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기명(31)이란 이름 때문에 으레 총각(?) 목소리를 기대했건만,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온 건 아가씨의 씩씩한 목소리였다. 어여쁘지도, 기교도 없는 목소리를 들으며, 분명 생김새도 당찰 거라고 생각했는데, 호리한 몸매에 스무살짜리 미소를 지닌 그녀가 앉아 있다. 연거푸 두번이나 틀리고 나니, 괜히 면전에서 쑥스러운 헛웃음만 짓게 된다. 동석하기가 무섭게 음료수를 뽑아다 주겠다며 바쁘게 일어서는 그녀의 구두에 눈길이 가 머문다. 거칠게 닳은 뒷굽을 확인하자 비로소 중앙시네마에서 ‘억척녀’로 통하는 강기명을 제대로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통성명을 하는데, 전화상의 그 목소리가 또 아니다. 물론 전기신호로 바뀌어지면서 음이 소실되거나 변질된 탓도 있겠지만, 그녀 말대로라면 화려한 ‘비즈니스 애티튜드’(Business Attitude) 중 하나일 것이다. 방실방실 웃는 얼굴 어디에 강단이 숨겨져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에 대해 “홍보할 땐 ‘뻐꾸기’도 잘 날리고, 배급 관련 영
중앙시네마 영업·홍보팀장 강기명
-
도쿄=남동철 namdong@hani.co.kr당신의 눈앞에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거장이 영구 같은 바보 분장에 색동저고리를 입고 <개그콘서트>의꽃봉오리 예술단처럼 쿵짝쿵짝거리며 노래부르는 장면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방금 전까지 자신의 영화세계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던 예술가가갑자기 어릿광대로 돌변해 “한국에서 온 기자분들, 실망하는 표정들 보세요. 좀전까지 날 대단한 감독으로 여겼을 텐데 지금 내가 진행하는 최악의쇼를 보면서 경악하고 있네요”라며 너스레를 떠는 장면을.지금도 매주 5개 TV쇼에서 시청자를 만나는 코미디언 비트 다케시, 그를 모르면 기타노 다케시의영화도 잘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인터뷰를 위해 일본을 찾은 한국 취재진에 기타노 다케시(55)가 보여준 그모습은 타국의 기자들에겐 입이다물어지지 않는 충격이었지만 일본의 시청자에겐 지난 20년 이상 TV에 나오던 모습 그대로다. 도쿄 시부야의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기타노다케시는 TV쇼 녹화현장을 공
<키쿠지로의 여름>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1)
-
마사오 역의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보통 아역배우들처럼 한눈에 너무 예쁜 외모는 아닌데.→30명 정도 오디션을 봤는데 너무 귀엽게 예쁜 아이들은 제쳐뒀다. 가장 일본적인 느낌, 시골 아이 같은 느낌을 염두에 뒀고 그냥 처음 봐서는 그렇게 귀엽게 느껴지지 않는 아이를 캐스팅했다. 처음엔 귀엽게 느껴지지 않다가 뒤로 갈수록 귀엽게 느껴지길 바랐다. 나와 마사오가 친해지는 과정은 영화나 현실이나 다르지 않았다. 처음엔 내 옆에 가까이 오지도 않고 무서워하다가 영화를 찍어가면서 점점 친해졌다.키쿠지로는 마사오를 즐겁게 해주려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놀이를 하는데 그런 놀이들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가.→어떤 쇼프로그램을 하면서 스키장에서 사람들을 벌거벗기는 쇼를 한 적이 있다. TV에서 했던 장난들을 염두에 뒀다.시나리오대로 찍은 게 아니라 즉흥연출이 많았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윤곽을 갖고 작업했는지 궁금하다.→신문의 네컷만화 같은 기승전결만 있었다. 1장
<키쿠지로의 여름>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2)
-
얼굴을 마주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랑이라고 믿은 남자에게 살아서도 죽어서도 집착하는 여고생. 바닥까지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밤마다 <월광소나타>를 치고, 남자의 딸아이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그 원혼이 휴대폰을 울리고 또 울린다. <폰>의 상영관에는 여지없이 찢어지는 비명이 터진다. 그 여고생이 등장할 때마다 그렇다. 그래서 한을 품고 죽은 여고생 진희를 연기한 최지연을 만난 순간, 이렇게 소리칠 뻔했다. “저기요, 저한테는 전화 걸지 마세요.”
