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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보르헤스의 소설 <원형의 폐허들>의 마지막 문장을 떠올려본다. “안도감과 함께, 치욕감과 함께, 두려움과 함께 그는 자신 또한 자신의 아들처럼 다른 사람에 의해 꿈꾸어진 하나의 환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른바 가상현실을 무대로 삼은, 지난 세기말의 숱한 영화들이 사로잡혔던 강박관념이 있다면 바로 위와 같은 보르헤스적인 환상이었으리라. 그러나 이미 <공각기동대>의 감독 오시이 마모루는 1985년에 발표된 애니메이션 <천사의 알>에서 이러한 보르헤스적 환상을 심원한 사색이 깃들인 영상 위로 빼어나게 옮겨놓았다. <천사의 알>에서 소녀와 동행하던 남자는 “너도… 나도… 몇십 년 전에 사라진 사람들의 기억일 따름”이라고 중얼거린다. 그로부터 10년 뒤 오시이는 <천사의 알>에 대한 사이버네틱 업그레이드 버전 <공각기동대>를 통해 지난 세기말의 가상현실영화들에 또 하나의 강박관념을 추가하였다.
시로 마사무네의
존재하는 나는 누구인가? <공각기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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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24살 필 클레이든 감독의 데뷔작인 <얼론>은 내용 보다는 형식과 분위기로 승부하는 독특한 심리 스릴러물이다. 90분간,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은 채 흔들리는 카메라로 철저히 주인공의 시선을 뒤쫓을 뿐이다. 매일 아침 6시15분 일어나 메모를 하는 알렉스의 장갑낀 손이 비쳐지며 남성도 여성도 아닌 듯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알렉스는 과거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에 시달리며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사랑을 찾아 나서지만 그 여인들은 매번 주검으로 발견된다. 신참 엘리트 형사 젠과 노련한 한나가 이 연쇄살인범을 좇는다.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알렉스의 시점에서 갑자기 전환되는 마지막 부분, 그의 실루엣이 섬뜩하다. 쉴 틈없는 편집과 귀를 때리는 강렬한 음악·음향효과, 파란 형광등 빛의 어두운 색감으로 영화는 관객들을 끊임없이 몰아넣는다. 심리물의 내러티브를 즐기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기교에 치우쳤다는 느낌을 받을수 있겠다. 12일 개봉. 김영희 기자
독특한 형식 심리스릴러 <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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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29년, 기업 네트워크는 지구를 뒤덮었으나 국가와 민족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가까운 미래의 정보사회. 인간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사이보그는 인간사회 깊숙이 들어와 있다. 공상과학 애니메이션의 걸작 오시이 마모루(51) 감독의 <공각기동대>(1995)는 디지털 기술과 네트워크가 급격히 발달한 가까운 미래가 배경이다. 사이보그는 ‘의체’와 ‘고스트’라는 두 요소에 의해 조립된다. ‘의체’란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간 모양의 몸체다. 여기에 ‘고스트’라 불리는 일종의 ‘기억 프로그램’이 주입돼야 사이보그는 비로소 개체로서 움직일 수 있게 된다.이 시기에 가장 가공할 범죄는 네트워크에서 벌어진다. ‘인형사’라 불리는 해커는 전자두뇌(전뇌) 네트워크에 침입해 인간의 의지와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위험인물이다. 일본 정부 안에는 공안 6과와 공안 9과라는 두 개의 특수부서가 있다. 공안 6과는 외교분쟁을 담당하고 공안 9과는 전뇌와 네트워크 관련 범죄를 처리
인간도 한낱 프로그램에 불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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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서울여성영화제가 막을 열었다. 4월4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열린 개막식은 영화배우 이혜영, 방송인 배유정씨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혜경 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과 남궁진 문화관광부 장관, 한명숙 여성부 장관을 비롯, 국내외 영화인들과 관객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사진 이혜정
여성이여, 판을 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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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 줄리아 로버츠 등 초고액 개런티 스타 증가, 조연급 연기자들 피해근 6년에 걸쳐 할리우드 최고 개런티 스타군을 일컫는 이름으로 통했던 `2천만달러 클럽`이 바야흐로 `2500만달러 클럽`으로 간판을 바꾸고 있다. <버라이어티> 최신호는 편당 2500만달러의 출연료를 받는 특급 배우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분석했다.현재 ‘2500만달러 클럽’에 속한 스타는 짐 캐리, 톰 크루즈, 해리슨 포드, 멜 깁슨, 톰 행크스, 마이크 마이어스, 줄리아 로버츠, 애덤 샌들러, 브루스 윌리스 등. 이들은 단순히 연기자일 뿐 아니라 쇼비즈니스 곳곳에 골고루 손을 뻗치는 진취적인 엔터테인먼트 사업가라는 점에서 산업적 중요성을 배가하고 있다. 스튜디오로부터 이들이 챙기는 보수의 내역도 개런티 이외의 사후수익과 다양한 권리를 포함하며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예컨대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2>의 제작자이자 주연으로서 도합 7천만달러의 소득을 올렸고, 멜 깁슨은 생애 세
2500만달러의 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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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핀처의 신작 <패닉 룸>이 부활절 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조디 포스터가 딸과 함께 강도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패닉 룸>은 개봉 첫주말 흥행수입만 3천만달러를 넘겼다. 2위는 폭스의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로 개봉 17일 만에 전미 박스오피스 1억달러를 돌파했다.
