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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홀은 두산에서 지은 공연장이다. 한국 수준에 맞춘 전아미(典雅美)가 느껴진달까. 회장은 나와 빵잽이 동기동창일 것이다. 아마 1976년쯤? 재벌 2세들끼리 도박을 하다 박정희한테 걸려 들어온 그를 내가 ‘운동권 출신’ 감방장으로 맞았고 눈치밥깨나 먹이다가 어느 한밤중, 이를 잡는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운데 놀라 ‘6·25를 겪은 어른’은 좌우를 막론하고 일단 존경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누그러뜨렸다.연강홀은, ‘노찾사’ 후배들에 대한 기억 때문에도 아름답다. 대략 15년 전, ‘노찾사’는 최초의 ‘공개’ 혹은 ‘공개화’ 공연을 이곳에서 했고 첫곡 <그루터기>가 무대조명과 더불어 시작했을 때 나는 눈물이 핑돌았다. <그루터기>를 만든 한동헌은 현재, 미국 유학 경제학과 학벌을 내팽개치고 ‘노찾사’를 재건하느라 바쁜데, 그와 ‘노찾사’ 멤버도 객석에 보인다.아라이 에이치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 대중음악계에 이름이 꽤 알려진 재일동포 가수다. 한국명 박영일.
4월28일 아라이 에이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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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흥미로운 이중구조의 현실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공식적인’ 현실이다. 그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선을 보고 결혼 상대를 흥정하며 사회적 삶을 산다. 이 세계는 거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하나는 ‘은밀한’ 현실이다. 그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은밀히 서로의 매력에 이끌린다.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욕망’이다. 공식적인 현실은 겉으로 드러나 있는 세계이나 허위의 세계다. 은밀한 현실은 가려져 있지만 그 허위를 뒤집기하는 세계이다. 사람들은 이 영화에서 재미난 역전을 보는데, 정작 영화 속에서 공식적인 세계는 가려져 있고 은밀한 세계는 드러나 있다. 엄정화의 실제 남편인 의사는 코빼기도 안 보이고 계속 전화질만 하는 것이다. 그 일상적 ‘숨은 신’은 무기력하다. 그저 엄정화가 살아가는 알리바이일 뿐이다.순하게 흐르는 내러티브 속에서 이처럼 은근한 도발을 꿈꾸는 이 멜로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에서 조성우 음악감독의 스탭으로 활약한 바 있는 김준석 음악감독이 맡았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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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영접 사절도, 요란스러운 퍼레이드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로 이 손님을 맞는다. 일찍이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나의 유일한 라이벌”이라 불렀던 인물이며, 지난 수십년간 세계 곳곳에서 평화와 정의를 실천해온 불굴의 행동가, 그러면서도 조금도 그 젊음이 시들지 않은 영원한 소년. 다름 아닌 유럽연합의 만화 대사 ‘땡땡’이다.이번에 솔출판사를 통해 정식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땡땡의 모험>(땡땡) 시리즈는 가히 유럽을 대표하는 만화라고 할 수 있다. 1929년 만화가 에르제가 벨기에의 어린이 잡지에 처음 연재를 시작해 1983년 그가 죽을 때까지 모두 24권의 단행본이 출간되었는데, 지금까지 모두 50개 언어, 60개국에서 3억부가 팔려나갔다고 한다. <아스테릭스>나 <스피루> 등의 만화 역시 프랑스어권을 대표하는 만화지만 국제적인 지명도 면에서는 <땡땡>을 따라갈 수 없다.땡땡은 총명한 두뇌와 굽힐
<땡땡의 모험>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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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상당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남녀 중견 일본 만화가가 독특한 소재의 작품을 선보인다. <황혼유성군>은 <인간교차점> <시마과장>의 히로카네 겐시가 그린 중년의 사랑 이야기. 50살을 넘긴 은행지점장 모리모토는 어느 날 직속 상사에게 떠밀려 계열사로 좌천될 위기에 처한다. 지금까지 일을 위해 뛰어온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스위스로 무작정 여행을 떠난 그는 새로운 사랑과 함께 인생의 전환점에 서게 된다. 히로카네 겐시가 <시마과장>과 <시마부장>의 연재 사이에 발표한 이 작품은 ‘40대 여자와 50대 남자의 사랑’이라는 만화 속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소재로 성인 독자들에게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작가 특유의 리얼하면서도 굴곡이 분명한 드라마 짜기가 돋보이며, 차가운 현실 속에서 최소한의 애정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빛을 발한다.<마천루의 버디>는 <쳔재 유교수의 생활>의 야마시타 가즈미가 그린
