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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노르웨이 북대서양 근방의 해저, 소련 최초의 핵탄두 잠수함인 K-19은 첫 항해 도중 원자로 냉각기가 고장나고 만다. 모든 통신이 두절된 채, 나토 기지와 가까운 그곳에서 원자로가 폭발한다면, 오해와 불신이 쌓인 동서양 진영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돌입할지도 모른다. K-19을 이끄는 함장 보스트리코브(해리슨 포드)와 부함장 폴레닌(리암 니슨)은 선원들의 생명과 인류의 운명이 자신들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K-19>은 무엇보다 뛰어난 연기와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두 배우에게 의존하는 영화다. 6천만달러라는, 잠수함이 등장하는 대규모 액션영화치고는 저렴한 제작비로 만들어진 <K-19>는 <크림슨 타이드>나 <붉은 10월>이 그랬듯, 개인의 영역을 초월한 막중한 책임을 해리슨 포드와 리암 니슨에게 맡겼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 회오리치는 긴장감을 표현하는 데 그들보다 더 적절한 배우는 없을 것이다.감독 캐스린 비글로 역
해외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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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돌을 맞은 칸국제영화제가 내일 막을 올린다. 세계 영화팬들의 열광과 한숨을 자아낼 55편의 작품이 12일 동안 칸의 은막 위에 오른다. 이 가운데 48편이 세계에서 처음 상영되는 작품들이다. 55편의 공식 상영작 가운데는 칸에 처음 초청된 시리아, 팔레스타인, 레바논, 모리타니아, 타지키스탄 등 다섯 나라의 작품들도 포함돼 있다. 개막작은 우디 앨런의 코미디 <할리우드 엔딩>이다. 칸이 지금까지 코미디라는 장르에 대해 소홀했던 점에 비춰보면 조금 이례적인 선택이다. 좀처럼 뉴욕 밖으로 나오지 않는 앨런의 칸 나들이 또한 이례적이다. 앨런은 지난 3월24일, 뉴욕 테러를 기려 만든 ‘영화 속 뉴욕’ 몽타주를 소개하기 위해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다. 미국에서 지난 3일 개봉한 <할리우드 엔딩>은 이혼한 영화 감독(우디 앨런)이 제작자인 전처의 도움을 받아 영화를 만드는 얘기다. 앨런은 이 영화가 “이 행사(칸 영화제)에 딱 맞는 작품”이라 했
`칸`의 변신 55돌 55편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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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자신의 휴대폰으로 걸려온 한통의 전화.그 전화를 받고 발작을 일으키며 죽어간다면? 정통 호러영화를 표방하는 영화 <폰>은 제목 그대로 전화(휴대폰)를 매개로 한 공포영화다. 영화 <링>이 비디오를 이용해 공포를 전염시켰다면, 여기서는 현대인들의 필수품인 휴대폰이 등장한다. 휴대폰으로 전달되는 정체불명의 메시지. 그 메시지를 받는 사람은 극한 공포상황을 체험하며 발작을 일으키고 죽어간다. <가위>를 연출한 안병기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하지원, 김유미, 최우제가 주연을 맡았다. 지난주 초 부산 해운대 인근 도로에서 있었던 촬영은 액션영화를 연상시키는 자동차 추격전. 대형 트레일러까지 동원된 이날 촬영은 잡지사 기자인 서지원(하지원)을 지원의 기사로 인해 피해를 본 정신과의사인 차진우(정성환)가 좆는 장면이다. 원래는 서울에서 촬영할 계획이었지만 장시간 도로통제가 어려워 부산영상위원의 도움을 받아 부산에서 촬영했다. 앞서 지난 2월 말에 있었던
<폰>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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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기술자 프랭크(존 트라볼타)는 아내 수잔과 이혼했지만 아들 대니(매트 올리어리)에 대한 애정만큼은 끔찍하다. 수잔은 이 마을에 이사온 젊은 재력가 릭(빈스 본)과 재혼을 하게 된다. 결혼식날 릭의 친구라며 나타난 레이 콜만(스티브 부세미)의 존재를 릭은 부담스러워하는데, 우연히 대니는 새아버지의 범죄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도 대니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가장 친밀한 존재여야 할 가족 안에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 있다면? 액션스릴러물 <디스터번스>의 설정은 일단 매력적으로 보인다. 남들에게 존경받는 새아버지와 잔혹한 범죄자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관객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대니가 넘겨야 하는 위협적인 상황을 지켜보게 된다. 사우스포트라는 마을과 낡은 선박제조실, 살인현장인 벽돌공장도 범죄공간으로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지난해 미국 개봉 때 6주간 박스오피스 상위 10위권에 머물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부의 전개는 긴장감 높은 설정에 미치지 못한다
