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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윌리엄스 커플이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다시 만났다. 1960년대를 풍미한 희대의 젊은 사기꾼을 모델로 한 이 영화에서 이 노련한 커플이 택한 사운드는 무엇일까. 이 희대의 ‘흥행커플’이 택한 사운드는 한마디로 ‘쿨’이다. 감미로운 클래식 선율을 주무기로 하는 존 윌리엄스치고는 신선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테마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주요 악기’는 색소폰이다. 시원하면서도 감미로운 바이브라폰이 그뒤를 받쳐주고 있다. 쿨 재즈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사운드의 색깔은 필립 글래스를 연상시키는 화사한 반투명의 파스텔조. 멜로디도 어딘지 미니멀리즘적인 분절과 반복이 느껴진다. 그러나 멜로디는 아름답지만은 않다. 매력적인 사운드가 잘 빠진 빨간색 캐딜락이나 캘리포니아 저택의 수영장, 혹은 재키 케네디의 웃음을 연상하도록 만들지만 멜로디 라인은 모종의 분열을 암시하는 긴장감을 숨기지 않는다.영화를 보다보니 ‘쿨’을 선택한 이유가 점점 드러난다. 이 영화
쿨의 양면,<캐치 미 이프 유 캔>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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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 하루 전인 15일(현지시각) 발표된 제53회 베를린영화제 영광의 주인공은 영국, 미국, 프랑스에 골고루 돌아갔다.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은 영국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이 세상에서(In This World)>가 차지했다. 두 아프가니스탄 젊은이가 전쟁으로 피폐해진 조국을 떠나 버스와 트럭, 그리고 배를 타고 영국 런던으로 향하는 힘겨운 여정을 세미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렸다.<이 세상에서>는 현지의 일일소식지 `TV무비'로부터 <시카고> <디 아워스> 등과 함께 황금곰상 후보로 꼽히기는 했으나 평론가들의 별점순위에서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작품.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불고 있는 반전 분위기에 힘입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95년 로드 무비 <버터플라이 키스>로 뒤늦게 데뷔한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99년 <원더랜드>와 지난해 로 잇따라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노렸다가 이번에 베를린에서 숙원을 풀었다.
영미권 우위 재확인한 베를린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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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열린 티나 터너의 콘서트에서 이 미국인 흑인 스타가 관중을 향해 묻는다. “무엇을 원하죠?” 이에 사람들은 답한다. “식량이오!” 터너가 다시 “필요한 게 뭐예요?”라고 묻자 이번에는 “달러요!”라는 대답이 들려온다. <문라이팅>에 잠깐 나오는 이 장면은 이 이야기의 시공간적 출발점이 되는 1980년의 폴란드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던가를 넌지시 알려준다. 식료품을 비롯해 생활필수품의 가격이 엄청나게 뛰어오르며 불안하기만 한 경제상황 아래서 인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거칠게 터져나오던 게 당시의 폴란드였다. 그 결과 자유노조를 중심으로 전국 규모의 노동자 파업이 일어났고 이로써 자유화·민주화의 물결이 거세게 밀어닥쳤다. 바로 그럴 때 전국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폴란드는 꽁꽁 얼어붙은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 속 대사에서 인용하자면 “그 어느 때보다도 음울하고 절망적이었던 폴란드의 겨울”이었다. <문라이팅>은 폴란드 출신의 명민한 영화감독 예
