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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의 자전거가 우리의 마음에 들어온 것은 20년 전, 외화가 느지막이 수입되던 시절의 한국 관객에게는 꼭 18년 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동안 10살 소년 엘리엇은 서른의 청년이 됐고, 흥행성 약하다는 이유로 콜럼비아 영화사로부터 <E.T.> 기획을 퇴짜맞았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공동대표가 됐다. 20년이 지나고 재회한 영화 <E.T.>는 예전 그대로이면서 또한 다르다. 요즘 10대 관객의 입맛에도 달라붙는 일급 오락영화라는 점에서 <E.T.>는 여전하다. 하지만 한편의 영화가 완결되는 모멘트가 셀룰로이드 표면이 아닌 관객의 지각 속에 있다는 믿음을 가진 관객에게 <E.T.>는 예전엔 들리지 않던 감정의 박동을 전해온다. 하늘을 나는 희열과 이별에 눈물 흘렸던 소년·소녀들은 이제, 상실감의 그늘이 드리운 가정의 어린 남매 사이에 피어나는 묘한 긴장과 위로, 엄마의 외로움을 읽어낼 것이다. 정확한 연출 리듬에 감탄하
빅히트 그리고 재개봉 를 이해하는 11개의 키워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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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하나의 공간에 신하균의 죽은 누나가 묻히고 송강호의 딸이 죽고 결국 그 자리에서 신하균도 송강호도 죽는다. 그 공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나.박찬욱: 그저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반대의 지점에서 사건이 일어나게 하고 싶었다.김지운: 그런데 문제의 강변은 극중 인물의 비밀이 집중되어 있으면서도 오픈된 장소다.박찬욱: 대낮의 야외공간, 적나라하고 가혹한 일광이 꼭 필요했다.김지운: 어려서 산과 계곡을 많이 쏘다녔는데 은폐돼 있고 비밀스럽고 음습한 공간에서 어두운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탁 터진 공간에서 오히려 다 벗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툭 터진 장소에 사람을 끌고와 죽이는 것이 어둠 속의 살인보다 훨씬 안심이 될 거라는 생각도 했다.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되는 욕망의 발현이랄까.박찬욱: 영화 속 죽음의 강가는 한국의 소박하고 평범한 산하이며 신하균 남매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런 자연에는 어머니 품 같고 어쩌고 하는 상투적인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자연이라는 것
제 5장 이상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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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로 보는 성공 스필버그, 하룻밤에 백만장자? 요사이 기준으로 보면 주연배우 개런티에도 못 미치는 1010만달러를 들여 제작된 <E.T.>는 <조스> <미지와의 조우>에 이어 3번째로 박스오피스 정상을 갈아치운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다. <버라이어티> 통계에 따르면 재개봉 전까지 <E.T.>의 북미 박스오피스 수입은 4억달러로 <타이타닉> <스타워즈>(재개봉 포함), <스타워즈 에피소드 1:보이지 않는 위협>에 이어 역대 4위이며 세계적으로는 7억48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가능한 한 많은 스크린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현대적 배급전략이 이미 도입됐던 1982년이지만, <E.T.>의 흥행 추이는 첫 주말에 결판을 내는 90년대 오락영화들의 박스오피스 곡선과는 판이해서, 개봉 첫주에 2200만 달러(이하 단위 생략), 2주차에 2200만, 3주 2600만, 4주 2400만, 5주 2300만
빅히트 그리고 재개봉 를 이해하는 11개의 키워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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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8년 오스카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공로상을 수상한 스탠리 도넌 감독이 <사랑은 비를 타고>의 한 대목을 재연, 노래와 탭댄스를 펼쳐보인 무대였다. 거장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마련한 자리?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랑은 비를 타고>가 52년 당시 오스카에서 감독상과 작품상 등 주요 부문 후보로도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오스카 주최쪽은 그들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늦게나마 사과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영화야, 미안해. 내 늦은 사과를 받아줘”라고.어떤 깊은 뜻이 있었든, 취향과 노선의 문제였든,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얻고도 오스카에서 외면당한 비운의 영화(인) 리스트도 영화제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앨프리드 히치콕은 <레베카> <이창> <싸이코> 등으로 5차례나 감독상 후보에 올랐으나, 늘 후보에 그치는 등 오스카와 최악의 궁합을 보여온 영화인 중 하나. 오스카는 늘 들러리로 만족해야 했던 히
역대 아카데미 탈락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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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술자리에서 내가 스필버그를 존경한다는 것에 대해서 발끈하는 분이 계셨다. 그분은 내게 대체 스필버그 영화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냐고 물어봤고, 난 당차게도 <E.T.>에서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웠노라고 대꾸했던 게 기억난다. 물론, 그뒤로 나는 그분의 가열찬 비웃음의 융단폭격을 받아내야 했지만, 지금도 이전의 그 생각에 대해서 후회하거나 잘못되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솔직히 난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도 항상 15페이지 이상 발전시킨 적이 없었으며, 웬만한 영화과 학생들은 필독하고도 남았을 <영화의 이해> 같은 영화이론서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물론 이게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는 나도 안다. 그래서 요즘 반성중이며 열심히 독서하고자 노력중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이다.내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영화들은 어떻게 보면 본능적인 작업에 의해서 만들어졌던 것 같다. 어린
