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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클래식>의 지혜가 어머니 주희의 남자친구 준하의 편지를 읽음으로써, <비오는 날의 수채화>의 지혜와 지수의 사랑은 되살아난다(참고로 <비오는 날의 수채화> 1, 2편과 <클래식>에서의 딸의 이름은 모두 ‘지혜’이다. “원래 딸아이 이름을 지혜라고 지으려고 했지만, 한자가 좋지 않다고 해서 ‘지수’로 바꿨다.” 그리고, 곽재용 감독이 진짜 엽기녀를 창조하기 위해 요즘 세대인 딸들에게 알게 모르게 많은 힌트를 얻은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지혜의 목소리,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 때 생량한 바람이 가을을 예고해줍니다. 그 바람을 편지지에 실어 당신에게 보냅니다…”. “생량한?… 바람을 편지지에 실어 당신에게 보냅니다?… 유치해!… 음… 클래식하다고 해두지 뭐….” 마치 조소처럼, 하지만 풀리지 않을 주문처럼 영화의 초입부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멜로의 감정을 촌스럽다고, 또는 보수적이라고 비판하는 시각들에 대해 지혜의 입을 통해
`흥행감독` 타이틀 얻은 곽재용 감독의 어제와 오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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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아시아단편경선 부문의 본선 진출작을 13일 발표했다. 국내작으로는 121편의 신청작 가운데 <날개>(감독 신아가), <동침>」(하성실), <먼지>(홍재희), <발 만져주는 여자>(이도), <아버지의 노래를 들었네>」(이지선), <이상한 나라>(한병아), <이효종씨 가족의 저녁식사>(정희성), <저 멀리 여름 숲은>(오정연), <하교길>(신은영), (고주영), (김인숙), (조예원) 등 12편이 뽑혔다.해외부문에서는 36편 가운데 (대만), (대만), (이스라엘), (대만), (싱가포르), (싱가포르) 등 6편이 초청됐다.제5회 서울여성영화제는 오는 4월 11일부터 18일까지 열리며 아시아단편경선부문에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관객상 1편을 선정해 시상한다.(서울=연합뉴스)
서울여성영화제 아시아단편경선 초청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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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 홈비디오 코리아(대표 이현렬)는 전세계적으로 2억6천만달러의 경이로운 흥행수익을 올린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을 오는 4월 11일에 2개의 디스크로 구성된 DVD와 VHS로 미국과 유럽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동시에 출시한다.해리포터 시리즈의 2부인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은 해리와 론, 헤르미온 등의 주인공들이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2학년을 맞이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이번에 출시되는 DVD에는 더 방대해진 마법과 유머, 그리고 스릴을 담은 극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19개의 추가 장면들이 수록되어 있고, 극중 캐릭터들과의 만남을 비롯해서 영화속 장면을 구석구석 여행할 수 있는 특별한 메뉴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원작자인 J.K. 롤링과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스티븐 클로브의 독점 인터뷰와 더욱 새로워진 인터렉티브 메뉴가 수록되어 있다.전세계적으로 흥행신화를 기록한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 극장개봉 성공의 여세를 몰아서 DVD와 비디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DVD, VHS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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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아이 스파이>를 보고 `00다움`에 대해 고뇌하다실은 나는 노력하는 편이다. 기자처럼 보이려고. 천성이 게을러 늘상 노력하기는 어렵지만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는 뭔가 활동적이면서도 지적인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를 팍팍 주기 위해 옷도 골라 입고, 화장에도 신경을 쓴다(형편없는 드라마에서 어설프게 여기자를 흉내내는 3류 배우보다 나을 게 없다). 그러면 내 친구들- 전에 말했던 대한민국 1%- 만 천진난만하게 입을 헤 벌리고 감동한다. “우와, 너 꼭 기자 같아.” 나도 흐뭇해져서 재차 확인한다. “정말? 정말이지?” 완전히 <아이 리포터>다.<아이 스파이>의 알렉스는 평생 스파이 만날 일 없는, 만나도 알아볼 일 없는, 그래서 스파이에 대한 모든 정보는 영화를 통해서만 얻는 사람들에게는 스파이계 전체에 대해 깊은 의구심과 회의를 갖게 하는 인물이다. 고위급 간부 앞에서 차를 마시다 혀를 데어 오두방정 떠는 거야 인간적으로 넘어간다고 해도,
