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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쟁부문 출품작 중 최고다', '사랑과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 영화다'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 '베네치아 59'에 초청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6일 오후 5시 15분(현지시간) 베니스 리도섬의 팔라갈리레오에서 열린 기자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돼 박수갈채를 받았다.<오아시스>는 교도소를 막 출소한 사회부적응자 종두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공주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 <초록물고기>와 <박하사탕>에 이은 이창동 감독의 세번째 영화다.팔라갈리레오에는 언론인 등 관객 2천여명이 모여 <오아시스>에 대한 현지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다른 언론시사회 때와는 달리 소수를 제외하고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이었으며 영화가 끝난 후에는 30여초 동안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관객들은 특히 공주와 종두가 다른 연인들처럼 전화통화를 하거나 외출해 사랑을 즐길 때, 공주가 종
[베니스영화제] <오아시스> 시사회서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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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애초 장 감독은 이 영화에 하이퍼텍스트라는 개념을 도입해 기존의 텍스트를 많이 인용, 또는 패러디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영화를 만들기 전 그는 많은 영화의 액션장면을 참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억력이 나쁜 탓에 뭐가 좋은 장면인지 떠오르지 않아 모방도 안 되더라”는 장 감독의 말처럼 패러디는 많지 않았다. “한탕에 성공해서 잘사는 게 좋아보여” 엔딩장면에 패러디한 <트루 로맨스>의 라스트신이나, <매트릭스>와 연관성을 가진 시스템 안의 격투신 등은 애초 의도를 살린 장면들이다.표현양식<성소>는 매우 자유로운 문법의 영화다. 성소의 내러티브는 장난기 넘치고, 때때로 해체적이다. 성소가 위선적인 노인에게 끌려가는 순간, 라라가 등장하는 장면은 그중 하나다. 라라는 오토바이를 탄 채 총을 쏘며 다가온다. 그러다 공중으로 붕 떠서 몇 바퀴를 돈 뒤 다시 오토바이에 앉는다. 이렇게 멋진 장면이 보여진 뒤 ‘원래 의도는 이러한데…’라는 자막이 뜬다. 그
장선우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_ 게임 메뉴얼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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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참 예쁘게 생겼구나.”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소녀에게 묻습니다. “무서운 아저씨가 아니란다. 그냥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려고 그러는 것뿐이야.” 소녀는 뒷걸음질칩니다. 오래된 단짝친구와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거나 부모님과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걸 제외하면 말이 없던 소녀에게 낯선 사람의 접근은 더럭 겁부터 불러일으킵니다. “잘 생각해 보렴.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돈도 벌 수 있단다.” 아저씨는 명함을 하나 내밀고 사라집니다. “돈을 벌 수 있다구?…” 소녀는 화려한 조명 아래 서는 것도, 인기를 얻는 것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듣지 못하는 부모님에게 외동딸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면 수술을 시켜드릴 거야.” 99년, 소녀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펑’ 참으로 이상한 불빛이었습니다. 스튜디오의 불빛 아래 선 소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합니다. “그냥 아무 표정 짓지 말아요.” 수조 속에 얼굴을 담그기도 하고 허공을 향해 고기를 잡는 시늉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임은경 인터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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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소녀는 하루종일 걸으면서 라이터를 팔았습니다. 그러나 라이터를 사주는 사람이 없어서, 하나도 팔지 못했습니다. 부산 사람들은 인심이 야박한가 봅니다. “라이터 사세요… 라이터 사세요.” 분홍빛 넝마를 입고 추운 거리를 하루종일 걷습니다. 그만 걸으라고 말하는 이가 없습니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아무 생각하지 말라’고만 합니다. 왜 라이터가 안 팔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라이터를 팔기란 쉽지 않구나, 소녀는 생각합니다. ‘머리곱슬붕떠’ 아저씨가 저리로 가서 이야기 좀 하지 않으련, 하고 다가옵니다. 소녀, 사랑이 뭔 줄 알아? 분노는? 싸움은 뭘까? 왜 소녀는 라이터를 팔고 있는 걸까? 참 이상한 아저씨입니다. 소녀가 먼저 라이터를 팔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저씨와 한참을 걸은 뒤부터 ‘내가 뭘하고 있는 거지?’ 소녀는 생각합니다. 머리 위를 헤엄치던 단어들이 하나하나씩 가슴에 박혀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어디서 태어났고, 어떤 행동과 어떤 모습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임은경 인터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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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좋아>의 극장상영이 또다시 좌초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불붙고 있다. 영화계 및 문화단체들은 8월27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재심 결정에서도 <죽어도 좋아>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하자 이해할 수 없다며,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회의에 참여했던 임정희, 박상우, 조영각 등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들 또한 “등급위원들의 의사결정 근거들이 정당한가”라는 문제제기와 함께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씨네21>은 15인으로 구성된 등급위 위원의 <죽어도 좋아> 등급분류에 대한 각각의견해를 위원 이름 가나다 순으로 싣는다. 인터뷰는 전화통화로 이뤄졌으며, 일부 위원의 경우 등급위가 발표한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권장희(38·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총무)(각 위원들의) 성향을 분석하려는 것 같아서, 발언하고 싶지 않다. 회의과정에서 나왔던 제한상영 등급이 적절하다는 의
