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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계보로 쌓은 자생적 클리셰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영화를 맞부딪치는 순간, 그것을 비평적 언어로 접근해야만 하는 의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곤혹스런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 말하자면 수려한 무관심으로 노가리를 풀거나 무섭게 찡그린 비난으로 씹어댈 것인가, 아니면 그 영화적 클리셰가 유도해내고 있는 비평적 언어의 클리셰들을 물리치기 위해 진땀을 흘리며 어떤 방식으로든지 최선을 다할 것인가. 즉, 영화에 부여되는 ‘명징한 독해’의 위험성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지금 에이드리언 라인의 <언페이스풀>이 그런 위치에 놓여 있는 대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이건 명징한 독해의 위험성으로부터 벗어나보기 위한 경험적 수난기이며, 그 시도에 관한 고백록에 가깝다.바람, 바람, 바람-일탈의 귀환에이드리언 라인은 잊혀져가던 감독이다. 돌이켜보건대, 그의 감각이 정점에 이른 것 같았던 <야곱의 사다리>에서조차 그는 CF의 개념으
<언페이스풀>이 내포한 에이드리언 라인식 상투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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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의 대구, 불완전한 화합을 위한 연가그렇지만, 코니와 에드워드는 결코 서로를 증오하여 파멸시키려는 관계로까지 나아가지 않는다. 아내와 정부가 짜고 남편을 죽이려들거나, 아내의 외도에 미치광이가 된 남편이 그 둘 모두를 죽이기 위해 계획을 짜지는 않는 것이다. 에드워드와 코니 둘 사이를 대응시키는 행위의 ‘대구’가 그들을 서로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니는 폴과의 첫 번째 정사를 나눈 뒤, 기차 안 화장실에서, 그의 정액을 닦아내려는 듯 정신없이 화장지를 뜯는다. 한편, 에드워드는 살인을 저지른 뒤, 아들의 학예회가 열리고 있는 학교로 찾아가, 그곳의 화장실에서 폴의 피를 닦아낸다. 또는, 코니의 행동에 의심을 느낀 에드워드가 날 사랑하냐고 묻자, 당황한 코니는 그렇다고 대답한 뒤, 방에 남아 있는 에드워드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전등을 끄고 나가려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자신의 살인행위에 넋이 나가 있던 에드워드는 각각 다른 신발 한짝씩을 신고 코니 앞에 나타난다.서로가 보이
<언페이스풀>이 내포한 에이드리언 라인식 상투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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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원으로부터 저작권 침해로 서비스 중지 결정을 받은 MP3 파일 교환 서비스인 소리바다를 소재로 한 저예산 독립영화가 제작됐다.화제의 영화는 영화 전문검색 사이트인 씨네후닷컴(www.cinehoo.com)이 제작한 . 단편영화 전문 감독인 신태균(38)씨가 감독을 맡은 이 영화는 소리바다와 같은 서비스를 하는 ‘사운드빅뱅 닷컴’이라는 사이트를 음반업체가 저작권 침해로 고소한 뒤 벌어지는 법정공방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이 영화는 저작권 전문 변호사들이 법률 고문을 맡아 현실성을 높였다는 것이 씨네후닷컴 측의 설명이다. 110분간 이어지는 영화 MP3파일은 사운드빅뱅 닷컴을 유료화해 음반업체와 수익을 나눈다는 것이 영화의 결론이다. 결국 영화에서는 소리바다 논쟁의 해결책으로 미국에서 냅스터를 놓고 벌어진 법정공방과 같은 결론을 내놓은 셈이다. 출연진은 영화 <로스트메모리즈>에 안중근 의사역으로 등장했던 오세헌씨와 영화 <유리>의 문영동씨 등 연극
‘소리바다’소재 독립영화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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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3일까지 열리는 제8차 평양영화축전에 출품된 각국의 작품들이 평양시내 영화관에서 상영중이라고 조선중앙방송이 5일 보도했다. 북한 유일의 국제영화제인 이번 축전에는 중국, 일본, 호주, 독일 등 50여개국 80~100편의 영화가 출품될 예정이다.
