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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때는 봄. 지난해 내내 불어댄 모음앨범 열풍이 음반업계를 황사처럼 뒤덮고 있는 중. O.S.T 음반업계라고 그 바람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봄에 어떤 영화음악을 모아야 대중에게 다가가기가 쉬울 것인가. 이번엔 음반기획자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본다. 그들에게는 터지느냐, 안 터지느냐, 그게 문제다.그 정답 중의 하나가 바로 ‘이와이 지’ 모음집이 아닐까. <러브 레터>의 빅히트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와이 월드’라는 일본풍의 신조어를 낯설지 않게 만들었다. 그 감각적인 화면에 붙었던 감각적인 멜로디를 모은 앨범. 음….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선물하기 딱 좋다, 뭐 그렇게 생각했을까.하여간, 일본 젊은 감각의 대중적 표본인 이와이 순지 영화들에 쓰인 음악을 한데 모은 앨범이 달뜬 봄 시즌을 겨냥하여 나왔다. <언두> 같은 그의 초기 단편에서부터 <러브 레터>나 에 이르기까지 꽤 많은 영화를 망라하고 있어 이
`이와이 순지` O.S.T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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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계는 ‘비상시국’이다. 3월에 들어서자마자 영화인회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을 비롯한 영화단체들은 수시로 연석회의를 열어야 했다. 문화관광부가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산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영진위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진위는 토론회 등을 열어 이제는 한국영화산업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이제는 다양한 영상문화가 숨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영화계 여론에 귀기울였다. 그리고 이를 위한 방안으로 예술영화전문투자조합 결성, 예술영화전용관 운영 안을 내놓았고, 이에 대한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문화부의 답변은 간단했다. “원금 보전이 어려운 소진성 예산이니 내줄 수 없다”는 것. 그런 이유로 승인된 예산안에서는 이와 관련한 항목들이 모두 빠졌다. 게다가 영진위의 위탁 사업으로 진행해오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이를 두고 영화인들 사이에서 “과거 영화진흥공사 시절로 회귀하
정부의 일방적 예산 책정에 반대하는 영화인회의 이춘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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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봄으로 들어가는 요즈음은 크리스마스와 가장 상관없는 계절인 듯 싶다. 가을과 겨울에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거나 지나가 낯설지 않고, 차라리 여름은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두개의 모순된 상징이 충돌하며 오히려 효과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게다가 한 여름에 생각하는 크리스마스의 풍광은 얼마나 시원한가!). 그러나 겨울의 무거움을 떨어버리려는 봄에는 크리스마스와의 특별한 인연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눈 오는 풍광이나 지나간 트리, 구세군의 종소리 따위의 이미지도 낯설고, 지난 크리스마스를 추억하기도 고작해봐야 몇 개월이 흐른 뒤여서 쑥스럽다.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색상인 빨강과 초록으로 데커레이션되어 있고, 하얀 눈을 맞고 서 있는 코트 입은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려진 <그녀들의 크리스마스>는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의 여왕 봄에 맞지 않는 불협화음 같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새콤달콤쌉싸름’한 크리스마스의 기억이라니. 카피치고는 세월의 흐름에 둔감한
한혜연 단편집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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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은 끊임없이 인간의 도전을 이끌어내게 마련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인간의 도전에 경의를 표하고 실체를 드러낸 수수께끼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수수께끼들도 정말 무한하다고 할 정도로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직도 UFO를 이야기하고, 피눈물 흘리는 성모상을 이야기하며, <세계의 불가사의> 같은 책을 읽는다. 물론 그 이유는 대부분 수수께끼라는 것이 주는 묘한 긴장감을 즐기기 위한 것이지만, 간혹 자신이 궁금해하던 수수께끼 하나가 풀려나갈 때 가질 수 있는 희열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설 속의 연쇄살인범이자 <프롬 헬>의 소재가 된 잭 더 리퍼가 아직까지도 팬클럽(?)을 몰고 다니는 것도, 아마 그런 희열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아주 높은 수수께끼 중 하나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그런데 그 팬클럽 회원 중에 최근에 아주 유명해진 여성이 한명 있다. 바로 범죄소설가인 패트리샤 콘웰. 그녀가 유명해진 것은 지난해 12월 다이앤 소여가
<프롬 헬>의 연쇄살인마를 추적해온 범죄소설가 패트리샤 콘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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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전사 009> <버그> <필승아 놀자> 등을 발표한 김준범은 출판시장의 불황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왜곡된 인터넷만화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자신의 콘텐츠만으로 웹진을 오픈했다. 이 웹진은 보통 다른 작가들이 운영하는 공식 홈페이지처럼 무료로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유료화를 목표로 한다. 웹진 엑스타투(www.xtaatu.com)는 웹진제목과 동일한 신작 컬러만화인 <엑스타투>와 예전의 작품들(<버그> <천둥벼락> <필승아 놀자>)과 각종 게시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용료는 1개월 1000원/ 3개월 3000원/ 5개월 5000원/ 1년 1만원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신작 <엑스타투>다. 어떤 종이잡지에도 연재하지 않고 오직 인터넷 연재만을 목표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1주일에 12페이지씩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어 웹진 연재의 가능성, 인기작가와 작품을 통한 독자의 유입 등
