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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 있다고 골 못 넣으랴충무로가 오는 5월 말 거대한 태풍을 몰고올 세계적 초특급 블록버스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 10개관에서 ‘개봉’돼 17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할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연인원 420억명을 TV 앞에 붙잡아놓을 이 대형 프로젝트의 이름은 다름 아닌 2002 한·일월드컵. 경기장을 찾을 관객 170만명 외에도 실질적 ‘상영관’인 TV에 쏠릴 수천만개의 눈을 생각하면, 월드컵이 열리는 5월31일부터 6월30일까지 영화가 대중의 관심권에서 멀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끊임없이 제작되고 수입되는 영화들을 관객 앞에 선보여야 하는 배급사 입장에선 심각한 고민 속에서 나름의 대비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시네마서비스의 경우, 되도록 월드컵 시즌을 피해가자는 노선을 세워놓고 있다. 5월 말 <서프라이즈>, 6월 중에 <레지던트 이블>, 6월28일 <라이터를 켜라>를 개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시네마서비스는
[서브웨이]월드컵 기간 무사 돌파를 둘러싼 충무로 전략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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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m의 강우량에도 못 미치는 봄비가 벌써 그녀를 40분 이상 늦게 하고 있다. 가뜩이나 기껍지 않은 인터뷰 자린데…. 벌써 기자로부터 두통째의 전화. 영상원 단편작업으로 이미 한번의 매스컴 경험이 있는 그녀로선 구독의 재미를 위해 자신의 말이 토막나는 게 영 재미없다. 느릿한 말투의 사람이 으레 가지는 신중함과 예민함으로 시작된 인터뷰는, 그러나 간간이 터지던 그녀의 낮은 웃음소리로 인해 차츰 물기가 오른다.‘6박7일의 짜릿한 트루 로맨스’를 천명한 <생활의 발견>은 배우들에게나 스탭들에게나 정말 ‘여행’ 같은 영화였다. “마음을 비우고 푹 쉬는 기분으로”라는 감독의 추임 탓이었는지, 추상미든 김상경이든 후기엔 ‘꼭 여행다녀 온 기분이었’음을 술회케 했고, 연출부 막내 박은영(29)에게도 그랬다. 슬레이트(일명 딱딱이) 치고, 의상과 캐스팅에 관여하면서 많은 이들과 함께했지만 오히려 심심하고 사적인 여행에 가까웠다.영상원의 교수와 제자라는 인연으로 만나기 전, 홍상수는
<생활의 발견> 연출부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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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ost World 제작 리앤 할폰, 존 말코비치, 러셀 스미스 감독 테리 지고프 출연 도라 버치, 스티브 부세미, 브레드 랜프로 수입 디지털네가 홍보 아트로드 개봉예정 5월중“바보들만 인간관계가 좋은 것 같아.” 열일곱 에니드의 눈에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멍청하고 시시해보인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에니드에겐 대학진학이랄지 취업이랄지, 미래의 계획이란 것이 없다. 단짝친구 레베카와 커피숍과 레코드숍을 드나들고, 특이한 사람의 뒤를 쫓거나 구애 광고자에게 장난전화를 거는 것이, 그녀가 사는 낙이다. 어느날 괴상한 광고를 낸 남자 시모어가 에니드와 레베카의 마수에 걸려든다. 시모어는 철 지난 레코드와 광고전단 수집광이자 금욕적인 은둔자로, 놀려먹기 딱 좋은 스타일. 그러나 에니드는 시모어와 자신이 많이 닮았음을 깨닫고, 점차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고스트 월드’는 고유한 문화가 사라져가고 획일화되는 도시, 목적없이 그곳을 떠도는 유령 같은 사람들의 세상이다. 에니드는 그 세상의 아웃
