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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극장이란 델 간 건 일곱살 때다. 신작로에서 놀던 반바지 러닝 바람 그대로 부모를 따라 제천의 어느 극장에서 동시상영하던 왕유의 <돌아온 외팔이>와 유현목의 <공처가 삼대>를 봤다. 이 두편의 영화는 재미있었다는 기억 이상의 자극을 내 뇌의 주름에 남기지 못했다.
내가 처음으로 열광한 영화는 중1 때 본 <용쟁호투>였다. 주연배우는 나만큼 쌍절곤과 괴조음을 잘 구사했고, 성까지 같았다. 이소룡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이한 영화 속 나의 영웅이었다. 지금껏 배우의 브로마이드나 팬북을 산 건 그의 것이 유일무이하다. 특히 쌍절곤. 이소룡은 내게, 쌍절곤만 있으면 세상 누구와 맞서도 두려울 게 없을 거란 환상을 심어줬다. 서울 변두리의 유명한 깡패학교를 중·고등학교 합해 6년씩이나 다녀야 했던 나로선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쌍절곤에 머리통 팔꿈치 맞아가며 지성으로 돌렸다. 요즘 더러 흐린 날 팔꿈치가 시려오는 건 혹시 그 때문이
아바오오우우우∼ 혈투는 끝나지 않았다, <용쟁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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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나 출장을 가게 되면 꼭 찾는 곳이 있다. 대학가의 음반가게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LP음반이 매장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중고음반가게이기 십상이다. 더러 괜찮은 음반을 싼값에 구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단지 우리나라에서 구하지 못한 음반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럴 만큼 음악을 많이 알거나 즐기지도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건 그런 음반가게의 분위기인 것 같다. 목이 쭈글쭈글하게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머리는 부스스하지만 음악에는 도통해보이는 종업원과 단순 거래관계 이상의 유대와 연대감이 느껴지는 가게 안의 손님들(대체로 행색도 종업원과 비슷하다), 그리고 가게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근처 클럽의 조악한 공연 포스터와 아티스트 사진들(물론 머라이어 캐리나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사진은 아니다)이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번도 속해보진 못했으나 과거에도, 지금도 부러운 커뮤니티를.<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주인공 롭(존 쿠색)이 운
김은형의 오!컬트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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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가 시작되자 각 대학의 총학생회가 출범했다. 학생회관 건물에는 붉은 글씨로 쓴 대형 현수막들이 걸렸다. 미군은 물러가라, 신자유주의 반대, 시장경제 반대, 노동자 파업 지지, 장애자 이동권 보장하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라…. 대체로 이 같은 절규들이다.이번 학기에는 여러 대학에서 비운동권이 총학생회를 장악했고, 비운동권 총학들은 연합체를 결성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운동권이 총학을 장악한 대학의 캠퍼스에도 붉은 글씨의 현수막들은 봄바람에 나부끼고 있다.이른바 명문이라는 한 대학의 총학생회 출범식은 요란하고도 적막했다. 하드록을 두들겨대는 밴드와 아마추어 가수들을 초청해놓고 손님을 끌어보았지만 무대 아래 모인 학생은 50여명에 불과했다. 그 출범식이 열리는 운동장 옆에는 더 많은 학생들이 포크댄스나 농구나 배구를 하고 있었다. 과연, 청춘은 아름다워 보였다. 청춘은 아름다워 보였지만, 총학은 그 붉은 현수막으로 표방한 이념적 가치와 지향점을 향해서 대학 공동체의 힘을 모
이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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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名家)라고 예외는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갑작스레 몰아닥친 시련 앞에 25년 동안 쌓아올린 명성은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동아수출공사. 1973년부터 83편의 한국영화를 제작해온 전통의 명가였지만, 삼성영상사업단을 비롯한 대기업들마저 뒷걸음치게 한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한파와 계속되는 흥행실패의 부담을 견뎌내진 못했다. 3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들였으나 서울 관객 5천명도 끌어들이지 못한 채 1주일 만에 종영한 <러브>를 끝으로 한국영화 제작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던 것. 당시 아버지인 이우석 동아수출공사 회장과 함께 자금난을 수습하느라 뛰어다녔던 이호성(39) 대표에게 98년은 ‘악몽의 연속’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월21일 동아수출공사에서 떨어져나와 새로 둥지를 튼 동아엔터테인먼트는 이호성 대표에게 각별하다. 한국영화 제작에 다시 뛰어들겠다는 일종의 ‘재기’ 선언이기 때문. 지난 2월 청담동에 새 사무실을 차리고 난 뒤 얼마 전부터 시나리오 개발
