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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1 명절음식에 질렸다 혹은 과식했다면명절음식이래야 매년 먹던, 그게 그거인 것 아니냐고 생각하면서도 어찌어찌하다 결국엔 과식하고 마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간만에 만난 친지들과 어울려 식탁에서 얘기꽃을 피우는 건 기본이고, 이어서 거실에 모여 앉아 함께 먹은 과일, 성묘 마치고 무덤 주변 풀밭에서 한 조각 베어문 떡, 거기다 저녁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함께 마신 술에 안주까지 가세하고 보면….게우고 싶도록 많이 먹고서이제 어쩌랴. 아직도 잔뜩 남아 있는 저 맛나(?) 보이는 명절음식들이 점점 그림의 떡만도 못하게 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사실 이 정도라면 당신은 대단한 탐식가가 아닐 수 없다. 당장 비디오 가게에 가서 데이비드 핀처의 <쎄븐>(Seven, vhrtm, 1995)을 골라보실 것.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 있는 희생자는 연쇄살인범이 말한 바 바로 ‘탐식’의 죄를 저지른 장본인이다. 그의 비대한 몸집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질 것이다.
오부이토(汚腐以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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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1 개봉관에서 매표에 실패했다면연휴길의 교통체증에서 벗어났거나 교통체증에 시달릴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추석은 짧은 휴가. 따라서 연중행사 같은 극장 방문이 일어나는 중요한 타이밍이기도 하다. 그런데 연중행사를 치르는 관객이 쇄도해 빨갛게 떠 있는 매진표시 앞에서 절망하게 된다면? 꼭 보고 싶은 영화를 당장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식의 대리만족이라도 느껴야 조금이나마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면?매진의 빨간 신호등 앞에서‘사랑, 그 이후’를 담담하게 그려낸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아쉽게 놓쳐버렸을 때엔 ‘그들이 서로를 좋아하게 되기까지’를 그린 그의 첫 작품 를 보자. 아주 느릿느릿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드는 두 사람의 표정은 <봄날은 간다>에서 서로에게 이력(??인력은 아닌지???)을 느껴버린 연인의 표정과 비교해보면 미묘하게 들떠 있다. 시나리오 자체가 지향하는 바도 있지만 심은하와 한석규의 섬세한 말투 하나, 눈빛 한 조각도
비대오불패(非隊伍不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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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2 교통체증에 탈진했다면 연휴만 되면 교통방송의 열렬 애청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장거리 여행객(?)들은 연휴가 휴가가 아닌 교통지옥처럼 느껴질 것이다. 차 안에서 장시간을 버틴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게다가 믿었던 교통방송마저 뒤통수를 친다면 연휴의 대부분을 도로 안에서 보내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실제로 교통방송이 처음 생긴 90년대 초에 우리 가족은 교통방송만 믿다가 서울에서 경상남도 사천까지 가는 데 무려 22시간이 걸린 적이 있다. 여하튼 비행기로 지구 반대쪽까지 갈 수 있는 시간을 내내 차 안에서 보내야 한다는 건 대단히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차 안에서 얻은 어지럼증이 가시는 즉시 영화 속의 뻥 뚫린 공간으로 침입해보자.자동차는 달리고 싶다 답답한 자동차 대신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드라이빙하는 상상을 한다면 <이지 라이더>부터 시작해보자. 영화는 <Born to Be Wild>를 배경음악으로 깔고 시원하게 달리는
교체불만(交滯不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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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1 가족이 꼴보기 싫다면 “가족주의는 야만이다”라는 말이 있다. “현실에 대한 감각은 재능을 요한다. 그러나 대부분 그 재능이 없다”(<가을 소나타>의 샤를로트)는 말처럼, 충분히 지혜로워지기 전에 만나서 인연을 맺고 자식을 낳아 서로의 운명을 책임져 보겠다고 복닥거리다 보면, 전생의 웬수가 가족이 아닐까 싶은 순간도 없지 않을 터. 그런데도 사람들은 명절이 되면 야릇한 기대를 갖고 사돈네 팔촌까지 온 가족을 다 불러 모으거나 부지런히 찾아다닌다. 만나면 또 실제로 기뻐한다. 그러나 반나절만 지나보라. 듣기 좋은 인사치레들이 시들해지고 나면 아들딸들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어디론가 나갈 준비를 하고, 아내들은 부엌에서 남자들 흉보기를 시작하며, 노인들은 궁시렁 거린다. 어쩌면 명절은 이미 분리된 가족을 가족으로 재확인하려는 눈물겨운 노력인지도 모른다.현실세계 속에서 가족과의 분리가 처음 일어나는 것은 대개의 경우 친구와 첫사랑으로부터 비롯된다. <졸업>(
야만가족(野蠻家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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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유난히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친척들 몰려와 너 요즘 뭐하냐, 결혼은 언제 하냐, 물어대니 집구석에 있기 끔찍하고, 나가도 친구들은 고향 가고 없고, 상가 썰렁하니 술 먹을 데 마땅찮고, 혼자 어슬렁거리자니 궁상맞고. 하늘은 속절없이 푸르니 마음 더욱 황량하고. 그 심정, 백수 아니라도 아시겠지요.물론, 직장이든 학교든 꽁꽁 묶여 있다가 금싸라기 연휴 앞두고 설레는 분들도 많겠지요. 하지만 장사 한두번 합니까. 어어어 하다 시간 다 보내고, 마지막날 밤에 얼굴 구긴 채 어디 영영 도망갈 데 없나, 궁리하던 게 한두번입니까. 고향 가고 오느라 진기 다 빠지는 분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올해는 추석이 꼭 즐겁지만은 않은 분들을 위해 소찬(제목은 만찬으로 달았지만)을 마련했습니다. 첫상은 추석증후군 극복용 항우울제 및 정신영양보충성 비디오로 차렸습니다. 귀향길 교통체증에 쳇증이 생겼다구요? 극장 앞에 당도하니 매진표시등이 켜졌더라구요? 가족들 모이니 가슴에 생채기들 생기더라구
