐데, 벤처에서는 그런 시간낭비가 허용되지 않던 것이었다.휠체어에서 일어나며 “내 앞에서 두번 다시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말라”던 <진주만>의 프랭클린 루스벨트처럼, 모든 것을 인간 의지와 능력의 문제로 환원시키고, 그에 따라 삶의 질을 따지는 사람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기업환경을 확인하고, 내가 오래 몸담았던 어느 언론사가 얼마나 비기업적인 아마추어들의 낭만적 집단이었나를 깨달은 것으로, 두달간의 외도는 끝났다. 두번 다시 돈벌이 전문가들의 세계를 기웃거리지 않으리라, 이제부턴 어떤 보스도 섬기지 않으리라, 결심한 아줌
왜 겁내지 않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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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부메랑의 궤적처럼 상처는 허공을 그어 던진 사람에게 되돌아온다. 불구로남아 한쪽으로만 되새김질해야 하는 다리, 지울 수 없는 피부 색깔, 외눈박이 처녀의 내상 그리고 죽은 아버지의 그림자를 부여안고 바느질로 세상을기워나아가는 가족들의 빈한함. 부친 편지는 끝내 되돌아오지 않고 가슴에 남은 사랑의 박음질은 문신이란 수치로 다시 한번 인간들의 고름을 째어놓는다.역사는 되풀이되고 편지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니 받을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부친 편지란 어쩌면 처음부터 자신을 주소로 부쳤던 그림자의 한조각이었을지도. 세상을 떠돌던 상처는 그렇게 자신의 몸뚱아리를 소인 삼아 돌아와서는 구겨진 지전같은 우표 한장을 내밀 뿐이다.김기덕의 여섯 번째 영화 <수취인불명>은 김기덕 필모그래피 중에서 몇 가지의 예외와 또한 변하지 않은 김기덕만의 어떤 색깔을 지켜낸다는점에서 아주 이채롭다. 일단 이 영화의 예외는 어떤 면에는 상당한 진전이라고도 혹자에 따라서는 김기덕 영화의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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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했던 죄이라서…. 전사한 줄만 알고 있던 친구의 연인과 사랑에 빠져버린 청년은 어느날 친구가 살아서 돌아오게 되자 마음으로 겪던 ‘죗값’을 진주만 폭격의 화염 속에 죽음으로 갚는다. 전쟁영화 삼각관계의 익숙한 재탕인 <진주만>의 애정 공식에 변수가 있다면 단연 이 청년 때문이다. 맷 데이먼의 건강함과 영민함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미소년 같은 아름다움을 결합한 조시 하트넷. <진주만>의 개봉 이후 대니 워커 역의 그에게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어느날 매니저가 전화해서 “조시, 네가 <진주만>에 캐스팅됐어”라고 말했어요. 기뻤지만 솔직히 블록버스터 전쟁영화에 출연하고 싶은지 확신이 안 섰어요. 그래서 부모님이 살고 계신 강 건너로 운전을 해서 갔죠. 그리고 아버지와 마당에서 세차를 하면서 그 소식을 알려드렸어요. 아버지는 그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조시, 네가 원한다면 넌 언제나 그만둘 수
화염에 가린 순수의 그림자, 조시 하트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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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과 북한의 영화가 오는 21일부터 30일까지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 23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를 통해 같은 영화관에서 동시에 상영된다.한국은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김기덕 감독의 2000년 작품인 `실제상황'을 출품한 것을 비롯, 비경쟁부분에 `단적비연수'(박제현 감독. 2000년), `눈물'(임상수감독. 1998년), `세기말'(송능한 감독. 2000년), `미인'(여균동 감독. 2000년) 등 5작품을 선보이게된다.이와 함께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감독. 2000년)는 `내셔널 히트'로 분류돼 별도로 선을 보이게된다.북한은 `살아있는 령혼들'(김춘송감독. 2000년)을 비롯, `달려서 하늘까지'(리주호감독. 2000년), `사랑의 대지'(리광남감독. 2000년), `홍길동'(김길인 감독. 1986년), `푸른 주단 우에서'(림창범감독. 2001년) 등 5편을 비경쟁부문에 출품했다.특히 `살아있는 령혼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뒤 일본에서 조국으로 돌아가려는 수천명의 한
모스크바 영화제서 남북한 영화 동시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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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와, 빨리 찍읍시다.”
이성재에게는 모범생 기질이 있다. 장난 같은 건 잘 치지 않고, 해야 할 일에 정석대로 임한다. “이래서 여배우도 웬만큼 예뻐야지….” 원피스로 갈아입은 김혜수를 보고 차승원이 농담을 건넬 때도, 이성재는 스튜디오 의자 위에서 가만히 그들을 기다린다. 고3 때 어느 한순간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자신을 사로잡기 전까지, 그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숨겨진 반대얼굴을 찾아가는 것이 생일까. 이성재는 얼마 전 한 친구와의 만남을 떠올린다.