동아수출공사에서 독립한 동아엔터테인먼트 대표 이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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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꿈은 아니겠지. 송은경(37)은 문득문득 잠에서 깨어 자신에게 묻는다. 분장의 길에 접어든 지 10년, 고단했던 2년간의 미국 유학 끝에 고국 땅을 밟으며 얼마나 불안해 했던가. 날 알아봐 줄 사람이 있을까. 분장 인생의 첫 영화 <집으로…>를 만나기 전까지 정신을 갉아먹는 고민의 시간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어진 6개월간의 오지생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침마다 손수 밥을 지어 주연을 맡은 할머니 집으로 날랐고, 마을 경로잔치마다 열심히 추어댄 춤 때문에 ‘핑클’이란 애칭도 얻고, 분장이 도리어 얼굴을 망친다며 도망치는 동네 주민을 따라다니던, 그 한켠에 날벌레, 도마뱀, 개구리….지난 6개월이 모두가 꿈은 아니었을 거다. ‘자연스러워야 한다’를 신조처럼 되뇌이는 감독 밑에서 ‘마음이 짠할 정도로 늙고 추레한’ 할머니를 만들었고, “와, 저거 완전히 내 옛날 모습이네” 하고 웃어젖힐 정도로 촌스러운 철이, ‘클레오파트라 머리’ 혜윤이도 만들었고,
<집으로…> 분장 송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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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학교서울에서 4월 정기상영회를 연다. 문화학교서울은 회원제로 운영되며, 상영작에 관한 세부소개는 홈페이지(www.cinephile.co.kr)를 참조하면 된다. 문의:02-533-3316 1시 3시 5시7시30분 4월 10일 하녀의 일기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범죄에 대한 수필4월 11일 비리디아나 이상한 정열안달루시아의 개. 빵없는 대지4월 12일 자유의 환영잊혀진 사람들 멕시코에서 버스타기4월 13일열정의 심연짐승환상의 전차를 타고 여행하다4월 14일
수사나절멸의 천사난봉꾼은하수4월 15일 나자린세브린느
사랑 없는 여자 4월 16일
자유의 환영욕망의 모호한 대상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문화학교서울 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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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애니메이션에 목소리로 등장한다. 거장의 목소리를 ‘모시는’ 영화는 드림웍스에서 제작하는 3D애니메이션 <샤크슬레이어>(Sharkslayer). 윌 스미스, 안젤리나 졸리, 르네 젤위거, 제임스 갠돌피니 등 다른 목소리 출연자들도 쟁쟁하다. <샤크슬레이어>는 갱스터 거물 물고기의 아들 물고기가 죽임을 당하면서 바닷속 세계에 한바탕 돌풍이 일어나는 이야기. 윌 스미스가 주인공인 꼬마 물고기 오스카를 맡으며,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또 다른 물고기인 사이크스를 연기한다. <엘도라도>의 비보 버게론과 <슈렉>의 비키 젠슨이 감독을 맡으며 2004년 개봉 예정이다.
목소리 연기에 도전장 내민 스코시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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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오성, 애인 공개! 비운의 복서 김득구의 불멸의 연인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곽경택 감독의 <챔피언> 팀이 김득구가 유일하게 사랑한 여인인 경미 역 배우를 공개한 것. 행운의 주인공은 경미 역 오디션에서 3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인 채민서다. 프로필 사진에서 벌써 높은 점수를 받았던 채민서는 수수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배우. 오디션에서도 실제 유오성 크기의 스탠딩 옆에 섰을 때 단연 돋보였고, 곽경택 감독과 주연배우 유오성은 두말할 것 없이 채민서를 ‘합의 낙점’했다고. <챔피언>은 현재 LA 촬영을 마치고 국내에서 멜로 부분을 중점적으로 촬영하고 있다.
채민서, 김득구의 여인으로 <챔피언>에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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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달밤>에서 김혜수의 문제 동생으로 나왔던 이종수와 <친구>에서 여고생밴드 레인보우의 리드싱어 진숙으로 나왔던 김보경이 김의석 감독의 <청풍명월>에 합류한다. <청풍명월>은 인조반정을 배경으로 왕의 호위무사인 규엽과 그의 절친한 친구였다가 적이 되는 무사 지환의 숙명적인 대결을 그리는 시대극. 이종수는 규엽을 보좌하는 강직한 부관 재덕을, 김보경은 규엽과 지환을 거느렸던 무관의 딸 시영을 맡는다. 현재 규엽 역은 조재현, 지환 역은 최민수가 각각 캐스팅된 상태. 이로써 <청풍명월>은 1년여를 기다려온 캐스팅을 마치고 5월 초 크랭크인한다. 제작사는 화이트리엔터테인먼트.
