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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일어나) 안녕하세요. 영화배우 류승완입니다. (웃음) ‘나의 인생 나의 영화’라는 걸로 아무 얘기나 하라는데, 학교 다닐 때 보면 듣기 싫은 얘기 자기 혼자 몰입해서 막 떠드는 사람들 짜증나잖아요. 지금 지나다가 그냥 시간이 남아서 들어오신 분도 있고 하실 테니까. 그냥 류승완이라는 사람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어떻게 살았나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저는 1973년 12월15일 충남 온양에서 태어났구요, (웃음) 다섯살 땐가 여섯살 때, 천안아카데미극장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장철 감독의 <철장>이라는 영화였어요. 일본 도장에서 배신자의 눈알을 뽑는 장면이 인상깊었죠. (웃음) 저는 어려서 주위가 산만한 아이였고,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에 성룡 영화를 처음 봤는데, 바로 그해에 류승범이 태어났어요. 제 장난감을 부러뜨리는 바람에 류승범이 액션연기 하는 데 제가 많은 도움을 줬죠. (웃음) 저는 지방에 살아선지 특히나 영화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학
젊은 감독, 관객을 만나다 [4] - 류승완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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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체력, 그리고 냉정함
-<오아시스>에 출연하고 계신데, 본인 영화와는 아주 다른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는 기분이 어떠세요?
=저는 <초록물고기>가 제대로 된 필름누아르여서 좋았어요. <박하사탕>도 젠체하지 않으면서 장르 냄새가 나서 좋았고. 감독마다 장르가 정해져 있다는, 말씀하신 식의 선입관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영화에 올바로 접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창동 감독님 영화와 제 영화는 장르보다는 스타일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영화에 출연한 제 심리상태를 말씀드리죠. 저는 배우를 ‘야매’로만 해봤지(웃음) 디렉션을 받은 적이 없었거든요. 한수 배우자는 심정으로 나갔는데 디렉션을 받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제 작품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느낀 것 중에 하나를 얘기하자면, 현장에서는 다른 어떤 것보다 감독의 아주 원초적인 핵에 해당하는 무엇이 중요하다는 것이에요.
-저는 불쌍한 영화광들 중 한명입니다. 공대에서
젊은 감독, 관객을 만나다 [5] - 류승완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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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감독 유하씨는 말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뛰어난 시인이다. 누구도 말에 대한 감수성 없이 시인이 될 수는 없겠지만, 유하씨의 언어감각은 여느 시인에 견주어 특히 민첩하다. 첫 시집 <무림일기>에서부터 최근 시집 <천일馬화>에 이르기까지, 그는 그런 날랜 말놀이의 부력으로 독자들에게 어질어질한 부양감(浮揚感)을 베푼 바 있다. 그의 말놀이가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면, 독자들이 그 말놀이에 정신을 팔다 그의 시가 지닌 메시지의 핵심을 지나쳐버릴 정도다. 그의 몸은 언어와 버성기지 않는다. 그는 조각하듯 언어를 깎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깎여져 몸 안에 갈무리된 언어를 아무 때나 꺼내 자유자재로 레고놀이를 수행한다. 그는 공기를 숨쉬듯 언어를 숨쉬며, 마침내 말과 한몸이 되어 통정한다. 말과의 접착도에서 시인 유하씨의 맞수로 내가 얼른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그와 동갑내기인 불세출의 논객 진중권씨 정도다.<결혼은, 미친 짓