부잣집 아들이었고 공부는 자신보다 못했던 중학동창은 도쿄대 박사가 되어 있었고, 범생이었던 자신은 배우가 되어 있었다. 아무도 배우가 되리라고 예상치 않았던 이 배우는, 바로 그런 이야기인 <신라의 달밤>에서 아무도 깡패가 되리라 생각 않던, 그러나 깡패가 된 한 남자에, 사뿐히 자신을 들여놓는다.
<신라의 달밤>의 투톱 중 하나인 ‘모범생 기질을 가진 깡패’ 박영준은, 이성재가 ‘반은 먹
<신라의 달밤> 엽기 삼총사 [4] - 이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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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좀더 기다리면서 욕심을 부리지 않았던 것인지 궁금했다. 3년 만에 선택한 작품의 배역이 그리 크지 않은 조연이었는데도 흔쾌히 승낙했으니. 김혜수가 <닥터K>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라의 달밤>의 민주란은 극중 두 주인공인 기동과 영준이 환심을 사기 위해 애걸복걸, 안절부절하는 미모의 라면집 여사장. 하지만 지금껏 출연한 영화들에 비해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저 혼자 부담하긴 싫었어요. 오랫동안 쉬었는데, 이전보다 더 강한 캐릭터를 하겠다고 한다면 그 부담이 관객에게까지 전달될 수도 있잖아요.” 사실 이번 영화를 고른 데는 ‘흥행’이라는 부분도 크게 작용했다.
“어떤 영화가 흥행이 될지 미리 알아보는 선구안 같은 게 제겐 없어요. 사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왔으니까. 다만 이번엔 좀더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었고, 장르 중에서는 코미디가 가장 적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민주란이라는 캐릭터의 매력까지 그가 부정하는 건 아니다. 가
<신라의 달밤> 엽기 삼총사 [3] - 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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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이 재밌어졌다. 어색함 없이 제 표정을 발한다. “그건 바로 너야. 거침없는 카리스마.” 주제가 가사는 시원스럽지만 <신라의 달밤>에서 차승원이 재미있는 건, ‘카리스마’ 때문이 아니라 사람 냄새 물씬한 ‘쪽팔림’ 때문이다. 폼생폼사 공중차기를 했다 보기좋게 나가떨어지면서, 때로는 깡패들에게 흠씬 맞고서도, “나니까 이만하지”라고 자존심 세우는 최기동. ‘깡패 출신 체육교사’라는, 어찌보면 도식적인 한 인물의 인생유전이 차승원을 통해 비로소 살이 붙고 피가 도는 모양새다. “출발부터 턴지점까지 만족스럽지 못한 질주를 한 선수가 있다. 그가 턴하자마자 피치를 올려 뛴다면? 사람들은 그를 주목할 것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신라의 달밤>은 내게 그런 작품이다.”
<신라의 달밤> 개봉을 앞두고 차승원은 초조하면서도 능청스럽다. 시종일관 진지하던 <리베라 메>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오렌지색 트레이닝복을
<신라의 달밤> 엽기 삼총사 [2] - 차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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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야.” 차승원은 등장부터 요란하다. 들어오자마자 먼저 와 있던 이성재에게 붙더니 금세 생일 선물로 받은 신발 자랑부터 한다. “나 얼마 전 생일이었던 것 알지. 그런데 누구만 선물을 안 준단 말이야.”
며칠 전 저혈압으로 자리 보전해야 했던 이성재의 샛노래진 얼굴에도 그때서야 웃음기가 번진다. 또다른 인터뷰 때문에 약속시간을 20분이나 어긴 김혜수가 뒤늦게 나타나 둘 사이에 앉는다. 곧바로 “사랑해”라며 두 남자의 어깨에 한번씩 기대는 한 여자. 그랬더니 이번엔 <신라의 달밤>의 영준과 기동처럼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된다. “너무 오래 기대잖아.” “무슨 소리야.” 그러다 김혜수의 한마디. “이 두사람은 여배우를 사랑할 줄 모르는 남자들이야.” 두 남자 일제히 일어서 “더이상 예뻐하면 오버 아니야?”라고 던지고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선다.
<신라의 달밤>의 세 배우
공교롭게도 모두 70년 개띠다. 서로 못 잡아 먹어서 안달하는 듯하지만 알고보면 사이좋
<신라의 달밤> 엽기 삼총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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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집행부가 6월 12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상영작을 발표했다.왼쪽부터 김민웅 사무국장, 페스티벌 레이디 장진영, 김홍준 집행위원장, 정초신, 송유진, 김영덕 프로그래머.
