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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누굴까>KBS2 매주 토·일저녁 7시50분같은 대한민국 하늘 아래서 너무나 대조적인 삶을 사는 두 여자가 있다. 그들의 일상이 주말마다 속속들이 중계되는 까닭에, 모르는 이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30대 초반으로 나이도 엇비슷한 두 여자 중 한 여자는 주말드라마 <내 사랑 누굴까>의 오지연(이승연)이다. 박사 논문을 준비하다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 4대가 모여사는 김씨 집안 맏며느리가 된 그는, 위로는 시할아버지와 시할머니, 홀로 된 시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동생까지 모셔야 하고 아래로는 두쌍의 시동생 부부까지 챙겨야 하는 부담스런 처지다. 그러나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그것도 식구 수대로 차려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결코 힘든 기색을 보이거나 짜증내는 법이 없다. 손아래 동서들이 “하던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고 물으니, 오지연은 “내 자아실현은 현모양처”라고 망설임없이 대답한다. 참으로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참한 맏며느리라 하겠다.같은
주말드라마에서 만나는 두 여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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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끝나는 연말이면 기쁨과 보람보다는 슬픔과 회한이 더 많아진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짐작건대 우리네 삶이란 것이 원래 그런가보다. 죽는 순간 역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거의 언제나 실수를 하면서 살고 있는 셈이다. 설마 이번주 독립영화관(KBS2TV 토 새벽 1시10분)에서 방영할 영화 <말콤>(베이커 카림 연출/ 35mm/ 컬러/ 19분/ 스웨덴/ 2001년)과 <사랑의 기억>(오드리 오레일리 연출/ 35mm/ 컬러/ 12분/ 아일랜드/ 1999년) 등도 삶, 우수 등을 다룬다. 하지만 나름대로 따뜻하다. <말콤>은 이혼한 말콤이 어렵게 살아가면서 아들을 만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카메라는 핸드헬드와 광각렌즈로 관객을 어지럽게 할 것이다. 그 어지러움은 말콤의 신산한 삶과 흔들리는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다. 마지막 장면, 아들은 아버지를 낯선 사람 보듯이 빤히 본다. 인연이란 질기고 고달픈 것이다. <사랑의 기억>
독립,단편영화 <말콤> <사랑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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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art Little, 1999년감독 롭 민코프출연 휴 로리MBC 12월25일(수) 낮 2시30분
한 부부가 아이를 입양하려고 하지만 생쥐 스튜어트에게 반한다. 스튜어트는 부부와 함께 집에 돌아오고 외아들 조지는 스튜어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고양이는 틈만 나면 스튜어트를 괴롭히려고 한다. 조금씩 조지는 스튜어트와 친구가 되어가고 자신의 마음을 열게 된다. 하지만 고양이는 생쥐를 아예 없애버리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아기자기한 특수효과가 돋보이는 가족영화. 휴 로리, 지나 데이비스 등이 출연한다.
스튜어트 리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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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감독 김형태 출연 이미연 KBS2 12월25일(수) 오후 3시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는 애련은 동석이라는 손님을 알게 된다. 동석은 음악인이며 프랑스영화에 관심이 많다. 용기를 낸 애련은 그에게 애정이 있음을 고백하지만 동석에겐 이미 연인이 있다. 이후 애련은 그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한다. 동석의 집을 몰래 방문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 동석은 그런 애련이 부담스럽다. 사랑에 집착하는 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 배우 이미연의 연기가 예전에 비해 좋아졌음을 발견할 수 있다.