김준범의 1인 웹진 엑스타투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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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다. 바야흐로 월드컵 무드다, 라고 쓰려고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아서 말을 바꿨다. 광적인 축구 팬이 아닌 탓에 혼자 국민적 열기를 못 느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돌 맞으려나?). 잘못 말했다가는 다칠지도 모르니 내 경우에 한정시켜 말하자면, 정부와 미디어가 주도하는 열기가 나한테까지는 전달되지 않는 느낌, 먹고살기도 바쁜 데 월드컵에 신경쓸 겨를이 어디 있단 말이냐, 이런 심정이다.월드컵 개최지 국민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내 자세를 새삼 들먹인 건 이번에 소개하는 <우정의 그라운드> 때문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축구 애니메이션이다. KBS 미디어와 드림키드넷이 기획한 <우정의 그라운드>는 KBS2TV를 통해 매주 목요일 오후 5시30분에 방영되는 26부작 시리즈. 지난 2월21일 첫방영을 시작한 이 작품은 일본 <NHK BS2>에서 매주 월요일 6시 <킥 오프 2002>란 제목으로 동시에 소개되
승리보다 값진 팀워크 <우정의 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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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에 감명받은 사람들이 모여 SF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능력이 부족하고 시간도 촉박해서 고민 끝에 <스타워즈>의 우주선 이미지를 그대로 복사해 영화 배경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조지 루카스에게 한마디 귀띔도 없었던 건 물론이다.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스타워즈> 열성팬 하나가 영화 시사회를 보고 회사 홈페이지에 항의문을 올렸다. 처음에는 오리발을 내밀던 회사지만 결국은 사실을 인정한다. “우리 영화는 배우의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 소품이나 풍경 등 다른 부분은 다른 영화의 것을 가져다 쓰는 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을 ‘영화 제작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지금 오픈 베타 서비스중인 <세피로스>라는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이 있다. 뛰어난 3D그래픽에 발전된 서버시스템으로 꽤 좋은 평가를 받았고, 유저 숫자도 꾸준히 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어떤 플레이어의 제보를 통해 이 게임이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지르고
<세피로스> 제작사 이매직의 텍스처 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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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탈 컴뱃>을 만든 폴 앤더슨 감독의 SF호러물. 우주선 ‘이벤트 호라이즌’호가 실종된 지 7년 만에 구조를 청하는 신호가 포착된다. 미 우주국은 우주선에 대한 의문점을 풀기 위해 구조선을 파견한다. 구조선의 대원들은 이벤트 호라이즌호에 탑승한 뒤 하나씩 목숨을 잃거나 기이한 현상을 경험한다. 선장과 윌리엄 박사 등은 처음엔 과학적 해명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이들은 이벤트 호라이즌호가 하나의 생명체가 아닌가 의심한다. SF장르에 고전적 공포를 결합한 수작.
[TV영화] 이벤트 호라이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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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만큼 우리에게 순수한 감동을 주는 것이 또 있을까.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크게 숨을 들이쉬고 맑은 하늘을 쳐다볼 여유가 필요하다면 <위대한 비상> 홈페이지에 들를 것을 권한다. 몇년 전 경이로운 곤충의 세계를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여주었던 <마이크로 코스모스> 제작팀이 철새의 대장정을 카메라에 담아 돌아왔다. 홈페이지에서는 상세히 제작과정을 공개하여 ‘도대체 철새들을 어떻게 따라다니며 촬영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해소시켜준다. 35종에 이르는 조류의 캐스팅(?) 과정, 땅에서보다 하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위험천만한 촬영과정 등을 담은 예고편과 메이킹 필름이 흥미롭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능가하는 뛰어난 영상미를 좀더 음미하고 싶다면 아름다운 풍광 사진이 걸려있는 갤러리 코너를 찾아 PC의 배경화면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겠다. 자연의 소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는 호평을 받은 오리지널 사운드트랙도 일부 감상이 가능하다. 새들의 대화를 재치있게 말풍선에 채워넣는
<위대한 비상>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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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시걸, 미셸 존슨 등이 주연한 액션물. ‘글리머맨’은 원래 특수요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지만 지금은 잭 폴이라는 형사로 있다. LA에서 가정집에 침입해 참혹한 살인극을 저지르는 범행이 발생한다. 강력계 형사 잭이 사건에 투입되지만 수사엔 별 진전이 없다. 잭의 전처가 살해되고 잭의 지문이 현장에서 발견되자 오히려 그는 살인범 누명을 쓴다. 파트너인 짐은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다. 짐은 사건 배후에 미심쩍은 구석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것이 잭의 과거와 연관되었음을 안다.