재심받은 <죽어도 좋아>,영상물등급위원회 15인의 견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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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거장 11명이 9ㆍ11 미 무역센터 테러 사건을 주제로 만든 옴니버스 영화 의 감독들과 프로듀서가 6일(현지시간) 오전 베니스 리도섬에 위치한 카지노 3층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과 만났다.이날 회견에는 <노 맨스 랜드(No Man's Land)>로 알려진 보스니아의 다니스 타노비치와 이스라엘 출신의 아모스 지타이, <남과 여>로 유명한 프랑스 감독 클로드 를루쉬, 멕시코의 알렉산드로 곤잘레스, 이란의 여성감독 사미라 마흐말바프와 프로듀서를 맡은 알레인 브리간드가 참석했다.이 영화가 거장들의 작품이라는 무게감과 '반미 영화'라는 미국 언론의 비판 등으로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듯 150여명의 각국 언론인들이 몰려들었다.프로듀서 알렉스 브리간드는 반미 영화라는 논란에 대해 '이 영화는 반미적인 영화가 아니라 비판에 관한 영화이며 비판은 건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알렉산드로 곤살레스 감독도 '이 영화가 반미 영화라는 소문 때
[베니스영화제] <9월11일11분9초>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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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낮 12시(현지시간) 제59회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 '베네치아59'에 초청된 <더럽고 아름다운 것들(Dirty Pretty Thing)>의 영국감독 스티븐 프리어스가 프레스센터가 있는 카지노 3층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더럽고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로 잘 알려진 스티븐 프리어스의 스릴러 영화로 <아멜리아>의 오드리 토투가 극중 실마리를 제공하는 터키 출신 웨이트리스로 출연한다. 장기 밀매 등 런던 번화가의 어두운 면을 그렸다.지난 5일 저녁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돼 기립박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영화들에 비해 오랜 시간동안 관객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이날 기자회견에는 스티븐 프리어스와 함께 남자 주인공 오퀴 역의 치위텔 에지오포가 자리를 함께 했으나 오드리 토투는 참석하지 않았다.스티븐 프리어스는 '과거와 현재,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로 나누어진 영국을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며 '영화 속의 장기
[베니스영화제] 스티븐 프리어스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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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숙(41·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상담실장)<거짓말> 등급분류할 때 18세 등급을 줘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었다. 직접적인 성행위에 따른 노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그때는 감독이 문제가 된다면 처리를 하겠다고 해서 찬성을 했었던 것이다. <죽어도 좋아>의 경우, 정말 리얼한 연기라고도 볼 수도 있지만, 오럴섹스 장면만은 직접적인 섹스행위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적나라했다. 그렇다고 18세 등급을 줄 경우 앞으로 등급분류시 기준 적용이 어렵다거나 특정장면이 음란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음란하다고 여기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또 노인층의 반발이 예상돼서 제한상영 등급 의견을 냈다. 젊은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되고 노인들이 하면 괜찮다는 식의 논리가 오히려 노인들을 인간적으로 무시한다고 봤다.정상용(57·변호사)한마디로 말하자면 심의지침에 따른 것이다. 세칙에 성기노출은 안 된다, 체모노출은 안 된다는 게 있다. 이 영화는 저촉이 된다. 위원들의 생
재심받은 <죽어도 좋아>,영상물등급위원회 15인의 견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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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두용(60) 감독은 연일 밤을 지새우고 있다. 나운규의 <아리랑>을 리메이크한 신작 촬영을 마치고 편집작업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밥먹듯이 밤을 꼬박 새우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여름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나면 기진할 정도다. 그래도 그는 무리를 한다. 그건, 3년 전 영화 <애>를 찍고서 ‘선전비용’이 없어 개봉하지 못했던 때의 참담함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음일까, 아니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눅진히 묻어나는 이두용의 <아리랑>을 하루빨리 보여주겠다는 의지일까.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충무로의 고지와 나락을 오가면서도 끊임없이 장르영화를 만들어왔던 한 백전노장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편집자
이두용 감독을 만나는 날 비가 많이 내렸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앞서 도착해보니 감독은 이미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유리창 너머로 내리는 장대비에 시선을 꽂고 있었다. 40년간 카메라가 있는 현장을 누볐음에도 증명사진 찍히는 것조차 어
