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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자식과 부모 사이가 다정다감하기란 쉽지 않다. 자식이 집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과 부대끼기 시작하면 부모와 나눌 얘깃거리가 드물다. 자기 고민을 부모에게 말하는 건 의지하려는 것 같아 싫고, 자기 때문에 부모가 걱정하는 모습도 보기가 싫다. 부모 입장에서도, 스스로 잘하는 것 같지도 않으면서 말만 하면 잔소리로 여기고 대드는 자식들에게서 어릴 때의 귀여움을 찾기는 힘들다. <알 수 있다>는 서로 대면대면하고 말을 시작하면 다투기 십상인, 다 큰 딸과 엄마 사이의 특이한 소통 방식을 스케치하듯 특징을 잡아 그려낸 단편이다.서울에서 대학다니는 딸이 부산 집에 와서는 ‘시집가라’는 말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사소한 일들로 다툰다. “니는 배웠다는 가시나가 말버릇이 그게 뭐꼬. 공부고 뭐고 다 집어치아라.” “모처럼 집에 오면 좀 편하게 해줄 수 없나. 내 간다.” “가라. 다시는 오지 마라.” 딸은 밥먹다가 숟가락을 놓고 바로 집을 나와 서울로 온다. 서울 집에 다 와서 가
[단편영화 Review]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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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는 1945년. 미군 중위 토마스 하트(콜린 패럴)는 독일군에게 잡혀 연합군 포로수용소로 끌려온다. 미군 포로들의 지휘관격인 맥나마라 대령(브루스 윌리스)은 하트를 장교 막사가 아닌 사병 막사에 배치한다. 며칠 뒤 하트의 막사에 흑인 장교 둘이 배치되자, 실세인 베드포드 상사(콜 하우저)를 비롯한 백인 사병들은 불만을 드러낸다. 뒤이어 두 흑인 장교 중 하나가 모함을 받아 처형되고, 베드포드가 살해된다. 용의자는 살해현장에서 발견된 또 하나의 흑인 장교 스콧(테렌스 대션 하워드). 맥나마라는 군법회의를 열고 하트에게 스콧의 변호를 맡긴다.■ Review <하트의 전쟁>은 드라마의 방향을 끌어가는 사공이 많은 영화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전투장면 하나 없는 만큼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전쟁영화와는 다르다. 기본 골격은 빌리 와일더의 <스탈라그17>이나 존 스터지스의 <위대한 탈출&g
[Review] 하트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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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웹 디자이너 매트(조시 하트넷)는 니콜에게 푹 빠져 지내다가 차였다. 니콜이 금융회사 중역인, 잘 나가는 남자와 결혼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니콜을 좀처럼 잊지 못하는 매트는 이 여자, 저 여자와 자보지만 섹스가 잘 안 된다. 섹스 도중에 지붕에 금이 가고 지진이 일어나는 환영이 자신을 덮친다. 신부 지망생인 형을 찾아가 상담하다가, 가톨릭의 사순절에서 힌트를 얻어 40일간 금욕생활을 하기로 결심한다. 결심한 첫날 빨래방에서 우연히 에리카(섀닌 소사몬)를 만난다.■ Review 한창 욕구가 왕성할 나이인 20대의 남자가 40일 동안 섹스를 하지 않기로 작정한다. 그 기간 동안 자위도 안 하겠다고 다짐한다. 섹스를 떠올리거나, 다른 여자와라도 섹스를 하면 자꾸 전 애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장 섹스가 잘 안 되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전 애인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스스로 납득이 잘되지 않는다. “남자는 씨를 뿌리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며 40일 금욕 계획을
[Review] 40데이즈 40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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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아우디(허준호), 르까프(이창훈), 각그랜져(박준규), 해태(이원종)는 광주 고등학교 시절에 만난 주먹계 친구들.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사이다. 공부를 잘했던 르까프는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입성하고, 나머지 세 친구도 힘든 밑바닥 조폭 생활을 이겨내고 차츰 세력을 넓혀간다. 똘똘 뭉친 ‘4발가락’ 친구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중간급 보스로 성장해나간다. 어느 날 4발가락은 서울의 중간급 보스들이 모두 참석한 홍두깨(정성모) 주최 모임에서 강남 요지 호텔 건립에 따른 반대세력 제거를 위한 모의를 하는데, 4발가락과 그들의 라이벌인 역4인방은 금도끼와 은도끼의 전설에 얽혀들어가면서 심각하게 대립하게 된다.■ Review 발가락이 4개뿐인 조폭 4인방이 펼치는 코믹갱스터영화 은 <친구> <두사부일체>로 이어지는 요즘 조폭영화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하얏트(HAYTT) 호텔을 ‘해태’라고 당당하게 읽는 조폭의 ‘무식한’ 행태가 자아내
[Review] 4발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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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 연인에게 프리지어 꽃다발이라도 전해줄 듯한 모습으로 쳐다보고 있던 진수(이정재)는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해 부분적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자신에게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대학 동창생들을 찾아다니며 기억의 복구작업에 나선다. 연희(장진영)는 동창이자 연인이었던 상인(정찬)과 헤어진 후유증을 앓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수의 노력을 따뜻한 마음으로 돕는다.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고 확인될 무렵, 진수가 ‘무지개’라고 이름 붙였던 옛 연인을 확인할 수 있는 슬라이드 사진 한컷이 입수된다. ■ Review <오버 더 레인보우>는 사랑이라는 ‘현상’을 잔잔하게 추적하는 정통 멜로드라마다. 만난 지 백일을 기념하는 의식이 젊은 연인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은 사랑의 지속성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방증하는 것 같다. 이같은 요즘 세상에(‘요즘 세상’이라니! 이런 구닥다리 표현이 절로 나올 만큼 이 영화가 보여주는 믿음이 고전적이다) 진
[Review] 오버 더 레인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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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든 크리스텐슨 인터뷰
"악한 캐릭터로의 변화, 흥미로웠다"
-메이저영화에는 첫 출연인데. 원래 <스타워즈> 시리즈의 팬이었나.
