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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회에 잠깐 비췄지만, 나랑 임권택 감독이랑은 같이한 작품 수도 많고 무척 가깝게 지내는 사이야. 현장에선 내가 임 감독한테 “임영감, 임영감” 이러고, 임 감독은 나한테 “백청년, 백청년” 이러면서 장난을 치곤 했어. 실제 내 별명이기도 한 ‘백청년’은 현장에서 누구보다 젊게 사는 나를 표현한 말이었어. 그만큼 젊은이들과 쉽게 어울려 지내기도 했고.임 감독과 <만다라>(1981)를 찍을 때엔 신기한 일이 많았어. 당시 설악산에 세트를 지어놓고 영화를 찍는데 화재신이 필요했어. 산 속에서 불장면을 찍는다는 게 보통의 결정은 아니거든. 찰나에 마른 잎들로 불이 번질 수도 있고,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설악산의 수목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촬영 자체가 매우 조심스러웠지. 그래서 촬영 전날 소방차를 한대 불러 촬영장 부근에 미리 대기시켜놓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느라 분주했는데, 이게 웬일이야. 그날 밤 갑자기 예정에 없던 부슬비가 내려준 거야. 주위의 낙엽들을 전부 적셔놓을
스틸은 사랑을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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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인>교통사고로아내를 잃고 신앙까지 잃어버린 전직 신부 그래험 헤스는 열살짜리 아들 모건과 다섯살 난 딸 보, 마이너리그 선수생활을 청산한 동생 메릴과함께 필라델피아 45마일 외곽 옥수수밭에서 살고 있다. 악몽에서 깨어난 어느 아침, 그래험과 식구들은 밭에 나타난 거대한 매직 서클을 발견하고충격에 휩싸이고, 어둠이 내리자 정체 모를 침입자가 집 주변을 맴돌다 대단히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멜 깁슨,와킨 피닉스, 로리 컬킨 출연,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수입·배급, 상영시간 106분김봉석 샤말란의 싸인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영화 ★★★☆■ <아이스 에이지>이만년전의 빙하시대. 동물들은 줄을 지어 피난행렬을 이룬다. 그들의 무리를 거꾸로 오르던 매머드 맨프레드는, 위기에 처해 있는 나무늘보 시드를구해주는 것을 계기로 그와 동행하게 된다. 한편 인간과 검치호랑이 사이에는 전쟁이 벌어지고, 검치호랑이의 제물이 되는 것을 피해 아
싸인/아이스 에이지/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 줘/헤드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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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똥지게 안 져유∼ 차력해유∼.”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흥행과 함께 최근 <슬픈 혼잣말>이란 곡으로 가수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임창정이 <색즉시공>에 캐스팅되었다. <두사부일체>의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색즉시공>은 에어로빅학과 여학생들과 차력동아리 남학생들 사이에 벌어지는 밀고 당기는 에피소드를 담은 섹시코미디. 임창정은 차력동아리 회원이자 늙수구레한 복학생인 은식을 연기하게 된다. 임창정은 실제로 중학교 때부터 차력을 익혀온 베테랑 차력사(?)라고. 이외에도 진재영, 가수 유채영, <대박가족>의 최선국 등이 함께 출연할 예정인 <색즉시공>은 오는 이달 말 크랭크인해 연말에 개봉할 예정이다.
임창정,섹시코미디 <색즉시공>에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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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비밀>의 박기형 감독이 준비중인 세 번째 영화 <초인지대>에 신성우가 캐스팅되었다. 박기형 감독이 1년 반 정도 준비해온 <초인지대>는 판화가인 동훈과 미술관 큐레이터이자 동훈의 애인인 미진, 그리고 벤처사업가 성규, 이 세 사람이 의문의 살인사건을 추적해나가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스릴러. ‘테리우스’ 같은 외모로 소녀팬들의 가슴을 흔들었던 록스타에서 <위기의 남자> 등의 드라마를 통해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 방향을 튼 신성우. 이번 캐스팅은 중앙대 조소과를 졸업했던 신성우의 이력이 판화가인 주인공과 맞아떨어졌기 때문. 남은 캐스팅을 마치고 9월 중순쯤 크랭크인할 <초인지대>는 라이브 톤과 삼화캐피탈이 투자하고 다다필름이 제작하며 내년 2월쯤 개봉할 예정이다.