<황혼유성군>과 <마천루의 버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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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지만 필자는 일반인들보다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는 편이다. 어릴 때야 뭐, 밥먹던 걸 잊어버리고 텔레비전에서 하는 만화영화를 보다가 야단맞은 일이 셀 수 없을 정도였고 일반 가정의 보급시기보다는 좀 늦었던 1990년에 비디오데크를 들여놓은 이후부턴 비디오 대여점과 해적판 비디오를 통해 거의 닥치는 대로 애니메이션을 보았다(요즘은 고속전용선과 CD-R만 있으면 몇 백원짜리 공 CD에 수십편씩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넣을 수 있는 좋은 세상(?)이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서는 상당한 돈과 시간이 필요했다). 영화장르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취향이지만 애니메이션을 볼 때는 고등학교 시절 학업으로 인해 애니메이션을 거의 보지 못한 반발력 때문인지 웬만큼 그림이나 스토리가 되어주면 웬만한 것은 불문에 부치고 구할 수 있을 만큼 구해서 보았다. 원작인 만화책이 긴 편이라 해적판조차도 제대로 전권이 나오지 않은 <란마1/2>이라는 작품의 TV애니메이션 전
2만개 중의 하나 <바람을 본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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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당내에서 벌어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한 후보가 상대 후보의 장인이 좌익활동을 했다는 점을 마치 엄청난 문제인 양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일을 보면서 혀를 찼던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언제나 선거 때면 찾아오는 이런 색깔론의 망령에 진저리치는 그런 이들에게, 짐 캐리 주연의 <마제스틱>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영화이다. 무엇보다 자유의 수호자이며 인권의 보루라고 알려져 있는 미국이 한때는 우리보다 더 심한 색깔론의 광풍에 휩싸였던 시기가 있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의 상황을 직접적이기보다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그려내고 있기는 하지만, 50년대 미국을 흔들어놓았던 매카시즘을 이해하는 데는 그리 큰 무리가 없는 것. 게다가 그런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지금은 어느 정도(?) 사상적으로 자유로운 사회를 구축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줌으로써 우리에게 희망을 가지게 하는 점도 분명 의미가 있다. 각설하고, <마제스틱>의 짐 캐리가 여자를 쫓아 좌익 모임
<마제스틱> `할리우드 10` 중 두명의 감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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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삽화처럼 알록달록한 배경 속에서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와 남자. 어떤 남녀 배우보다도 예쁜 그림을 만들어내는 장진영, 이정재 커플 덕분에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의 포스터는 보는 이의 시선을 붙들어맨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대로, 포스터와 홈페이지의 컨셉은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찾아나서는 무지개 너머 에메랄드 시티이다. 매력만점 두 배우의 모습을 중심으로 배치하여 이들의 흡인력을 최대한 활용했다.기상캐스터와 지하철 유실물센터 직원의 사랑 이야기가 완성되기까지의 모습은 ‘Production Note’와 ‘Making’ 코너에서 볼 수 있다. 또 이곳에는 깜짝 보너스가 있다. 바로 출연배우 4명 각자의 우정과 사랑에 관한 추억담이 진솔하게 담긴 ‘사랑이야기‘ 코너. 곧 정식으로 배우와 감독이 고백하는 사랑의 기억을 담은 에세이북이 발간될 예정이다. 메신저 코너에는 사연을 공모하는 이벤트가 진행중이다. 채택되면 가족, 친구, 연인에게 마음을
<오버 더 레인보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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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해본 게임들 중 제일 중독성이 높은 게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시리즈다. 판타지 세계에서 용과 천사, 피닉스 등을 거느리고 선과 악이 대결을 벌이는 턴 방식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1편은 해보지 못했지만 2편을 처음 사서는 한동안 낮이고 밤이고 게임에 빠져 살았다. 이러다간 큰일나겠다 싶어서 과감히 지워버리고 게임 CD는 깊숙이 처박았다. 그런데 한두달이나 지났나 다른 일을 하다가 못 견디게 하고 싶어졌다. CD를 찾느라고 온 집안을 뒤집어 엎었다. 간신히 찾아 무조건 다시 깔았다. 수십번 반복했던지라 맵이고 전술이고 전부 외다시피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두근두근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렇게 여러 번 한 게임을 또 하고 또 하는 건 시간낭비였다. 수치심과 좌절감에 거칠게 게임을 삭제했다. 하지만 몇주 후,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고, 이 증상은 그 후로도 3편이 나올 때까지 계속 주기적으로 발작했다. 목빠지게 기다리던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4>, 중독성 게임의 최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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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프리먼, 애슐리 저드 등이 출연하는 스릴러물. 정신과 의사인 알렉스는 조카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현장에 도착한 알렉스는 실종자가 조카뿐만이 아니며 그들 모두 뛰어난 미모의 여성들임을 알게 된다. 알렉스는 직감적으로 범인이 고도의 지능을 지녔고 수집가의 기질이 있음을 감지한다. 여의사 케이트는 사건 해결을 위해 알렉스에게 협조하는데 수사팀은 범인이 가까운 곳에 있음을 알지 못한다. <돈 세이 워드>를 만든 게리 플레더 감독작이다.