해외신작 <고스트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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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레! 밀크 티? 블랙 티?” 찻주전자를 들고 벌판을 누비는 인도인 청년이 인사말과 함께 차를 권한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촬영준비를 시작한 스탭들이 차 한잔으로 몸을 녹일 즈음, 그제야 설산 너머로 동이 트고 동자승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한다. 인근 라마사원에 살고 있는 예닐곱살부터 열여섯살까지의 동자승들이 바로 이날 찍을 광고의 모델. 바람부는 먼 언덕을 그들이 오르자, 사이언빛 벌판과 붉은 승복자락이 어우러지면서 모니터는 금세 아름다운 색감으로 물이 오른다.여기는 인도 북서쪽 라닥 지방의 레(Leh). 히말라야 산기슭 해발 4천m 이상 고산지대에 자리한 ‘리틀 티벳’마을이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반문명 보고서 <오래된 미래> 이후 유럽인들이 즐겨찾아온 정신적 휴양지이자 인접한 파키스탄과 대치상태인 인도 최전방이기도 한 독특한 곳이다. 델리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 그 한 시간 동안 비행기는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데, 겨울이면 마날리에서 이어지는 육로가 끊겨 하루
POSCO CF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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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조명과 촬영용 각종 장비와 코드들이 복잡하게 늘어져 있는 비좁은 단란주점 안이 술렁거린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 촬영현장이 배우들의 등장으로 돌연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머리에 기름 바르고 촌티패션으로 쫙 빼입고 좀 머쓱해하며 나타난 임창정, 양동근, 이정진에게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야 너 딱이다”, “그렇지? 나도 이렇게 잘 어울릴지 몰랐어. 나 앞으로 이렇게 하고 다닐까봐”며 너스레를 떨던 임창정이 왼쪽 가슴께 꽃까지 꽂은 이정진을 향해 “너 꼭 신부아버지 같다. 딸 시집보내는 심정이 어떠냐?”며 놀려댄다.오늘 촬영분은 봉자(한채영)를 구하기 위해 해적(이정진), 봉팔(임창정), 성기(양동근)가 술손님을 가장해서 ‘야시룸싸롱’에 들어가는 장면이다. 하지만 마스크까지 쓰고 위장했던 봉팔의 정체가 들통나고 한바탕 주먹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몇번의 리허설을 거쳐 본촬영을 끝마쳤지만 긴가민가하는 표정의 김동원 감독은 끝내 다시 찍어보잔다. 상황이 생각보다 재미
<해적, 디스코왕 되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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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영화 수출고가 처음으로 미화 1천만달러를 넘어섰다. 영화진흥위원회가 19일 발표한 `2001년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2001년 계약이 완료된 한국영화의 수출액은 1천124만9천573 달러(한화 약 149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의 705만 달러에 비하면 59.6%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전년도 성장률 60.6%와 비슷한 수준이다. 수출 편수는 단편 12편과 애니메이션 3편을 포함해 모두 102편이었으며 지역별비율을 보면 동북아시아 56%, 동남아시아 18%, 유럽 13%, 북미 12%, 러시아 1% 등이다. 수출액으로는 일본(576만 달러), 미국(122만 달러), 홍콩(104만 달러), 프랑스(55만 달러), 독일(49만 달러), 중국(43만 달러), 인도네시아(26만 달러), 태국(25만달러), 싱가포르(22만 달러), 대만(13만 달러), 베트남(13만 달러) 등의 순으로 많은 반면 수출편수는 홍콩(32편), 인도네시아(27편), 싱가포르(23
지난해 한국영화 수출고 1천만 달러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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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 그레이엄은 항상 자신이 연기한 인물을 변호하려 애쓴다. <오스틴 파워>는 아이들이 열번이라도 되풀이해서 보려할 재미있는 영화고 <부기 나이트>는 배우들의 재능과 애정이 빛나는 영화라고 자부하지만, 이야기가 그녀 자신에게로 돌려지면, 대답은 한결같다. 섹스가 전부는 아니라고. 숙명이다. 텅 빈 파란 눈동자와 하얗게 빛이 흐르는 육체를 가진 그녀는 마음 깊게 울리는 대사를 내뱉을 수 없는 백치로 갇혀 있었다. “사람들은 여배우가 신음하는 모습을 좋아하지만, 그녀가 스크린 밖에서도 누군가와 그러길 원치 않는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현실의 존재다.” 부모와 2년 동안 의절하면서까지 연기를 고집한 그녀에게 배우라는 직업은 스스로 표현하듯 “양날의 칼”이었을지 모른다.