물고기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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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y Kids, 2000년감독 로베르트 로드리게즈출연 안토니오 반데라스 KBS2 12월25일(수) 오전 10시40분이제는 크리스마스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 시즌에 공중파 TV로 영화를 보는 재미는 솔솔했다. 캐롤 리드 감독의 <올리버>나 로버트 와이즈의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영화를 보는 건 한해의 이벤트 같은 것이었다. 영화에 나오는 주제가를 함께 흥얼거리는 것 역시 특별한 기분이 들도록 했다. 올해 크리스마스엔 <나홀로 집에>와 <머팻> 시리즈, 그리고 <스튜어트 리틀> 등의 영화가 방영되어 어린이들을 즐겁게 할 예정이다. 나쁘진 않겠지. 그럼에도 뮤지컬이나 고전적인 가족드라마가 누락된 것은 어쩐지 서운한 감이 없지 않다.<스파이 키드>는 깜찍한 어린이들이 나오는 영화다. 카르멘과 주니는 중산층 가정의 아이들이다. 아버지, 어머니인 그렉과 잉그릿은 소문난 잉꼬부부이며 자녀에게도 자상하다. 아
로베르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스파이 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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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계가 꽁꽁 얼어붙었단다. 극장에는 연일 관객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긴 하지만, 제작 일선에 있는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엄동설한이라고 입을 모은다. 돈이 말라붙었다는 것이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투자사들의 자금 집행이 긴축 정도가 아니라 아예 동결됐다고 한다. 그 여파로, 주연배우 캐스팅을 확정하고 촬영일정까지 공표했던 영화가 제작을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하고, 이미 촬영 중인 영화도 무사히 촬영을 끝내고 완성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물며 기획 중인 상당수 작품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려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마치 황금어장이라도 만난 듯 돈이 몰려들었던 영화계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일까. 투자사들은 긴축 또는 동결의 배경이 한국영화로 돈을 벌지 못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 개봉한 영화 제목들을 떠올려보면 흥행성적이 좋았던 영화가 그리 많지 않아 투자사들의 쓰린 속을 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세간의 화제가 됐던 덩치 큰
[조종국] 충무로에 봄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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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다른 대학을 갔지만 서로의 학교에서 살다시피했고 2년쯤 함께 자취를 했다. 그 모든 차이(10·26 다음날 아침 라디오에서 나오는 장송곡 메들리를 들으면서 나는 묵은 빨래를 꺼내 신나게 빨아댔고 내 친구는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하면서 내 인품의 경박함을 안타까워했다)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우정이 지속됐던 건, 그 을씨년스럽던 야간자율학습을 함께하며 서로 눈꺼풀에 안티푸라민 발라주면서 싹튼 우정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우리 사이에 벽이 생겨났다. 20대 중반쯤이었는데, 각기 사회활동 영역이 달라진 건 별 문제가 아니었다. 영혼의 영역이 달라진 것에 비하면. 내 친구는 아주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패거리 여섯 가운데 나머지 넷도 마찬가지였다.이제, 친구들은 나를 볼 때 “쯧쯧, 저 길 잃은 양을 어떻게 하나” 하는 근심스런 표정이 역력했고, 나는 외로움을 달래며 “하느님이 내 친구들을 다 빼앗아가 버렸어”
old&w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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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리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지만 2002년의 마지막 글이니만큼 올해 내가 본 영화 가운데 최고작에 대해서 쓰련다. 대충 추려보니 올해 개봉작 중 나의 ‘오! 컬트’는 세개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두 작품은 최근 기사가 나왔던 영화이므로(어떤 분야건 ‘최근’일수록 나의 ‘최고’가 되는 데 유리하다. 금방 까먹기 때문에) 그나마 시간이 좀 지난 영화를 소개하겠다. 도라 버치의 발칙한 눈빛이 아직도 선연한 <판타스틱 소녀백서>다.이 영화를 보고 읽었던 몇개의 기사 가운데 호버먼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주인공 이니드 같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맞는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내가 깔깔거리고 박수를 치며 열광하는 건 이니드나 레베카에서 너무 많이 멀어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좀 쓸쓸했다. 원래 고통스럽고 편치 않은 어떤 풍경을 보면서 맞아, 그래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란 그 고통을 모르거나 이미 오래 전 졸업한 사람들이다.
김은형의 오!컬트 <판타스틱 소녀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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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한나라당이고 이회창 후보다. 그러나 진짜 참담한 패배를 한 것은 아마도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수구언론일 것이다. 조중동이 노무현 후보를 떨어뜨리고 이회창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팬티까지 벗고 뛰었고 마지막에는 못 보여줄 꼴까지 보였는데도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으니 말이다. 그 가운데 백미는 선거날 아침 <조선일보> 사설이다. 이미 본 사람들도 많고, 한국 언론사에 길이 남을 사설이라며 오려놓은 사람들도 있고, 인터넷을 통해 지구촌을 여러 바퀴 돌았을 테지만 못 읽은 사람들을 위해 옮겨본다. 제목은 ‘정몽준, 노무현 버렸다’이다.“16대 대통령선거의 코미디 대상은 단연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다. 선거운동 시작 직전, 동서고금을 통해 유례가 없는 여론조사로 후보단일화에 합의하고, 선거운동 마감 하루 전까지 공조유세를 펼치다가, 투표를 7시간 앞둔 상황에서 정씨가 후보단일화를 철회했다. 이로써 대선정국은 180도 뒤집어졌다.