나운규의 <아리랑> 리메이크한 이두용 감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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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용이 영화계에 입문한 뒤 감독으로 데뷔하기까지는 영화사적으로 극적인 변화가 있던 시기였다. 그가 스무살 남짓한 나이로 영화계에 들어왔을 1960년대 초반은 4·19 분위기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한국영화사 전체를 일별해볼 때 이 시기의 영화들에는 매우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필자는 이를 4·19시대의 영화들이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한국영화사에서 하나의 특수한 단락을 이루는 4·19시대는 좁게 말하면 1960년 4월19일부터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1961년 5월16일까지의 1년2개월에 불과하지만, 넓게 말하면 해방 직후부터 군사정권 초기까지 지속된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시민 민주주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영화계에서는 김기영, 신상옥, 유현목 등 오늘날 재발견의 붐을 이루는 거장들이 거의 동시에 활동을 시작했고, 한 발짝쯤 뒤에 등장한 이만희를 비롯한 풍부한 인적 자원이 포진해 있었다. 사회는 비록 가난하고 해결하기 버거운 문제들로 넘쳐났지만 작가들이 오히려 그 문제
나운규의 <아리랑> 리메이크한 이두용 감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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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 한국적 에로티시즘의 최고 명작”
“계보 안에 졸작 천지”라는 그는 “애정이 가는 영화”라는 표현을 빌려 대표작들을 꼽았다. 멜로드라마로는 <어느 부부>(1971), 샤머니즘을 소재로 구시대에서 신시대로의 변화를 미스터리 작법으로 다룬 <초분>, 토속적인 영화로는 <피막>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0) <뽕>(1985), 코믹영화로는 다시 <뽕>과 <돌아이>(1985), 사회성 드라마로는 <청송 가는 길>(1990) <장남>(1984) <최후의 증인>(1980) <경찰관>(1978)을 꼽았다. 특히 <경찰관>에 대해 “혹자는 어용영화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피막>은 전통 시대의 성적 억압과 계급 억압이라는 이슈를 무속의 전복성을 빌려 표현했다. 미스터리라는 비주류 장르의 기법을 빌려다 80년대
나운규의 <아리랑> 리메이크한 이두용 감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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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영화 가운데 <장남>은 확연하게 계열을 달리한다. 도시에 막 형성되기 시작한 신흥 중산층을 배경으로, <오발탄>의 장엄한 숭고미와는 전혀 다른 장남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대청 마루에서 낮잠 든 노부모를 어루만지는 장남의 얼굴과 손길, 짜증과 연민을 교대로 불러일으키는 부모에 대한 감정이 절제된 감정과 숏으로 표현되는 대목은 가슴을 움직인다.
이두용 감독이 흔히 통용되는 문예영화라는 표현 대신 토속물 혹은 토속사극이라고 명명하는 데에는 중요한 논점이 내포되어 있다.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것을 지칭하는 문예영화는, 검열로 인해 작가적 자의식이 침해당한 감독들과 이들에게 무언가 탈출구를 열어주어야만 했던 권력 당국의 의도가 결합되어 실제 이상으로 과장된 예술적 평판을 얻곤 했다. 1970년대에는 홍보 전단에도 유명 원작자의 이름을 대문짝만하게 새겨넣을 정도였다.
이두용 감독의 경우 61편의 영화를 만드는 동안 원
나운규의 <아리랑> 리메이크한 이두용 감독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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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생의 프로젝트무협영화인 <월광무> 말하는 거야? 10년 동안 몇번이나 해보려고 했는데 아직 기회가 안 돼서 못했지. <양녀와 쇼군>도 시나리오만 써놓고 때를 기다리고 있어. 본처가 있는 대마도 도주가 조선 여인에게 반해서 그녀를 납치하고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애를 쓰는 뭐 그런 스케일 큰 로망스야.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 나오는 건데, 뒤에 화랑의 기원이 되는 청년들 이야기야. 전쟁이 나자 호미를 버리고 칼을 들고 나선다는 이야기지. 연개소문 이야기도 괜찮고. 이런 영화를 하고 싶은 건 애국심에 기대서 가거나 역사적으로 재현해보고 싶어서가 아니야. 그냥 비단옷 입고 백마 타고 오랑캐 무찌르고 뭐 그런 이야기를 <인디아나 존스>의 쾌감이 느껴지게끔 만들어보고 싶은 거지. 애들이 아이스크림 빨면서 입 벌리고 볼 수 있는 그런 영화.
미스터리 & 액션그런 형식을 빌리고 취하는 것을 좋아하지. 영화라는 게 양파껍질 벗기는 거랑 비슷
나운규의 <아리랑> 리메이크한 이두용 감독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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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스>에서 거대한 거미가 습격했다는 말에 사람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언제나 정부의 음모설만 늘어놓던 사설 라디오 방송의 DJ가 하는 말 따위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그 방송을 듣는다. 왜? 재미있으니까. 황당무계하지만, 아니 황당무계할수록 마을 사람들은 그 방송을 들으며 즐거워한다. 변종생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는 이유도 비슷하다. 아직도 일본에서는 새로운 <울트라맨> 시리즈를 계속 만들며 방영하고 있다. 형식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3분 한도의 울트라맨으로 변신해서 망측스런 괴물들과 ‘싸움’을 벌인다. 가끔 광선을 내뿜기도 하지만 주된 기술은 여전히 수도와 던지기, 꺾기 등이다. 고난도의 레슬링 기술도 가끔 나온다. 고무옷을 뒤집어쓴 괴물들과 싸우는 울트라맨의 전장은 미니어처라는 것이 명백하게 보이는 도시 한복판이다. 이런 유치한 액션이 여전히 만들어지고, 인기도 높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하긴 <고질라>
<고질라>에서 <프릭스>까지, 인간을 습격한 변종괴물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