재력가 새아버지가 끔찍한 범죄자 <디스터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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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유>는 가상공간을 통해 자신을 발견해가는, 요즘 엔 세대들의 청춘멜로영화다. 엔세대? 적지않은 사람들이 거칠 것 없고 자신밖에 모르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세대라고‘쉽게’ 단정해버린다. 하지만 영화는, 방식이 다를 뿐 그들 또한 세상에 나가는 걸 주저하고 그래서 더욱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간절히 바란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후아유>는 젊은이들간의 소통을 다루면서, 세대간의 소통 가능성도 열어보인다. 63빌딩의 수족관 잠수부 인주는, 국가대표 수영선수이던 3년전 훈련중 사고로 청각을 잃고 세상에도 문을 닫아걸었다. 그에게 어느날 ‘후아유’라는 커플게임의 베타테스트에 참여하겠냐며 아이디 ‘멜로’가 다가온다. 멜로는 사실 이 게임을 만든 형태다. 나쁜 평을 올린 인주를 설득해보겠다는 오기로 접근했지만, 일 외엔 아무것도 관심없던 형태는 차츰 사랑을 느껴간다. 이 사실을 모르는 인주는 가상의 멜로만을 바라보며 형태를 속물취급한다. “투명인간 친구란 말 알아
영화 <후아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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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막을 내린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SIAF) 2002에서 이성강 감독의 <마리 이야기>가 장편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마리 이야기>는 장편 관객상과 함께 2관왕의 영예를 누렸으며 단편부문에서는 일본의 <웃는 달>(니시모토 기요시)이 그랑프리에 뽑혔다. 나머지 수상작 명단은 다음과 같다.◇단편부문최우수상 = <빙산을 본 소년> 폴 드리센(캐나다)심사위원특별상 = <소녀와 바다> 래티시아 가브리엘리(프랑스)◇커미션부문최우수상 = <가시덩굴> 아니타 킬리(노르웨이)심사위원특별상 = <등대호텔> 투갈 비로도(프랑스)◇인터넷부문최우수상 = <하루> 신주식(한국)◇특별상ASIFA(아시아국제필름협회) 코리아상 = 린다김 SICAF(서울국제카툰애니메이션페스티벌) 조직위원장상 = <리사이클링> 박재모유니세프상 = <여름> 김정화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장상 = <아빠의 응원&
<마리 이야기> SIAF 2002에서 2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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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서비스(대표 오상만)는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의 헤이리 아트밸리에서 영화종합촬영소 기공식을 개최했다. 약 120억원이 투입될 영화종합촬영소는 대지 4천500여평, 건평 2천500여평의 규모로 2개의 건물에 각각 380평, 280평, 180평 크기의 촬영소 3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야외세트장을 개발, 테마파크로 꾸며 시민과 학생들의 놀이터이자 영상문화 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완공 시기는 내년 3월로 잡고 있다. 아트서비스가 민간으로서는 처음으로 영화 스튜디오 건립에 나선 것은 남양주시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의 수용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한국영화의 활황으로 수요 확대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영화종합촬영소의 최대 투자자인 강우석 시네마서비스 회장은 "시네마서비스가 명실상부한 메이저 영화사가 되려면 스튜디오가 있어야 한다는 것 뼈저리게 깨달았다"면서 "이곳을 한국영화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시네마서비스의 자회사로 지난해 10월 출범한 아트서비
헤이리 아트밸리에 영화종합촬영소 첫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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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를 향한 지독한 사랑이 그의 영혼의 되살린다. 그날 이후, 서로를 사랑이라 부를 수 없는 위험한 동거가 시작된다.