존재의 부조리함! <아이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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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직전인 1월29일, KBS1TV는 <수요기획-아프간으로 간 영화감독>(연출 지혜원)을 방영했다. 흙바람과 질병과 아사의 땅 아프간에서 영화를 찍고 있는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일가의 촬영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3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던 마흐말바프와 그의 가족은, 우리가 영화라고 말할 때 떠오르는 것들과 가장 먼 곳에서 영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보통의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시계는 나와 함께 늙었어”라고 중얼거리던 아프간 노인(자기 나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그는 현장에서 캐스팅돼 영화에 출연했다)이 마흐말바프의 손을 붙잡고 “당신은 가장 좋은 친구야”라고 말할 때, 눈물을 참기 힘들었을 것 같다.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하나 있었다. 더이상 삶이 축복이 아닌 그 저주의 땅에서 그는 어떻게 영화를 버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1달러짜리 연고가 없어 살이 썩어가는 아이를 보고, 흙바닥 위에서 질병보다 먼저 찾아온 굶주림으로 죽어
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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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오이디푸스의 강박스필버그의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 가운데 하나는, 반복적으로 보여지는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이상한 시선이다. 영화 초반의 한 에피소드에서, 그는 자신의 부모가 거실에서 행복하게 춤추고 있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때 그는 지그시 거실 바닥의 하얀 양탄자를 응시하는데, 거기엔 조금 전에 어머니 폴라가 실수로 흘린 포도주 얼룩, 그 붉은 얼룩이 묻어 있다. 이 얼룩은 클로즈업을 통해 강조된다. 그러나 재빨리 장면은 멋들어진 포즈로 아내를 안고서 아들 프랭크에게 자신의 모습을 과시하는 그의 아버지를 보여주는 풀 숏(full shot)으로 전환된다. 포그 필터(fog filter)를 통해 촬영된 이 장면은 프랭크에게 매우 환상적인 것으로 비친다.프랭크의 이상한 시선이 다시 한번 보여지는 에피소드는 그가 자신과 약혼하기로 한 간호사 브렌다의 부모를 방문하는 부분이다. 이들 부부는 사윗감 프랭크와 딸과의 식사가
<캐치 미 이프 유 캔>에 드러나는 스필버그적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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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쏟아부은 `졸작`‘졸작’이라는 게 있다. 형편없는 작품이 아니다. 주로 예술계통 학과 학생들이 학창 시절의 결실을 맺는다는 생각으로 갖은 재주를 다 부리는 ‘졸업작품전’ 말이다. 학교 다닐 때는 가끔 그런데도 초대를 받아 꽃 한 송이나 초콜릿 껍질을 들고(내용물은 보통 미리 먹었다!) 간 적도 있었다. 그런 곳의 분위기는 물론 잔칫집이다. 손님들도 대부분 가족, 친지나 친구들이어서 좀 나쁘게 말하면 끼리끼리 모이는, 아는 사람만 오는 자리가 돼버린다.회사 연수차 런던에서 1년간 지낸 적이 있다. 애니메이션을 공부한답시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몇번 찾아갔던 곳이 왕립예술학교(RCA, Royal College of Arts)였다. 하이드 파크 옆에 있어서 풍광도 좋고 쾌적했던데다 ‘왕립’(로열)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가 왠지 근사해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기억한다.애니메이션학과 교수님도 인터뷰해보고 학생, 졸업생과도 만나보고 하다가 우연찮게 ‘졸작’에도 참석하게 됐다. 눈에 띄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 졸업작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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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교차점> 완결<시마과장> <황혼유성군>으로 잘 알려진 히로카네 겐시의 초기 명작 <인간교차점>이 전 27권(대원씨아이 펴냄)으로 국내 번역 완결되었다. 