박기형 감독 <초인지대> 캐스팅 된 신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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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국’의 체취를 강하게 지닌 스페인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북국’의 밝은 금발을 자랑하는 영국 배우 에마 톰슨이 처음으로 연기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들이 처음으로 한 영화에 출연하는 것. 남아메리카 대륙 아르헨티나에서, 이들이 얼마 전 새 영화 <아르헨티나 상상하기> 촬영에 들어갔다고 <버라이어티>는 보도했다.<아르헨티나 상상하기>는 유니버설픽처스의 남미 회사인 아레나스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첫 작품. <메리 라일리> <토탈 이클립스> 등을 연출했던 포르투갈 출신 감독 크리스토퍼 햄튼이 연출을 맡고 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상상하기>는 아르헨티나 내전을 배경으로 한 ‘매직 리얼리스트 로맨틱영화’.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아르헨티나의 연극연출가 역으로, 에마 톰슨이 그의 부인 역으로 분한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캐릭터는 뜻하지 않게 얻은 초능력으로 납치된 부인을 구해내지만 그로 인해 권력자
안토니오 반데라스,에마톰슨 같은영화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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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8월 6일에서 일주일간 열리는 제8회 팜스프링스 국제 단편 영화제에 (고영민 연출)이 초청되었다.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서 매 여름마다 열리는 팜스프링스 국제 단편 영화제는 약 40여 국가에서 초청된 250여편의 영화들이 상영되는데 매년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선정작들이 수출등의 좋은 성과를 올리는 북미 최대의 단편 마켓으로 잘 알려져 있다.시상부문은 총 9개의 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카테고리별 최우수작에는 2천달러의 상금이 주어지고 자동적으로 다음 해의 ‘아카데미 어워드(the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 for Oscar)’의 단편영화 부문 후보작으로 오르게 된다.한국 영화 아카데미 출신인 고영민 감독의 세 번째 단편인 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보다 1m 높은 8849m의 산에 올랐지만 사진을 찍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한 등반 대원의 이야기로 제 27회 한국 독립 단편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
제8회 팜스프링스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884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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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명(31)이란 이름 때문에 으레 총각(?) 목소리를 기대했건만,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온 건 아가씨의 씩씩한 목소리였다. 어여쁘지도, 기교도 없는 목소리를 들으며, 분명 생김새도 당찰 거라고 생각했는데, 호리한 몸매에 스무살짜리 미소를 지닌 그녀가 앉아 있다. 연거푸 두번이나 틀리고 나니, 괜히 면전에서 쑥스러운 헛웃음만 짓게 된다. 동석하기가 무섭게 음료수를 뽑아다 주겠다며 바쁘게 일어서는 그녀의 구두에 눈길이 가 머문다. 거칠게 닳은 뒷굽을 확인하자 비로소 중앙시네마에서 ‘억척녀’로 통하는 강기명을 제대로 찾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통성명을 하는데, 전화상의 그 목소리가 또 아니다. 물론 전기신호로 바뀌어지면서 음이 소실되거나 변질된 탓도 있겠지만, 그녀 말대로라면 화려한 ‘비즈니스 애티튜드’(Business Attitude) 중 하나일 것이다. 방실방실 웃는 얼굴 어디에 강단이 숨겨져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에 대해 “홍보할 땐 ‘뻐꾸기’도 잘 날리고, 배급 관련 영
중앙시네마 영업·홍보팀장 강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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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남동철 namdong@hani.co.kr당신의 눈앞에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거장이 영구 같은 바보 분장에 색동저고리를 입고 <개그콘서트>의꽃봉오리 예술단처럼 쿵짝쿵짝거리며 노래부르는 장면을 상상해본 적 있는가? 방금 전까지 자신의 영화세계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던 예술가가갑자기 어릿광대로 돌변해 “한국에서 온 기자분들, 실망하는 표정들 보세요. 좀전까지 날 대단한 감독으로 여겼을 텐데 지금 내가 진행하는 최악의쇼를 보면서 경악하고 있네요”라며 너스레를 떠는 장면을.지금도 매주 5개 TV쇼에서 시청자를 만나는 코미디언 비트 다케시, 그를 모르면 기타노 다케시의영화도 잘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인터뷰를 위해 일본을 찾은 한국 취재진에 기타노 다케시(55)가 보여준 그모습은 타국의 기자들에겐 입이다물어지지 않는 충격이었지만 일본의 시청자에겐 지난 20년 이상 TV에 나오던 모습 그대로다. 도쿄 시부야의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기타노다케시는 TV쇼 녹화현장을 공