이병헌, 이미연 주연의 멜로 영화 <중독>이 지난 5월 8일 씨네2000 사무실에서 고사를 치른 후 11일 압구정동에 있는 한 바에서 크랭크인 했다. 한날 한시, 불의의 사고로 죽은 형의 영혼을 갖고 깨어난 시동생(이병헌)과 형수(이미연)의 위험하고도 슬픈 사랑이야기 <중독>은 드라마 <아름다운 시절> 이후 연기 활동이 뜸했던 이병헌이 2년만에 출연하는 영화. 그는 첫날 촬영 크랭크인에 앞서 “제가 요즘 연기가 고프거든요? 첫날 촬영 좀 더 하면 안 될까요?”라며 열의를 보였다.
“최고의 배우, 스탭들과 함께 첫 작품을 하게 돼 기쁘다. 우리 모두 <중독>에 중독됩시다.”
, <산부인과> 조감독 출신 박영훈 감독은 데뷔작 <중독>의 첫날 촬영을 자동차에 푹 빠진 카레이서 대진(이병헌)에게 술취
영화 <중독> 크랭크인 현장에서 만난 이병헌과 이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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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피릿의 화신이다!”
천성이 쾌활한 음악가 한스 짐머는 <스피릿> 인터뷰가 있던 날 아들딸 쌍둥이를 얻고 “다 이루었도다!(Finished!)”를 외치며 즐겁게 방에 들어왔다. 5년 전 “농담따먹기하는 초록괴물 이야기(<슈렉>)와 말 못하는 말 이야기 중에 고르라”는 카첸버그의 제의를 듣고 말쪽을 골라잡았다는 한스 짐머는 도무지 말 냄새가 나지 않는 기타연주 버전과 지독하게 우아하고 지루한 신시사이저 버전을 내버리기까지의 시행착오담까지 무용담처럼 소개했다. 주제가와 삽입곡을 부른 록뮤지션 브라이언 애덤스는 맷 데이먼에게 내레이터 자리를 빼앗긴 ‘아픔’을 명랑하게 인정하면서도 스토리보드 단계부터 참여해 노래로 대사없는 영화를 해설함으로써 영화의 작가(author)가 될 수 있었던 <스피릿> 음악 작업의 보람을 자랑했다.
-<라이온 킹> <씬 레드 라인> 같은 전작에서 민속음악이나 당대음악을 활용했다. <스피릿&g
<스피릿> LA 시사기 [3] - 한스 짐머 & 브라이언 애덤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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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도 완전히 이해하길”<스피릿>으로 감독 데뷔한 켈리 애즈버리와 로나 쿡은 드림웍스의 첫 번째 2D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의 스토리 감독으로 파트너십을 닦았다. 1983년부터 디즈니에서 일한 애즈버리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토이 스토리>에서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일했을 뿐 아니라 많은 동화책을 쓰고 그린 작가다. 애니메이터로서 업계에 입문한 로나 쿡은 <뮬란> <라이온 킹>의 스토리 아티스트를 거쳤고 <미녀의 야수>의 히로인 벨의 창조에 참여했다. 대사없는 캐릭터로 애니메이션을 연출하기 난해했을 텐데. - 켈리 애즈버리: 지상과제는 장면의 의도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의 표현에서 한점 모호함 없는 명쾌한 표현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스피릿>은 무성영화와 통하며, 극중 인간들의 대사나 스피릿의 내레이션은 초기영화의 자막 카드와 같은 기능을 한다.무성영화에 대
<스피릿>감독 켈리 애즈버리 & 로나 쿡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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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상은 트래디지털에 있다”
-`트래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는 컨셉을 새롭게 내세웠는데.
=<스피릿>은 아티스트가 손으로 그리는 유기적 애니메이션을 컴퓨터로 엔지니어링한 디지털 애니메이션 속으로 데려와 양쪽의 장점만 교배한 신종 합성물이다. <스피릿>은 <아이스 에이지> <슈렉> <몬스터 주식회사>보다 기술적으로 정교한 애니메이션이며, 특히 첫 도입부 3분은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로 복잡한 테크닉을 포함하고 있다.
