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이상 휘둘리고 싶지 않았던
언제부터인가 장국영은 “이젠 느긋하다. 이루고 싶은 건 많지만, 당위나 강요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만 하겠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돈과 명예를 모두 얻은 그는 더이상 인형 같은 아이돌 가수나 덜 자란 풋내기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성 정체성을 의심받았던 그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었지만, 장국영은 <패왕별희> <해피 투게더>로 위태롭게 뛰어올랐다. 장국영이 자신과의 러브신을 눈앞에 두고 이틀 동안 침대에 파묻혀 괴로워하던 양조위에게 건넨 위로는 잘 알려져 있다. “이봐, 이건 연기야. 내가 그동안 정말 좋아서 여자들하고 키스하고 가슴을 만졌는 줄 알아? 그리고 넌 내 취향이 아니라고.”
짓이겨진 두손을 붕대로 싸매고 밥 먹여줘, 담배 사다줘, 조르는 야멸찬 남자. 그래도 차가운 타일 바닥 위로 연인을 이끌며 탱고를 추고 싶어해서 안쓰럽기만 한 남자 보영. 이 남자의 이야기를 끝으로 장국영은 홍콩을 제외한 나라의 관객에게 잊
장국영(張國榮) 세대에게 바친다 (1956.9.12∼2003.4.1) [3]
-
얼마 전 베트남 호치민 전쟁박물관에 전시된 ‘어린이의 공포’ 그림을 모 잡지에서 보았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 아이의 눈빛을 바라보면, 1964년 한국군을 파병한 우리 행위가 얼마나 끔찍하고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였는가를 전율케 한다. “저는 결코 망각의 죽을 먹지 않을 거예요.” 베트남 작가 반레의 소설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실천문학사 펴냄)의 주인공이 다짐한 말이다. 우리가 저지른 추악한 모멸을 그들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내 아이가 내 가족이 피를 흘리는 전쟁의 ‘현실’에 또다시 직면해 있다. 미국은 지난 세기에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침략전쟁을 일으켰고 전범국가의 잔인한 전횡을 여전히 휘두르고 있다. 우리는 <Korea War ll>를 두려워하며, 미국을 지지해야 하는 무기력한 정부에 내 아이와 내 가족의 목숨을 맡겨놓고 있다.요르단 암만에서 한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온몸에 엄
방은진의 반전 시위
-
스페인 마드리드의 어느 일요일, 신문을 사들고 바를 찾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띈다. 베르무트 와인을 마시며 여유롭게 신문을 읽는 그들은 요즘, 신문과 함께 무언가를 더 건네받아 가판대를 나온다. 지금 스페인은, 일요일판 신문에 종종 딸려나오는 최신 DVD가 인기다.
구미대륙에도 DVD 열풍이 시작됐다. 지난해 한해, 유럽의 주요 국가들과 미국에서 DVD 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을 보였다. 앞서 언급한 스페인의 경우 스페인비디오조합(UVE)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2년 DVD 대여수입이 전년에 비해 431% 증가해 4680만달러에 이른다. 셀스루 판매는 74% 증가해 1억6930만달러를 기록했다. 따라서 DVD 시장이 2002년 한해 스페인에서 벌어들인 총수익은 2억1610만달러로, VHS 시장을 마침내 앞질렀다. 전체 비디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52%의 점유율을 보이며 전년도에 비해 31% 성장한 것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같은 추세다. 국제비디오연합(IVF) 자료에 따르면
황금알을 낳는 DVD? 유럽의 DVD 약진사례
-
주경중(44) 감독은 ‘신용불량자’다. 개인 빚만 10억원이 다된다. 은행에서 융자받고, 카드 돌려쓰는 것도 모자라, 수천만원의 사채까지 끌어다 썼다. 그는 또 ‘불효자’다. 부모가 평생 모아 사놓은 집을 홀랑 잡혀 먹었다. 그것도 모자라 아내가 마련하다시피 한 전세금도 중간에서 몰래 ‘삥’쳤다. 이 모든 ‘비행’이 그 놈의 영화 한편을 찍기 위해서였다면 용서가 될까. 주 감독은 7년 동안의 제작기간을 거쳐 지난해 <동승>을 만들었고, 4월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동승>의 완성은 누군가의 말처럼 ‘게워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주경중 감독은 10여년 전, 광주민중항쟁을 극화한 영화 <부활의 노래>의 제작자로 충무로에 명함을 내밀었다. 한국외국어대 인도어과 78학번. 대학 시절 김태균(<박봉곤 가출사건> <화산고> 연출), 김대우(<송어> <정사> <로드무비> 시나리오) 등과 함께
내겐 관객이 부처다,<동승>의 감독 주경중
-
-