사진 오계옥 기자
비바 PI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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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부천영화제 상영작 발표, 35개국 139편, 개막작 <레퀴엠>거침없는 개성파 영화들로 가족단위 관객부터 호러마니아까지 다양한 층의 관객을 포용해온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제5회 영화제 개막을 꼭 한달 앞둔 지난 6월12일 아트선재센터에서 개·폐막작을 포함한 상영작을 발표했다.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 등 여섯개 섹션과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상영될 부천의 영화들은 총 139편으로 지난해보다 6편이 감소했으나 영화의 국적은 35개국으로 확대됐다.올 영화제는 지난해 전주영화제에서 소개된 <파이>의 감독이자 차기 <배트맨> 시리즈 감독으로 내정된 신예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레퀴엠>으로 막을 연다. 폐막작은 이례적으로 윤종찬 감독의 <소름>과 장 피에르 주네의 <아멜리에>, 두편이 선정됐다. 김홍준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세계적인 화제작을 소개하면서 영화제의 지향을 보여주는 개막작의 기능에서, 기술적 완성도와 전복적 미학에
드넓은 판타지의 우주로 떠나는 여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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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xi driver
1976년,감독 마틴 스코시즈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장르 드라마
컬럼비아 명불허전
70년대, 베트남전의 실패로 집단 광기와 분열증에 시달리는 미국사회를 적나라하게 해부하고 있다는 평을 들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대표작이다. 택시 운전사인 베트남전 귀환용사, 트레비스는 사회에 대한 적대감과 편집증을 앓고 있는 사회부적응자. 그러다 우연히 12살짜리 창녀,
아이리스를 알게 된다. 트레비스는 그녀를 부모에게 돌려보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광기에 사로잡힌 그가 머리를 삭발한 채 아이리스가
있는 사창가의 건달들을 총으로 난사한다. 그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서플로는 제작과정과 스토리보드, 오리지널 각본 등이 들어 있다.
택시 드라이버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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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d up 1999년,감독 스티브 래시 출연 제이미 폭스 장르 코미디
컬럼비아 허허실실
여자친구와 휴가를 가던 마이클은 사막의 외딴 편의점에 들른다. 사소하게 시작된 여자친구와의 말싸움이 심각해진다 싶더니 이내 그녀가 다른 남자의
차를 얻어탄 채 떠나버린다. 망연자실한 사이, 마이클은 꼬마에게 차까지 도둑맞는다. 화가 난 그가 차량절도를 신고하고 경찰을 기다리는 사이,
이번엔 어설픈 3인조 강도가 편의점에 침입하여 마이클을 비롯한 다른 손님들을 인질로 잡는다. 뒤늦게 경찰이 출동하지만 시골마을 경찰은 어설픈
도둑보다 더 한심하다. 시종 편의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되지만 탄탄한 이야기구성과 적절한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
돈 잃고 몸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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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on Top 2000년,
감독 피나 토레스 출연 페넬로페 크루즈 장르 드라마
폭스 명불허전
2000년 칸영화제 오프닝 초대작. 천부적인 요리솜씨를 가진 여인 이사벨라는 남편과 함께 음식점을 경영하며 브라질 해안마을에 살고 있다. 어느날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이사벨라는 그 길로 곧장 미국으로 떠난다. 하지만 남편의 환영에 시달리던 그녀는 바다의 여신에게 자신이 독립적으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고, 그것은 마술처럼 실현된다. 그녀가 TV 요리쇼의 진행자로 발탁되어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이다. 브라질의
이국적 요리와 바다여신의 신비가 결합된 판타지영화. <크림슨 리버> <제5원소> 등에서 작업했던 티에리 아보가스트가 촬영을
맡았다.
맛을 보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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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Voleurs 1996년,
감독 앙드레 테시네 출연 다니엘 오테이유 장르 드라마
파워오브무비 명불허전
<카이에 뒤 시네마>의 지적인 영화평론가 출신이자, 70년대 이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앙드레 테시네 감독의 96년작.
범죄와 연루된 가족과 주변인물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미스터리 드라마이다. 한밤중에 어머니의 비명소리에 잠이 깬 저스틴은 낯선 남자들이
아버지의 시체를 집으로 옮겨놓는 것을 목격한다. 다음날 경찰인 삼촌이 한 여자와 함께 집으로 찾아오고, 가족들은 아버지의 사인을 밝히려고도
하지 않고 서둘러 장례식을 치른다. 영화는 저스틴을 비롯한 4명의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단락별로 진행된다. 다니엘 오테이유와 카트린 드뇌브가 출연한다.
도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