<키쿠지로의 여름>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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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오 역의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보통 아역배우들처럼 한눈에 너무 예쁜 외모는 아닌데.→30명 정도 오디션을 봤는데 너무 귀엽게 예쁜 아이들은 제쳐뒀다. 가장 일본적인 느낌, 시골 아이 같은 느낌을 염두에 뒀고 그냥 처음 봐서는 그렇게 귀엽게 느껴지지 않는 아이를 캐스팅했다. 처음엔 귀엽게 느껴지지 않다가 뒤로 갈수록 귀엽게 느껴지길 바랐다. 나와 마사오가 친해지는 과정은 영화나 현실이나 다르지 않았다. 처음엔 내 옆에 가까이 오지도 않고 무서워하다가 영화를 찍어가면서 점점 친해졌다.키쿠지로는 마사오를 즐겁게 해주려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놀이를 하는데 그런 놀이들은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가.→어떤 쇼프로그램을 하면서 스키장에서 사람들을 벌거벗기는 쇼를 한 적이 있다. TV에서 했던 장난들을 염두에 뒀다.시나리오대로 찍은 게 아니라 즉흥연출이 많았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윤곽을 갖고 작업했는지 궁금하다.→신문의 네컷만화 같은 기승전결만 있었다. 1장
<키쿠지로의 여름>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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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마주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랑이라고 믿은 남자에게 살아서도 죽어서도 집착하는 여고생. 바닥까지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 밤마다 <월광소나타>를 치고, 남자의 딸아이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그 원혼이 휴대폰을 울리고 또 울린다. <폰>의 상영관에는 여지없이 찢어지는 비명이 터진다. 그 여고생이 등장할 때마다 그렇다. 그래서 한을 품고 죽은 여고생 진희를 연기한 최지연을 만난 순간, 이렇게 소리칠 뻔했다. “저기요, 저한테는 전화 걸지 마세요.”
그런데 자연인 최지연의 모습은 영 딴판이다. 결코 남을 겁줄 수 있는 얼굴이 아니다. 하긴 <폰> 이전까지 최지연은 ‘청순가련’의 대명사였다. 작고 가녀린 몸매, 선이 부드러운 얼굴, 크고 맑은 눈망울 때문이다. 입에 껌을 물고 유지태에게 권하던 귀여운 아가씨, 장동건이 신발끈을 매어주자 마음이 흔들리고 마는 소녀 등 CF를 통해 처음 얼굴을 알릴 때 최지연은 ‘김희선’과 ‘이영애’를 닮았
사이코라는 별명, 싫지 않은걸요, <폰> 배우 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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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미국인 M. 나이트 샤말란이 감독한 공상과학 스릴러물이자 공포영화 <싸인(Sign)>이 북미지역 상영관 박스오피스에서 정상에 올랐다. 4일 미국 영화흥행집계사들에 따르면 메릴 깁슨이 자신의 옥수수 농장에서 빚어진 신비스런 크롭 서클(곡물밭에 생기는 거대하고 정교한 기하학적 디자인의 선과 원형) 현상을 경험한 농부로 출연한 이 영화는 지난 2일부터 사흘간 6천30만달러의 흥행 실적을 기록했다.흥행 기록 상위 12개 작품이 기록한 예상 수입은 6억달러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가 하락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8월 복더위에 흥행기록 저하는 흔히 있어왔던 일이라며 더는 떨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싸인의 박스오피스 1위 진입으로 엔터테인먼트그룹 월트 디즈니는 지난 해 11월 <몬스터주식회사(Monster,Inc)>이후 9개월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복귀했다. 이 영화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 3천264개 상영관에 배급됐다.지난 주 수위에
공포영화 <싸인> 북미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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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하이! 리틀 호! 여러분들 제가 돌아왔어요! 설마 이 귀여운 얼굴을 잊진 않으셨겠죠. 리틀가의 차남 스튜어트예요. 많이 큰 것 같다구요? 그럼요. 처음 여러분을 만났을 때, 그러니까 3년 전만 해도 고작 9cm에 0.35kg밖에 안 나가는 어린 새앙쥐였으니까요. 이젠 제법 어른티가 나죠? 비록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축구공과 함께 날아가는 신세이긴 하지만 엄연한 축구선수구요. 운전면허도 있다구요.