맥락도 이유도 없는오래 전에 봐서 상세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애니메이션 <심슨> 중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심슨네가 사는 스프링필드 마을에서 영화제가 열렸다. 바트는 뚱뚱한 몸 때문에 바지를 입을 때마다 낑낑대는 호머를 주제로 <영원한 분투>(eternal struggle)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찍었고 마을 사람들이 다들 영화찍느라 호들갑을 떨었다. 대상은 당연하게도 동네 사람들 대부분의 밥줄을 쥐고 있는 핵발전소의 번즈 사장에게 돌아갔는데 그의 작품이 정말 ‘판타스틱’이었다. 맥락도 없이 주인공이 용감하게 싸우는 장면, 착한 일 하는 장면, 관능적으로 보이는 장면- 당연히 주인공은 번즈였다- 이 줄줄이 등장하다가 급기야 마지막 장면에서는 번즈가 예수님처럼 후광을 뒤로 하며 성스럽게 골고다 언덕 위로 올라간다는- 물론, 이유없다- 영화였다.한때는 <트레이닝 데이>라는 제정신의 영화를 찍었던 안톤 후쿠아의 손에 백지수표 쥐어주고 부시가 지도편달했음
아가씨,<태양의 눈물>를 보고 `부시 휴머니즘`에 말문 막히다
-
며칠 전 지면을 통해 접한 한 영화사 대표의 다음과 같은 자조 섞인 발언은 나에게 새삼스러운 충격이었다. “영화를 하겠다고 돌아다니는 시나리오의 90%가 코미디다. 이놈의 영화판이 코미디 왕국이 될지 코미디 망국이 될지 두고볼 일이다.” 우선 그 90%라는 수치는 막연한 나의 평소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어서 놀라웠다. 그 수치가 과연 엄밀하고 객관적인 통계수치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수치가 일선에서 영화를 생산하는 현장의 압력 체감 지수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의문(코미디 왕국이 될 것이냐 코미디 망국이 될 것이냐)에 대해 답하는 문제는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또 그러한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진단은 내 개인적 능력이나 이 지면의 한계를 훨씬 넘어서는 문제이다.
어쨌든 그 충격의 여파 탓인지 또 한편의 코미디영화인 <선생 김봉두>를 찾는 내 마음속에서는 계속 다음과 같은 질문이
<선생 김봉두>를 보고,코미디영화의 진화를 고민하다
-
양동근, 정진영 주연의 영화 <와일드 카드>가 8일 촬영을 마쳤다. <약속>의 김유진 감독이 5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와일드 카드>는 '퍽치기' 범죄자들을 뒤쫓는 형사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양동근과 정진영이 각각 주먹이 앞서는 신참형사와 범인에 연민을 느끼는 휴머니스트 형사역을 맡았다.
마지막날 촬영된 장면은 범인의 단서를 잡은 강력반 형사들이 경마장으로 총출동하는 장면. 이날 촬영은 과천의 경마공원에서 있을 예정이었으나 한국마사회의 촬영 불허 방침때문에 상봉동 경륜장을 경마장으로 꾸민 뒤 진행됐다. <와일드 카드>는 후반작업을 거쳐 다음달 16일 개봉할 예정이다.(서울=연합뉴스)
영화 <와일드 카드> 크랭크업
-
지난 2000년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영화배우 심은하가 22∼27일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미술관에서 동양화 동호회원과 함께 전시회를 연다.
심은하는 18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회에 해송(海松)을 소재로 한 채색 수묵화 두 점을 출품했다. 심은하는 은퇴 이후 동양화 수업에 몰두해 사군자 등 기본기를 익힌 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화실에서 집중 수업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배우 심은하, 동양화 전시회에 출품
-
프랑스의 영화사 MK2가 홍상수 감독의 5번째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제)에 투자한다고 9일 영화홍보사 R&I애드벌룬이 밝혔다. 마린 카미츠 MK2 대표는 최근 프랑스 평단과 언론의 격찬 속에 상영중인 홍상수 감독의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을 관람한 뒤 홍감독을 만나 하루 만에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카미츠 대표는 시나리오 없이 촬영을 시작하는 홍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시놉시스 한장만 보고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홍감독의 재능에 반해 아직까지 프랑스에 소개되지 않는 네번째 영화 <생활의 발견>도 올 가을 프랑스에서 개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투자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MK2는 아시아권을 제외한 지역의 배급과 마케팅을 담당하게 된다. MK2는 키에슬로프스키, 장 뤽 고다르, 알랭 레네 등 거장의 작품을 제작ㆍ배급했으며 파리에 58개의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
홍상수 감독 차기작에 프랑스 MK2 투자 결정
-
다음달 14일 개막하는 제56회 칸영화제에 <사연>(死緣), <원더풀데이> 등 한국의 단편영화 두 편이 초청됐다.