민동현 감독의 첫사랑에 바치는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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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성 감독의 데뷔작 <재밌는 영화>는 한국영화사상 처음 시도한 패러디 영화다. `패러디`란 권위 있는 작품을 본뜨거나 비틀어 보여줌으로써 그 `권위`를 해체하는 즐거움을 주는 장르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우선 <쉬리>를 본떴다. 다만 <쉬리>에 나오는 북한의 특수공작원이 여기서는 일본 극우 무장단체 ‘천군파’로 대치됐다. 일본의 과거사 사죄와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반대는 천군파는 일본 국왕의 방한에 맞춰 대규모 테러를 준비해 한국에 잠입한다.가장 위험한 천군파 조직원은 하나코다. 그는 <쉬리>의 남파 공작원 이방희처럼 얼굴을 완전히 뜯어고친 뒤(고치기 전 박경림, 고친 뒤 김정은) 한국정보국 요원 황보(임원희)에게 접근한다. 천군파는 무라카미(김수로) 등 다섯 명의 테러리스트를 더 파견해 월드컵 경기장과 한-일 공동 문화 행사장의 폭파를 시도한다. 영화의 재미는 이 모든 이야기들이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을 통해 연결된다는 데 있다. 가령
패러디 영화, <재밌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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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바치는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수많은 패러디 영화가 그렇고, 비슷한 장면을 연출해내며 선배 감독들에게 헌사를 바치는 영화들이 그렇다. 새영화 <다이아몬드를 쏴라> 또한 넓게는 `영화에 바치는 영화`지만 그 방식과 결과는 한결 독특하다. 로맨스·갱스터·고전적인 스릴러에 코믹·액션까지 넘나드는 이 영화는 대사와 장면 인용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인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등장인물 `크리티컬' 짐(팀 앨런)의 캐릭터부터 심상치 않다. 그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할리우드 고전 영화광이자 “가치 없는 놈만 죽여온”(<마지막 총잡이>의 대사) 냉정한 킬러다. 갱스터 영화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도시의 뒷골목 어느 여관으로 청부살인을 맡은 짐은 클레티스(크리스천 슬레이터)를 붙잡아 온다. 클레티스는 사실 25년 전 엄청난 양의 다이아몬드를 훔친 마술사 마이카(리처드 드레퓌스)와 함께 얼마 전 교도소를 탈옥한 핀치라는 인물이
고전 고갱이만 쏙쏙 뽑았다!!! <다이아몬드를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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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 밀레(54)는 한국에도 제법 이름이 알려진 현대 미술 평론가다. 프랑스에서 발행되는 미술잡지 <아르 프레스>의 편집장이자,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프랑스관 전시기획자였으며, 현장에서 본 현대 미술의 흐름을 기록하고 있는 저술가로 광주 비엔날레에도 다녀간 적이 있다. 그가 쓴 <프랑스 현대미술>과 <드니즈 르네와의 대화>가 이미 번역돼 나와 있지만, 정작 카트린 밀레가 유명해진 건 최근 출간된 <카트린 엠(M)의 성생활>(열린책들 펴냄) 때문이다. 이제 오십 중반을 바라보는 이 여성은 제목 그대로 30여 년에 걸친 자신의 성체험을 소름끼칠 지경으로 솔직하게 적고 있다. “나는 열여덟 살에 처녀이기를 그만두었다…나는 첫 경험을 하고 몇 주가 지나는 사이에 처음 파르투즈(세 사람 이상이 함께 하는 성행위)에 참여했다.” 미술 평론가답게 수, 공간, 내밀한 공간, 세부묘사라는 네 가지 주제로 글을 이어간 밀레는 “상세히 들여다보는 본능
여성영화제의 화끈한 `성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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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영화제작 스튜디오 7개사는 짧은 역사의 영화에 혁명같은 변화를 줄 수 있는 디지털영화의 기술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이 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영화제작 스튜디오들은 월트디즈니, 20세기폭스, MGM,파라마운트 픽처스,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유니버설 스튜디오, 워너 브러더스등이다. 이들 스튜디오는 차세대 디지털 영화관람을 위한 세계적인 표준을 만들고 미국전역에서 디지털영화 장비의 확산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이들 스튜디오는 이날 공동 발표문에서 "초기 계획은 여러 경쟁 디지털 영화포맷들이 공개적이고 호환성이 있으며 다른 나라 기기들과 공통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기술 표준들을 채택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수의 관람객들에게 더 또렷한 영상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업계 공통의 표준을 만들어 영화 제작자나 상영자, 장비 제조업체들이 자기들의 상품과 서비스가 호환성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
할리우드, 디지털영화 기술표준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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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 나비/ 4월12일까지/ 02-2121-0919/ 아트센터 나비
지구를 생명체로 인식하는 가이아 이론을 바탕으로 공간에 시간의 차원을 도입한 시공간적 생존환경에 대한 작업을 선보여온 건축가 조택연의 가상 건축전. 홀로그램과 동영상을 이용하여 독창적인 가상공간을 선보인다. 전송 및 반응속도가 압축된 시간 속에서 생명패턴이 급격한 변화를 겪는 2042년의 문명과 2084년이라는 미래 환경을 탐색, ‘디지털 가이아 시대’의 인간생존환경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제안한다.