그레이엄이 칼날 위를 걷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그녀가 집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었던 순간부터였을 것이다. FBI 요원인 아버지와 전직 교사인 어머니는 딸이 교회에 어울리는 순진한 카톨릭 교도로
<프롬 헬>의 창녀, 헤더 그레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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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가 한국 애니메이션사상 최초로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장편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고 제작사인 씨즈엔터테인먼트가 19일 밝혔다. 올 초 극장에서 소개됐던 <마리이야기>는 신비로운 미지의 소녀 `마리'와 수줍은 바닷가 소년 `남우'의 만남과 사랑을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 이성강 감독은 지난 99년 <덤불 속의 재>로 국내 최초로 안시페스티벌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된데 이어 이번에는 장편 경쟁 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 세계적으로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안시페스티벌은 프랑스 안시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로, 그동안 격년제로 운영돼오다 2000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나무를 심는 사나이>(87년,프레드릭 백) <붉은 돼지>(93년,미야자키 하야오), 빌 플림턴의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97년)와 <뮤턴트 에일리
<마리이야기>안시페스티벌 경쟁 부문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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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누구였나. “내 말에 토…토…토다는 새끼… 배신이야 배신… 배반…” 흥분해 더듬거리는 말투로 ‘불사파’건설에 박차를 가하던 삼류건달이었나, “학생은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나”같은 진지한 질문에 “저 학생 아닌데요”하던 엉뚱한 삼촌이었나. 마스크를 뒤집어 쓰고 광화문 네거리를 질주하던 슬픈 소시민이었나. 아니면 쵸코파이를 한입 가득 물고 “우리 북조선에서는 언제 이렇게 맛난 과자를 만드나”며 감격해 하던 사랑스런 전우였던가. 송강호는 어떤 배우였나. 아니 어떤 사람이었나.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실 하나. 송강호는 예민하고 치밀한 사람이다. 본인 말대로 하면 “상당히 민감한 성격의 소유자”다. 영화나 자신과 관련된 작은 기사하나까지 꼼꼼히 읽는것도 유명하고, 인터뷰 중엔 작은 멘트하나까지, 해도 되는 말인지 아닌지를, 고민하는 빛이 역력하다. 물론 대중적으로 소비되었던 송강호의 이미지는 “그래도 니가 쏴라!”며 호탕하게 웃는 ‘희극성 90%’ 스타
그 파괴적 변신의 쾌락, <복수는 나의 것>의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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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 감독의 <로얄 테넌바움>은 문자 그대로 풍비박산이 난 어느 집안 이야기다. 집안 얘기라지만 진부한 가족주의에 대한 설교와는 친연관계가 없다. 영화는 가족이라는 모진 인연에 대해 진지한 어법 대신 시종 가볍고 익살스런 말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로얄 테넌바움(진 해크먼)은 파산한 변호사다. 22년 전 아내와 별거한 이래 계속 거주해오던 호텔에서도 쫓겨났다. 테넌바움 집안엔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가 발에 채인다. 지성과 극성을 함께 갖춘 고고학자인 아내 애슬린(안젤리카 휴스턴)은 남다른 교육열로 남매 셋을 모두 천재로 키워냈다. 입양한 맏딸 마고(귀네스 펠트로)는 문학적 소양이 뛰어나 열다섯 살 때 이미 희곡으로 퓰리처상을 거머쥐었다. 둘째 채스(벤 스틸러)는 여섯 살 때 달마시안 무늬가 있는 생쥐를 교배해낸 괴짜다. 그는 어려서부터 부동산과 금융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했다. 셋째인 리치(루크 윌슨)는 10대 때 주니어 테니스 세계 랭킹에 오른 테니스의 귀재다.