제 빨간 컨버터블 스포츠카 보셨어요?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스튜어트집안에 입양되기 전, 그러니까 제가 처음 나타난 건 1920년대, 당시 유명한 에세이스트였던 진짜 아빠 E.B. 화이트의 꿈속이었대요. 아빠는 꿈에서 나온 내 모습을 기억했다가 몇개의 에피소드를 써서 서랍 안에 놔두었고 결국 나는 서랍 속에서 20년 동안 자야 했죠. 하지만 1945년 아빠는 그때 에피소드들에 살을 붙여서 첫 번째 동화 <스튜어트 리틀>을 내놓게 되었고 저 역시 그때 처음으로 세상에 알
4초에 10만달러 버는 쥐랍니다, 스튜어트 리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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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않은 사람만 나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제발 힘들었냐고 묻지 마시고, 재밌게 찍었으니까 재밌게 봐주세요.” <오아시스>의 첫 시사회가 있던 7월29일 대한극장, 설경구와 문소리는 각각 이렇게 인사를 띄웠다. <박하사탕> 이후 2년 반 만에 다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에서 만난 두 배우. 과연 전과 3범의 한심한 남자 홍종두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여자 한공주의 이야기인 <오아시스>는, 이른바 ‘보통 사람’의 편협한 눈에는 예쁘지도 않고, 힘겹고 안쓰러워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가족들에게조차 버림받고 세상 모두로부터 소외당한 두 사람이 서로를 보듬어안을 때, 그들의 초라한 사랑은 사막 같은 삶에 숨통을 틔워주는 수원(水源)이 되어 흐른다. 사회 부적응자 같은 홍종두와 온몸이 뒤틀린 한공주를 가장 순수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연인들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설경구와 문소리가 함께 스튜디오를 찾은 것은 다음날 저
<오아시스>의 두 배우, 문소리, 설경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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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오빠 부부에게 버림받다시피 했지만 혼자 낡은 아파트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공주는 “몸은 장애인이지만, 똑똑하고 자기 의지가 있는 인물”. 불편한 손으로 머리를 삐딱하게 묶어올려 단장(?)하고, 휠체어를 밀어주는 종두에게 활짝 웃어 보이는 모습 등 조금씩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을 보자면, 어느새 뇌성마비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뛰어넘는 사랑스러움이 배어나기 시작한다. 눈동자부터 손끝 발끝까지 뒤틀린 몸을 연기하면서, 문소리는 내심 “아름다움에 도전에 보고픈” 맘도 있었다고. “예쁘거나 귀엽거나 섹시하거나 한 여배우 세명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가 아닌” 공주가, “영화에서 아름답게 보여진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가지 더 바람이라면, “경구 오빠처럼 영화를 계속 하고 싶다”는 것. 다시 <박하사탕> 이후와 같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기다림은 각오한 바라고 자세를 다지고 있다.
설경구
<오아시스>의 두 배우, 문소리, 설경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