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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재 대표가 “우리도 서울 50만 한번 넘어봐야지”라는 말을 하면 사람들이 놀란다. 서울 50만.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한해에 한국영화 서너편은 이 선을 넘는다. 한국영화계 파워맨 중에서도 몇년째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으며 한때 타율 100% 제작자로 불리던 그가 아직 이 소박한 목표조차 이루지 못한 것이다. 우노필름 시절부터 차승재 대표는 변함없이 도전적인 대중영화를 제작해왔다. 그 도전적인 요소가 시장에선 그의 표현대로라면 ‘저항선’을 만들어냈지만 대신 그에겐 가장 창의적인 프로듀서라는 명예를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제작사 우노필름에서 종합엔터테인먼트기업 싸이더스의 지휘자로 변신한 뒤로 그는 얼마간 부진해 보였다. 흥행작이 오히려 드물어졌고, 무엇보다 작품성이 들쭉날쭉했다. <썸머타임>에 이르러선 “이것도 차승재 영화냐”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무사>와 <봄날은 간다>는 차승재 대표에 대한 그간의 의구심을 접을 만한 성과다. 스타와 대규모 마케
<무사> <봄날은 간다> 제작한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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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고생한 다른 스탭들도 많은데 어쩌다 자신이 나오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신우성씨는 못내 쑥스러운 눈치였다. 행여 다른 스탭들의 공을 가리진 않을까 염려가 됐던 모양이다. “무거운 짐 좀 나르고, 운전한 정도”라며 멋쩍게 웃는 그는, <베사메무쵸>의 현장과 스탭들의 뒷바라지라는 소임을 아직 잊지 않은 듯했다. 새벽 6시에 모일 제작진의 아침거리를 위해 3∼4시에 장을 보고, 남들보다 1시간 이상 먼저 현장에 나가 스탭들이 춥거나 배고프지 않도록 미리 배려하는 제작부 맏형 역할 말이다.지난 2월 중순, 영희가 오페라를 보러 가는 인천 첫 촬영으로 문을 연 <베사메무쵸>는 그의 “첫 작품”. 이전에도 다른 영화에 잠깐씩 참여하긴 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겨울에서 여름까지 5개월 남짓 동안, 그는 제작진이 먹을 것과 잘 곳을 챙기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시키기 전에 미리 요구를 읽을 수 있어야 된다”는 그가 끌고 다닌 이스타나는
`이동 포장마차`에 꿈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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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관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무도 내게 가르쳐주지 않았죠. 궁지에 몰린 기분이었어요. 난 바보 같은 말만 했고, 그건 곧바로 인쇄돼 나왔죠.” 배우에게, 기자를 만나고 사진을 찍히는 것은 반가우면서도 성가신 일일 것이다. 영국 웨일스의 시골에서 태어나 데뷔 수년 만에 할리우드의 스타가 된 캐서린 제타 존스의 경우, 정말 기자는 한없이 고고하거나 한없이 비루한 존재였다. 봐달라고 할 땐 시선도 주지 않고, 가만히 놔두었으면 할 땐 집요하게 따라붙는. 시사회 행사에서 기자들에 둘러싸인 배우들의 이야기, <아메리칸 스윗하트>와 관련한 인터뷰를 하면서 그녀의 감회는 새로울 만도 하다.
“처음으로 정킷(언론 대상의 시사회와 출연 제작진들의 인터뷰를 겸한 행사) 갔을 때가 기억나요. LA에서 있었던 <팬텀> 정킷이었죠. 어땠냐고요? 전 인터뷰를 받게 해달라고 사정해야 했어요. 파라마운트 픽처스사로부터 정킷에 갈 수 있는 티켓을 받아내기 위해 정말 고생했죠.