12월19일치 <조선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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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50%대를 돌파한 화제의 드라마 SBS <야인시대>가 2002년 가을 최고의 이슈로 떠오르자 주제곡 <야인>을 부른 가수가 누구냐에 관심이 쏠렸다. 허스키하고 파워풀한 창법의 주인공으로는 김정민, 박상민, 캔 등 각종 가수들의 실명이 오르내렸다. 이에 <야인시대> O.S.T 제작사 TTM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은 주제곡을 부른 이가 신인가수 강성이라고 밝히는 등 각종 ‘정보 흘리기’에 들어갔다. 또한 제작사쪽은 O.S.T 담당 프로듀서가 강성의 목소리에 매료돼 오디션을 부탁한 데서 비롯됐으며, 80년대 소녀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경아> <도시의 삐에로>를 히트시킨 바 있는 가수 박혜성이 O.S.T의 제작자 겸 작곡가라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94년부터 꾸준히 광고음악을 해온 박혜성이 처음으로 도전한 드라마 O.S.T를 통해 프로듀서로서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렀다는 소식은 분명 놀랍고 반가운 뉴스였다. 그러나 놀라운 소식은 그것만이
<피아노를 치는 대통령> 음악감독 박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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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당장 뉴질랜드로 가줄 수 있어?” 1999년의 여름, 에이전트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비고 모르텐슨은 그저 ‘괜찮은 배우’였다. 1985년 <위트니스>에서 아미쉬 농부 역으로 데뷔한 이래, <퍼펙트 머더>에서 기네스 팰트로의 정부 역할이나 <G.I. 제인>에서 드미 무어를 괴롭히는 엄한 교관 역 등을 맡아왔지만 조연인 그의 이름을 기억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뉴질랜드에서 촬영을 준비하던 <반지의 제왕> 제작진으로부터 급작스런 출연제의를 받았던 것은 행운일지 모른다. 애초 이 영화에서 아라곤 역은 스튜어트 타운젠드라는 아일랜드 배우의 몫이었지만, 프리 프로덕션 도중 피터 잭슨 감독은 아라곤이 이 26살짜리 배우가 맡기에는 너무 큰 역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르텐슨은 비록 교체 멤버였지만 제작진들로 하여금 ‘드디어 임자가 나타났다’는 환호를 지르게 했다. ‘수수께끼 같은, 수심에 잠긴, 잘생긴’. 당초 아라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비고 모르텐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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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표지 사진에 검은 옷과 흰 리본으로 조의를 표하고 싶다구요” 영화사를 통해 표지 촬영 때 미군들에게 죽은 여중생 효순, 미선이에게 조의를 표하고 싶다는 류승범의 의사를 전해 듣고, 아주 잠깐이나마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류승범과 공효진 두 배우가 등장한다면 응당 명랑한 에너지가 넘치리라는, 언제부턴가 자연스레 그들에게 기대해온 모습과는 전혀 다른 제안. 공효진도 흔쾌히 동의했다는 류승범의 아이디어에, 몇초간이었지만 올해의 마지막인 송년호 표지로 혹 너무 무겁진 않을까 하는 갈등도 스쳤다는 부끄러운 고백을 하고 넘어가야겠다. 그리고 참 건강한 활기를 띤 그들답다는 모종의 반가움과 미더움 역시.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생각했죠.” 형 류승완과 박찬욱, 김지운 감독은 삭발까지 했는데, 배우라 당장 머리를 깎을 순 없지만 뭔가 해야겠다 싶었다는 게 나중에 들은 류승범의 말이다.
공효진이 먼저, 류승범이 조금 늦게 스튜디오에 들어선 겨울날 오후. 분명
<품행제로>의 두 배우 류승범, 공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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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에 돌아오겠다던 관객과의 약속대로, <반지의 제왕>은 지난 12월 19일 전후 세계 극장가에 화려하게 귀환했다. 아직 공식 집계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국내 극장만 해도 이미 개봉 주말까지 예매 매진을 기록하면서 최소 30만 관객의 환대를 예약하며 돌아온 것이다.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이하 반지원정대)의 웅장한 서막을 잇는 3부작의 2악장은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이하 <두 개의 탑>). 이미 3부작을 동시에 촬영했던 피터 잭슨은, 매 편마다 꼬박 1년이 걸린다는 편집 및 후반 작업으로 올해를 보냈다고. <데드 얼라이브> <천상의 피조물> 등 저예산 B급 호러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뉴질랜드 감독이 2억7천만달러를 들여 찍은 <반지의 제왕>은 할리우드의 거대한 도박이었지만, <반지원정대>는 세계 시장에서 8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대성공을 거뒀다. <두개의 탑> 역시 전작
<반지의 제왕> 시리즈 감독 피터 잭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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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의 시작입니다. 당신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귀여운 곰같이 사랑스럽답니다. 다음엔 이 책을 빌려보세요.” 현채가 빌린 화집에 적힌 사랑의 메모. 그의 권유대로 책을 빌리는 현채. 그리고 이어지는 또 다른 메모. 항상 꿈꾸던 로맨스를 만난 현채는 기쁨에 가득 차고 이 ‘미지의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영화 <밑줄 긋는 남자>는 항상 남자에게 차이는 ‘곰탱이 여자’ 현채가 어느 날 도서관에서 화집에 적힌 사랑의 메시지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귀여운 멜로물. 현채 역에는 배두나가 모델 출신 김남진은 현채를 어릴 때부터 짝사랑해온 ‘일편단심형’ 동하 역을 맡았다. 도서관 사서 지석 역에는 가수 윤종신이 등장한다. 물론 이 영화의 음악도 담당하고 있다. 연출을 맡은 용이 감독은 UTO, 메가패스, 엔시아 등의 CF와 영화 <마리이야기> <두사부일체>의 예고편을 연출했던 신예이자 현재 ‘JUNE’이란 광고의 모델로도 출연 중이
책갈피마다 사랑을 담아,<밑줄 긋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