중앙방송은 ‘이번 축전은 출품된 예술.기록영화들이 경쟁.초청.특별상영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면서 ‘4일부터 대동문영화관, 개선영화관, 락원영화관 등 시내 영화관에서는 출품된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방송은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관계자를 비롯 중국, 일본, 러시아, 홍콩, 오스트레일리아, 라오스, 말레시아, 벨기에, 스웨덴, 독일, 베트남 등 대표가 축전에 참가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北영화관, 평양영화축전 출품작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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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개막한 제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치닫고 있다.개막 7일째를 맞은 4일(현지시간) 현재까지 공개된 영화들 중에는 뚜렷하게 화제작이라 할 만한 작품은 눈에 띄자 않는다는 게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모두 21편의 영화가 황금사자상을 놓고 우열을 가리는 베네치아59 부문에서는 토드 헤인즈 감독의 미국영화 <천국에서 먼>과 피터 뮬란 감독의 영국영화 <막달레나 시스터즈>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천국에서 먼>은 비경쟁부문에서 경쟁부문으로 급히 자리를 옮긴 영화로 50년대 한 중산층 가정주부가 자기파괴적 욕망 때문에 파멸로 치닫는다는 줄거리. <막달레나 시스터즈>는 도시 외곽의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여성들의 삶을 그린 드라마다. 반면 멕시코 시인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다룬 줄리 타이머 감독의 <프리다>는 개막작으로는 실망스럽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신예 감독의 두번째 영화로는
중반 넘긴 베니스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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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어린이세상>부천시청 잔디광장, 차없는 거리9월6∼8일(개막식 9월6일 7시 잔디광장 중앙무대)부천시032-326-6923
취학 전 어린이부터 초등학생까지 대상으로 해 여는 어린이들의 감성축제 ‘부천어린이세상’이 열린다. 타악 퍼포먼스 도깨비 스톰이나 팬터마임 공연을 비롯해 ‘번쩍번쩍 쿵짝쿵짝 계곡’에서는 음악, ‘오밀조밀 공작실’에서는 미술, ‘뒤죽박죽 만물시장’에서는 분장 등 어린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그 밖에 에디슨 박물관 견학, 어린이 도우미, 어린이기자단 등 어린이들의 숨은 감성을 마음껏 발휘해볼 수 있는 예술축제.
부천어린이세상(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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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가네시로 카즈키 지음현대문학북스 펴냄8천원재일동포 3세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경쾌한 성장소설 <고>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재일동포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작품집. 작가의 말을 빌리면 <고>는 ‘나’의 연애담이고, <레벌루션 No.3>는 ‘나’의 모험담이다. <고>의 원형질이 된 소설답게 발랄하고 경쾌한 문체가 돋보인다. 삼류 고등학교의 문제아 그룹 ‘더 좀비스’들의 모험담을 따라가는 세편의 작품, <레벌루션 No.3> <런, 보이스, 런> <이교도들의 춤>이 실려 있다.<나루세 미키오>하스미 시게히코, 야마네 사다오 외 지음한나래 펴냄1만원얼마 전, 서울시네마테크에서 첫 회고전을 열면서 일반인에게도 이름이 알려진 일본영화의 1세대 감독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세계를 분석한 책. 1998년 산세바스찬영화제에서 펴낸 책 <나루세 미키오>에 실렸던 글 가운데 일부를 발