아저씨,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보고 결혼제도를 고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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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취향 이야기를 좀 하자면 내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영화들은 태반이 멜로드라마다. 어렸을 적에 흑백 텔레비전으로 본 ‘주말의 명화’는 말할 것도 없고, 영화에 영혼이 사로잡힐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했던 <사운드 오브 뮤직>, 윤심덕의 애사를 통해 자의식과 시대 사이의 갭에 관한 두려움을 예감케 했던 <사의 찬미>, 사랑의 망설임과 두려움에 관한 프랑스영화 <겨울의 심장>(국내 개봉 제목은 잊어버렸다) 같은 것이 쉽게 떠오르는 예다. 이런 영화들은 마음의 민감한 현, 일명 심금을 지잉 울려준 다음 길게는 일주일쯤 넋이 나가게 만들곤 했다.돌이켜보건대 멜로드라마는 나에게 여성으로서의 성장과 사회화 과정에서 성적 정체성을 구성하고 역할 모델을 발견하는 교과서 구실을 담당했던 것 같다. 남성들이 가족과 학교, 군대와 직장생활을 통해서 조직적으로 일관되게 사회화 과정을 겪는 것과 달리, 여성들은 다소 사적이고 개별적인 방식으로 이 과정을
차갑지만 현실적인 멜로드라마 <결혼은, 미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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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세월은 망각과의 싸움이자 기억과의 싸움이다. 잊고싶을수록 오래 남는 나쁜 기억은 정신을 야위게 만들고, 간직하고 싶은 순간은 덧없이 망각에 잠겨 버린다. 안진우(33) 감독의 데뷔작 <오버 더 레인보우>는 기억과 망각을 씨실과 날실 삼아 짜들어간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다. 방송국 기상 캐스터인 진수(이정재)는 비 뿌리는 저녁 누군가에게 선사할 프리지아 한 다발을 사들고 차를 몰고 가다 트럭에 받히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상처는 크지 않았지만 퇴원 뒤 진수는 몇 가지 이상 징후를 느낀다. 본 게 틀림없다는 영화의 결말이 떠오르지 않고, 장례식까지 갔다는 친구 애인의 죽음도 까맣게 기억에 없다. 사고로 인해 부분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햇살 가득 쏟아지는 창가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역광의 강렬한 기억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 기억이 손상됐을 때 꿈이나 환영을 통해 복구시키려는 무의식의 작용”이라는 게 의사의 설명이다. 진수의 단짝친구이기도
사랑은 무지개너머 아닌 바로 내곁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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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나>(2000)는 <하몽 하몽>(1992) <달과 꼭지>(94) 등을 통해 스페인 사람들 특유의 열정과 에로티시즘을 자연스레 표현한 비가스 루나(56) 감독의 신작이다. <하몽 하몽>에서 무절제한 인간들의 분출하는 욕망을 희극적인 리듬에 담아내고, <달과 꼭지>에선 아이들의 욕망과 심리를 따뜻하고 유머스런 시각으로 그렸다. <마르티나>는 열정적인 사랑과 에로티시즘의 표출이라는 면에서는 전작들과 함께 가는 면이 있지만, 열정과 매혹의 비극적인 결말을 끝까지 따라갔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분위기가 또 다르다. 스크린을 메우는 지중해의 푸르름은 열정을 부추기고, 격랑은 파국을 예고한다. 한껏 젊은 에너지가 충만해오른 마르티나(레오노르 발팅)는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카페와 하숙을 치는 부모의 일을 돕는다. 부모는 딸이 사업가 시에라(에두아르드 페르난데스)와 맺어지길 바라지만, 마르티나는 이 마을에 새로 온 젊은 문학 교사
실종된 남편 7년만에 돌아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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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커녕, 극장에서 영화를 본적도 없었다는 <집으로...>의 김을분(78) 할머니가 오는 26일 서울 강남의 코엑스에서 열릴 제39회 대종상 영화제의 신인여우상 후보에 올랐다. 대종상 영화제 집행위는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개 부문의 후보작 및 후보자들을 발표했다. 후보작 없이 단심제였던 지난해까지와 달리 올해부턴 “선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위원들이 예심과 본심을 나눠 맡는다. 모두 31편이 출품된 이번 영화제에선, 가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14개 부문에 올라 최다부문 후보작이 됐다.<무사>(10개 부문), <집으로…>(9개 부문) 등 모두 23편의 한국영화가 1개 이상의 후보에 오른 데 비해 적잖은 찬반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은 단 한 부문에도 지명되지 못했다. 또한 올해부터는 외국인에게도 수상자격이 주어져, <파이란>의 장백지(여우주연상), 의 나카무
