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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케 다카시는 V시네마가 낳은 거장이다. 조장의 자리를 물려받은 고등학생이 자신의 친위부대를 이용하여 야쿠자들과 싸우는 황당무계한 액션영화 <후도>로 시작하여, 영화판의 규칙을 지키면서도 모든 상식과 질서를 뛰어넘는 도발적이고 의미심장한 영화를 끊임없이 만들어왔다. 미이케 다카시는 카오스 그 자체이면서도, 결코 혼돈의 늪에 빠져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상업적인 장르영화를 만들면서 미이케 다카시는 한계를 돌파하며 성장하고, 또 자신의 획기적인 스타일을 만들고 발전시켜왔다. 최종심급은 환경이 아니라, 결국은 감독 자신인 것이다. 이제 전세계가 인정하는 거장으로서, 일본 젊은 감독들의 ‘꿈’이자 ‘목표’가 된 미이케 다카시는 여전히 V시네마를 만들고 있다. 가끔 대작을 만들기도 하고, TV드라마도 만들지만 V시네마를 외면할 이유란 없는 것이다. V시네마는 비디오용 영화이기 이전에, 엄연한 영화이니까.감독으로 데뷔하기 이전에는 무엇을 했나.나는 오사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V시네마가 낳은 거장, <비지터Q><고로시야 이치>감독 미이케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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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게 빛나는 밤거리를 달려가는 사내, 거칠게 터져나오는 주먹. 남자들의 거친 이전투구로 인상지어지는 V시네마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지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1년에 100편이 넘는 V시네마가 제작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할리우드와 다른 색깔의, 일본만의 액션영화를 키운 V시네마의 현장에서 성장해온 3인의 배우, 제작자, 감독을 만났다.야쿠자보다 더 야쿠자 같은 카리스마를 지닌 V시네마 최고의 스타 아이카와 쇼, ‘일본영화는 죽지 않았다’고 당당히 선언하는 제작자 구로사와 미쓰루, 마카로니 웨스턴이 낳은, 미이케 다카시를 꿈꾸는 감독 무로가 아쓰시가 이야기하는 V시네마의 성장과정과 매력, 그리고 DVD시대의 대책은 무엇인가. V시네마 현장에서 일본영화가, 장르영화가 건재함을 증명하는 일본 V시네마 3인의 사자왕들에게 어제의, 오늘의, 내일의 V시네마에 대해 물었다. 편집자“여성들도 처음에는 싫어하지만 한번 보면 팬이 되지”V시네마 최고의 스타 아이카와
V시네마의 ‘현재’, 배우 아이카와 쇼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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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이 낳은 인재 발굴이 V시네마의 역할”V시네마 제작사 도에이비디오 전무 구로사와 미쓰루(黑澤滿) 인터뷰도에이비디오가 V시네마를 출범시켰을 때, 진두에서 모든 것을 지휘한 사람은 구로사와 미쓰루였다. 10년 동안 V시네마를 지켜온 구로사와는, 백발에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일본영화는 죽지 않았다”고 말한다. V시네마는 일본의 장르영화를 지켜왔고, 인재를 키워내는 산실이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구로사와의 얼굴에는 단호한 자신감이 비친다. 지금도 도에이비디오에서 만들어지는 V시네마의 제작자 이름에는 구로사와 미쓰루가 올라 있다.V시네마의 주요 타깃은 누구였나.비디오를 빌리는 연령층을 조사해보니,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남성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먼저 야쿠자영화를 만든 것도 이들 연령층이 좋아하는 취향을 맞춘 것이다. 그것이 딱 맞아떨어졌다.당시 감독들은 비디오용 영화를 만드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나.전혀 없었다. 극장용을 만들던 감독들도 기꺼이 환영했고, V시네마 자체가 조감
V시네마의 ‘현재’, 구로사와 미쓰루 · 무로가 아쓰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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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은 자칭 임권택 팬클럽회장이며, 허문영은 그 팬클럽회장에게 <취화선> 촬영동행기를 청탁해 그걸 50페이지에 걸쳐 실은 잡지의 편집장이니 이 인터뷰에 내부자 거래의 혐의를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성일은 거의 스탭처럼 촬영현장을 오가면서 장면에 따라서 20, 30회 이상 봤고, 임권택 인터뷰집을 10여년전에 펴낼 정도로 임 감독의 영화세계를 누구못지 않게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어서, 임 감독의 인터뷰어라면 가장 적임자다. 허문영은 참관자의 입장을 자처하고 따라갔다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몇마디 끼어들게 된다. 두 사람은 내부자 거래의 혐의를 벗기 위해 사전 작전회의도 가졌다는 후문이다.<취화선>을 누구못지 않게 애타게 고대했을 이 두 사람을 맞는 임권택 감독은 초등학교 은사가 옛 제자를 맞이하는 듯 함박꽃 환하게 핀 표정이었지만, 한편 이들이 쏟아낼 질문 공세를 떠올리는지 일말의 긴장감도 내비쳤다. 특히 두 사람이 이날 오전 8시부터 ‘작전회의’를 가졌다