1980년에 연재가 시작된 <인간교차점>은 히로카네 겐시가 전공투 세대 만화가의 적자로 인식되는 계기가 된 작품으로, 진솔한 리얼리즘에 입각해 일본사회 밑바닥 인생을 그리고 있다. 스토리의 단단함은 작가 야지마 마사오의 몫이기는 하지만, 히로카네의 색채를 분명히 드러내는 솔직담백한 묘사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이전 <헬로 네즈미> 등에서 부분적으로 보이는 히로카네의 개성이 이 작품에서 자기 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미국 언더 만화 연구서 발간세계 만화사의 가장 문제적 시점인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 전성기에 대한 연구서가 미국의 판타그라픽스에서 출판되어 나왔다. 만화 연구자 패트릭 로젠크란츠에 쓰여진 <레벨 비전스>(Rebel Visions, The U
[만화가 화제] <인간교차점> 완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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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공소에 다니는 사람 따위가 쓴 글일 수가 없다.” 살생부, 피투성이, 역적 중의 역적….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박힌 글 하나가 세상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다. 명부에 오른 이는 안절부절못하고 침을 튀기며 음모의 배후를 밝히라고 소리질렀다. 머지않아 임자가 나타났다. 하하. 그것은 국정원의 조직원도, 민주당의 책사도 아니었다. 일개 필부, 고등학교를 나와서 공장에서 기름밥을 먹고 있는 평범한 젊은이였다. 이럴 수가! 명부의 죄인들은 아직도 믿지 못할 것이다. 말이 안 된다. 어떻게 철공소에 다니는 놈이 국회의원들을 떼거지로 처형대에 올려놓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만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지. 그래서 말인데, 나는 반대로 말하고 싶다. 만화의 진실을 믿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피투성이와 친구들이 이 만화를 보면 더 큰일을 낼지도 모른다고.머릿속이 근육으로 가득 찬 녀석?<쿠니미츠의 정치>(학산문화사 펴냄)에 나오는 무토 쿠니미츠는 좀더 나간 놈이다. 학력
피투성이와 친구들을 위하여,<쿠니미츠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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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순표 드라마를 벗어나고 싶었다"<눈사람> MBC 매주 수·목밤 9시55분매주 월·화요일 남성들의 귀가시간을 앞당겼다는 <야인시대>가 ‘반공시대’로 정신없이 치닫는 사이, 수요일과 목요일 안방에는 푸짐한 잔칫상이 차려졌다. 시청자들은 <눈사람>과 <올인>과 <장희빈>이라는 접시를 앞에 놓고, 어떤 것에 먼저 젓가락을 대어야 할지 고민하는 특별한 즐거움을 만끽했다. 세 드라마에 오랜만에 TV에 모습을 드러낸 스타급 배우들이 제각기 포진한데다 저마다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탓이다.그러나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은 결코 예측할 수 없는 대중들의 반응, 즉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청률 때문에 간이 졸아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역사물을 만드는 데 남다른 솜씨를 보였던 KBS는 ‘영원한 안방 스타’인 장희빈을 시대 감각에 맞게 재조명해 일찌감치 세를 장악했다. 그러나 초반 20% 안팎을 유지하던 <장희빈>의 시청률은 <눈사람
이창순 PD가 들려주는 <눈사람>의 매력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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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웠으므로, 계속 놀라워야 한다그럼 그렇지. 가만히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SKT가 여기저기서 ‘쭈운’(준·june)을 외치며 무선멀티미디어서비스 시장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돌진하고 있을 때 한동안 KTF는 잠자코 지냈다. 경쟁에 살고 경쟁에 죽는 이동통신시장의 양강인 SKT와 KTF가 맞불을 놓지 않다니….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반격의 시기가 하도 늦어지다보니 심지어 ‘너 다 해먹어라’라며 포기한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자아냈다.그런데 역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 눈에 독기를 품고 칼을 벼리며 타이밍을 재고 있었던 것이다.‘쉬쉬’ 하며 비장의 무기를 준비해놓은 것은 물론이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서태지. KTF는 어느 날 갑자기 준의 경쟁브랜드인 핌(Fimm)의 모델로 32억원이란 천문학적 액수를 주고 서태지를 영입했다고 발표한 뒤 우렁찬 목소리로 ‘공격 개시!’를 터뜨렸다.야심찬 프로젝트를 세우고, ‘일급비밀’이란 명분 아래 007작전을 벌이듯 이를 구체화하며