그런데 자연인 최지연의 모습은 영 딴판이다. 결코 남을 겁줄 수 있는 얼굴이 아니다. 하긴 <폰> 이전까지 최지연은 ‘청순가련’의 대명사였다. 작고 가녀린 몸매, 선이 부드러운 얼굴, 크고 맑은 눈망울 때문이다. 입에 껌을 물고 유지태에게 권하던 귀여운 아가씨, 장동건이 신발끈을 매어주자 마음이 흔들리고 마는 소녀 등 CF를 통해 처음 얼굴을 알릴 때 최지연은 ‘김희선’과 ‘이영애’를 닮았
사이코라는 별명, 싫지 않은걸요, <폰> 배우 최지연
-
-
인도계 미국인 M. 나이트 샤말란이 감독한 공상과학 스릴러물이자 공포영화 <싸인(Sign)>이 북미지역 상영관 박스오피스에서 정상에 올랐다. 4일 미국 영화흥행집계사들에 따르면 메릴 깁슨이 자신의 옥수수 농장에서 빚어진 신비스런 크롭 서클(곡물밭에 생기는 거대하고 정교한 기하학적 디자인의 선과 원형) 현상을 경험한 농부로 출연한 이 영화는 지난 2일부터 사흘간 6천30만달러의 흥행 실적을 기록했다.흥행 기록 상위 12개 작품이 기록한 예상 수입은 6억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가 하락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8월 복더위에 흥행기록 저하는 흔히 있어왔던 일이라며 더는 떨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싸인의 박스오피스 1위 진입으로 엔터테인먼트그룹 월트 디즈니는 지난 해 11월 <몬스터주식회사(Monster,Inc)>이후 9개월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복귀했다. 이 영화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 3천264개 상영관에 배급됐다.지난 주 수위에
공포영화 <싸인> 북미박스오피스 1위
-
리틀 하이! 리틀 호! 여러분들 제가 돌아왔어요! 설마 이 귀여운 얼굴을 잊진 않으셨겠죠. 리틀가의 차남 스튜어트예요. 많이 큰 것 같다구요? 그럼요. 처음 여러분을 만났을 때, 그러니까 3년 전만 해도 고작 9cm에 0.35kg밖에 안 나가는 어린 새앙쥐였으니까요. 이젠 제법 어른티가 나죠? 비록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축구공과 함께 날아가는 신세이긴 하지만 엄연한 축구선수구요. 운전면허도 있다구요.
제 빨간 컨버터블 스포츠카 보셨어요?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스튜어트집안에 입양되기 전, 그러니까 제가 처음 나타난 건 1920년대, 당시 유명한 에세이스트였던 진짜 아빠 E.B. 화이트의 꿈속이었대요. 아빠는 꿈에서 나온 내 모습을 기억했다가 몇개의 에피소드를 써서 서랍 안에 놔두었고 결국 나는 서랍 속에서 20년 동안 자야 했죠. 하지만 1945년 아빠는 그때 에피소드들에 살을 붙여서 첫 번째 동화 <스튜어트 리틀>을 내놓게 되었고 저 역시 그때 처음으로 세상에 알
4초에 10만달러 버는 쥐랍니다, 스튜어트 리틀
-
“예쁘지 않은 사람만 나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제발 힘들었냐고 묻지 마시고, 재밌게 찍었으니까 재밌게 봐주세요.” <오아시스>의 첫 시사회가 있던 7월29일 대한극장, 설경구와 문소리는 각각 이렇게 인사를 띄웠다. <박하사탕> 이후 2년 반 만에 다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에서 만난 두 배우. 과연 전과 3범의 한심한 남자 홍종두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여자 한공주의 이야기인 <오아시스>는, 이른바 ‘보통 사람’의 편협한 눈에는 예쁘지도 않고, 힘겹고 안쓰러워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가족들에게조차 버림받고 세상 모두로부터 소외당한 두 사람이 서로를 보듬어안을 때, 그들의 초라한 사랑은 사막 같은 삶에 숨통을 틔워주는 수원(水源)이 되어 흐른다. 사회 부적응자 같은 홍종두와 온몸이 뒤틀린 한공주를 가장 순수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연인들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설경구와 문소리가 함께 스튜디오를 찾은 것은 다음날 저
<오아시스>의 두 배우, 문소리, 설경구 [1]
-
문소리
오빠 부부에게 버림받다시피 했지만 혼자 낡은 아파트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공주는 “몸은 장애인이지만, 똑똑하고 자기 의지가 있는 인물”. 불편한 손으로 머리를 삐딱하게 묶어올려 단장(?)하고, 휠체어를 밀어주는 종두에게 활짝 웃어 보이는 모습 등 조금씩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보자면, 어느새 뇌성마비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뛰어넘는 사랑스러움이 배어나기 시작한다. 눈동자부터 손끝 발끝까지 뒤틀린 몸을 연기하면서, 문소리는 내심 “아름다움에 도전에 보고픈” 맘도 있었다고. “예쁘거나 귀엽거나 섹시하거나 한 여배우 세명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가 아닌” 공주가, “영화에서 아름답게 보여진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가지 더 바람이라면, “경구 오빠처럼 영화를 계속 하고 싶다”는 것. 다시 <박하사탕> 이후와 같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기다림은 각오한 바라고 자세를 다지고 있다.