만월 만병통치(滿月 萬病通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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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는 법정 드라마가 많다. 부터 <알라바마에서 생긴 일> <허리케인 카터>까지 각종 편견에 몰려 누명쓴 사람들이 구원되는 곳으로 그려낸 영화들이 한켠에 있다. <데블스 에드버킷>처럼 정의는 돈으로 사고 파는 것이라고 냉소하기도 하고, <데드맨 워킹>처럼 사람이 사람에게 죽음을 선고하는 것이 온당한 거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쪽도 있다. 그래도, 통계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어림짐작하기에 정의에 자기들의 희망을 거는 영화들이 많아 보인다. 누명쓴 사나이를 구해내는 청년 링컨의 무용담이 그 먼바다를 건너 이곳까지 전파된 걸 보면, 영화가 희망을 창작해낸 것은 아닌 게 분명하다. 이 남자가 살인을 했다는 걸 어떻게 아느냐? 달빛에 얼굴을 봤다. 이보쇼, 그날은 그믐밤이었소. 위인전 속에서 변호사 링컨의 활약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던가.적잖은 법정 드라마들은 현실에서 소재를 따왔다. 도색잡지 발행인의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의 영토를 넓
법정 드라마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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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사람들은 `다혈질`로 통한다. 정열적인 지중해의 햇빛 속에서 살아서 그런가. 그들의 음악 역시 그렇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나 엔리코 카루소 같은 불세출의 테너들이 지닌 목소리는 `빨간색`이다. 트럼펫과 비슷한 느낌. 이들을 연상하지 않더라도 이탈리아의 음악은 뜨거운 온도를 지니고 있다.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어하지 않는 고독한 산책자 브람스가 음울한 독일 빵에 사는 동안, 이탈리아에는 화려한 무대에서 드라마틱한 표정으로 사랑과 죽음을 노래하는 가수들을 위해 불멸의 아리아를 작곡하는 로시니가 살았다.이탈리아사람들은 그 음악을 사랑한다. 이러한 이탈리아의 위대한 19세기 오페라의 전통은 오늘날 이탈리아 영화음악 속에 면면히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옛날 오페라 부파 시절에서 현대 영화음악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사람들은 드라마와 음악이 어떻게 맺어질 수 있는지에 관해 훌륭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정열적이고도 서정적인 방식으로, 거의 직접적으로 관객의 영혼에 호소하는 음악들을
시네마 이탈리아노(Cinema Ital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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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의 질주>란 영화는, 아주 단순한 '액션' 영화다. 총싸움이 등장하기도 하고, 대형 트럭에 매달리는 스턴트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장면은'질주' 그 자체에 집중한다. 얼마 전 개봉했던 <드리븐>은 카 레이싱을다룬 스포츠영화였다. 400킬로미터에 육박하는 속도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승부'를 둘러싼 인간군상의 희노애락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식스티 세컨즈>는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우선이다. 차를 보는 순간 '그녀'라고 부르며, 마치 진한 포옹이라도 하듯 부드럽게 악셀을밟는다.그건 애정이고, 집착이다. 속도를 올려가며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 그녀와 하나가 된 느낌을 받는다. 그게 좀 병적으로 나아가면 <크래쉬>같은 영화가 된다. 인간과 기계가 하나로 되는 순간.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피안의 공간. 그러나 <분노의 질주>는 오로지 카타르시스다. 모든 것을 부숴버릴 듯, 아무 것도 돌아보지 않고 질주하
질주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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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풍연가1999년, 감독 박대영 출연 고소영 <KBS2> 10월3일 낮 11시30분제주도의 빼어난 풍광을 담은 멜로영화.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진 뒤 태희는 여행을 위해 제주도로 향한다. 소매치기를 뒤쫓던 그는 관광가이드인 영서를 알게 되고 영서는 태희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평소 외지에서 온 방문객에겐 마음을 열지 않던 영서는 차츰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데이트와 관광을 겸해서 태희는 영서와 시간을 보내고, 그녀와 미래를 약속하는 사이가 된다. 장동건과 고소영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화면에 펼쳐진다.마스크 오브 조로Mask of Zorro 1998년, 감독 마틴 캠벌 출연 안토니오 반데라스 <MBC> 10월2일 밤 10시45분조로는 기막힌 칼솜씨로 민중의 편을 들어주는 영웅이다. 독재자 몬테르와 싸우던 조로는 함정에 빠져 부인을 잃고 딸마저 빼앗긴다.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조로는 한 소년을 차세대 조로로 훈련시킨다. 새로운 조로는 검술과 상대와 격투하는 법을
