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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가지 뉴스에 낯이 화끈거렸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김근태 고문이 제주와 울산에서 겨우 26표를 얻었다는 끔찍한 뉴스와 스포츠신문 기자들과 영화 관계자들이 홍보성 기사를 매개로 돈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이 조사를 하고 있다는 아주 곤혹스러운 뉴스였다.먼저, 끔찍한 일. 엄연한 현실정치의 벽을 골백번 인정하고, 적법하지 않은 정치자금을 받은 적이 있다고 고백한 것이 치명적인 전략적 오류라거나 특정 개혁성향 후보에 대한 표 쏠림 현상이라는 등의 분석을 액면 그대로 수긍하더라도 김근태가 받은 26표는 상식(누구에게도 강요할 생각이 없는 순전히 내 상식이지만) 밖이다. 제주와 울산을 합쳐 총투표자 수 1692명 중에서 26표를 얻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이성적으로 접수가 안 되는 일이다.물론 김근태의 지지율이 바닥을 헤맨 까닭이 그리 단순한 것만은 아니겠지만, 돈정치, 부패정치에 대한 경종을 울리겠다는 그 고백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면 그 대가치곤 너무 가혹하다.
상식과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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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했다가 돌아와 책상 옆에 놓여있는 자동응답기의 재생 버튼을 눌러보면 가끔 어머니의 목소리가 튀어나온다.“엄마한테 전화왔다고 전해 주시오 잉.”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동응답기 앞에서 한결같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리모컨 보기를 돌같이 하시는 어머니에게 자동응답기는 기계가 아니다. 내 딸이 전화를 받지 못하니까 대신 받아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가끔은 "그럼 욕보시오 잉" 자동응답기에게 작별 인사까지 하신다. 처음에 내가 자동응답기를 구해다 틀어놨을 때 응답기에 녹음된 어머니의 목소리는 "아이구,이게 뭣이다냐?"였다. 내가 자동응답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한 다음에도 어머니는 적응을 못해 한동안 그냥 끊어버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외출중인 딸과 통화할 길이 없으니 할 수 없이 어느 날 "엄마한테 전화왔다고 전해 주시오"라고 메시지를 남길 밖에. 내가 전화를 걸었더니 어머니가 물으셨다. "전해 주디?" 예, 대답하면서 또 얼마나 웃었는지.
핸드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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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라는 이 코너의 제목은 ‘영화를 낭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 같다. ‘내 인생의 소설’, ‘내 인생의 음악’이라는 표현은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많은 사람들은 ‘내 인생의 영화’라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사용한다. 아마도, 영화라는 매체가 지금 현재, 가장 ‘진행중’인 예술이자, ‘영향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한 50년 뒤쯤에는 ‘내 인생의 게임’이라는 표현이 더 익숙해질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영화는 우리 시대의 강력한 ‘환타지’이자, ‘꿈(dream)’, ‘대리만족’의 수단임에 분명하다. 꿈꿀 수 있는 자가 낭만스러울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어느 순간엔가 ‘영화판’이라는 늪에 발을 담그고 있는 나에겐 ‘낭만적’으로 영화를 보았던 경험이 상당히 가물거리는 기억이 돼버렸다. 업으로 삼고 있는 대상에 대해 꿈을 간직한다는 것은 쉽고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특히나 빵문제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열정’ 하나로만 버틴다는 건 더더욱
나의 바이블, 나의 치료제, <인디아나 존스2 - 마궁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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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속담 중에 우인동산(愚人動山)이란 말이 있다.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라는 뜻인데, 이야기의 기원은 이렇다. 옛날 중국 어느 지방에 한 노인네가 살고 있었는데 그 양반이 살고 있는 마을엔 커다란 산이 하나 있어서 다른 마을로 가려면 늘 먼길을 돌아서 가야만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네가 손수레를 끌고 나오더니 산모퉁이 한쪽 끄트머리에서부터 흙을 퍼 나르더란다. 동네사람들이 “뭐하시는 겁니까”라고 묻자 노인네는 “산을 옮기려고 그러네”라고 말했단다. 마을사람들은 황당해하며 “노인네가 어느 세월에 이 산을 다 퍼 옮기겠다는 것이냐”며 정신나간 사람 취급을 했을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그 노인네 왈, “내가 다 못하면 내 아들이 할 것이고 내 아들이 다 못하면 내 손자가 할 것이고, 결국엔 이 산이 다 옮겨질 걸세”라고 했다고 한다.네덜란드 사람들은 실제로 그런 어리석은 일들을 오래 전부터 실천하고 있었다. 잘 알려진 대로 네덜란드는 땅이 좁고 해수면보다 낮아서 늘 간