나는 인간일 뿐이로소이다,<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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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검은 가죽 드레스를 입고 인조 속눈썹을 단 보랏빛 눈동자의 여자가 나타난다. 자세히 보니 머리카락 사이에 뿔도 나 있는 것 같다. 로또 복권 1등 당첨 번호를 알려줄 테니 대신 앞으로 눈과 귀와 입과 코 중 세개를 자기한테 주고 나머지 하나만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당연히 눈을 고른다. 다른 것 없이는 어찌어찌 버텨도 눈이 없이는 살 수 없다. 왜냐하면 눈으로는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말도 하고 소리도 듣고 냄새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눈으로는 맥주를 마실 수도 있고 마음에 안 드는 상대의 심장에 칼을 꽂을 수도 있고 저만치 떨어져 있는 사람의 몸을 핥을 수도 있다.<수퍼 걸델릭 아워>는 버라이어티 TV쇼를 보는 것 같은 게임이다. 허리가 없는 유아 체형의 안짱다리 네코, 가느다란 눈을 살짝 내리깐 코코, 통통한 핑크빛 뺨의 토코, 저렇게 큰 가슴으로도 잘도 뛰어다니는구나 싶은 쿠마. 착 달라붙는 동물 옷을 입은 여자아이 네명이 여러 가지 시합을
눈으로 벗기다,<수퍼 걸델릭 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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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에>로 온 세상에 행복 바이러스를 전염시켰던 오드리 토투가 이번엔 짝사랑 바이러스를 품고 돌아왔다. 지독한 짝사랑에 관한 영화 <히 러브스 미>의 홈페이지는 능청스럽다. 부드러운 장미 꽃잎으로 장식한 파스텔톤 분위기는 영락없는 로맨틱코미디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디자인 컨셉은 사랑스러운 오드리 토투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 하지만 이건 시치미 뚝 뗀 것에 불과하다. 사실은 엄청난 반전을 품고 있으니까. 간단한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코너, 그리고 프로덕션 노트를 담은 ‘사랑의 메신저’ 코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키워드는 바로 ‘음모’다.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팬시소품 중 하나가 ‘은화살이 꽂힌 실제 심장’이라니 섬뜩하지 않은가? 그래도 밸런타인 데이에 맞춰 개봉하는 만큼 꽃배달 이벤트 등 연인들을 위한 선물이 풍성하다. <히 러브스 미>는 사실 연인들보단 심통난 싱글족이 보면 더 흥미로울 영화다. 사이트주소가 helovesme가 아닌 helov
사랑스런 오드리 토투,<히 러브스 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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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보면 참 다양한 것들에 대해 알게 된다. 결혼 전, 아니 아이를 키우기 전까지는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것들에 민감해지는 것. 이름도 이상한 은물이니 금물이니 혹은 가베니 하는 교재에 대한 이야기가 신문이나 TV에서 나오면 귀가 솔깃해지는 것이 그 좋은 예다. 또한 메이지, 블루, 까이유, 아추, 뿡뿡이 등의 캐릭터에 훤하게 되고, 심지어는 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나 TV프로그램의 주제곡을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경우도 있다. 한동안 우리나라 부모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I SPY>라는 유아용 책도, 그와 비슷한 이유로 알게 되었다. 다양한 사물들이 어지럽게 배치되어 있는 사진 위에서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 놀이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 책의 내용이었는데, 워낙 재미있는 사물들을 화려하게 배치해놓고 있어 책을 딱 펴보는 순간 왜 그렇게 인기를 끌었는지는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그 <I SPY>는 미국에서