사탕공장 공장장의 딸, <아메리칸 스윗하트>의 캐서린 제타 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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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먹을래요?” 막 떠나려는 그를 붙들며 여자는 가슴이 가만히 뛰었던가.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자고 갈래요?” 하고 다시 한번 말을 거는, 부스럭 생라면을 씹기 시작하는 그녀의 입가에 어쩔 수 없이 웃음기가 번진다. 사랑의 가장 떨리는 한 순간을 라면과 함께 하는 그녀. 누군가 집안으로 들일 참이면 후루루루 물건들을 치우고, 그렇게 마음속 굴러다니는 기억들도 치워버리는, 라면은 잘 끓이지만 김치는 못 담그는 그녀. 살며 사랑하며, 누구나 사는 그런 삶을 사는 그 여자 은수를 보고 많은 여자들은 말한다.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 하지만 정작 이영애는 달랐다. “한은수라고 해요, 잘 부탁해요” 하고 불쑥 손을 내밀긴 했지만, 이영애가 은수를 알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보는 이를 가슴저리게 하는 영화 <봄날은 간다>는 힘든 수학문제” 같은 영화였다. “은수가 왜 헤어지자고 했냐고요? 일단은 이혼녀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혼녀란 걸 떠나, 어딘가 얽매여 있기 싫어하
“어려운 수학문제를 푼 듯해요”,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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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가장 슬프고 괴로운 시간이 다가온 것을 깨닫는다. 엷은 비누의 향료와 함께 가슴속으로 저릿한 것이 퍼져나간다.’
- 강신재 <젊은 느티나무> 중에서
비누냄새 운운하던 소설이 현실 같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70년대를 끼고 태어난 사람들에게 가슴저릿한 아픔 따위는 감상이라고, 상처받은 영혼인 양 우수에 찬 눈빛도 거짓이라 믿었다. 적어도 그를 스크린에서 만나기 전까진 그랬다. 76년생, 유지태의 연기는 정직하다. 그래서 가끔 서투르고, 그래서 가끔 어색할 때도 있지만, 그래서 절대 의심하지 않게 된다. 저 눈물이 가짜일 거라고 저 웃음이 가식일 거라는 생각보다는 그만큼 아팠겠구나, 즐거웠니? 하는 ‘동감’을 품게 된다. 스튜디오 문을 열고 큰 키만큼이나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와 누추한 소파에 턱 하니 앉는 유지태, 그에게선 정말 갓 세수를 마친 사람처럼 비누냄새가 났다.
‘당신의 사랑이 나를 떠난 지 오래
사랑을 앓고 나는 자랐노라, <봄날은 간다> 유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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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고 싶었어?” 이별을 선언하고 떠나버린 여자가 어느날 불쑥 찾아와 어제 본 것처럼 태연히 남자에게 묻는다. 자존심을 세워 도리질을 칠 수도 있었으련만, 남자는 복받친 울음을 떠트리듯 고개를 끄덕인다. 몇번이고 끄덕인다.
너무 아픈 이별 뒤 다시 만난 연인이 이럴까? 정선으로 묵호로 강릉으로 태백으로 이어지는 6개월의 여정을 함께한 사람들이, 그것도 사랑한 연인을 연기했다는 게 믿기지 않게, 5분 간격으로 도착한 이영애와 유지태는 그저 서먹하게 눈인사만 건네고 있었다. ‘보고 싶었냐?’는 흔한 물음도 ‘보고 싶었다’는 흔한 대답도 오가지 않았다. 살가운 악수도 가벼운 포옹도 없었다.