[TV영화] 글리머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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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의 로버트 밴튼 감독작.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한 여성의 눈물겨운 드라마다. 평화롭게 살던 에드나는 하루아침에 남편과 사별한다. 어느 흑인에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것. 남편이 남긴 빚 때문에 모든 재산이 하루아침에 날아갈 처지가 된다. 아이들을 데리고 홀로 살아가게 된 에드나는 실의를 딛고 새로운 의지를 다진다. 그녀는 농장을 지켜내기로 결심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면화재배에 나선다. 배우 샐리 필드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으며 로버트 밴튼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TV영화] 마음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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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oved Infidel 1959년, 감독 헨리 킹 출연 데보라 카<EBS> 3월24일(일) 낮 2시“<위대한 개츠비>를 세번 읽은 사람이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 어느 소설에선가 쓰인 문장이 새로 출간된 <위대한 개츠비>의 홍보문구가 되었다고 한다. 소설의 역사적 의미에 관한 이야기는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겠지만, F. 스콧 피츠제럴드라는 작가의 삶이, 어느 스타보다 화려한 조명을 받았으며 그만큼 명암도 깊었다는 건 분명하다.로스트 제너레이션, 즉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적 이상을 상실한 세대의 대변자였던 피츠제럴드는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성공을 맛보았고, 쾌락과 향락의 세계에 깊숙이 잠겨들었다. 소설의 인세를 단 며칠 동안 술값으로 모조리 탕진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 미국적 꿈의 허상을 조롱하면서 피츠제럴드는 역설적으로 작가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역사상 가장 멋지고 화려한 술잔치”에 열중했던 셈이다. <사랑의 흔적&
헨리 킹 감독의 <사랑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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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간첩이다. 간첩도 권투선수 홍수환을 안다. 간첩이라면 모르겠지만, 남한 사람이라면 죄다 문성길도 안다. 모두 WBC 밴턴급으로 출발해서 각각 J 페더급과 S 플라이급에서 뛰었던 두 복서가 만약 대결을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한국의,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최고의 경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강펀치의 인파이터 문성길과 비호 같은 풋워크와 여우 같은 지략을 가진 복서 겸 파이터인 홍수환의 활동시기는 무려 10년이나 차이가 난다. 권투팬들 좋자고 애꿎게 ‘선수’들에게 게임을 요구할 수도 없다.하지만 영화에서는 그것이 가능해진다. 허종호 감독의 2001년작 <승부>(35mm, 컬러, 21분)는 그 홍수환과 문성길의 경기를 담은 영화지만, 시대배경은 둘 다 겨우 국내에서 10전 정도를 치른 시절이다. 물론 독립영화답게 조금은 실험적이고 단편영화답게 아우라가 흘러넘친다.누구나 그렇겠지만 둘 역시 맞고 싶지 않고 쓰러지고 싶지도 않다. 특히 까만 눈망울의 여자아이가 있고
독립·단편영화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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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드라마의 그림자는 길다. 일주일에 두번 하는 미니시리즈를 시청자들은 언제나 곁에 두려고 한다. 핸드폰에 <겨울연가> 삽입곡을 다운받고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에도 배용준 목도리를 흉내내고 최지우 폴라리스 목걸이를 산다. 미장원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전화로 수다를 떤다. <가을동화>로 비슷한 종류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윤석호 PD가 <겨울연가>를 시작할 때 KBS는 건물 한면을 채우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대문짝만하게 걸린 기대감이었다. KBS의 기대감 섞인 홍보는 계속됐다. <겨울연가> 방송 뒤 서버 다운을 보도한 뉴스, <서세원쇼>가 출연자를 불러서 한 토크쇼, <연예가 중계>의 5차례 촬영현장 방문기 등.한회 학습으로 끝내는 복잡한 스토리 <겨울연가>의 스토리 라인은 복잡하지만 이야기는 단순하다. 한국인 시청자들의 그간에 갈고 닦은 노하우로 한회를 학습하는 것으로 모든 것을 간파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겨울연가> 신드롬, 그 기억상실의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