레벌루션 No.3/나루세 미키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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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m querer>요시다 게이코록레코드 발매포근한 미성의 보사노바 뮤지션 요시다 게이코의 음반. 일본 도쿄 출신인 요시다는 3살 때부터 피아노로 음악에 입문했고, 브라질 음악에 빠진 뒤 기타를 잡으면서 라이브 하우스를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가벼우면서도 명료한 아타이데 도 나시멘토의 퍼커션, 기타 한대로 풍부한 서정을 자아내는 아날디노 도 카바코 등 브라질의 일급 연주자들과 함께한 이 음반은, 부드럽게 속삭이듯 노래하는 요시다의 음색으로 고급스런 보사노바 음악을 들려준다.<Dance Classics>서울음반 발매왈츠, 라틴음악 등 흥겹고 세련된 춤곡의 클래식들을 3장의 CD에 모은 음반. 첫 번째 CD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등 우아한 왈츠의 백미를, 두 번째 CD는 바이올린의 낭만적인 서정이 두드러지는 <Por Una Cabeza>, ‘빰 빰 빠빠’ 하는 서주가 탱고의 대명사와 같은 <La Cumparsita&
bem querer/Dance Classics/Laika Come Home(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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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는 광고없이 그냥 좋은 것만 골라서 내보내는데 여기 와보니 광고가 반이더라…. 아버지 돌아가시고 좀체 마음을 못 잡으시다가 ‘아버지 평소 좋아하시던’ TV방송 드라마를, 때맞춰 여기저기 채널 돌리며 보기는 아무래도 버겁고, 케이블TV로 느긋하게 한꺼번에 보는 일로 겨우 사는 재미를 챙기신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다.그래요?… 마포 토박이로 평생 서울을 떠난 적이 없는 어머니가 아버지 돌아가신 뒤 형네 식구들과 ‘용인’으로 이사를 갔을 때 마음이 썩 안 좋았던지라 ‘서울 귀환’을 축하드렸던 나는 잠시 어리벙하다가, 광고없이 드라마만 하는 케이블방송이 있나, 신기하고 다소 부러웠다. 하긴 카페-레스토랑에 밀려 구식물건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동네마다 꼭 하나씩은 있는 ‘마담 다방’ 같은 데 앉아 있으면 그런 방송이 나왔던 것 같은데….한 1년 전부터 육체노동에 가까운 ‘글 벼락’(돈 벼락과는 전혀 무관한)을 맞고 집안에 죽치고 밤낮없이 책상에 엉덩이를 ‘접착’시켜야 하는 신세로 전락
drama plus 광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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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섬이 아니다”(No man is an island)라는 말을 비웃는 것으로 시작하여 결국 “사람은 섬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그물로 연결된 섬이다”라는 깨달음으로 끝나는 이 휴먼 코미디의 분위기는 잔잔하고 일상적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영화는, 문제는 대개 마음속에 있고 또 그 마음속의 문제는 ‘관계’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매우 섬세한 시선으로 찾아내고 나름의 해결을 구한다. 해결은, 뭐, 뻔하지만, 관계에 관한 재인식에서 찾아진다.이 영화의 음악은 특이하게도 ‘배들리 드론 보이’(Badly Drawn Boy)가 맡았다. 본명이 데이먼 고흐( Damon Gogh)인 그는 맨체스터 신의 자식이다. 스톤 로지스(Stone Roses)와 해피 먼데이스(Happy Mondays)를 필두로, 영국의 맨체스터는 1980년 동안 ‘매드체스터’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매드체스터는 해피 먼데이스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고 장르의 이름이기도 하다. 매드체스터
<어바웃 어 보이>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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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중·후반에만 해도 서점의 영화서적 코너에는 그리 많지 않은 영화책들 가운데에 <새로운 영화를 위하여>나 <영화운동론>, 혹은 <혁명영화의 창조>처럼 영화와 사회(변혁)의 문제를 다룬 책들이 꽤 눈에 띄는 편이었다. 그뒤 15년이 훨씬 넘는 시간이 흐르고 난 지금, 사회운동과의 관계에서 영화를 바라보는 그런 유의 책은 거기서 더 늘어나지 않은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80년대와는 사회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지금에 영화운동(론)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쩌면 시대착오적인 일 또는 시쳇말로 ‘쿨’하지 않은 일로 여겨지고 있지나 않은지 모르겠다.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센터 프리즘이 엮은 <영화운동의 역사>는 그러나 절대 그런 게 아니라고 잘라 말하는 책이다. ‘진보적 영화운동’의 현재를 바르게 자리매김하기 위해 그 역사를 (다시) 배우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것이 제목도 ‘투박’하리만치 직설적으로(혹은 정직하게) 달고 있는