<패닉 룸>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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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대표 안동규)이 제작하는 로맨틱코미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가 4월3일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신은경, 정준호, 공형진 등이 출연하며 모지은 감독의 데뷔작. 투자사는 아이엠픽쳐스이며 스타넷아시아가 공동제작한다. 지난 3월10일 크랭크인하여 현재 30% 정도 촬영이 진행됐다(사진 왼쪽부터 공형진, 모지은, 신은경, 정준호).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제작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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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OFFICE (서울) 4월6일 - 7일순위TITLE개봉일스크린좌석수서울주말서울누계(전야제)전국누계1집으로2002.04.053210,11087,000144,000356,0002블레이드 22002.04.054713,11879,136122,041339,7263타임머신2002.03.29339,10043,200213,300453,2004복수는 나의것2002.03.29327,35626,500152,000345,0005E.T2002.04.05266,96925,95041,950116,0006정글쥬스2002.03.22193,36521,428259,759733,8327베틀로얄2002.04.05163,38118,96930,40261,1208뷰티풀 마인드2002.02.2246607,500631,0001,165,0009드래곤 플라이2002.04.0591,5406,10010,50023,50010생활의 발견2002.03.2268655,684112,700167,577# 참고사항1) 배급위원회 회원사 및
BOX OFFICE (서울) 4월6일 -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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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사린 사건 5년 뒤, 옴진리교는…1995년 3월20일. 관청이 몰려 있는 도쿄의 가스미가세키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신경가스 사린이 살포돼 12명이 사망하고 5천명 이상의 중경상자가 나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지하철 사린 사건이 그것이다.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은 사건 전후에 끊임없이 방송됐던 옴진리교(사건 뒤 아레프라고 개칭)에 관한 뉴스나 방송 프로그램을 볼 기회도 거의 없어졌다. 그러나 이름을 바꿨다 해도 이 교단에는 의연히 몇백명의 신자가 남아 있다.모리 다쓰야 감독은 지하철 사린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교단에 남아 출가신자로서 공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96년부터 97년까지 촬영해 라는 제목의 장편다큐멘터리로 발표했었다. 간부급 신자들이 거의 잡힌 뒤에도 교단 홍보부부장으로 매스컴 앞에 서서 계속 대응하는 한 청년이 이 다큐멘터리의 중심. 그를 보고 있으면 ‘악마의 집단’이라는 식으로 규탄해온 이 교단의 사람들도 관객들과 같은 ‘보통’ 인간이란 것을 느
[도쿄리포트] 모리 다쓰야 감독의 , 교단 시설과 주변 주민들과의 갈등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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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인 메나헴 골란과 고다르의 반목 속에서 완성, 영화사 부도로 극장행감독과 제작자간의 오해로 기획된 뒤 두 사람의 완전한 반목 속에 완성되고, 이후 15년 동안 배급사 창고 속에 보관되었던 한편의 영화가 마침내 개봉돼 언론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4월3일 개봉한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리어왕>이 문제의 영화. 영화제목에서 오해의 발단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메나헴 골란은 1980년대 초반 미국에서 저예산 액션영화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뒤 자신의 영화사인 캐논영화사를 보다 존경받는 메이저로 키우기 위해 작가영화들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86년 고다르 감독에게 <리어왕>의 각색을 부탁하기에 이른다. 유일한 조건은 1년 뒤 칸영화제에 맞춰 영화를 완성시켜달라는 것. 처음부터 고다르 감독의 의도가 원작에서 멀어진 것은 아니었다. 영화의 출발점은 유명 시나리오작가인 노먼 메일러가 자신의 친딸들과 함께 출연해 직접 리어왕을 연기하며 셰익
[파리리포트]고다르의 <리어왕>, 15년 만에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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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켈리가 주연한 뮤지컬의 고전 <사랑은 비를 타고>가 50년 만에 미국에서 재개봉한다. 지난 1952년 4월10일 이 영화가 미국에서 탄생한 지 50년이 지난 것을 기념해, 영화의 판권소유자 타임-워너사는 새로 복원한 35mm 필름으로 곧 재개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영화와 관련한 다큐멘터리가 첨부된 DVD 타이틀을 올 가을에 출시하기로 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 미국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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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와 민간 은행들이 `검은 돈`에 대한 발리우드의 의존을 종식시키기 위해 영화 펀딩 시스템을 출범시켰다. 3월 마지막 주 인도 산업개발은행은 2002년 영화 펀드로 2천만달러를, 인도 은행은 저예산 영화제작 펀드에 1천만달러를 배정했으며 인도 연방준비은행은 인도 전역의 정부소유은행에 연간 100만달러까지 대출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산업개발은행은 타정부 소유 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영화제작을 지원할 별도 계획도 발표했다.
인도 정부와 은행, 영화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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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할리우드 노동자 1만8천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연구보고서가 밝혔다. 이 보고서는 스튜디오들이 비노조 인력과 영화지원금의 혜택을 입을 수 있는 밴쿠버, 토론토, 시드니를 선호함에 따라 영화제작 관련 일자리가 11.8%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손버그는 “몇해 안에 할리우드는 아이디어만 창조하고 생산은 아시아에서 이루어지는 실리콘밸리처럼 될 것”이라는 견해를 덧붙였다.
할리우드의 구직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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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삼 감독의 신작 <멘 오브 데스티니>에 니콜라스 케이지와 주윤발이 출연한다. <멘…>은 전 20세기폭스 사장 빌 메카닉이 차린 판데모니엄영화사의 흥행 기대작으로, 19세기 미국 철도건설 현장을 다룬 서사적 드라마다. 케이지는 아일랜드에서 건너온 철도 노동자로 중국 출신 노동자와 처음에는 다투다가 함께 연대해 해외 이주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게 된다.
오우삼+니콜라스 케이지+주윤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