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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예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데뷔작인 <파이>를 지나치게 충격적으로 보기는 좀 힘들다. 이 영화의 전언은 조금 복잡하지만, ‘숫자’의 힘에 관한 결론은 나이브하고 평이하다. 자연세계의 모든 것은 숫자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숫자들의 특별한 조합은 ‘신의 이름’이라는 것이 핵심인데, 이런 결론을 유도하는 사유의 방식은 서툴다 싶을 정도로 안이하다. 숫자에 관한 자연철학적인 명상을 유대교적 신비주의와 연결시키는 것도 뭐 특별한 건 없다. 그것을 증권 시스템 같은 자본주의적 ‘양화’의 시스템과 연결시키는 방식, 그리고 그것이 한 천재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 또 그 천재의 내면은 숫자에 관계없이 신경증적이고 병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건 좀 그럴듯하다. 강하게 콘트라스트를 준 거친 질감의 흑백화면도 과하게 멋을 내고 싶어하는 젊은이의 야심을 보여주는 정도 이상은 아니다. 6만달러의 저예산영화라는 것도 특별히 신화적이진 않다.재미난 건 오히려 이 모든 것이
<파이>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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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아동용 과학서적 마지막 장에 빠지지 않고 나왔던 세계7대 불가사의나 사라진 고대문명에 관해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세상엔 과학으로도 풀지 못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을까. 너무 어려서 불가사리인지 불가사의인지조차 헷갈렸지만 그 내용만큼은 상당히 매혹적이었다. 그중에는 넓은 밭에 외계인이 왔다간 흔적인 듯한 거대한 표식이 있었다. <싸인>은 바로 그 표식에 관한 영화다. <식스 센스> <언브레이커블>에 이어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현실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초자연적 존재를 가지고 다시 나타났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풀스크린으로 대면하게 되는 ‘그것은 흔적인가?’ 코너는 전세계에서 이 신비한 표식을 목격한 사례들을 알려준다. 이때 발견되는 코드번호를 놓치지 말고 ‘카드수집게임’의 12개 카드에 입력하면 배우 인터뷰와 ‘싸인’에 관한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영화와 닮은꼴인 사이트는 친절하게 설명해
<싸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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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파이널 판타지>가 게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게임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영화로 단단히 죽을 쑤고 최신 시리즈의 판매량 역시 하향세를 보이는 등 예전의 위세만은 못한 것 역시 사실이다. 늘 새로운 도전에 앞서왔던 <파이널 판타지>답게, 이번에도 역시 과감한 시도에 나섰다. 바로 온라인 게임 <파이널 판타지>다. <파이널 판타지11>은 ‘플레이스테이션2’용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되었다. 이는 과감한 도전이다. 플레이스테이션2가 온라인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하드웨어인 건 틀림없지만 온라인 게임 한번 해보려면 추가로 필요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브로드밴드 서비스용 모뎀조차 없다. 패키지 게임과는 달리 수시로 패치가 이루어지는 온라인 게임의 새로운 요소들을 다운로드받아 데이터를 저장할 장소 역시 필요하다. 플레이스테이션2에는 하드가 없다. 온라인 게임을 하고 싶다면 역시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브로드밴드 유닛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니까,<파이널 판타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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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컴퓨터그래픽(이하 CG)로 만들어진 <토이 스토리>가 개봉되었던 지난 95년을 시작으로, CG와 애니메이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물론 그 훨씬 이전부터 CG를 이용한 다양한 단편애니메이션들이 선보였고 <미녀와 야수>와 같은 장편애니메이션들에서도 CG가 군데군데 사용되기는 했지만, <토이 스토리>의 충격에는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그뒤로 7년여가 흐른 지금, CG가 없이 만들어지는 장편애니메이션이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 사실. 