[TV영화] 키스 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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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소설을 <붉은 10월>의 존 맥티어넌 감독이 영화화했다. 아메드는 유부녀와 불륜관계를 갖다가 약탈과 살육의 땅으로 강제 파견된다. 충복 멜기세데와 함께 낯선 오지로 내던져진 아메드는 인근 마을에 괴물들이 출몰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전사 불리위프는 열세명으로 구성된 전사들을 규합하는데 여기 아메드가 가세하게 된다. 안토니오 반데라스, 다이앤 베노라가 출연하고 있으며 호쾌한 액션장면이 볼 만하다.
[TV영화] 13번째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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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武 1998년, 감독 지아장커 출연 웨이왕홍 <EBS> 5월11일(토) 밤 10시“장이모나 첸카이거는 자본을 추구하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 내겐 영화창작의 자유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소무>는 지아장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중국 6세대 감독으로 분류되는 지아장커 감독은 엄밀하게 말하면 그중에서 ‘거부파’에 속하는 인물이다. 국영기구에 편입되거나 상업영화를 만드는 대신, 게릴라 스타일로 인디영화를 만드는 길을 택한 것이다. 중국 내부에선 상영금지라는 비운을 겪기도 한 지아장커 감독의 <소무>는, 야심작이다. 어느 덜 떨어진 소매치기이자 잡범의 이야기인 <소무>는 전통적인 리얼리즘 계열 영화다.소무는 시골 출신의 소매치기다. 경찰에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소무는 별로 할 일이 없어진다. 실업가로 성공한 샤오닝이 결혼을 올리게 되자 소무는 축의금을 건넨다. 샤오닝은 밀수로 돈을 버는 처지지만 소무의 축의금을 받길
지아장커 감독의 <소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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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들 극단끼리는 통한다는 말을 한다. 위선과 위악, 진담과 농담, 리얼리티와 반리얼리티, 이런 상반된 요소들이 영화 속에 들어 있다면 이것들도 과연 그럴까? 독립영화관(KBS2TV, 금요일 새벽 1시15분)에서 방영될 <특집! 노래자랑>(허인무 연출, 16mm 컬러, 18분, 2001년)은 우연적인 사건과 과장된 표현으로 일관하면서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런 요소들을 점층법으로 그린다. 서른아홉의 노처녀는 공개구혼을 목적으로, 용이 될 미꾸라지만으로 만든다는 추어탕집 노총각 사장은 홍보차 ‘특집 ! 노래자랑’의 예심에 도전한다. 짐작대로 접수시 둘은 마주치고, 추어탕 식당에서 또 마주치고, 떨어지는 예심에서 또 마주친다. 농담이자 반리얼리티인 셈이다. 자, 그 다음은? 짐작대로다. 시추에이션 코미디를 답습하는 대신 안 풀리는 늙은 청춘들의 애환을 상투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따뜻하다. 반면 <줄서기>(김태균 연출, 16mm 컬러, 12분, 1999년)는
독립·단편영화 <특집!노래자랑> <줄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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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가 ‘일정 소수만이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할 때, 여기에 한 가지 조건사항을 달면 더 금상첨화다. ‘악조건 속에서도 일정 소수만이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오우삼이 바다 건너가서 제일 처음 한 것은 극장용 영화보다도 TV영화였다. 그것도 미국이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합작품이었다. 미국의 20세기폭스와 캐나다의 알리안스가 합작한 이 작품은 <신종횡사해> 또는 <오우삼의 미션특급>(Once a Thief)이었다. 오우삼이 이전에 만들었던 영화 <종횡사해>(Once a Thief)하고는 남자 둘 여자 하나라는 설정 빼고는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코믹액션물이었다. 알리안스에서는 이 액션물을 TV시리즈화하기로 결정했고, 단 한개 시즌으로 끝나고만 불행하고도 귀여운 24편짜리 시리즈가 바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신종횡사해>(<…미션특급>)이다.의 ‘쥐새끼’ 크라이첵, 니콜라스 리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이 시리즈를 처음 봤는데,
만화적인 캐릭터의 코믹액션물 <신종횡사해>(<오우삼의 미션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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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gend of Zu 2001년, 감독 서극 출연 정이건, 장백지, 장쯔이, 홍금보, 고천락 자막 영어, 한국어 화면포맷 아나모픽 오디오 DTS & 돌비 디지털 5.1 출시사 아이비전 엔터테인먼트
홍콩 무협 SF영화의 고전인 <촉산>의 속편. 원작인 <촉산검협전>은 30년대 무협소설의 대표작으로, 이후 나온 모든 중국의 무협소설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발전된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십분 활용해 이전에 미처 담아내지 못했던 장면들을 더욱 환상적인 모습으로 담아냈으며 DTS와 돌비 디지털 5.1을 지원하는 사운드가 무게감을 더한다. 특히 특수효과는 <풍운>을 능가한다는 평. 서플로 감독 및 캐스트 소개, 제작 과정, 극장용 예고편, 시놉시스 등을 담았다. ▶ <촉산전> 자세히 보기
촉산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