빌코스비를 당할자 누구랴,원조 <아이 스파이> TV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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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오성의 휴먼 멜로 <별>이 지난 7,8일 양일간 양수리 종합 촬영소에서 마지막 촬영 현장을 공개했다. 이번 현장은 주인공 영우(유오성)가 첫사랑에 대한 상처와 세상에 대한 실망으로 자청해 들어간 소백산 중계소 막사가 배경. 실제 소백산 연화봉 정상에 세워진 한국통신 중계소의 막사를 그대로 양수리 세트장에 재현시켰다.이날 공개된 씬은 소백산 중계소로 처음 올라온 영우가 그곳에서 오랫동안 혼자 지내왔던 진수(공형진)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감초연기로 주목받는 공형진이 분한 진수와 특유의 낙천성과 장난기로 똘똘 뭉친 진수의 캐릭터가 사랑과 세상에 지쳐 마음의 문을 닫고 점점 폐쇄되어 가는 영우의 내면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촬영은 시종일관 차분하게 진행되었다.휴먼멜로 <별>은 현재 90% 촬영된 상태이며 다가올 5월 개봉예정이다.인터넷 씨네21팀 cine21@news.hani.co.kr
유오성의 휴먼 멜로 <별>, 촬영현장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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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북(K1 밤 11시20분)‘아버지의 영화’를 부정했던 뉴저먼 시네마의 한 멤버인 폴커 슐뢴도르프의 대표작. <양철북>은 뉴저먼 시네마 최초로 상업적·비평적 성공을 동시에 거머쥔 영화다. 독일의 대표적 현대작가인 귄터 그라스의 원작을 카메라로 옮겼다. 1924년 독일 단치히에서 태어난 오스카는 세번째 생일날 사다리에서 일부러 떨어져 성장이 멈춰버린다. 그는 세상에 대한 거부와 반항의 의미로 생일선물로 받은 양철북을 치거나 크게 소리를 지른다. 어머니가 저지르는 불륜의 현장에서 그가 비명을 지르자 온 동네 창문이 부서지고, 그의 북소리는 나치 전당대회를 왈츠 무도회로 바꾸기도 한다. 아이의 모습을 한 어른인 오스카는 또 부정을 저지른 부모를 잔인한 죽음으로 몰고간다. 기괴한 악마성과 파격적인 성 묘사로 논쟁을 일으켰던 이 영화는 전쟁이라는 비이성적이고 유해한 사회질서 속에서 일어나는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부조리를 비판한다. 1979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19살이상
뉴저먼 시네마, 부조리에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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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페라도(K2 밤10시50분)대학 영화과 재학 시절, 자신의 몸까지 약물실험 대상으로 팔아 마련한 단돈 7천달러로 만든 데뷔작 <엘 마리아치>를 내놨을 때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정말 빛났다. 하지만 1995년 할리우드의 지지를 업고 만든 <데스페라도>는 전작에서 보여준 문화적 갈등이나 삶에 대한 깊이가 사라진, 현란하기만 한 총격 액션에 머물고 말았다.스페인어로 ‘악사’라는 뜻의 마리아치로 불리는 주인공(안토니오 반데라스)은 기타 케이스에 무기를 담고, 연인을 죽인 마약 밀매상 부초(조아큄 데 알메이다)를 찾아나선다. 마리아치에 대한 소문이 전설처럼 퍼진 가운데 그는 부초 일당의 비밀 아지트 카페를 찾아내 피범벅으로 만든다. 큰 부상을 입고 피신한 서점에서 마리아치는 여주인 카롤리나(샐마 헤이엑)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부초의 도움으로 운영되던 서점은 부초의 부하들에 의해 또다시 전쟁터가 된다. 서부극 풍의 카페를 무대로, 홍콩 누아르의 주인공처럼 자동권
데뷔작 명성 흠집…액션은 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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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2003 사무국은 17일부터 3월 22일까지 출품작을 공모한다.지난해 3월 16일 이후 제작된 장-단편 독립영화에 한해 참가할 수 있으며 장르나 형식에는 제한이 없다.