<집으로...> 김을분 할머니 신인여우상 후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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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2001년 가을-역자) 함께 개봉한 조엘과 에단 코언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와 장 피에르 주네의 <아멜리에>는 두 작품 모두 “인간의 모습을 벗어난 라이브 액션만화”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두편 모두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보여주진 않으나, 공히 만화의 세계에서 곧장 빠져나온 듯한 작품들이다. 한편은 지독하게 비관적이고 또 한편은 히스테리컬할 정도로 기분 좋지만, 두편의 캐릭터들 모두 찡그릴 줄 아는 고깃덩이인 꼭두각시 인형들과 잘 계산된 특수효과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점에서 또한 공통적이다. 이들은 넘쳐나는 보이스오버 너머로, 향수에 푹 젖고 은둔자처럼 각자의 껍질 안에 잘 숨겨진 채, 잘 재단된 ‘프로젝트 세계’를 창조한다.<아멜리에>(이에 대한 짐 호버먼의 견해는 <씨네21> 327호를 참조할 것-역자)는 사람들이 좀더 편안히 좋아함직한데 비해 코언 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는 지독할 정도로 건조하다.
코언 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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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돌을 맞은 칸국제영화제가 오는 15∼26일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열린다. 1946년 출범한 이 영화제가 규모와 권위 면에서 세계최고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가령 (영화제는 아니지만) 그 유명한 아카데미상의 영향력이란 것도 할리우드 상업영화에 국한된다. 칸 영화제는 훨씬 야심만만하다. 냉전이 한창이던 50년대부터 이미 헝가리·체코 등 동유럽 필름에도 문을 열어놓았던 칸은 이제 세계 모든 예술필름의 첫 봉인을 따는 영화권력의 ‘칸(지존)’ 노릇을 지키고자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 칸의 ‘야심’은 매년 검토 대상 필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데서도 확인된다. 칸영화제 사무국에 따르면, 영화제 관계자들은 올해 공식부문에서 상영될 영화 55편(경쟁 22편과 비경쟁 33편)의 선정을 위해 모두 2281편의 영화를 보았다. 이 가운데 939편이 장편영화이고 1342편이 단편영화였다. 이는 지난해의 1798편(장편 854편, 단편 944편)에 비해 27% 늘어난 수치다.200
영화권력의 지존 칸영화제 한계 인정하고 욕심 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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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향 감독의 영화 <집으로…>가 개봉 34일째인 8일 전국 관객 300만 명(서울 120만 명)을 돌파했다. 올들어 전국 관객 3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한국영화는 <공공의 적>(303만명)에 이어 <집으로…>가 두 번째다. 외딴 산골에서 일곱살 짜리 도시 아이와 일흔일곱 살의 시골 할머니의 짧은 동거를 그린 <집으로…>는 물량 공세나 스타 시스템 등 기존의 흥행 영화 공식을 깨고 인기를 모았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계의 지평을 넓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연을 맡은 비전문 배우인 김을분 할머니의 실감나는 연기와 농촌과 모성.고향 등에 대한 한국인 특유의 정서를 잘 반영한 점 등이 흥행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주에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에 정상의 자리를 내주고 개봉 5주 만에 흥행 순위 2위로 밀려났으나 여전히 95%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하루 6만명 이상의 관객이 들고 있다고 제작사인 튜브픽쳐스가 전했다.
