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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란도 블룸을 알아보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갈색눈과 머리카락, 어두운 피부를 가진 블룸이 거리를 걸어갈 때면 창백한 금발의 엘프 레골라스는 이 앳된 청년을 바람처럼 통과해 중간계의 아득한 시간 너머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손목 위엔 지워지지 않는, “엘프의 생명처럼 영원한” 문신 하나가 엘프 언어로 새겨져 있다. 드라마스쿨을 졸업하기 이틀 전 <반지의 제왕> 캐스팅 소식을 들은 행운의 젊은이. 세상과 동떨어진 채, 누구도 더럽힐 수 없는 젊음과 그동안 살아온 2천년 세월이 주는 초월을 동시에 담아야 했던 그는 마치 영원의 위험성과 무게를 알고 있는 것처럼 경고한다. “문신을 할 땐 많이 생각해야 해요. 영원히 지속되는 거니까요. 영·원·히.” 중간계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은 오래된 존재 엘프로 열여덟달을 살았고, 유물과도 같은 배우 크리스토퍼 리를 비롯해 많은 선배들과 뉴질랜드를 여행했다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숱한 캐스팅 제의를 물리치고 3년 동안
<반지의 제왕>의 레골라스,올란도 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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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 집도 절도 없는 소년이 한명 살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까막눈이었죠. 그 곁에는, 철석같이 믿고 있던 남자에게 사기당하고, 버림받은, 서른살 소녀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미용실 점원이었습니다. 호텔 벨보이였던 소년은 배우가 되고 싶어했고, 미용실 점원 소녀는 매니저가 되고 싶어했습니다. 햇볕이 쨍쨍한 날, 둘은 부푼 꿈을 안고 방송사로 찾아 갔더랬습니다. 검은 점퍼를 입은 아저씨가 다가와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니네 PR비는 있니” “그게 뭔가요” “그럼 그만 가보거라” 어리둥절해진 소년에게 소녀가 말했습니다. “처음엔 다 그런 거야. 점심이나 먹자꾸나.” 김밥으로 배를 채운 소년, 소녀는 영화사로 찾아갔습니다. “역시 배우는 영화를 해야지.” 소녀는 소년에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영화사에 도착하자 이미 저녁이었습니다. 꾸울꺽, 침을 삼킨 소녀가 물었습니다. “감독님 계신가요” 손톱을 정리하던 여직원은 다정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어느 기획사 소속이시죠” “지금은 부족하지만
SBS 드라마 스페셜 <별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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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 결과를 놓고 누군가는 이런 말을 던졌다.“감성이 이성을 눌렀다.” 휴머니티를 앞세운 노무현 당선자의 감성 마케팅이 정치 경륜 및 비전 등을 이성적으로 전달한 이회창 후보의 대선 광고에 비해 더 호소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미디어 선거가 좀더 본격화하고, 또 다채로워진 이번 대선에서 TV 광고가 얼마만큼 투표결과에 영향을 끼쳤는지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노무현 당선자의 광고 전략이 우세했다는 해석은 선거 역사의 한 자락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광고적인 기교에서는 비유, 은유, 비교 등의 수사법을 활용한 이 후보쪽의 CF가 한 단계 앞선 것이었다.그러나 2002년의 광고계 트렌드에서 엿볼 수 있듯 요즘 시류에는 따지는 과정이 필요한 새로운 무엇보다 누구나 아는 대중적인 주제를 감성적으로 매끄럽게 포장하는 게 더 주효한 것 같다.또 한해가 가고 새해를 맞는 현재도 예쁜 감성의 CF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여기저기서 하얀 눈과 천진한 아이를 동원해 순수와 희망을 노래하느라 바쁘다.