굳이 <슈렉>이나 <아이스 에이지> 같은 100% CG애니메이션들을 들먹이지 않아도, 극장에서 개봉되는 장편애니메이션치고 CG의 도움을 받지 않은 작품을 찾아보기란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이러한 현상은 대규모 자본과 뛰어난 테크놀로지를 보유하고 있는 할리우드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한국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어버린 <큐빅스>나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사용된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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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이 잘돼야 애니메이션 잡지 기자도 신나는 법인데, 요즘 애니메이션계를 보자면 쩍쩍 갈라진 가뭄철 논바닥이 떠오른다. 한마디로 돈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자칫 잘 돌아가고 있는 작품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다 힘든 건 아니라는 걸 밝히지만, 그래도 업계 전반은 ‘버티기’ 태세에 돌입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문자 그대로 하루하루를 눈물겹게 보내는 곳이 적지 않다.그런데 바로 이때, 다른 곳도 아닌 MBC에서 신작 애니메이션을 방영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예상대로 투자없이 방영만 하는 것이라지만, 게다가 시간대는 터무니없이 빠른 오후 4시30분에서 한치도 변함없다지만, 새로운 국산 작품이 공중파를 탄다는 것은 그래도 반가운 일이다. 9월11일 첫 방영을 시작하는 <쥬라기 원시전>은 에피소드 두편을 13부작으로 묶은 2D애니메이션. 신생 제작사 라온픽처스가 기획한 이 작품은, 게이머라면 짐작했겠지만 위저드소프트사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쥬라기 원시전2
괴짜 요정아,웃긴 공룡아 안녕?<쥬라기 원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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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 7호인 캐릭터전문투자조합이 운영된다. 총 107억원 이내로 조성된 캐릭터전문투자조합은 KTB네트워크가 집행하며 주식인수투자, 프로젝트투자 등을 실시한다. 투자대상 업체는 캐릭터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미상장법인이나 미등록법인으로 캐릭터 관련 사업계획의 상품성, 기술성 및 투자희망사의 경영능력을 평가해 투자할 예정이다. 투자신청서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사업관리시스템(http://ct.kocca.or.kr)에 접속하여 사용자등록을 마친 뒤 사업양식을 다운받아 제출하면 된다. 접수기간은 7월29(월)∼8월5일(월), 오후 6시까지다.클레이애니메이션 워크숍춘천문화산업진흥재단에서는 클레이(인형)애니메이션 마니아들 및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클레이애니메이션의 저변확대를 위해 인형애니메이션의 본고장 체코와 불가리아, 영국 등에서 수학한 일본 클레이애니메이션 감독인 이시카와 다카오 교수를 초청해 워크숍을 갖는다. 일시는 8월17일에서 18일까지, 장소는 춘천시 삼천동의 강원도
캐릭터전문투자조합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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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상식적이게도 만화는 드로잉, 연출, 이야기로 구성된다. 만화는 이 세 가지 요소의 균형을 통해 완성도를 올린다. 삼각뿔의 완벽한 황금분할처럼, 만화(만화가)는 정점에 이르기 위해 노력한다. 자칫 어느 하나라도 부실하면 만화는 급속히 균형을 잃고 방황하기 때문이다. 대가의 작품에서는 완성된 삼각뿔의 균형감이 느껴지지만, 신인 만화가들의 작품을 보면 불안하다.<취중진담>의 송채성은 자기복제가 만연한 신인들의 만화와 다른 역동성을 보여준다. 만화의 화면과 칸에서 살아 움직이는 역동성은 삼각뿔의 세면을 꼭지점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의 결과다. 작가의 노력이 작품에 녹아들고, 그 노력이 독자들에게 읽히는 일은 작가와 독자의 행복한 커뮤니케이션이다. 2년 전인 2000년, <나인>에 발표했던 단편들에서 시작된 그의 만화는 같은 제목의 연작으로 그려진 새로운 원고로 제작된 단행본으로 이어지며 역경을 정면돌파한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연재 원고료 수입에 기대지 않으면