정성일 · 허문영, 임권택 감독을 만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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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멋과 흥, 문화정성일 이 영화는 장승업이 그림 그리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자막이 떠오를 때 장승업이 그림 그리는 장면을 보여주는 대신에 차를 우려내는 과정을, 그 단아한 과정을 일일이 찍어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또 영화 중간중간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안에도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별가>가 나오는 대목과 <흥타령>이 나오는 대목이 맞물려들어갈 때 그것이 갖고 있는 힘이 종종 그림을 압도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취화선>의 관심은 장승업이라는 한 화가의 치열한 거듭나려는 노력과 동시에 그 시대의 멋과 흥, 즉 수많은 다른 문화들인 것 같습니다.임권택 나는 거듭 얘기하지만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우리의 삶과 문화적 개성을 영화에 담고 싶은 거예요. <서편제>나 <춘향뎐>에서 어쩌면 트레이닝이 됐다고 할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어떻게든 폭넓게 수용해서, 환쟁이가 살아가고 있는 땅의 사람들의 총체적인 문화적 개성
정성일 · 허문영, 임권택 감독을 만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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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이제 디테일을 좀 여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취화선>은 전체 156신 중 92신이 플래시백으로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의 3분의 2를 플래시백으로 찍고 돌아오는 구조를 택하셨는데, 사실 현장에서 이런 질문을 드렸을 때, 최종적으로 편집하고 나서 얘기해보자라고 대답을 미루신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위험한 구성일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관례라면, 영화 시작할 때 플래시백으로 시작해서 끝날 때 돌아오거나, 3분의 1 지점에서 끝나고 현재로 돌아오는 것인데, 3분의 2를 플래시백으로 하는 이야기 구조를 택하셨을 때에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표현하고자 하는 뜻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임권택 그러니까 장승업의 어렸을 때부터 52살까지를 연대기적으로 배열하느냐, 아니면 어딘가 잘라서 그 장구한 세월을 빠르게 진행시켜서 돌아갈 것이냐 하는 문제와 걸리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최고 전성기를 도입부에다 올려놓으면서 들어가고 있단 말이에요. 그럼 관객
제2장 <취화선>, 그 열두폭 병풍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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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사실 감독님이 최초로 <취화선>에 관한 구상을 말씀하셨을 때 동양화, 혹은 한국화의 독특한 미적 세계를 영화라는 서구적인 프레임에 어떻게 수용할 것이냐가 궁금했습니다. 족자 그림처럼 세로가 긴 프레임의 그림을 어떻게 찍을지, 또 원근법을 무시한 동양화의 느낌을 어떻게 잡을지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개별적인 숏 안에서 동양화의 미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는 찍히지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신 건지, 아니면 찍는 과정에서 좀 방향을 수정한 것인지 궁금합니다.임권택 처음부터예요. 왜 그러냐 하면 족자는 전체를 수용하기에는 영화 사이즈하고 너무 안 맞았기 때문에. 그래서 저것을 생각한 거죠. 왜 이런 그림을 그려야 하는가. 그리고 그림이 갖는 맛이나 멋은 전체로 설명이 안 되니까, 대사로 조금 보충해서 클로즈업과 겹쳐들어가면 대충 윤곽이나마 드러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허문영 사실은 마지막에 드리고 싶은 질문을 미리 당겨서 하자면
제3장 <취화선>, 임권택 영화 미학의 새로운 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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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21 351호 특집만화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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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351호 특집만화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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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351호 특집만화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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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351호 특집만화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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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21 351호 특집만화 ^^* (4)
씨네21 351호 특집만화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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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할말이 많았을 줄은, 미처 몰랐다. 한 사람이 두개씩, 세개씩 끝도 없이 쏟아놓던 질문들, 질문들. 열혈 영화광들이 열혈 영화감독들을 만난 자리는 스파크가 일 만큼 열띠었다. 하긴, 그동안 관객이 감독을 접선할 수 있는 기회는 너무 없었다. 고작 영화제에서 영화상영이 끝난 뒤 20분 정도 마련되는 짧은 Q&A 시간, 아니면 대학에서 간헐적으로 열리는 특강이 다였으니.