감성 한잔 하실래요?국내 광고-커피 광고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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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때문에 울어본 적 있니이번주 독립영화관에서는 한편의 작은 다큐멘터리와 매우 사적인 극영화를 만날 수 있다. 독립다큐멘터리하면 으레 노동, 인권문제들을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독립다큐멘터리도 많이 변하고 다양해졌다. 가족의 문제를 다루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을 담아낸 작품들이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박효진 감독의 <My Sweet Record>(DV 6mm)는 사적인 다큐멘터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감독은 예전에 짝사랑했던 남자에게 좋아하는 것, 가고 싶은 나라, 싫어하는 것들에 대해 묻는다. 그러면서 사이사이 자막을 통해 이미 정리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매우 짧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부분은 경쾌하며 상쾌하다. 이호발 감독의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DV 6mm)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낸 극영화이다. 감독이 실명으로 등장하며, 놀림받았던 설움을 영화로
<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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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백>Payback, 1998년감독 브라이언 헬겔런드 출연 멜 깁슨SBS 2003년 1월5일(일) 밤 11시40분“젠장, 아니라니까. 7만달러야, 단돈 7만달러.” 영화 속 주인공은 좀 특이하다. 그는 총을 무기로 상대를 제압한 뒤 돈을 요구한다. 액수는 더 불러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해진 액수만을 요구할 뿐, 더이상을 바라지 않는다. 한푼도. 특별한 사연이라도 있을까 어떤 인물이기에 <페이백>은 단순한 액션영화가 아니다. 브라이언 헬겔런드는 원래 각본가로 더 명망이 높다. 그가 각본을 쓴 (1997)은 “현대판 필름누아르를 탄생시켰다”는 호의적인 평가를 얻었고 이후 그는 연출을 겸하게 되었다. <페이백>은 헬겔런드 감독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니고 있음을 과시한다.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포터는 한때 경호원 겸 운전기사도 했고, 강도짓을 해서 돈을 번다. 그는 친구 제안으로 차이나타운 최대의 범죄조직의 돈을 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액수가 적
신정 TV영화 가이드 [4] (2003년1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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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나날들>Days of Heaven, 1978년감독 테렌스 맬릭 출연 리처드 기어EBS 2003년 1월4일(토) 밤 10시“영화 역사상 만들어진 가장 아름다운 영화 중 하나.” 어느 평자의 말이다. <천국의 나날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영화는 스크린을 하나의 캔버스처럼 활용하고 있다. 단순하게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찍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듯 대상을 묘사하고 있다는 의미다. 자연을 이렇게 한폭의 인상파 그림처럼 담아낸 작품은 흔하지 않다. <천국의 나날들>은 비유적인 서사를 간직하고 있다. 살인과 도주, 한 여인을 둘러싼 대립에 이르기까지. 1916년, 시카고에서 고된 노동을 하던 빌은 공장장을 살해하고 도망친다. 그는 여동생과 애인 애비와 함께 떠난다. 텍사스에 온 빌 일행은 떠돌이 노동자들과 밀 농장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빌은 사람들에게 애비를 여동생이라고 속이고 병약한 농장주는 그녀에게 반한다. 재산을 탐한
신정 TV영화 가이드 [3] (2003년1월3일~1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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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ovich, 2000년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줄리아 로버츠 KBS2 2003년 1월1일(수) 낮 3시20분<조지 클루니의 표적>(1998)은 분명, 수작(秀作)이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영화천재로 대접받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만들지 못한 소더버그 감독은 재기했다. <조지 클루니의 표적>은 할리우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꺼번에 투영한다. 시스템 내부에서 그럴듯한 장르영화가 탄생했던 할리우드 고전기를 상기시키면서 소더버그가, 새로운 스타 감독이 될 수 있음을 예견한 것이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2000년작이다. 이 영화는 전작에 비한다면 평이하기 그지없는 편이지만 최소한 범작 수준은 된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에린 브로코비치는 두번 이혼하고 세 아이를 둔 처지다. 교통사고를 당한 그녀는 변호사 에드의 사무실에 찾아가 일자리를 달라고 막무
신정 TV영화 가이드 [2] (12월31일~2003년1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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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오프Face off, 1997년감독 오우삼 출연 존 트래볼타KBS2 12월31일(화) 밤 11시50분홍콩누아르의 대명사적인 존재인 오우삼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만든 액션스릴러. FBI요원 숀 아처는 냉혹한 범죄자 캐스터를 체포한다. 그뒤 아처는 시한폭탄을 제거하기 위해 캐스터의 얼굴을 통째로 떼어내고 캐스터인 척 행동한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캐스터는 분노하고 의료진을 위협하여 아처로 변신한다. 그리고 아처의 가정과 직장에서 아처를 철저히 파멸시키기 시작한다. 오우삼의 연출력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닥터 두리틀Doctor Dolittle, 1998년감독 베티 토머스 출연 에디 머피 MBC 2003년 1월1일(수) 낮 12시동물과 대화하는 것은 어린이들의 영원한 소원이다. 덕분에 만화와 영화, 동화 등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캐나다 애니메이션 <이누크>(2000)라는 작품이 있다.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역시 신비로운 능력을 지니는데 그것은 개와
신정 TV영화 가이드 [1] (12월31일~2003년1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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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니스트1939년 폴란드의 바르샤바, 국영 방송국에서 쇼팽의 <녹턴>을 연주하고 있던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라프 스필만은 별안간 가해진 폭격으로 연주를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유대계 폴란드인인 스필만의 가족들은 바르샤바를 떠나야 할지 망설이다 프랑스와 영국이 전쟁에 참전하기로 했다는 뉴스에 안심하지만, 결국 나치 군대가 바르샤바에 들어온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 에이드리언 브로디, 토마스 크레슈만 출연,(주)감자 수입,씨네월드 배급, 상영시간 148분박평식 피아노가 없었으면 빠삐용이 각색한 < 안네의 일기 > ★★★심영섭 흰 건반은 감동, 검은 건반은 신파 ★★★홍성남 <미션>, <패왕별희> 등의 뒤를 잇다. 매력없는 칸 수상작 ★★☆■ 품행제로세상 거칠 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 문덕고 ‘쌈장’ 중필의 가슴에도 예기치 못한 큐피드의 화살이 날아와 박힌다. 이웃 여학교의 퀸카 민희가 주인공. 한편 중필을 짝사랑해온 오공주파 나영은 민희가
피아니스트/품행제로/007어나더데이/휘파람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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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를 향한 할리우드에서의 첫시사보다 한국시사회가 훨씬 더 긴장됩니다.” 2년전 한국배우 최초로 할리우드에 입성한다는 소식을 알렸던 박중훈이 출연작 <찰리의 진실>과 함께 돌아왔다.