<청풍명월> 캐스팅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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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계약연애 할까요?” 조인성이 신민아에게 넌즈시 이런 말을 들었다? 프리시네마에서 제작하는 영화 <마들렌>에 조인성과 신민아가 캐스팅되었다. <마들렌>은 취향과 성격이 전혀 다른 신세대 젊은이가 사랑을 일구는 과정을 그리는 멜로로, <퇴마록>의 박광춘 감독이 4년 만에 만드는 신작이다.
시트콤 <뉴논스톱>, SBS드라마 <피아노> 등에서 인지도를 높인 탤런트 조인성은 국문과 대학생 지석으로 등장한다. 소설가 지망생인 지석은 9년 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이자 미용사인 희진으로부터 한달간 계약연애를 하자는 ‘당돌한’ 제안을 받는다. 신민아는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아시나요>에서 청순한 베트남 소녀, 무협액션 <화산고>에서 단정한 외모와 강단있는 성격의 검도부 주장 유채이 역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 신민아가 맡은 희진은 계약연애 제안도 먼저 할 만큼 적극적이고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진 모바일 세대의 전형적인 여
조인성·신민아, 영화 <마들렌>에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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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은 외계인으로 나오지 않아요.” <맨 인 블랙2>를 촬영중인 배리 소넨필드 감독이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잠재우는 발언을 했다. 마이클 잭슨은 <맨 인 블랙2>에 카메오로 출연하지만, 무슨 역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곧 외모 탓인지 마이클 잭슨이 외계인으로 나온다는 소문이 돌았고, 배리 소넨필드가 나서서 이를 막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자세한 것은 함구. 다만 “다섯 시간 동안 잭슨과 작업했다”는 것만 밝혔다. “잭슨이 왔고, 난 블루스크린 앞 어디에 서야 할지를 가르쳐줬죠. 우리는 잭슨의 배역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했어요. 촬영도 다섯 시간 동안이나 했죠.”
마이클 잭슨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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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곡들을 힙합곡으로 리믹스한 베스트앨범 <J To Tha L-O>를 발매하고 가수로서 한층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제니퍼 로페즈가 한동안 소홀했던 영화쪽에 발벗고 나선다. 오는 4월11일 msn.com에서 팬들과 온라인 채팅을 할 계획. 로페즈는 새 영화 <이너프>(Enough)에 관해 주로 이야기를 할 예정이라고. <이너프>는 학대받는 여인이 딸을 데리고 남편에게서 도망치는 이야기를 그리는 스릴러다. 로페즈는, 이상형의 남자였고 그래서 결혼까지 한 남자가 생각과는 딴판임을 알게 된 뒤 그에게서 도주하는 주인공 여인을 연기했다. 빌리 캠벨이 남편. 줄리엣 루이스도 조연으로 출연한다.
제니퍼 로페즈, 팬들과 온라인 채팅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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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육지라면>의 김지현 감독이 만드는 장편 <뽀삐>의 주연배우가 바뀐다. ‘뽀삐’역을 맡았던 요크셔테리어 강아지의 연기가 감독의 성에 차지 않아, 캐스팅 단계에서 접전을 벌였던 말티즈 강아지로 교체된다고. “뽀삐의 자아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김지현 감독의 판단이다. 새 강아지는 한 동물병원에서 ‘미용모델’로 키우고 있는 강아지로 미모가 출중하단다. 이번 재촬영 때는 <거짓말>의 이상현씨가 새로 합류할 예정. 백현진, 구성연 등 기존 배우들은 ‘다시 하면 진짜 잘할 수 있다’면서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뽀삐>는 개와 인간의 관계에 관한 릴레이 인터뷰를 담는 영화다.
<뽀삐> 주연 견(犬)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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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헐리에 관한 두 가지 소식. 우선, 그녀가 엄마가 됐다. 현지 날짜로 4월4일 헐리는 건강한 사내아이를 순산했다. 아빠가 누구인지에 관해 논란이 많았던 그 아이다. 헐리는 아이 아빠가 전 남자친구인 영화프로듀서 스티븐 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빙은, “내가 헐리를 임신시킨 사람인지 확실치 않다”라는 말을 했다. 영국의 타블로이드판 신문 <더 미러>는 이를 보도했고, 이를 보고 헐리의 팬들은 격노, 빙을 괴롭혔다고 한다. 빙은 <더 미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어쨌거나 헐리는 아들에게 ‘다미안 찰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또 하나의 소식은, 다미안 찰스를 낳은 몇 시간 뒤, 헐리가 한 노숙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피터 미하일로비치라는 32살의 범인은, 직업도 거처도 불분명한 사람. 아기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산모가 어떻게 노숙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는지는 자세히 밝혀진 바 없지만, 그는 런던 서부 첼시아의 헐리 집 근처에서 체포돼 곧 재판을
엘리자베스 헐리, 아이 아빠는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