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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라 눈물이 났습니다." 일곱살 짜리 개구쟁이 도시 아이와 일흔 일곱 살의 시골 할머니와의 짧은 산골동거 이야기가 전국 극장가를 눈물에 젖게 하고 있다. 영화 <집으로…>(이정향 감독ㆍ5일 개봉)가 개봉 2주째인 14일 오후 전국 관객100만명을 돌파했다. 평균 좌석 점유율은 86%. 기존의 흥행공식인 인기스타 출연이나 극적반전, 물량공세를 철저히 무시한 이영화가 '영화의 힘'에 100% 기대 이런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평단과 충무로는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영화의 인터넷홈페이지를 비롯해 각종 영화 관련 사이트에는 "조폭 영화에 지쳐있었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삶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평온한 마음을 갖게 해줬다"는 등 <집으로…>의 감동을 전하는 감상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 영화는 또한 극장가의 주된 '고객'인 20대 일변도의 관객층을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실제로 극장가에서는 손자·손
영화 <집으로…> 흥행 비결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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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이고 부드러운 외모로 여성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탤런트 감우성(33)이 영화 <결혼은, 미친짓이다>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뒤 지난 91년 MBC 공채로 연예계에 입성한 그는 <산> <메디컬센터> <눈으로 말해요>등 수십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던 베테랑 배우다. "영화를 위해 11년간 연기 훈련을 하며 기다렸다"는 그는 첫 작품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결혼은…>은 두 남녀의 불온한 연애담을 통해 우리나라 결혼 제도를 곱씹어보는 영화.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탄탄한 작품"이라고 판단해 데뷔작으로 골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결혼에 대해 냉소적인 생각을 가진 `바람기' 다분한 노총각 대학 강사 `준영'역으로 등장했다. 부모의 성화에 못이겨 맞선을 봤다가 `연희'(엄정화)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결혼은 하지 않는다.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겠다는 거짓말을 하기 싫기"때문이란다. 연희가 다른 남자와 결혼
[인터뷰] <결혼은, 미친짓이다>의 감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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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고등학교 2학년인 승진과 지선, 밤이면 몰래 집을 나와 육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지나가는 차에 담배꽁초를 던지며 즐거워하는 10대 소녀들.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승진은 사진 전시회를 보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다소 수줍은 성격이지만, 지선은 과외수업을 하던 사촌오빠를 유혹할 만큼 과감하다. 단짝친구지만 지선은 승진에게 매달리지 않는다. 마음만 내키면 승진을 내버려두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린다. 어느 날 밤 사촌오빠와 섹스를 한 지선이 승진을 찾아온다. 둘의 밤은, 그저 막막하고 뚜렷한 이유없이 힘든 시기를 위로하는 유일한 탈출구이다.■ Review <둘의 밤>은 <고양이를 부탁해>의 예고편격인 영화이다. 단편영화를 만들 때부터 정재은 감독은 성장기 소녀의 이야기에서 정서적 공감을 끌어오는 특별한 재능을 발휘한다. 성격이나 집안환경은 다르지만 두 소녀는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위안이 된다. 작은 갈등이 있으나 극의 후반부에 이르면 둘은 서로
[Review] 둘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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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초등학교를 다니는 소녀 유진은 남들이 알 수 없는 도형으로 일기를 쓴다.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이 두렵고 창피하며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일까? 영화는 첫 장면을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해서 유진이의 집 안으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간다. 유진이 아버지는 시인이다. 가난이 흐르는 방, 시인인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에다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내는 집을 나갔고 유진이 동생은 구멍가게 주인으로부터 “어미없는 애가 그렇지”라는 소리를 듣는다. 