영화 <집으로…> 300만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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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디트리히 슈바이츠/ 들녘 펴냄/ 1만9천원<교양-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에서 서구문명을 조감하는 폭넓은 시각을 자랑했던 지은이 디트리히 슈바이츠가 ‘문명의 덫에 걸린’ 남자의 모든 것을 파헤친 ‘남성학’ 보고서. 지은이는 여성의 순결을 요구해온 해묵은 관습들이 사실은 남성의 약점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등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남자라는 종족이 사실은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밝히며, 남녀가 서로 완전한 인격체로서 진정한 의사소통을 하자고 제안한다.<제3의 텍스트> 고원/ 서울대 출판부 펴냄/ 2만2천원<버팔로666>과 김기덕의 <섬>. <빌리 엘리어트>와 제임스 본드. 언뜻 관계가 없어 보이는 텍스트들을 정신분석학적 상상력으로 엮어 분석한 독특한 영화평론집. 독문학자인 저자는 소설을 제1의 텍스트, 영화를 제2의 텍스트, 그에 관한 평을 전혀 새로운 창작물인 ‘제3의 텍스트’로 명명하
남자-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 / 제3의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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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신춘음악회”>예술의전당 야외극장/ 5월10일(금)∼12일(일) 7시30분/ 쎌 인터내셔널/ 02-525-69291988년 데뷔한 이래, <거리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혜화동> <널 사랑하겠어> 등 따뜻하고 서정적인 명곡들을 꾸준히 들려주고 있는 그룹 동물원의 봄맞이 음악회. 2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현악 앙상블과 함께 동물원의 노래들을 클래시컬하게 편곡해 들려주고, 쇼팽과 비발디의 클래식을 변주한다. 2부에서는 드럼, 베이스, 기타, 건반 등 7명의 세션이 동물원의 히트곡과 팝 명곡들을 들려준다. <브랜포드 마살리스 콰르텟 내한공연>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월16일(목) 7시30분/ 영예술기획/ 02-720-6633스파이크 리 감독의 <모 베터 블루스> 사운드트랙 작업에도 참여했던 세계적인 색소포니스트 브랜포드 마살리스와 그의 콰르텟의 첫 내한공연. 색소폰은 마살리스, 베이스는 에
동물원 “신춘음악회” / 브랜포드 마살리스 콰르텟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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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 Sandoval <A La Naturaleza> 포니캐년 코리아 발매클래식과 재즈에 멕시코, 인도, 쿠바 등 여러 민족음악을 접목한 기타리스트 레이 산도발의 독집 음반. 에로틱한 느낌의 <Boda De Sangre>로 시작, 한때의 뉴에이지 음악 열풍을 상기시키는 편안하고 고운 <A La Naturaleza>, 그리고 힘찬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낭만적인 쿠바의 밤을 닮은 등의 곡들에서 라틴댄스 바에 온 것 같은 흥겨움과 낭만을 느낄 수 있다.<Love Morricone> 드림비트코리아 발매<미션> <시네마 천국>의 영화음악으로 잘 알려진 엔니오 모리코네의 영화음악들 중 사랑을 테마로 한 곡들만 모은 연주 앨범이다. 그간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모리코네의 6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의 곡들이 담겨 있어,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의 족적을 알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La Califfa>
Ray Sandov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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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밴드한테 가장 큰 고민은 홍보, 마케팅이다. 기껏 음반을 만들어도 잘 알려지기가 힘들다. 변변한 마케팅 전략도 없다(사실 배부른 소리다). 인디 음악 향유층이 두텁지 않기 때문에 ‘평범한 가요 팬’에게 어느 정도 호소해야 ‘성공’할 수 있다. ‘성공’이라는 건 딴 게 아니라(이를테면 떼돈 버는 게 아니라) 다음 음반을 만들 수 있는 여력, 그때까지 줄기차게 활동할 수 있는 여력을 갖는 것이다. 경우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음반 장수로 따지자면 5천장에서 1만장이다. 그런데 5천명에서 1만명에게 ‘이런 밴드, 이런 음악도 있다’고 알리는 것마저 쉽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디 계열에 포함시킬 수 있는 두 펑크 밴드, 레이지 본과 타카피는 제법 흥미롭다.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중 ‘인디 밴드와 한국영화의 조우’라는 게 있었지만, 레이지 본과 타카피도 해당사항이 있다. 루시드 폴, 어어부 프로젝트, 별 같은 밴드처럼 영화음악 전체를 맡은 건 아니지만, 여러 영화에 곡들을 끼워
레이지 본 <레이지 다이어리> & 타카피 <플라이 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