송채성의 <취중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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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인간의 집요하고도 야비한 행동을 꾸짖는 것일 텐데, 정말 문자 그대로 벼룩의 간을 빼먹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경탄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생각해보라. 날뛰는 벼룩을 포획하는 것도 쉽지 않고, 배를 째기 위해 고정시켜놓기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벼룩의 여섯 다리를 바닥에 붙여놓고 핀셋으로 간을 꺼내다보면, 이 하찮은 생물이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는지 또 한번 놀라게 될 것이다. 이제는 벼룩에게 박수를 보내야 할 때다.‘벼룩 만화 총서’라는 희한한 제목의 만화가 찾아왔다. 불과 200여쪽의 만화책도 무겁다고 낑낑대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이 벼룩들은 불과 10여쪽의 작은 손바닥 정도 크기로, 선풍기를 심하게 틀면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러나 그 작은 몸집과 변변찮은 물리적 무게 때문에 이 만화들을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된다. 그 내면의 무게는 수백쪽의 만화도 너끈히 맞설 수 있을 정도다
사르동의 <죽음> 등 `벼룩 만화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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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본격 노인개그만화인 윤태호의 <로망스>(애니북스)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나왔다. 공무원 정년퇴임 뒤 무미건조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김이용 노인, 소문난 구라쟁이로 저승사자도 돌려보내는 파랑새 노인 등의 주인공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년의 모습들. 만화가인 윤태호은 모두가 쉽게 지나쳐버리는 그들의 모습을 날카로운 눈으로 포착해 피시식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유머로 표현하고 있다. 스포츠 신문에 연재된 때문인지 섹스를 소재로 한 작품들도 적지 않은데, 노인들의 적나라한 성생활은 기성의 관념으로 굳어버린 독자들의 머리를 산뜻하게 깨어버린다.우수만화 제작지원사업문화콘텐츠진흥원은 2002년 우수만화 제작지원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지원작을 접수받는다. 국내 출판만화산업의 질적 향상과 우수만화 제작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진행되는 이 행사는 국내의 창작만화나 만화 관련 도서의 총제작비 50% 범위 내에 1천만원 내외로 총 20여작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접수기
윤태호의 <로망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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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개봉 10일 만에 전국 56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했다. 비록 약 1년 정도의 터울이 있긴 하지만 최근작데다가 전용 홈페이지 제작 등의 유례없는 홍보 마케팅비 투입, 세계 3대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영화제에서의 그랑프리 수상이라는 실시간으로 벌어진 화제성 등으로 인해 디즈니풍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일반 관객층까지 흡수하며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흥행작 부재라는 딜레마를 말끔히 해소해냈다.하지만 아쉬운 일은 이 노감독의 새로운 장편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점이다. 1995년작 <귀를 기울이면>의 감독을 맡으며 미야자키·다카하타 2인 체제로 흘러가던 ‘지브리 스튜디오’의 후계자로 낙점받았던 곤도 요시후미가 1998년 1월 갑작스레 사망하자 어쩔 수 없이 제작 일선으로 다시 복귀한 미야자키 감독은 차기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작하게 되었지만 최근 인터뷰 석상에