영화운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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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좀 있다면 <부루마블>을 알 것이다. 보드, 즉 말판을 돌며 땅을 사고 집을 지어 상대 플레이어로부터 요금을 갈취하는 게임으로, 원조격인 <모노폴리>의 인기를 능가하며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까지 대유행이었다. 하지만 곧 열풍이 꺾이고 씨앗사 등에서 만든 다양한 보드게임이 문방구에서 팔리며 근근이 명맥을 유지했지만 보드게임의 시대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 국내에서 보드게임은 마이너 장르고, 플레이어는 많지 않다.얼마 전 <호비트>란 보드게임을 구입했다. 이 게임은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이 쓴 동명의 소설에 기반하고 있다. <반지의 제왕>보다 60년 앞선 샤이어력 2941년에서 2942년 사이 프로도의 양아버지 빌보가 갠달프와 드워프들과 함께 드래곤 스머그가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다. 빌보가 절대반지를 얻은 게 바로 이 시절이다.게임의 출발점은 빌보의 보금자리인 호비튼의 백엔드다. 말판
반지의 제왕,그 60년 전으로 <호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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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홈페이지는 여느 홈 같지 않게 뼈대있는 가문을 자랑한다. 메인화면을 가득 채운 커다란 전통 기와집은 웬만한 고궁 뺨친다. 잘 가꿔진 잔디 마당에 가족사진 찍는 포즈로 자리잡은 이 가문의 구성원들도 예사롭지 않다. 겉으로는 점잖아 보이는 이 가문이 바로 조폭 패밀리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힌트들이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소리를 끄기 위해 ‘Sound Off’에 마우스를 가져가면 식칼이 나타나서 처마에 매달린 풍경의 줄을 툭 끊는 식이다. 여러 칸의 방으로 나뉜 전통한옥의 구조를 잘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각 방에 메뉴들을 배치해놓고 선택하면 미닫이문이 스르륵 열리게 되어 있다. 색다르게 꾸며진 ‘시놉시스’는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코너다. 보통 줄거리 나열에 그치게 마련인 데 비해 여기서는 단순한 줄거리 대신 ‘사생결단’ 넉자로 운을 띄우고 재치가 번뜩이는 두 가지 버전의 사행시로 웃음을 자아낸다. 예고편보다 더 재미있는 뮤직비디오와 NG필름도 놓치지 말자. 등장인물로 만든 네 가지 간
<가문의 영광>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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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독립영화감독 시절에 보여준 자신만의 색깔을 할리우드 시스템 내에서도 훌륭히 지켜내는 감독으로 추앙받았던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에게 바치는 오마주로 <싸이코>를 리메이크했다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평단의 차가운 반응은 물론이거니와 리메이크된 <싸이코>를 보이콧하는 운동이 인터넷에서 펼쳐졌을 정도였다. 한쪽에서는 아예 구스 반 산트의 <싸이코>를 리메이크가 아닌 ‘리프로덕션’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비아냥이 나왔으니, 잘 나가던 감독의 입장에서는 참을 수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때의 충격으로 인한 슬럼프는 다음 작품인 <파인딩 포레스터>까지 영향을 끼쳤고, 올 선댄스영화제에서 선보인 그의 최신작 <Gerry>까지 이어졌다. 한 네티즌이 IMBD에 올린 감상기에서, “도저히 못 볼 정도였지만 주연인 맷 데이먼과 게이시 애플렉 그리고 그녀의 오빠인 벤 애플렉이 객석에 있어 자리를
<인썸니아>의 원작이 된 동명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