스튜디오가 보리밭이라면, 눈오는 산사라면, 바람부는 소리, 풍경소리 하나까지도 크게들릴 조용한 분위기속에서 두사람은 순서대로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해나갔다. 갑자기 <봄날은 간다>의 촬영현장에 다녀온 한 기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 컷 찍고나면 NG인지 OK인지 싸인도 없어, 그
우리가 정말, 사랑이란 걸 했을까, <봄날은 간다> 유지태, 이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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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문화권은 <반지의 제왕>을 읽은 사람들과 읽을 사람들로 나뉜다’는 <선데이타임스>의 지적은 과장이 아닌 것 같다. 전설적인 마법반지들을 지배하는 유일반지를 둘러싸고 엘프족과 난장이족, 인간과 악마 사우론 사이에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 판타지소설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50년 동안 ‘스테디하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고, 600만개의 팬사이트를 낳았다.20세기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판타지소설로 꼽히는 작품이고보니, 영화화 소식에 대한 마니아들의 반응도 극렬 찬성이거나 극렬 반대로 나뉘었다. 찬성파들은 <반지의 제왕> 사이트에 축하전문 보내기를 시작으로, 촬영장에 잠입해 몰래 촬영 보도하는 등 작품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했고, 반대파들은 원작자의 후손을 납치해 판권 양도를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등 자칫 귀한 걸작이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반감을 과격하게 내비치기도 했다.하지만 영화 <반지의 제왕>이 화제를
<스타워즈> 새밀레니엄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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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국민노동은행(BNL)이 영화재정 지원을 주제로 각종 회의를 연다고 밝혀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BNL은 자체 연구로 이탈리아 영화산업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영화와 경제적 지원을 주제로 하는 세미나를 이탈리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가질 예정이다.10월 한달간 열리게 되는 이번 세미나는 ‘미래의 기본: 영화’라는 큰 주제 아래 네 가지 작은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우선 10월9, 10일 로마에서 디지털과 영화에 관한 세미나를 시작으로, 15∼17일 팔레르모에서 영화의 예술적 접근에 관해, 22~24일 토리노에서 소비 공간으로서의 영화에 관해 토론한 뒤, 제작과 배급이라는 주제로 29∼31일까지 제작과 배급이라는 주제로 밀라노에서 여는 행사로 막을 내린다.이번 회의에는 감독, 배우, 비평가, 제작자 등 영화계 인사는 물론 역사학자, 경제학자 그리고 컴퓨터그래픽 전문가 등 이탈리아 안팎의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0, 70년대 이탈리아영화가 가졌던
[로마통신] 국민노동은행, 상승 중인 자국영화 지원방안 다각도로 검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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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독일 쾰른예술대학 영화학과를 갓 졸업한 얀 크뤼거 감독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수상하면서 독일영화계의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9월9일 베니스영화제 시상식에서 은사자상 수상자로 크뤼거가 호명된 것은 올해 행사의 최대 이변으로 간주되고 있다. 첫째 베니스영화제 58년 역사상 독일영화가 사자 트로피를 거머쥔 적이 다섯 손가락으로 꼽고도 남을 정도이기 때문이며, 둘째 크뤼거는 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영스타도 아닌 ‘노바디’ 취급을 받았다. 그나마 독일 참가작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 베르너 헤어초크나 얀 쉬테에게 달려가느라고 바빴기 때문이다.그렇다고 28살의 ‘노바디’ 얀 크뤼거 감독을 찬밥신세로 돌려놓은 사람들을 탓할 수도 없는 것이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받은 <친구-신동들>은 올해 초여름 가까스로 대학생 딱지를 뗀 감독의 졸업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크뤼거가 21분짜리 단편 <친구-신동들>의 영감을 얻은 건