=그렇지는 않다. 29살인 형 세대가 팬이었고, 나는 디지털 리마스터링 뒤 개봉했을 때 영화를 보고 좋아한 정도다.
-연기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인가.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해야 하는 점이었다. 특히 CG 캐릭터들과의 신인 경우 내 연기에 반응하거나 상호작용할 만한 주변 환경이 없었기 때문에 ‘상상하면서’ 해야 했다. 완성된 영화를 보는 느낌이 매우 미묘했다.
-좋아하는 장면이 있는지.
=내가 등장하는 신은 아닌데, 오비완 케노비가 어린 제다이들을 가르치는 중인 요다를 찾아가는 장면이 좋았다. 행성들이 가득한 우주공간의 영상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아나킨의 캐릭터가 악하게 변화하는데.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었으며, 연기할 때도 가장 중점을 두었다. 선과 악의 길에서 어떤 것을 택하냐에
<스타워즈2> 샌프란시스코 시사기 [3] - 배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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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소림사 여섯 사제 가운데 다섯째인 씽씽(주성치)은 쿵후를 발전시킬 묘안을 고민하던 차에 황금발 명봉(오맹달)을 만난다. 오래 전 최고의 축구선수로 이름을 날렸으나 다리가 부러진 뒤 부랑자 신세가 된 명봉은 씽씽의 발차기가 괴력을 발휘하는 걸 보고 축구팀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씽씽은 사형들을 찾아가 축구를 하자고 설득하지만 쿵후만으로 살기 어려운 세상에 익숙해진 사형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씽씽을 외면한 뒤 사형들은 품에서 한장의 사진을 꺼내본다. 여섯이 함께 쿵후를 닦았던 지난날이 담긴 사진, 그것이 마음을 움직이고 드디어 소림축구팀이 탄생한다.
■ Review 위대한 희극은 누추한 우리 모습을 감추지 않는다. 추레한 행색에 손가락질하지 않으며 궁핍한 안주머니를 탓하지 않는다. 위대한 코미디 배우는 세상의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권력자의 구두를 닦기 위해 무릎 꿇고 닳고 닳아 구멍난 운동화를 신고 있는 순간에도, 당당하다. <모던 타
[Review] 소림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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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첫편 ‘새로운 희망’을 선보인 게 벌써 25년 전이다. 이 시리즈를 처음 구상한 건 언제인가.
= 처음 <스타워즈> 시리즈에 영감을 준 것은 10대 때부터 보던 TV의 서부극들이다. 그리고 25살 때부터 이야기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예전 3부작을 포함해 신작들까지, 거대한 12시간짜리 영화의 일부이며 한꺼번에 6페이지 정도의 시놉시스를 썼다. 특히 에피소드 4-5-6은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지만 덩치가 너무 커서, 스튜디오 시스템이 허락하질 않았다.
-전체를 한꺼번에 구상했다면, 중간인 에피소드4부터 찍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 이 시리즈는 각 편에 완결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편으로 언제 돌아가도 캐릭터가 누군지, 이야기가 어떤지 알 수 있다. 83년에 3부작을 마쳤을 때, 앞의 에피소드 1-2-3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영화기술상 어려운 장면들이 많았고, 그것이 극복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하고
<스타워즈2> 샌프란시스코 시사기 [2] - 조지 루카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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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습격, 우주 서사시의 제2막을 열다그곳은 루카스 왕국이었다. 야트막한 초록 능선 위에 캘리포니아의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고, 드문드문 서 있는 빅토리아풍 저택들 사이로 사슴이 촉촉한 코를 불쑥 들이미는 드넓은 사유지. 마치 은퇴한 거부의 별장인 듯 유유자적한 분위기를 풍기는 ‘스카이워커 랜치’는, 뜻밖에도 250명의 직원이 맹렬하게 일하고 있는 루카스필름의 본사다. 현지 시간 5월5일 저녁,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시간 거리의 마린 카운티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스타워즈 에피소드II: 클론의 습격>의 세계 언론 시사가 있었다. ‘오래 오래 전, 멀고 먼 은하계’를 배경으로 한 또하나의 루카스 왕국이, 디지털 프로젝터를 통과해 스크린 위로 옮겨진 것이다.