김형태의 오! 컬트 <잉글리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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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73년에 신문기자 노릇을 시작했다. 긴급조치와 유신통치의 시절이었다. 1979년 가을에, 박정희 대통령은 살해되었다. 80년 봄부터, 모든 억눌렸던 것들이 폭발했다. 그해 봄은 위태로웠다. 노동조합의 민주화와 근로조건의 인간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연일 시가지를 마비시켰다. 그때, 나는 무력한 기자로서 현장에 있었다.2002년 봄에 나는 다시 사건기자로서 현장으로 돌아왔다. 현장에 투입된 그날부터 공기업 노조들의 파업과 집회가 시작되었다. 철도노동자들은 건국대학교 운동장에 모였다. 봄바람이 흙먼지를 날렸다. 나는 이틀 동안 현장을 지켰다.노동자들은 ‘민영화 반대’와 ‘24시간 맞교대 철폐’를 부르짖었다. 24시간 맞교대는 30년 전의 취재현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또 24시간 연속근무에 따른 수많은 인간고의 문제도 30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유신시대의 투쟁구호를 그들은 3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외치고 있었다.24시간 맞교대는 인간의 몸의 조건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 노
늙은 기자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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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 더 어려울까, 연기가 더 어려울까. ‘최연소 쌍둥이 가수’로 현란한 춤솜씨를 과시했던 꼬마가수 량현, 량하 형제가 이번엔 연기에 도전한다. 명필름에서 제작하는 김현석 감독의 <YMCA야구단>에서 쌍둥이 꼬마멤버가 되어 한국 최초의 야구단에 입단한 것. 감독에 김혜수, 주요 야구단원에 송강호, 김주혁, 황정민을 ‘스카우트’한 데 이어 량씨 형제까지 끌어들임으로써 막강한 캐스팅 진용을 구축한 <YMCA야구단>은 4월9일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YMCA야구단>은 1905년 구한말을 배경으로 야구를 둘러싼 해프닝이 유발하는 웃음을 그리는 코미디다.
량량브라더스, 영화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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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뒤. 라이베이거스 특설링에서 김득구를 눕혔던 챔피언 레이 붐붐 맨시니가 20년 전 비극의 현장을 재현한 LA <챔피언> 촬영현장에 나타났다. 맨시니는 링에 올라가 1천여명의 현지 엑스트라에게 인사를 건네고, “김득구와의 경기 이후 살인복서로 불리며 한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해 자신에게도 ‘그날’이 악몽이었음을 고백했다. 또 유오성에게 “김득구는 유쾌하고 쇼맨십도 강한 사람이었다. 지쳐 있다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활기찬 사람이었으니 기운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고. 김득구와의 경기 이후 복서로서의 삶을 접은 맨시니는 현재 영화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 경기는 내게도 마지막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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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남자’ 여명이 극단적으로 여인을 사랑할 때. 한국, 타이, 홍콩 3개국 합작 미스터리영화인 <쓰리> 가운데 마지막편인 <포토샵>에 <첨밀밀> <유리의 성> 등 홍콩멜로의 단골 주인공 여명이 캐스팅되었다. <쓰리>는 한국의 김지운, 타이의 논지 니미부트르, 홍콩의 진가신 감독이 만든 30분짜리 미스터리 단편 세편을 붙이는 옴니버스 영화. 진가신의 <포토샵>은 한 남자의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극단을 보여주는 미스터리멜로다.한편, <쓰리>의 한국편인 김혜수, 정보석이 출연한 김지운 감독의 <메모리즈>는 이미 촬영이 끝난 상태. 기억상실에 걸린 여자가 기억을 되찾으면서 벌어지는 공포를 그린 정통 미스터리다. 타이편인 <휠>은 타이 전통인형극의 명가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해 11월 부산영화제 때 제작발표회를 가졌던 <쓰리> 프로젝트는 <포토샵>
죽음을 넘어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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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란>에서 강재의 룸메이트 경수, <선물>에서 이정재의 개그 파트너로 등장, 속정깊은 남자를 인상적으로 연기했던 공형진이 다시 한번 속깊은 ‘남자’ 친구가 된다. 영화세상에서 제작하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에서 신은경의 어릴 적부터의 친구인 준 역에 캐스팅된 것. 준은 약간 촐랑거리지만 마음속 깊이 주인공 효진을 이해해주는 남자.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 효진의 사랑찾기를 코믹하게 그릴 <좋은 사람 있으면…>은 이로써 신은경, 정준호, 김여진에 이어 공형진까지 주요 배역 캐스팅을 마치고 지난 3월10일 크랭크인했다. 신인 모지은 감독의 데뷔작이다.