어느 날, 깔끔하게 차려입고 면도까지 하고 나간 아버지가 술취해 들어오더니 방에 누워 일어나지 않는다. 유진이는 아버지의 시신에 이불을 덮어두고 동생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 Review 정재은 감독은 <도형일기>의 소재를 “고아원에 가는 게 무서워서 죽은 아버지의 시체와 일주일을 같이 산 소년에 관한 신문기사에서 얻었다”고 말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감독은 이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Review] 도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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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의 산파“우리는 25년 동안 영화사를 연구해왔으며 역사가란 필름보관소, 도서관 또는 그 밖의 개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빚을 지는 존재인지를 깨닫게 됐다.”(크리스틴 톰슨·데이비드 보드웰, <세계영화사>)영화의 역사는 역사가들의 혜안과 통찰에 의해 쓰여지는 것이지만, 그 이전에 사료(史料)라 할 수 있는 영화 필름이 분실됐거나 훼손됐다면 존재할 수 없다. 보통의 역사가들이 사료로 삼는 서적이야 보관이 비교적 쉽지만, 영화사의 사료인 필름은 온도와 습도 등을 알맞게 조절해주지 않는다면 폐기조차 힘든 ‘공해물질’로 전락하게 된다. 영상자료원 또는 필름보관소의 존재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1930년대 스웨덴, 독일, 영국,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영상자료원은 그동안 영화의 역사가 탄생하는 분만실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왔다. 1938년 프랑스 파리에서 결성된 세계영상자료연맹(FIAF)은 30년대 중반 유성영화의 등장으로 이전까지 만들어진 무성영화가
세계영상자료연맹은 어떤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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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마지막 아카디아인인 마테유스(드웨인 더글러스 존슨)는 동료 둘과 함께 발렌저(마이클 클락 던컨) 등이 이끄는 부족으로부터 멤논의 암살을 의뢰받는다. 멤논은 소수민족들을 말살하고 새로운 제국을 건설하려는 악의 통치자다. 멤논의 성 ‘고모라’에 잠입에 성공했으나 멤논 암살에 실패하고 동료 둘을 잃은 마테유스는 복수를 다짐한다.■ Review <미이라> 시리즈를 연출했던 스티븐 소머즈가 각색을 맡고, <미이라2>에서 ‘스콜피온 킹’으로 출연했던 ‘더 락’(드웨인 더글러스 존슨)이 주인공으로 나오긴 하지만 <스콜피온 킹>은 <미이라> 시리즈로 묶긴 뭣하다. <미이라2>에서 잠자는 저주를 깨운 악의 화신이었던 ‘스콜피온 킹’의 전사, 그러니까 스콜피온 킹이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가 <스콜피온 킹>이다. 그외엔 별다른 근친성이 없다.재미있는 것은, 드디어 ‘주인공’이 된 스콜피온 킹이 악마가 아니라 더없는
[Review] 스콜피온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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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치과의사 테드(쿠바 구딩 주니어)는 아침이면 바닷가를 조깅하고 때로 일광욕하는 미녀들을 구경하며 마이애미의 자연 속에 유유자적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한통의 소환장이 날아든다. 그의 생모라는 알래스카의 한 여인이 그의 앞으로 남긴 유언장. 자신이 입양아란 것을 알게 된 테드는 황급히 생모의 유산이 있는 알래스카로 날아가나, 그곳에 있는 건 썰매 끄는 개 여덟 마리뿐이다. 어쩔 줄 몰라하는 그 앞에 괴팍한 노인 선더 잭(제임스 코번)이 나타나 개들을 사겠다고 하는가 하면, 아리따운 여성 바브(조애나 바칼소)는 테드에게 썰매대회 우승자였던 생모 이야기를 하며 그의 마이애미행을 만류하는데…. 잭에게 개를 넘기고 마이애미로 돌아온 테드는 옛 가족사진 한장을 발견하고는 다시 알래스카로 가, 황급히 개썰매를 몰기 시작한다.■ Review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와 알래스칸 맬러뮤트의 만남? <스노우 독스>는 <베토벤>의 브라이언 레반트 감독이 연
[Review] 스노우 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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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아내 메리(데브라 메싱)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 급작스런 사고를 당한 <워싱턴포스트> 기자 존 클라인(리처드 기어)은, 병원에서 아내가 뇌종양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메리는 “당신은 그것을 보지 못했죠”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며, 존은 아내가 그린 나방 비스름한 괴물의 그림을 보게 된다. 2년 뒤 밤중에 드라이브를 하던 존은 뜻하지 않게 포인트 플레전트라는 마을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존은 이 마을 사람들도 메리가 봤다는 나방 모양의 거대한 사람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경찰관 코니(로라 리니)와 함께 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Review 1967년 12월,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 포인트 플레전트라는 마을에서 실버브릿지라는 다리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46명의 주민이 사망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건 즈음, 밝은 빛을 내는 나방 모양의 사람 또는 괴물을 봤다는 마을 사람들의 증언이