창간 7주년이 되어 <씨네21>은 ‘진이 빠질 만큼’ 길고도 긴 감독과 관객간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고 장진, 류승완, 김지운, 박찬욱 감독을 섭외했다. 최장 3시간 동안 관객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자리, 감독들은 어느 때보다 긴장했다. 많은 독자/관객이 찾았고, 때로는 감독의 입이 헤벌어질 만한 사랑 고백을, 때로는 감독의 이마에 진땀이 흐를 만한 집요한 추궁을 서슴없이 했다. ‘도대체 감독은 어떻게 되냐’, ‘시나리오는 도대체 어떻게 쓰냐’, ‘내 나이 때 당신은 뭐했냐’ 등등 젊은 관객이 젊은
젊은 감독, 관객을 만나다 [1] - 장진, 류승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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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많이 좋아하지 마세요, 아류가 돼요”
이날은 원래 박찬욱 감독과의 대화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전주영화제에서 <공동경비구역 JSA> 상영행사에 참가하고 올라오던 박찬욱 감독은 6시쯤 차가 너무나 막혀 제 시간에 닿기 힘들 거라는 소식을 전해왔고, <씨네21> 진행자는 부랴부랴 5월2일 순서로 예정돼 있던 장진 감독님을 모셨습니다. 박찬욱 감독을 만나러 참석했던 독자 여러분, 그리고 5월2일 장진감독과의 대화를 기다리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이탈리아의 ‘우디네영화제’에 참가했다가 서울에 온 지 불과 2시간 만이라 경황도 없으셨을 텐데 특유의 재치있는 솜씨로 행사를 이끌어준 장진 감독님께는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장진입니다. (박수) (마이크를 뽑아들고 일어서며, 사회자석에 앉아 있는 남동철 기자에게) 여기 계속 앉아 계실 건가요? (남동철 기자, 웃으며 내려간다. 단상 테이블에 걸터앉는 장진 감독.)
젊은 감독, 관객을 만나다 [2] - 장진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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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카리스마
-장진 감독한테 딴죽 거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시나리오는 좋은데 영화가 영화적이지 못하고 연극적이다, 라는 거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좋아하는 한국 감독, 외국 감독을 알려주세요.
=연극적이다, 영화적이다, 이런 말을 저는 별로 고민 안 해요. <기막한 사내들> 내놨을 때 모 기자가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뭐라고 썼죠? 남 기자님? ‘비영화적’이라고 했는데,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제 영화를 보고 관습화되지 않은 것에 반응을 했거든요. 저는 영화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영화 보는 걸 좋아했다면 양식 같은 걸 따라했을 텐데, 다행이다 싶었어요, 본 게 없어서. 영화에서 화자의 숨소리가 느껴진다면 연극적인 거고, 어떤 배우의 다이얼로그에서 다른 서브텍스트, 다른 감성이 연상된다면 그건 또 문학적인 거겠죠. 어떤 영화가 연극적이다, 문학적이다, 하는 것은 객관적인 게 아니에요. 만약 영화가 안 좋다면 ‘쟨 영화를 못 만들었어’
젊은 감독, 관객을 만나다 [3] - 장진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