고양이의 은혜갚기&기브리즈 에피소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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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만화를 좋아한다.’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왜 좋아할까? 미국의 만화가이자 이론가인 스콧 맥클루드는 인간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때, 상징화된 아이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상징화된 만화의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한다는 ‘탈바가지 이론’을 정리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으면 지금 타인의 얼굴을 바라본 뒤 자신의 얼굴을 상상해보라. 타인의 얼굴은 아주 세밀하며 현실적인 ‘그 사람’이지만, 내가 상상한 나의 얼굴은 디테일보다는 상징적인 ‘많은 사람의 모습’일 것이다. 만화 이미지의 스펙트럼에서 어린이들이 즐기는 만화는 보통 개성적인 ‘그 사람’의 위치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위치에 존재한다. 이현세의 ‘까치’는 매우 개성적이며 독특하기 때문에 나와 동일시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지만, 길창덕의 ‘꺼벙이’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 이미지, 감동을 그림에 실어보내는 만화의 힘은 어린이를 위한 만화에 더욱 풍부하게 자리잡고
박수동의 <홍길동과 헤딩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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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깔끔한 타일과 수세식 변기가 있다면, 변소에는 똥파리와 푸세식 변기가 있다. 수세식 변기가 기세 좋게 똥을 삼킬 때, 푸세식 변기는 똥을 묵히고 또 묵힌다. 시작부터 웬 냄새나는 이야기인고 하니, 단편 <일곱 살>의 무대가 바로 ‘변소’이기 때문이다. 제15회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학생 경쟁부문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미운 일곱살의 반항을 변소의 공포와 함께 그려냈다.<일곱 살>에 등장하는 변소는 조금은 근대화된, 신문지 대신 휴지가 있고, 변기도 요즘 것마냥 하얀 곳이다. 유독 넓지만 지독한 냄새와 어두운 공포를 품고 있는 장소. 남동생 역성만 드는 엄마를 피해 달아날 곳은 그러나 여기밖에 없다. 어두컴컴한 변소 문 걸어 잠그고, 일곱살 소녀 유주는 벽에 낙서를 한다. 그림에 등장하는 것은 엄마와 남동생.그림으로나마 이들에게 실컷 보복을 하면서, 나오라고 애원하는 엄마를 몇번이고 통쾌하게 거부해보기도 하는 소녀. 심심하지도 않다. 이리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곳,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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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튬플레이, 흔히 코스프레라고 일본식으로 부르는 이 퍼포먼스는 사실 매우 창조적인 일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복식을 선택하고, 그대로 디자인해, 의상을 제작하고, 의상을 입은 뒤, 무대에 올라 어울리는 퍼포먼스까지를 진행하는 매우 다채로운 실력을 필요로 한다. 코스튬플레이를 시작하는 동호인들은 대부분 스스로 실패를 경험삼아 배워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지난 5월 코스튬플레이대회를 개최하기도 한 청강문화산업대학의 패션디자인과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코스튬플레이 워크숍을 개최한다. 청강 제1기 코스튬플레이 패션캠프는 20명 정도의 중고생을 대상으로 7월22일부터 24일까지 2박3일간 대학 내의 기숙사에서 숙박을 함께하며 직접 의상을 제작하게 된다. 무대의상 디자이너와 패션디자인과의 교수들이 강사로 참여하는 이번 캠프는 코스튬플레이에 관심이 많은 중고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문의: fashion@chungkang.ac.kr, 031-639-5970/2).
코스튬플레이 워크숍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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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잃어버린 부모를 되찾기 위해 몸을 던진 어느 효녀의 고행담이다. 뜻하지 않게 그 여름 밤 신들의 놀이동산을 엿보게 된 소녀의 비밀 일기다. 탈출구를 모르는 수수께끼의 세계에 갇힌 앨리스의 새로운 악몽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 가뭄 동안 꼭꼭 문을 걸어두었던 미야자키의 뒷마당에 아직도 넘쳐나는 우물이 있음을 폭로한 기쁨의 고자질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그 소녀가 물 위로 떠내려보낼 뻔했던 어떤 이름에 대한 이야기다.그 옛날 아드리아 해변에서 만났던 <붉은 돼지>는 말했다. ‘날지 않는 돼지는 단지 돼지일 뿐’이라고. 그런데 오늘 나는 ‘오직 먹기만 하는 인간들 역시 단지 돼지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별다른 악의도 없는 부모를 돼지우리에 처넣어버리고 시작하는 이 영화는, 10살짜리 소녀에게 무기력한 어른들을 ‘일단 포기’하라고 가르친다. 뙤약볕을 뚫고 주말의 극장을 찾은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극장 입구의 놀이방에
판타지로 그려낸 소녀의 성장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