서태지를 모델로 내세운 핌(Fimm)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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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달콤하지 않은러시아 국립영화학교에서 만들어진 권지연 감독의 <플롯>(35mm/ 2002년)은 매우 순진한 작품이다.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만, 잘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풀어낸 이 작품은 잔잔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레오스 카락스 영화를 좋아하는 안나와 영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여자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미셀. 하지만 이들은 영화표를 구할 돈이 없다. 미셀은 영화표 살 돈을 구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영화표를 훔친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다. 영화를 보지 못하고, 늦은 저녁 다리 위에서 다시 만나는 마지막 장면은 이들이 레오스 카락스 영화를 꼭 함께 보게 되기를 기원하게 만든다. 그리고 문득 레오스 카락스 영화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왜일까? 한국에서 이렇게 순진한 영화는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반면 신수연 감독의 <사탕보다 달콤한>(16mm/ 2001년)은 소문과 오해에 관한 농담이다. 너무 가벼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독립,단편영화 <플롯> <사탕보다 달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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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상속자Les Yeux Cernes, 1964년감독 로베르 오셍 출연 미셸 모르강 EBS 2월16일(일) 낮 2시한 미망인과 그녀를 둘러싼 음모와 미스터리를 다룬 영화.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냉혹한 사업가로서 주위 사람들의 미움을 받던 볼메르가 살해된 것. 볼메르의 죽음으로 유산을 상속받게 된 플로랑스는 그의 돈을 받지 않겠노라고 선언한다. 그뒤 플로랑스는 협박편지를 받기 시작한다. 배우 겸 <나쁜 녀석들은 지옥에 간다>(1955) 등을 연출한 로베르 오셍 감독의 미스터리스릴러. 로베르 오셍이 직접 출연한다.비천무2000년, 감독 김영준 출연 신현준, 김희선SBS 2월16일(일) 밤 11시40분김혜린의 원작만화 <비천무>를 영화화한 것. 주연을 맡은 김희선의 연기에 대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영화이기도 하다. 설리와 진하는 어려서부터 함께 성장했으며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진하는 무공을 익히는 과정에서 자신의 출생의 비밀과 부모의
[주말 TV영화] 죽음의 상속자/비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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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gos: Gardel’s Exile1986년, 감독 페르난도 솔라나스 출연 마리 라포레 EBS 2월15일(토) 밤 10시육체로 시를 쓰다같은 지면을 통해 솔라나스 감독의 영화를 소개했던 기억이 있다. <남쪽>과 <구름> 등의 영화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솔라나스 감독에게 특별한 애정이 있다. 그의 영화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무엇’을 스크린에 풀어놓는다. <남쪽>에서 거리의 악사들이 희미한 안개에 싸인 채 구슬픈 멜로디를 연주하고 <구름>에서 아르헨티나 현대사를 ‘퇴행’의 움직임을 하는 행인에 비유하는 장면은, 숨막힐 정도다. <탱고, 가르델의 망명> 역시 압도적인 비주얼을 간직하고 있다. 카메라가 멀리서 도심에 위치한 어느 다리를 포착한다. 인적없는 다리엔 연인으로 보이는 한쌍의 남녀가 있다. 무엇을 하는 걸까? 격정적으로 탱고에 몰두하고 있다. <탱고, 가르델의 망명>은 탱고를 통해 음악과 문학 등 아르헨
페르난도 솔라나스 감독의 <탱고,가르델의 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