2042 그리고 2084(안녕… Ga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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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국립극장 사랑대축제 국립극장/ 4월9일∼6월5일/ 02-2274-3507국립극장이 2002 한·일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마련하는 행사. 창극, 마당극, 연극, 영어 뮤지컬, 오페라 등 ‘사랑’을 주제로 한 국내외 작품 14편을 공연한다. 특히 창작음악극 <영원한 사랑 춘향이> 등 한국의 대표적인 사랑이야기인 춘향의 사랑을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콜롬비아 렉스플로제의 콜롬비아 탱고 공연도 마련된다.<정재형 콘서트 less ordinary…>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 4월4일 7시30분, 5일 4시·7시/ 좋은 콘서트/ 1588-1555, 1588-7890<내가 날 버린 이유> 등 클래시컬한 발라드곡으로 인기를 모았던 베이시스 출신 정재형이 파리 유학에서 돌아와 2집 앨범 <두번째 울림>을 내고 여는 콘서트. 1, 2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프랑스
국립극장 국립극장 사랑대축제 / 정재형 콘서트 less ordi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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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을 알면 영화가 보인다
편장완, 한승룡/ 위드커뮤니케이션즈 펴냄/ 1만2천원
현장에서 영화편집을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실용적인 영화편집서. <쎄븐> <더 록> 등 1990년대 이후 할리우드영화를 통해 현대 할리우드영화의 편집방식을 분석하고 할리우드영화들의 극적 표현양식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되게 했다. 텍스트는 ‘극적 상황, 편집 포인트, 편집기법의 분석’ 등의 꼭지로 나눠 간결하게 설명하고, 교차편집, 서스펜스, 시간과 공간전환 등의 편집기법을 자세한 사진과 그림으로 분석하고 있다.
편집을 알면 영화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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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The Remix] 데스티니스 차일드 소니뮤직 발매흑인 여성들로 구성된 R&B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리믹스 음반. 97년 <맨 인 블랙>의 O.S.T에서 첫선을 보인 뒤 이듬해 데뷔 음반을 낸 이들은 세련된 R&B와 경쾌한 팝을 오가는 음악을 들려줬다. 원래 4명이었으나 멤버 교체를 둘러싼 몸살을 앓아온 가운데, 비욘스 나울스와 켈리 롤랜드에 새 멤버 미셸 윌리엄스가 가세한 트리오로 3집에 이어 리믹스 음반을 냈다. 등 원곡의 뼈대만 남겨두고 목소리와 힙합 리듬을 강조한 이 음반은, 단순한 리믹스 이상으로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흥미로운 재해석을 들려준다.[Freeek!] 조지 마이클 유니버설 뮤직“변종” 혹은 “성도착자”란 뜻의 ‘freak’를 의미하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조지 마이클의 새 싱글 <Freeek!>는 아니나 다를까 파격적이다. 가사도, 음악도. 백인 가수로서는 솔 느낌이 강한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I’m sexual fre
[This Is The Remix] 데스티니스 차일드 / [Freeek!] 조지 마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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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벌써 세번째 음반이다. 한해에 한장씩 차근차근. 롤러 코스터가 홈스튜디오에서 차분하게 세번째 결과물을 내놓았다. ‘애시드 팝’이라고 불러달란다. 애시드 재즈 그룹이라고도 불린다. 딱 좋은 이름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어쨌거나 작은 성공에 흐트러지지 않고 구력이 쌓일수록 점점 일관된 자기 스타일을 잡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3집에서는 내친 김에 전작에 비해 ‘가요 감성’도 꽤 떨어냈다. 그 자신감도 좋다.좌우전후로 명멸하는 키보드 사운드와 <Copacabana>에서 따온 귀에 익은 멜로디로 음반을 연다. 나른한 봄날 화아∼ 하는 청량감이 느껴진다. <라디오를 크게 켜고>는 쭉쭉 지치는 오케스트레이션이나 째깍째깍거리는 기타소리가 흥겹다. 롤러 코스터가 하고 싶어하는, 잘 만들어진 하우스라는 음악이다. 하우스는, 복잡한 설명이 골치 아프다면, 시종일관 변함없이 쿵딱쿵딱하는 정박의 디스코 비트에 일렉트로니카(테크노)적인 여러 가지 효과를 넣은 음악이라고 생각하
롤러 코스터 3집 [absol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