장대한 스펙터클, 탄탄해진 스토리지난 이야기로부터 10년이 흐른 시점, 타투인의 노예 소년 아나킨 스카이워커(헤이든 크리스텐슨)는 이제 제다이 마스터 오비완 케노비(이완 맥그리거)의 수련제자로 성장했다. 여왕직에서
<스타워즈2> 샌프란시스코 시사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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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OFFICE (서울) 5월11일 - 12일순위TITLE개봉일스크린좌석수서울주말서울누계(전야제)전국누계1스파이더맨2002.05.047020,161162,998597,9761,454,1922집으로2002.04.05369,55177,5001,348,5303,295,0003일단뛰어2002.05.10286,97344,44560,601204,1594취화선2002.05.10307,40041,10056,200139,7005결혼은 미친짓이다2002.04.26234,60635,322301,490870,6586위워 솔져스2002.05.04285,42133,500165,500335,0007울랄라 시스터즈2002.04.26121,79513,400240,000810,0008하트인아틀란티스2002.05.10122,0446,1007,20017,0009세렌디피티2002.04.1911962,500109,900154,700# 참고사항1) 배급위원회 회원사 및 자사 관객수 공개를 천명한 영화배급사외 공개를 수락
BOX OFFICE (서울) 5월11일 -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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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이탈리아 우디네 동아시아영화제, 홍콩의 로맨틱코미디와 한국 대중영화들 인기유럽에서 한국영화는 아직도, 미처 다 발굴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베를린이나, 칸, 베니스 같은 유수의 영화제에서 몇편의 우수한 영화들이 주목을 받고, 할리우드에 맞서서 최근 가장 두드러진 약진을 보여주는 건강한 영화산업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나 있지만, 영화제에서 꼬박꼬박 아시아영화를 챙겨보는 여간한 아시아영화광이 아니고서는 한국영화는 아직도 일반 관객에게서는 꽤 멀리 떨어져 있다. 거기다 대개의 영화제에서는 한국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보다는 예술성과 완성도가 높은 문제작 위주로 초대되게 마련이어서 한국의, 이른바 좀더 대중적인 상업영화들이 유럽에 발을 내디디기는 더욱 어려워보이는 실정이다.이탈리아 소도시 우디네에서 온 초대장그런데 뜻밖에도, 이 문제를 풀 힌트를 얻은 것은 4월19일부터 27일까지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우디네에서 열린 동아시아영화제에서였다. 유럽쪽에서는 축구팀으로 유명한 우디네
발견! 한국 대중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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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네영화제는 프리미어를 고집하는 영화제가 아니다. 그래서 다른 유럽의 영화제에 먼저 소개되는 것이 그 영화에 더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이 서면, 다른 영화제로 먼저 갈 것을 권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올해 이 영화제에는 월드 프리미어인, 다시 말해, 만들어진 뒤 맨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화가 한편 있었다. 중국영화인 <Spring Subway>가 그것.중국 내에서 5월 초 개봉이 예정되어 있는 이 영화는 베이징의 새로 지어진 지 얼마 안 되는 현대식 지하철을 배경으로 하는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이 영화는 초현대식 지하철과 빌딩 등 현재 베이징의 변모한 모습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시적 삶 안에서의 젊은이들의 사랑을 트렌디한 감각으로 다루고 있어, 우디네의 관객에게도 별 무리없이 공감을 자아내는 영화로 받아들여졌다.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류펑다우는 중국 내 히트작이었던 <샤워>(1999) 등의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하다가 최근 ‘일렉트릭 오렌지’라는 영화제작
[중국영화는 지금] 탄탄한 영화산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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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그랜트, 레이첼 와이즈 주연의 <어바웃 어 보이>가 2주째 영국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고수했다. 개봉 첫주 374만파운드를 기록하며 주말 영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어바웃 어 보이>는 데이비드 핀처의 <패닉 룸>이 개봉한 이번주에도 1위 자리를 지키며 2주째 총 760만파운드의 수익을 올렸다.
영국, <어바웃 어 보이> 2주째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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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일민미술관 5층에 자리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가 5월9일 개관식을 열었다. 김동원 한독협 대표, 유길촌 영진위 위원장, 김명준 영상미디어센터 소장과 노령의 회원인 김희철씨가 함께 테이프를 잘랐다.사진 이혜정
미디액트, 문 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