<좋은 사람 있으면...>에 합류한 공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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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타, 이젠 영화계를 강타한다! 가수 강타가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 출연한다. 이 영화에서 강타가 맡을 역할은 성소(임은경)가 한때 사랑했던 가수 가준오. 가준오는 많은 장면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성소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연인인 탓에 비중이 적지 않은 캐릭터. 장 감독이 고심 끝에 강타를 캐스팅한 데는 강한 의지를 보인 그의 태도도 한몫 했다고 알려진다. 강타는 이미 몇 장면을 촬영했으며, 3월 말쯤에는 이 영화의 마지막 촬영이기도 한 가준오의 콘서트 장면에서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된다. 강타는 이 장면에서 직접 작곡한 노래를 스스로 부를 예정이기도 하다.
성냥팔이 소녀의 첫사랑,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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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노나 라이더의 베벌리힐스 백화점 절도혐의에 대한 예심재판이 미국시각으로 지난 3월14일 열렸다. 재판 전 나돌던, 백화점 CCTV가 라이더의 무죄를 입증해줄 거라던 변호인쪽의 주장과 달리, 재판에서 검사쪽은 그녀의 유죄를 입증할 생생한 비디오 녹화물을 제시해 변호인쪽을 곤혹스럽게 했다. 출두할 것으로 알려져 있던 위노나 라이더는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라이더는 지금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쪽이 제시한 비디오테이프에는 그녀가 가위로 상품의 택을 잘라내는 장면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라이더는 지난해 12월 5천달러 상당의 의류와 헤어 액세서리를 훔친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녀의 절도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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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와 빌리 밥 손튼 부부가 캄보디아 남자아기를 입양했다고, 졸리의 아버지 존 보이트가 밝혔다. 아기의 이름은 매독스. 7개월된 어린 아기로, 졸리는 몇달 동안이나 이 아기를 기다린 끝에 겨우 품에 안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여행 중 졸리와 손튼은 처음 이 아이를 보았고 그 순간 아이에 대한 사랑에 빠져들어 입양을 결심했다고 한다. 졸리 부부에게는 손튼이 전 부인과의 사이에 얻은 두 아들이 있는데, 다행히 이들도 동생의 등장을 환영한다고. 졸리는 매독스를 미국과 아이의 모국인 캄보디아 양국에서 키우겠다고 양육계획을 밝혔다.
캄보디아 남아 입양한 안젤리나 졸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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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렉터 박사가 10년 전으로 돌아간다. 올 가을 개봉을 목표로 1월부터 촬영중인 렉터 박사 시리즈 제3탄 <레드 드래곤>은 <양들의 침묵> 시점에서 10년 더 과거의 이야기. 갑자기 10년 정도 젊어지라는 지령을 받은 앤서니 홉킨스는 64살의 노령에도 불구, 식이요법과 헬스, 안면마사지를 병행하며 젊어지기 대작전을 벌이고 있다.<러시 아워> <패밀리 맨>의 브렛 래트너 감독이 연출하는 <레드 드래곤>은 1981년 토머스 해리의 동명소설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다. <양들의 침묵>에서처럼 FBI가 감옥에 갇힌 렉터 박사에게서 연쇄살인범 검거의 실마리를 얻으려 한다. <양들의 침묵>의 버팔로 빌 자리에 들어오는 인물이 레드 드래곤. 해리스의 작품에 나오는 다른 살인자들과 마찬가지로 문화애호가이며, 레드 드래곤이라는 별칭도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명에서 따온 인물이다. 스스로를 레드 드래곤이라고 부르는 이 살인마
10년 젊어진 렉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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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mm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다큐멘터리 한편이 개봉한다. 3월15일부터 19일까지 아트선재센터(02-733-8945)에서 상영하는 서태지의 팬덤에 관한 130분짜리 다큐 <이것은 서태지가 아니다>가 그 주인공. 개봉 하루 전날 만난 전명산 감독은 정신없이 바쁜 상황을 “30분밖에 못 잤어요”라는 한마디로 갈음한다.2000년 8월29일. 서태지가 4년7개월간의 미국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온 날이자, 전명산 감독이 <이것은 서태지가 아니다>를 찍기 시작한 날이다. “그냥 우연이었죠.” 사회학과 대학원을 다니다 “현실을 바로 보기에 이론은 무용하다”는 생각에 허허롭게 공부에서 손놓고 있던 그해 여름, 디지털카메라인 소니 VX-2000을 사서 뭔가를 찍어보고 싶었던 그는 서태지 귀국을 취재하러 공항에 나가는 잡지사 기자 친구를 따라나섰다.포토라인에서 서태지를 기다리던 중 그의 카메라가 포착한 것은 몇 천명에 이르는 질서정연한 군중, 그리고 그들의 무반주 합창. “검게
개봉하는 <이것은 서태지가 아니다> 개봉한 전명산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