가족이 내게 준 상처가 나를 키워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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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재발견! 22일 <생활의 발견>의 개봉에 맞춰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홍 감독(사진)의 4개 작품을 모두 상영하는 이벤트를 연다. 22일부터 내달 3일까지 계속될 행사 <`생활의 발견'-재견(再見) 홍상수>에는 96년 한국영화에 낯선 충격을 몰고왔던 홍 감독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강원도의 힘> <오! 수정>에서 신작 <생활의 발견>까지 선보인다. 전작은 한편당 5천원, <생활의 발견>은 7천원이며 4작품을 모두 보는 `재견권'(再見券)은 2만원이다. 아트선재센터 쪽은 “홍상수의 영화라는 것이 조금씩 변해가는 소설가의 연작 같은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생활'을 발견하기 전, `돼지'와 `강원도'와 `수정'을 만나보길 권했다.
(02)733-8945. www.artsonje.org
<생활의 발견> 개봉 맞춰 홍상수 영화제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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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찾은 한국의 애연가들은 열이면 열 “미국에선 못살겠다”고 하소연한다. 식당을 포함한 거의 모든 공공장소가 금연으로 지정되어 있어 정 피우고 싶으면 바깥에 나가 그것도 눈치를 봐가며(담배 피우는 사람은 거의 야만인 취급을 하는 문화이므로) 급히 피우고 들어오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는 맘대로 흡연할 수 있다는 광고를 손님 유치전략으로 내세우는 곳도 있다. `애연가의 지옥'이라고 부를 만한 미국이지만 지금까지 한 군데 예외가 있었다. 바로 할리우드 영화다. 하지만 그 할리우드도 드디어 흡연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영화 속 흡연 반대운동 단체인 스모크 프리 무비(Smoke Free Movie), 영화 주간지인 <버라이어티>와 <할리우드 리포터>, 그리고 미라맥스영화사 간에 일어난 논쟁을 보도하면서 이제 폭력과 섹스뿐만 아니라 흡연장면 여부도 영화 등급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비국내 유일한 흡연천국 등급적용론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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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황량한 바람 소리와 날개 퍼덕이는 소리밖에 없는 듯하다. 인간들이 아귀다툼을 벌이는 시간에도, 모두들 잠들어 있는 시간에도 그들은 날고 또 난다. <위대한 비상>은 지난 96년 <마이크로 코스모스>를 통해 신비스런 곤충의 세계를 보여줬던 팀들이 3년에 걸쳐 담아낸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자'들의 이야기다. 철새들의 여행이 `위대한' 건 무엇보다도 그것이 생존을 위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중간 경유지에서 태어난 새끼들도 날갯짓을 익히고 이내 미지의 길을 떠난다. 단지 해와 별을 지표삼아…, 오로지 살기 위해. 영화에는 회색기러기, 황새, 흰머리수리, 흰뺨기러기 등 35종의 철새가 등장한다. 이동거리는 천차만별이다. 바라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짧은 물질로 바다 속에서 1천㎞를 이동하는 킹펭귄이 있는가 하면, 2만㎞를 시원스레 날아가는 북극제비갈매기도 있다. 세계적인 조류학자들이 결정한 철새들의 알을 전세계에서 1천여개 채집해왔다. 여기에 새들의 `유모'로
철새들의 `위대한` 생존의 날개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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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아시아 8개국 정상회담이 열리고 한일합동 은행이 개설될 즈음 서울에선 현금강탈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일본인 형사 하야세 유타로(나가세 도모야)는 우연히 현금수송차를 강탈하고 도주하는 범인들과 마주친다. 유일한 목격자가 된 유타로는 72시간의 체류허가를 받고 범인체포에 협력한다. 서울시경의 김윤철(최민수)은 유타로에게 호의를 보이지 않는다. 때로 둘은 주먹다짐까지 일삼는다. 한편, 민족의 새벽이라는 조직이 서울시경 컴퓨터를 해킹해 정상회담을 저지하겠다는 메시지를 올리고, 일본 외무대신을 납치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Review <서울>은 욕심많은 영화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민족감정 대립이라는 키워드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심지 역할을 한다. 한국어를 이해 못하는 일본인 형사, 그에게 적대적인 한국인 형사의 드라마는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서울>은 버디영화의 관습, 서울이라는 공간에 관한 언급, 그리고 액션영화의
[Review]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