설경구
<오아시스>의 두 배우, 문소리, 설경구 [2]
-
낮에는 유능한 프로그래머, 밤에는 취미삼아 물건을 훔치는 도둑과 여기에 맞서는 ‘소심한’ 가장의 대결을 그린 영화 <도둑맞곤 못살아>는 이웃 일본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사무라이 픽션>의 사이토 히로시의 동명소설이 원작. 잘사는 처가 덕에 남부럽지 않게 사는 공무원 고강태는 요 며칠새 출몰하는 도둑 때문에 밤잠을 설치다가 분기탱천, 도둑을 잡겠다고 중무장을 하고 나선다.양수리 종합촬영소에 세워진 고강태의 호화주택. 시가 1천만원이 넘는 TV가 자리잡은 거실에서는 와이어 액션이 한창이다. 엘리트 도둑 최강조 역을 말은 소지섭. 운동으로 단련된 몸매에다 검은색 작업복이 도둑이라기보다는 마치 특공대 대원을 연상시키는 그는 유도복에 헬멧으로 무장한 소심한 가장 고강태를 상대로 화려한 발차기를 뽐내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천만배우’ 박상면은 고강태 역을 맡아 이 멋진 도둑에게 연신 얻어맞는다. 거기다 자기가 파놓은 함정그물에 걸리기까지 하고….♣ “
<도둑맞곤 못살아> 촬영현장
-
전북 전주시 월드컵 경기장 인근의 6차선 도로 위에 40여대의 자동차가 경찰차와 렉카, 구급차 등에 가로막혀 꼼짝도 못하고 서 있다. 짜증이 난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려서고 더위를 더한 불만들을 내뱉는다. 그때 멀리서 달려오던 소방차가 중심을 잃으며 자동차들 위로 날아오른다. 자동차들을 연달아 들이받으며 소화전까지 박살낸 소방차는 옆으로 누웠고 소화전에서 터져나온 물줄기는 시원하게 공중을 가른다. 코믹액션영화 의 하이라이트로 단번의 OK를 얻어내야 하는 부담이 컸던 이 장면은 소방차 운전자의 안전을 확인하고서야 스탭들에게서 박수가 터져나온다. “와∼!” 열대야로 더위를 피해 거리로 나왔던 시민들도 헌혈에 가까울 정도로 극성스러운 모기들에게 뜯기면서도 감탄사를 터트리며 자리를 뜰 줄 모른다.♣ 단순무식하고 출세를 위해서라면 사랑도 내동댕이치는 마약 밀매단 부두목인 박태호(전광렬)는 물건을 고추장 단지에 숨기지만 물건은 사라지고 단지를 찾기 위한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여경 독고진 역할의
<2424> 촬영현장
-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 소년과 소녀는 나이를 먹고, 세계는 더욱 복잡하고 어두워진다. <해리 포터> 프랜차이즈의 ‘에피소드2’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은, 시리즈에서 점하고 있는 포지션을 놓고보면 비교적 약한 고리로 여겨질 법한 장(章). <…비밀의 방>에는 천덕꾸러기 꼬마의 눈앞에 다이애건 앨리의 관문이 처음 열린 1편이 제공한 신세계의 경이도, 3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자극적인 암흑도, 4편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의 장대한 스펙터클도 없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어느 에피소드보다 유머와 액션, 캐릭터의 배합이 매력적인 <…비밀의 방>은 할리우드의 이야기꾼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드라마를 품고 있다.1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원작에 대한 절대적 충성으로 크리스 컬럼버스 감독과 제작자 데이비드 헤이만이 얻은 ‘머글(마술사가 아닌 보통 사람)이 부린 마술’이라는 평을 뒤집