[Review] 모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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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정신과 상담의 미셀(장 위그 앙글라드)은 남편과의 사도-마조히즘에 대해 상담하는 미모의 여인 올가(엘렌 드 푸제홀레)의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깜빡 잠이 든다. 꿈속에서 그녀를 학대하다 목을 조르는 꿈을 꾸는 그. 깨어나보니 그녀는 정말로 목이 졸린 채 죽어 있다. 미셀은 이 모든 이야기를 자신의 상담의이자 스승인 지보비치 박사에게 털어놓지만 올가의 죽음에 대한 이유는 갈수록 아리송해져만 가고 이제 미셀은 올가의 시체를 감추어야만 한다.■ Review 장 자크 베넥스가 <베티 블루> 이후 15년 만에 던지는 화두는 성과 죽음의 묘하게 비틀린 결합이다. 여기서 그의 언어는 <디바>보다는 수다스럽고 <베티블루>보다는 정돈되어 있으며 영상과 색채는 여전히 선명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것을 반영한다.여인의 나체 그림으로 드러나는 강렬한 이미지에서 출발하여 정신과 상담의 미셀이 지보비치 박사에게 자신의 상담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
[Review] 모탈 트랜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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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크리스마스 무렵의 백화점, 마지막 남은 장갑을 사기 위해 동시에 손을 뻗은 사라(케이트 베킨세일)와 조너선(존 쿠색)은 한눈에 호감을 느끼고 낭만적인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낸다. 헤어질 무렵 연락처를 교환하자는 조나선에게 운명론자인 사라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즉 조나선의 연락처를 쓴 5달러 지폐를 그 자리에서 당장 써버리고, 자신의 연락처를 쓴 책을 헌 책방에 팔아버리자고. 만약 이 지폐와 책이 다시 서로의 손에 들어오면 자신들은 진짜 운명의 상대일 거라고.■ Review <세렌디피티>를 보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떠올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인 겨울 뉴욕의 풍경, 거리상으로 멀리 떨어진 두 남녀, 그리고 ‘운명’ 혹은 ‘우연’이란 단어의 반복. 하지만 “운명이란 건 인간이 발명한 말일 뿐이야. 왜냐하면 우리는 모든 일이 우연히 일어났다는 사실을 참을 수가 없으니까”라며 일면식도 없는 사랑을 찾아 시애틀
[Review] 세렌디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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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영화 대륙으로1994년 이후 제작된 호주영화 10편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오는 4월18일부터 일주일 동안 하이퍼텍 나다에 마련된다. 한 국가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영화제가 열린다는 것은, 그 나라의 영화가 그만큼 우리에게 미지의 영화라는 의미일 것이다. 구미 관객들이 왕가위, 리안, 성룡, 이연걸 같은 스타 영화인들의 이름을 통해 홍콩과 중국권 영화들에 다가섰듯이, 우리에게는 아직 호주의 영화보다, 니콜 키드먼, 러셀 크로, 멜 깁슨, 케이트 블란쳇, 피터 와이어, 바즈 루어먼 등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호주 출신- 혹은 호주에서 교육받은- 영화인들의 이름으로 낯익다. 1906년 세계 최초의 장편영화 <켈리 갱 이야기>를 배출하며 호황을 누리다가 유성영화와 대공황의 도래와 함께 긴 침체에 빠졌던 호주영화는, 1970년대 호주 정부의 지원책에 힘입어 우수한 영화인들을 유럽과 미국에 대거 진출시켰고 최근에는 양질의 저렴한 인력에 힘입어 할리우드 촬영지로 각광받으면서 산
호주특선영화제 개막, 4월18일부터 하이퍼텍 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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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시몽(로랑 뤼카스)과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엠마(카랭 비야)는 함께 산다. 시몽과 달리 아기를 원한 엠마는 임신 5개월 판정에 행복해 하지만, 기쁨이 식기도 전에 유방의 악성종양을 발견하고 유산을 권고받는다. 포기하지 않고 다른 병원을 찾은 엠마와 시몽은 약물 치료를 계속하며 뱃속의 아기를 키워 제왕절개로 분만한 다음 본격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방법을 택한다. 딸 줄리엣이 태어나는 날 유방절제 수술을 받은 엠마.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하기 위해 무균실에 격리된 엠마의 귀에는 시몽이 불러주던 노래가 맴돈다.