-언제 어떻게 <스피릿>에 착안했으며, 이 프로젝트가 드림웍스의 세 번째 2D 장편 애니메이션이 될 만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먼저 <스피릿>을 드림웍스의 세 번째 전통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 첫 번째 트래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 불러주었으면 한다. 아이디어의 시초는 말에 대한 나의 애정이었다. 말은 아름답고 고귀한 피조물이며 인간과 말 사이에는 수천년간 이어져온 특별한 연대가 있다. 또
<스피릿> LA 시사기 [2] - 제프리 카첸버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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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출은 마술사이지만 마술 솜씨가 별로다. 변두리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빈 주먹을 움직이다가 동전을 쥐어보이는 정도가 고작이다. 여자 관객을 불러내 콧김을 잔뜩 불러넣은 뒤 여자 등 뒤편으로 팔을 펴 한번 휘젓는다. 손을 펴자 여자 팬티가 나오고 그걸 흔들다. 유머랍시고 한 짓이지만 바로 여자에게 뺨을 맞는다. 여자는 일행과 함께 클럽을 나가고, 세출은 클럽에서 잘린다.보잘것없는 이 인생은 가족관계에도 마찬가지다. 부인에게 이혼당하고 이틀 뒤면 아들도 부인에게 보내야 한다. 10살 남짓한 아들은 세출이 마술 부릴 때 사용하던 닭을 잡아서 아버지와의 마지막 만찬이랍시고 밥상에 올려놓고 세출에게 생떼쓰듯 부탁한다. 숟가락을 휘는 마술을 자기 친구들에게 보여달라는 것이다. 친구들이 아버지를 우습게 보고 놀려대니 본떼를 보여달라는 말이다. 숟가락 휘는 재주가 없는 세출은 고민하며 악몽까지 꾸다가 마침내 방법을 떠올리다. 아들을 보낸 뒤 그 방법을 가지고 다시 나이트클럽 무대에 선다. 화려한 마
[단편영화 Review] 으랏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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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집에 한 남자가 천장을 올려다보고 서 있다. 곧이어 땡볕 아래 땅이 말라 갈라진 벌판을 엄마와 아들이 걸어간다. 아들이 자꾸 뇌까린다. “유재건, 유재건…, 이상해.” 그 말을 듣는 엄마의 표정이 편치 않다. 아들이 “김재건, 김재건은 더이상 내 이름이 아니야!”라며 신경질부리듯 말을 내뱉자 엄마는 쓰러진다. 카메라가 엄마의 시점으로 옮겨와 함께 쓰러지면서 화면이 크게 흔들린다. 엄마가 쓰고 있던 양산이 땅바닥에 나뒹군다. 아들이 그걸 들고와서 엄마 머리 위에 펴준다. 공간이 바뀌어 이삿짐이 잔뜩 쌓인 집에, 처음 등장했던 이와 다른 남자가 서서 천장을 본다. 천장에서 물이 샌다. 새는 물방울을 컵으로 받친다. 물방울이 컵에 떨어지자 남자가 미소를 짓는다. 마른 땅 위로 소나기가 퍼붓는다.<새 집…>은 여자가 아들과 함께, 새 남편을 만나 새 살림을 시작하는 날의 풍경화이다. 그 풍경은 대사나 설명없이 이미지로 채워진다. 땡볕, 갈라진 땅, 물이 새는 천장, 소나기
[단편영화 Review] 새 집이라고 했는데 이 얼룩은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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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자유의지에 새 생명을 불어넣다
박스오피스의 수호신이 제정한 할리우드력(曆)의 입하(立夏)에 해당되는 5월 첫 주말의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마케팅 엔진이 뿜어내는 열기는 도시 곳곳에서 스멀거렸다. 몇몇 호텔은 정킷 손님으로 북적였고 아침이면 TV토크쇼 진행자의 머리 위에서 스파이더 맨 인형이 그네를 탔으며 밤이면 <폭스TV>에서 <스타워즈> 4, 5, 6편의 루크 스카이워커가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의 카운트다운을 맞아 광선검을 휘둘러댔다.말 한 마리의 실루엣이 빛바랜 성조기를 닮은 바탕 위에 덩그러니 새겨진 <스피릿>(Spirit: A Stallion of the Cimarron)의 티저 포스터는, “날 좀 봐달라!”고 목청을 높이는 여름 블록버스터들의 총천연색 아우성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박하고 과묵해보였다. 하지만 5월3일 저녁 24개국 기자 70여명을 상대로 <스피릿> 시사회가 열린 LA 윌셔 대로의 AMC A
<스피릿> LA 시사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