해외 신작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
영화 <두사부일체>로 데뷔한 윤제균감독이 "두사부 필름"이라는 제작사를 직접 설립해 차기작 <색즉시공>을 찍는다. 윤감독은 <두사부일체>의 흥행성공으로 여러 제작사와 투자사로부터 속편 제안을 받았으나 자신이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이야기를 하고자 직접 제작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색즉시공>은 20대 후반 늦깎이 모범 대학생이 발칙 대담한 여대생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 황당무계 섹시 코미디로 임창정이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다. 윤감독은 주연배우의 첫째 조건으로 '리얼리티가 묻어나는 탁월한 연기력'을 내세웠고, 전작 <두사부일체>에서 카메오로 등장, 이미 윤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임창정을 낙점했다고 한다.
한편, <색즉시공>은 이달 말 크랭크인해 연말에 개봉할 예정이다.
윤제균감독의 <색즉시공>에 임창정 캐스팅
-
최근 공포영화를 보면 기술의 진보를 가장 적극 활용하는 건 각종 악령들인 모양이다. 예전엔 원귀가 서릴 수 있는 매체가 부채나 인형, 반지 따위의 고답적인 소지품에 머물렀지만, 최근엔 핸드폰(<폰>), 이 메일(<하얀 방>), 인터넷 사이트(<피어닷컴>) 등 기술 진보의 모든 첨단분야를 한을 품은 영적 존재들이 장악했으니 말이다. 이런 작품들이 진정으로 새로운 공포를 담고 있는지, 아니면 진부함을 감추려고 소재만 첨단분야를 동원한 건지 판단하는 건 관객의 몫이다. 1982년 데뷔 이후 공포영화라는 한 우물을 파온 윌리엄 말론 감독의 <피어닷컴>은 인터넷 사이트에 원귀가 서려 있다는 설정의 공포영화다. 잡지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중년 남자가 지하철 궤도에 내려가 의문의 죽임을 당한다. 독일에서 유학온 여학생이 욕조 안에서 숨지고 용의자인 젊은 남학생 또한 유치장에서 죽음을 맞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눈에서 출혈을 한다는 점이다. 뉴욕시 경찰국 형
fear.com에 접속해보라
-
내 노래를 들어볼래요. 컴컴하고 허름한 레스토랑 한 구석에서 거대한 금발머리에 빨간 입술을 굵게 칠한 그가 말을 걸어왔다. 그의 이름은 헤드윅. 베를린 장벽의 동쪽에서 살던 어린 시절엔 한셀이라 불리던 “비쩍 마른 계집애 같은 소년”이었고 지금은 “국제적으로 무시당하는 가수”다. 트랜스젠더 로커의 삶을 담은 <헤드윅>(원제 Hedwig and the angry inch)은 시작부터 끝까지 도발적이면서도 깊이를 잃지 않는 록 뮤지컬이다. 언뜻 드랙퀸(여장남자) 무비로도 보이지만 단순히 성적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뛰어넘는다. (한국에서도 15살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 영화는 불완전한 자신을 완성해줄 반쪽을 찾아 끝없이 헤매는 인간의 보편적 갈망에 대한 이야기이자, 이 세상 소외받는 모든 이들에 바치는 헌가다.
70년대 라디오의 미군방송에서 나오는 팝 음악에 젖어있던 소년은 자신을 사랑하는 흑인 미군과 결혼하려고 어머니 헤드윅으로부터 건네받은 가짜신분증을 쥐고 성전환
남자도 여자도 아닌 1인치 살덩이 <헤드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