박종우 감독의 <사연>은 이별과 해후를 여러해 반복하던 남녀의 선택을 담은 작품으로 감독 주간에서 상영되며 영화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네파운데이션에는 시골마을의 노총각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원더풀데이>(김현필)가 초청됐다. (서울=연합뉴스)
한국 단편 두 편 칸영화제 초청
-
인터넷 씨네21이 온라인 폴에서 실시한 '장국영의 출연작 중 가장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 란 질문에 오우삼 감독이 연출한 <영웅본색1,2> 가 1위를 차지했다.
2003년 4월4일부터 4월 9일까지 6일간 실시, 총 1700명이 참여한 본 조사에서는 총 516명(30%)이 장국영이 범죄집단의 보스인 형과 갈등하는 형사 아걸로 분한 <영웅본색 1.2>를 꼽았다.
<영웅본색 1,2>는 홍콩누아르의 내용과 형식을 정립한, 오우삼을 거장으로 끌어올린 영화로 86년 국내 개봉 당시(<영웅본색 1>), 개봉관에서는 참패하고 대학가 주변 재개봉관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한국형 "컬트"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던 작품이다. 특히 <영웅본색 2>는 장국영이 공중전화박스에서 안타깝게 죽어가는 연기를 선보여 지금 상황에 부합해 많은 팬들의 기억속에 더욱 강하게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위는 486명(28%) 의 득표를 얻은 &l
다시 보고 싶은 장국영 영화는 <영웅본색>
-
18일 개봉하는 <솔라리스>(Solaris)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72년작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 판이다. 72년작 <솔라리스>는 '철학적 SF'라는 찬사를 받으며 그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차지하며 현재까지 영화사의 고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리메이크작의 제작자는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섹스,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나 최근의 <풀 프론털> 같은 실험적인 작품부터 <에린 브로코비치>, <오션스 일레븐> 같은 장르영화까지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온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맡았다.배경은 먼 미래의 우주정거장. 그렇다고 이 영화에 SF 장르의 영화라는 꼬리표를 달 필요는 없다. 영화는 미래 도시의 모습이나 특수효과의 볼거리보다 기억과 시간의 문제 속에 인간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있다.죽은 부인 레아(나타샤 멕켈혼)에 대한 그리움 속에 살아가는 정신과 의사 켈빈(조지 클루니). 어느날 그는
[새 영화] <솔라리스>
-
장국영이 죽었다는 소식을 늦은 밤 안 기자님(전 <씨네21>편집장이며, 지금은 한겨레신문 문화부 기자인 안정숙 기자)의 전화로 전해 듣고 긴가민가 하는 상태에서 같이 영화를 준비하는 자칭 바보 의형제에게 전화를 했다. “장국영이 죽었대….”“정말?? 대머리 때문에 그랬나?? 만약 사실이라면 한 시대가 저무는 느낌이네요….” 이렇게 통화하며 만우절 밤 대륙쪽에서 흘러온 대륙풍 뻥이겠거니 했다.아침에 뉴스와 기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더욱이 자살이란 것에, 어젯밤 한 시대가 스스로 저물었다는 녀석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주윤발의 ‘밀키스’ 마시며 장국영의 ‘투유’ 초콜릿을 먹던 우리의 사춘기 시절이 이젠 닿을 수 없는 먼 곳으로 간 느낌이다. 사실 난 장국영보다는 양조위, 양조위보다는 주성치, 주성치보다는 오맹달을 좋아하는 뭔가 삐리한 선호도를 가졌음에도 그의 죽음 앞에선 뭐라고 할 수 없는 큰 애석함을 가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딱히 ‘난 장국영이 싫어’ 하고
안녕! 내 사랑아,<인지구>
-
사기 당하는 사람에게는 다 사기성이 있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언젠가 저녁 귀가 길에 여의도를 지나면서 신호대기 중이었는데 트럭 한대가 오른편에 바짝 붙더니 창문을 열고 운전기사가 소리쳤다. “제주옥돔, 광어, 전복 횟감 좋은 거 있어요. 주문받은 거보다 더 갖고 와서 창고로 돌아가는데 담배값하고 소주값만 주고 다 가져가세요.” 나는 주섬주섬 트럭 꽁무니를 좇아갔다. 트럭은 하필이면 가로등도 드문 어두컴컴한 길가에 섰다. 트럭의 남자는 00수산 대리라는 명함을 내밀면서 가격표를 보여주었다. 전복 32만원, 옥돔 16만원…. 남자는 ‘소주값’ 운운하면서 한 박스에 5만원씩만 받겠다고 했다. 이런 횡재가! 약간의 흥정 끝에 나는 수중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서 14만원을 주고 짐칸 구석에 있던 박스 여섯개를 내 차에 옮겨 실었다. 집에 돌아온 나는 환한 거실 형광등 아래서 박스를 하나씩 열어보고는 기절할 뻔했다. 전복은 바싹 말라비틀어진 것을 얼음 위에 드문드문 붙여놓았고, 제주옥돔과 광
황혼에서 새벽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