얀 크뤼거, <친구-신동들>로 베니스 최우수 단편영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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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초반, 미국 도심에서 일어난 항공기 자폭 테러로 취소 위기에 처했던 제26회 토론토영화제가 지난 9월17일 열흘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폐막했다. 대상에 해당하는 피플스 초이스 어워드는 올 상반기 프랑스에서 대히트를 기록한 장 피에르 주네의 <아멜리에>에 돌아갔다.<인생은 아름다워> <아메리칸 뷰티> <와호장룡> 등 기존 수상작들이 오스카에서 선전한 작품들이고 보면, <아멜리에>가 내년 오스카에서 어떤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테러사건의 여파인지,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품들은 꿈과 희망 등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테마를 다루고 있거나 밝고 경쾌한 코믹 터치를 가미한 영화들이 대부분. 마지막 순간까지 <아멜리에>와 각축을 벌인 작품들은 인도의 <마야>와 <몬순 웨딩>. 기자단 투표로 선정되는 신인상인 폴크스바겐 디스커버리어워드는 <치킨 라이스 워>, 국제비평가연맹
토론토영화제, 테러 여파에도 무사히 일정 마쳐, 피플스 초이스 어워드에 <아멜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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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EVERYBODY! SHOOT!”영화 대사가 아니다. 강원도 강릉의 한 편의점에서 한창 촬영중인 영화 <아프리카>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그 진원은 배우보다 더 배우 같은 연기로 연기자들에게 지도를 하는 신승수 감독. 그는 스탭들과 팡팡 튀는 20대 초반의 미인 연기자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이렇게 격려한다. 촬영을 마치고 나면 또 스탭들의 동의를 구한다. “난 괜찮은데…, 어때요?” <아프리카>는 우연한 기회에 권총 두 자루를 손에 쥐게 된 학생 지원(이요원)과 소현(김민선), 그리고 그들의 여정에 동참한 시골 다방의 영미(조은지)와 양품점의 진아(이영진), 이 네 소녀의 아슬아슬한 도주담을 그린다.이들이 편의점에 들어가 점원을 위협하고 권총을 난사하고 돈을 털어 달아나는 장면이 이날 촬영할 분량이었다. 점원으로 출연한 탤런트 김동수의 코믹연기와 커다란 총소리, 특수효과까지 곁들인 촬영은 새벽 두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하
편의점을 털고 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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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화요일` 이후 테러 참사현장과 관련 뉴스를 쏟아내는 TV 수상기 앞에서 얼어붙은 채 3, 4일을 보낸 미국인들이 극장과 비디오 대여점으로 `도피`했다. 테러 발생 이후 미국 극장가는 금요일인 9월14일까지 한산했으나 토요일부터 관객이 돌아오기 시작해 주말 사흘 동안 전체 박스오피스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2% 상승한 5410만달러를 기록했다.암울한 주말의 전미흥행 1위에 오른 영화는 키아누 리브스가 리틀 야구단의 코치로 분한 스포츠드라마 <하드볼>. <하드볼>이 거둬들인 1010만달러의 개봉 주말수익은, 테러 발생 전주의 박스오피스 수위 영화 <머스킷티어>의 오프닝 성적에 맞먹는 수치다.2위는 입장수입 610만달러를 기록한 스릴러 <글래스 하우스>가 차지했고, <머스킷티어>는 3위로 내려앉아 530만달러를 벌었다. 개봉 2주차에 접어든 니콜 키드먼 주연의 <타인들>는 오히려 한 계단 상승해 4위를
테러 뒤 미국 극장과 비디오숍 찾는 사람 대폭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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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흥행기록이 세워졌다. 개척기 미국 서부지역을 배경으로 한 독일의 코미디영화 <마니투의 신발>이 오스트리아에서 <타이타닉>이 세운 역대 흥행기록을 깨며 관객몰이에 성공한 것이다.
<마니투의 신발>은 아파치 인디언 추장이 그의 수하에 있는 인디언들과 함께 서부의 평화를 수호한다는 이야기. 오스트리아에서 <마니투의 신발>을 본 관객 수는 140만명으로, <타이타닉>의 139만명을 개봉 9주 만에 앞질렀다.
오스트리아에서 이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은 미화 900만달러에 달한다.
<마니투의 신발>, 오스트리아에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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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따먹기>(민동현), <For The Peace of all Mankind>(이석훈), <눈물>(임창재), <물안개>(이수연), <이발소 異氏>(권종관) 등 단편영화들을 담은 DVD <한국단편영화 걸작선 시리즈1>이 10월 5일 출시된다.
팝엔터테인먼트 아시아와 인디스토리는 연말까지 단편영화 DVD를 4장 더 발매할 계획이다.
단편 DVD 발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