“<찰리의 진실>은 박중훈을 배려한 영화가 아닙니다. 한국시장도 염두에 둔 영화이지, 한국시장만을 염두에 둔 영화는 아니구요. 이런 부분들이 한국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촬영기간 중에도 많은 부담이 됐습니다.”
박중훈이 연기하는 이일상은 찰리가 일했던 특수부대의 동료. 처음에는 돈에 눈먼 악질 군인처럼 나오지만 뒤로 갈수록 굴곡 큰 반전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조나단 드미 감독이 저만 보면 눈이 하트 모양으로 변할 정도로 저를 좋아했어요. <인정사정 볼 것없다>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구요. 그래서 원작에서는 중간에 죽는 것으로 끝나는 인물을 다시 살려내 나름대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덧입혔죠.”
클라이맥스에서 박중훈과 마크 월버그가 파리 시내를 배경으로 벌이는
박중훈, “할리우드 진출 예고편 들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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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 제로>(감독 조근식)는 어느 고등학교의 ‘캡짱’인 중필(류승범)에 관한 보고서다. 그는 한 해 꿇었으며 그의 홀어머니는 미장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에 관한 소문은 거의 신화에 가깝지만 그런 그에게 미래는 없다.하지만 꿈도 미래도 없이 일용할 재미와 용돈만을 위해 살아가는 그 앞에 어느 날 이웃 여고의 ‘퀸카’인 민희(임은경)이 나타난다. 그 여고의 ‘짱’인 오공주파 소속 나영(공효진)이 중필을 좋아하는데도 둘은 사랑에 빠진다. 이 삼각관계가 플롯을 지탱하는 축이라면, 재미는 산더미 같은 에피소드로부터 나온다. 또 그 에피소드들의 대부분은 1980년대라는 시대 상황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그 시대 상황이란 것은 누추하기 짝이 없고, 그 시절 고단하게 살았던 사람들이 보기에는 창피할 정도로 굴욕적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노스탤지어라든가 비판 정신 따위는 없다. 그냥 웃고 즐기기에 족한 것이다. 2002년 한국영화계를 압축하는 단어인 통속성, 그것으로 가득찬 영화일 뿐
2002년 한국영화, ‘통속성’으로 가득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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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테이프의 원혼은 국경을 넘어 어디서나 ‘복사’된다. 미국 드림웍스가 내놓은 <링>(The ring)은 1998년 공포 심령영화 붐을 일으켰던 일본 나가타 히데오 감독의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99년 리메이크(김동빈 감독)된 바 있다.<링>은 현대사회 어디에나 존재하는 비디오테이프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극한의 공포를 보여주는 작품. 고어 버빈스키가 메가폰을 잡은 할리우드판은 시에프 감독 출신답게 차가우면서도 감각적인 영상과 특수분장 등 ‘비주얼’이 돋보인다.원혼이 어린 비디오테이프를 본 이들이 1주일이 되는 날 죽는다는 이야기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들을 혼자 키우며 신문기자로 당차게 살아가는 레이첼(나오미 왓츠)은 의문스런 조카의 죽음을 풀기 위해 산장을 찾았다가 조카 일행이 보았다는 비디오테이프를 보게 된다. 시골목장 기괴한 분위기의 가족 영상, 거울, 나무, 우물, 이상한 ‘링’까지
<링> 이번엔 미국서 리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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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시민포럼’ 등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31일 성명을 내고 “한민족을 비하하고 한반도 전쟁분위기를 조장하는 영화 의 한국내 상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영화 관람 여부는 시민의 선택에 달려있지만 이 영화가 우리민족의 현실을 왜곡하고 미국식 패권주의를 표명한 채 한반도의 전쟁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만큼 상영이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 영화가 개봉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대구시내 개봉 영화관 매표소에서 상영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관람안하기 범시민 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대구=연합뉴스)
시민단체들, <007 어나더데이> 상영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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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3시 35분께 서울시 양천구 현대백화점 목동점 정문밖 오른쪽 화단 안에 가로 30㎝, 세로 30㎝ 크기의 수상한 골판지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백화점 보안요원들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금속탐지기로 상자를 검사한 결과 금속 반응이 나타나자 이 백화점 지하에 극장체인점 CGV 목동점이 위치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이 상자가 최근의 CGV 폭파협박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폭발물처리반을 긴급 투입했다. 그러나 상자를 열어본 결과 공사용 실리콘 주입기 1개와 실리콘통 4개, 빈 페인트통 1개 이외에 폭발물 등 별다른 물체가 들어있지 않은 것을 확인, 소동은 마무리됐다.경찰은 이날 화단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시민 접근을 막았으나 장소가 백화점 외부인 점 등을 감안, 백화점내 고객들을 대피시키지는 않았으며 지하 2층에 위치한 CGV 목동점도 정상 영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상자가 특별한 목적을 갖고 놓여진 것 같지는 않다”며 “최근 C
CGV 폭발물 오인 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