인디포럼 인터넷 홈페이지(www.indieforum.co.kr)에서 참가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심사용 테이프에 연출자 사진 및 영화 스틸을 첨부해 서울 동작구 사당2동 148-12 혜민빌딩 3층으로 접수하면 된다.인디포럼 2003은 오는 5월 31일부터 6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02)533-3316
(서울=연합뉴스)
인디포럼 2003 출품작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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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호 감독의 단편영화 <나무아미타불 Christmas>가 오는 5월 15∼18일 독일에서 열릴 베를린청소년미디어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박감독의 단국대 연극영화과 졸업작품인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대한민국종교예술영화제와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각각 대상과 특별언급상을 받았다.좋아하는 여자 친구로부터 크리스마스날 교회에 초대받은 동자승이 며칠간 고민을 거듭하다가 큰스님의 허락을 받아 교회를 방문한 뒤 목사님으로부터도 격려를 받는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서울=연합뉴스)
베를린청소년영화제 개막작에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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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59년 <벤허>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미국 배우 찰던 헤스턴(79)이 이번에는 만화영화 <벤허>를 통해 컴백한다.찰턴 헤스턴은 오는 25일 비디오와 DVD로 출시되는 어린이용 만화영화 <벤허>에서 해설과 주인공 역을 맡아 목소리를 녹음했다.헤스턴은 13일 서면답변을 통해 이 만화영화가 “아직 벤허 연극이나 영화를 보지 못한 가정들에 어린이용으로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훌륭한 역을 다시한번 연기할 기회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이 만화 영화에서는 벤허와 예수의 출연 장면이 늘어난 대신 유명한 전차 경주 장면은 어린이용임을 감안, 영화보다 덜 폭력적으로 묘사됐다. 제목도 영화의 제목(Ben-Hur)에서 하이픈(-)이 삭제됐다.헤스턴은 작년 8월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에 걸렸음을 선언하기 수 개월전에 녹음을 마쳤다.이 만화영화의 공동 제작자이자 헤스턴의 아들인 프레이저 헤스턴은 아버지의 건강이 양호한 상태이
찰턴 헤스턴, 만화 <벤허>로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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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데뷔작 만드는 9명의 감독에게 듣는다 - 충무로에 나를 던진다!아무리 한국 영화계가 데뷔하기 쉬운 곳이라고 하지만 막상 첫 작품을 만들게 된 감독들을 만났을 때 그런 느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더러는 캐스팅 단계에서 좌절을 맛보고, 더러는 3년간 매달린 시나리오를 휴지통에 버리는 아픔을 겪으면서 데뷔에는 재능만큼 운도 따라야 한다는 걸 실감하는 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올해 첫 영화를 만드는 여기 9명의 감독들도 마찬가지다. 일찍 능력을 인정받아 데뷔의 기회를 잡은 감독도 있지만 상당수 감독들이 여러 차례 데뷔할 뻔한 경험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그들을 영화의 길로 인도한 것은 무엇이었나? 첫 영화는 어떻게 나왔는가? 그들은 데뷔작에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 2003년 데뷔작을 내놓는 임필성, 이철하, 이우현, 김현성, 이수연, 윤학열, 최동훈, 민준기, 김용화 등 9명 신인감독의 출사의 변을 들어보자. - 편집자극한의 땅, 하얀 갈림길에서 | 출사표1- <남극일기&g
2003 신인감독 출사표 - <남극일기>의 임필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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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이들을 위한 만찬 | 출사표2 - 의 이수연 감독이러다 감독됐지요이수연(32) 감독은 행동파다. 뭔가를 가만히 보기만 하는 건 그녀의 몫이 아니다. 잘하든 못하든 직접 해야 한다. 중학교 때부터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을 굳힌 사정도 비슷하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차츰 영화가 좋아졌다. 책 귀퉁이에 그림을 그려 후루룩 넘겨보는 초보 애니메이션일지라도 내 손으로 만들고 싶었다.”그런 그이다보니 대학 시절 “영화는 안 만들고 사회과학 토론부터 하는” 영화 동아리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건 당연한 일. 대신 대학 1학년 때 한 단체에서 개최한 8mm 영화강좌를 들었고, 아르바이트한 돈을 쏟아부어 장만한 8mm 카메라로 아마추어영화 몇편도 찍었다.그녀의 열정은 졸업 무렵 기막힌 우연으로 이어졌다. 어디선가 스크립터를 모집한다는 소문을 들은 “친구 하숙집의 옆방 언니의 친구”가 대학 4년 내내 “평생 영화를 만들 것”이라고 부르짖었던 ‘친구 하숙집 옆방 동생의 친구
2003 신인감독 출사표 - <4인용 식탁>의 이수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