■ Review <줄리엣을 위하여>에는 이런 장면이 있다. 새벽녘 눈을 뜬 엠마는 베개 위에 빠져 흩어진 머리칼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암 치료약의 부작용이다. 마침 같이 사는 애인 시몽의 잠을 여자 동료의 전화가 깨운다.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엠마는 소리지른다. “그 여자, 머리숱도 많고 가슴도 크겠지?” 바로 미용사를 찾아간 엠마는
[Review] 줄리엣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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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 한국과 한국말을 버리고 LA로 날아온 남자가 있다. 그는 뜨거운 모래(여기선 뜨거운 밥)에 손을 담그는 기수련법 철사장으로 실연의 아픔을 달래왔고, 그래서 영어 이름도 ‘아이언 팜’으로 지었다. 아이언 팜(차인표)은 택시기사 동석(박광정)의 도움으로 여자친구 지니(김윤진)를 한 술집에서 찾아내 청혼한다. 그러나 지니에겐 막강한 새 남자친구 애드머럴(찰리 천)이 있다. 돈, 비자, 사업수완 등 지니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애드머럴이지만, 무데뽀 정신으로 무장한 아이언 팜은 굴하지 않는다.
■ Review <아이언 팜>은 그 제목처럼 낯선 영화다. LA 한복판에서 소림사의 기수련법을 갈고 닦는 황당무계한 주인공 아이언 팜을, 영화가 고스란히 닮아 있다. 혼성교배와 변칙(반칙)이 장르 트렌드가 된 이즈음의 극장가에 날아든 <아이언 팜>은 엉뚱하게도 할리우드 클래식 코미디에서 자양분을 얻었고, 그렇게 예스러운 코미디를 표
[Review] 아이언 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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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의 방에 갇힌 어머니, 강철이 되다데이비드 핀처와 조디 포스터의 만남이 예사로운 것은 아니다. 도저한 무정부주의자이며 극단적인 스타일리스트 데이비드 핀처와 할리우드에서 가장 지적인 여배우 중 하나인 조디 포스터. 하긴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에 제대로 된 러브 스토리가 거의 없었음을 생각하면, <패닉 룸>에도 그런 건 없을 것이다. 기왕 여인이 주인공이 될 것이라면, 핀처는 오히려 도발적이고 당당한 여인을 좋아한다. <에이리언3>에서 시고니 위버의 머리를 밀게 하고, <파이트 클럽>에서 헬레나 본햄 카터의 퀭한 눈을 만들어낸 것처럼. <택시 드라이버>에서 충격적인 10대 창녀 역으로 화제를 모았고, <양들의 침묵>에서 연쇄살인범 렉터 박사와 기괴한 연정을 나누었던 조디 포스터라면 데이비드 핀처와의 궁합은 썩 어울린다.`안전한 방`에서 안전을 위협받다 컬럼비아대학의 교수인 메그(조디 포스터)는 딸 사라(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함께 맨
미리 보는 <패닉 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