예술로 할까, 오락으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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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펜던스 데이Imdependence Day 1996년,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출연 윌 스미스 <MBC> 9월29일 밤 11시 5분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초호화 블록버스터,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물체가 나타난다. 이 비행물체는 뉴욕과 워싱턴의 백악관을 초토화하고 이에 사람들은 공포심에 사로잡힌다. 미국 대통령은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 뒤 외계인들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특수효과를 동원한 장면들은 화려하지만 여러 차례 지적되었듯 극의 짜임새는 수준 이하인 작품, 빌 풀먼, 제프 골드블럼 등이 출연한다.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State 1998년, 감독 토니 스콧 출연 스미스 <KBS> 9월29일 밤 10시 40분변호사 딘은 거리에서 대학 동창을 우현히 만나다. 그뒤 이상한 일을 차례로 겪는데 직장세선 쫓겨나고 신용카드는 정지된다. 딘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치인 살인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손에 쥐고 있었던 것. 살인을 은폐
예술로 할까, 오락으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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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콩에서 개봉된 여균동 감독의「미인」이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다.
26일 이 영화의 해외 배급사 씨네클릭아시아에 따르면「미인」은 지난 20일 홍콩의 10개관에서 개봉돼 4일 동안 약 1만 5천명이 들어 1억 4천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는 이전에 홍콩에서 개봉한「섬」과「해피엔드」의 두 배에 가까운 흥행 기록으로, 홍콩 배급사 에드코는 장기 상영을 계획 중이라고 씨네클릭 아시아는 전했다.
한편,「미인」은 내년 1월 일본의 긴자에 위치한 아트 영화관에서도 개봉한다.
(서울:연합뉴스)
<미인> 홍콩에서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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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던 송일곤 감독의「꽃섬」이 세계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됐다.
「꽃섬」은 내달 열리는 남미 최대 규모의 브라질 상파울루 영화제를 비롯해 11월 9일 개막되는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과 동경필름엑스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고 영화사 씨앤필름이 26일 전했다.
또 로테르담 영화제와 멜버른 국제 영화제에서도 초청 의사를 밝힌 상태다.
「꽃섬」은 각자의 상처를 안고 도시를 떠난 세 여자가 우연히 만나 슬픔을 잊게해준다는 미지의 공간 `꽃섬`을 찾아 길을 떠나는 여정을 담은 로드 무비로, 오는11월 국내 개봉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영화 <꽃섬> 세계영화제 잇단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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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제가 상을 탄 게 믿기지 않아요."
올해 한국 영화계는 또 한 명의 연기파 배우를 발견했다. 문승욱 감독의 영화「나비」로 올해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김호정(33)씨가 그 주인공. 해외에서 먼저 그녀를 알아보고 상을 줬으니 엄밀히 말하면 `발견'이라기보다 `인정'에 가깝다.
그녀가 주연한「나비」가 오는 10월 13일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 기억과 망각, 상처와 치유에 관한 영화인「나비」에서 김호정은 잊고 싶은 기억만을 지워주는 `망각 바이러스'를 찾아 한국에 온 독일 교포 `안나'역을 맡았다.
안나는 이 곳에서 자신보다 더 깊은 상처를 안고 사는 관광가이드 소녀 `유키'(강혜정)와 택시 운전사 `K'(장현성)를 만나면서 자신의 고통을 치유하게 된다.
"상처를 안고 사는 평범한 인물들, 다양한 인간군상에 관한 이야기에요. 누구나상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상처를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요." 로카르노영화제 수상 소식이 처음 국내에 전해졌을 때
로카르노영화제서 수상한 <나비>의 김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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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ing Forrester 2000년, 감독 구스 반 산트 출연 숀 코너리, 롭 브라운 화면포맷 아나모픽 오디오 돌비디지털 지역코드 3
노년의 소설가와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흑인소년의 우정을 다룬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작품. 내용과 감동면에서 전작 <굿 윌 헌팅>을 떠올리게 된다. 숀 코너리의 중후한 매력이 돋보이며 서플로는 출연진 소개, 제작노트, 극장용 예고편, 롭 브라운을 중심으로 한 메이킹 등이 담겨 있지만 한글 자막은 지원하지 않는다.
파인딩 포레스터 DV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