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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좋아해요.” 올해 마흔아홉의 할리우드 배우 존 트래볼타가 결혼생활의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유는 다이어트. 신작 <베이직>의 촬영에 들어가기 위해 약 12kg을 감량하고 난 그는, “살이 쪘을 땐 아내에게 좋은 연인이 돼주지 못했는데, 몸매를 다시 가꾸고 나자 그녀가 나의 새로운 스태미나를 무척 좋아한다”고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말했다. 존 트래볼타와 그의 아내 켈리 프레스턴은 올해로 결혼 11년째를 맞고 있으며, <베이직>은 훈련 중에 서로에게 총을 쏘게 된 미군 유격대원들에 관한 스릴러다.
[사람들] 집사람이 더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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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번에는 여기 나옴둥~~. 때로는 자상한 아버지, 때로는 웃기는 아버지, 그래서 무엇이 진짜인지 모를 아저씨, 주현이 <조폭 마누라2: 돌아온 전설>(감독 정흥순, 제작 현진시네마)에 ‘고사채’로 출연한다. <박대박>에서는 못 말리는 얌체 변호사 아들을 상대로 코미디 법정극 한판을 겨루는 성실 그 자체의 판사로, <해피엔드>에서는 늙수그레하면서도 심성 고운 서점 주인으로, <친구>에서는 무서운 아버지이자 전설 속에 묻혀간 조직폭력배의 두목으로, 그리고 <굳세어라 금순아>에서는 전설을 타고 돌아오자마자 굳센 아줌마에게 곤죽이 되는 조폭 두목 백사로, 정직한 판사에서 웃기는 조폭 두목까지 어느 것 하나 어색하지 않은 이 아저씨. 그 아저씨의 또 다른 배역 고사채가 무슨 뜻이냐고? 말 그대로 높은 사채! 북한에서 미그기를 몰고 남하하여 대한민국 시장통 한구석에 사채업을 차린 이 불굴의 평안도 사나이, 그에게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
[사람들] 조폭 에미나이 고저 앉아보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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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에서 신고합니다”“잘사는 부부를 왜 ‘파토’내려고 하는지 모르겠네.” 새벽부터 시작한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한숨 돌리려는 정오 무렵.변정수(29)는 이승연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자마자 씩씩댄다. 자신이 남편과 불화 중이라는 기사가 스포츠 신문에 실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이다. 아침 식사를 촬영용 스모그로 대신했다며 콜록대던 변정수는 “주말에도 가족과 여행 계획을 짰는데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냐”며 상기된 얼굴이다. 이승연이 “오늘 만우절이야”라고 일러주지 않았다면 오후 스케줄 취소하고 멱살잡이 하러 곧장 신문사로 쳐들어갔을지도 모른다.변정수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좀처럼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 3월28일, ‘이라크 전쟁 및 한국군 파병 반대’를 외치며 돌연 국회를 ‘기습’한 것도 그런 기질과 무관하지 않다. 1인 시위를 하는 동안 그는 내내 눈물을 흘렸었다. “TV 보면서 강건너 불구경 하듯 했어요. 그런데 여섯살 난 딸이 지금 불꽃놀이 하고 있는 거냐고 묻더라구요
인권영화 <그 남자의 사정>으로 스크린 데뷔하는 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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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영화가 목표입니다.”멋쩍은 듯 화장을 고치며 건네는 말. “나만 울었나요? 너무 울고 나와서 이렇게 눈이 빨개요.” 아닌 게 아니라 손정은 대표(두손드림픽쳐스)는 정말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아직까지 영화의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냐는 질문에 “우선 스토리가 튼튼하고, 기승전결도 뚜렷하고, 에피소드들도 많고, 완성도가 있었어요”라며 즉시 냉철한 제작자의 입장으로 일목요연한 설명을 풀어낸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동현 감독이 들고온 <하늘정원>의 시나리오를 비행기 안에서 처음 읽었을 때도 펑펑 울었다고 한다. “아마 스튜어디스들이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예요.” 손정은 대표는 그 시나리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믿었고, 끝내 회사의 첫 창립작품으로 현실화했다.애정없는 시나리오를 제작하겠다고 나서는 제작자도 없겠지만, 그 처음의 흥분을 믿고 제작을 실행해내는 제작자도 많지는 않다. 그러니까 우여곡절도 있었다. 이동현 감독은 <하
<하늘정원> 제작,두손드림픽쳐스 대표 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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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see the world through women’s eyes)는 한결같은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다섯 번째 서울여성영화제가 문을 열었다. 97년 국제영화제로서 첫걸음을 뗀 서울여성영화제는 3회(2001년)까지 격년제로 이어오다 지난해인 4회부터 연례행사로 바뀌었다. 1회부터 4회까지 빠지지 않고 홍보팀으로 활약해 온 김태선(32)씨는 올핸 사무차장으로 직함을 바꿔 달고 사무국 지기가 됐다. 꼬박 7년간 여성영화제를 지켜온 그녀로서는 매년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는 관객의 관심이 그저 눈물겹고 고마울 뿐이다.그동안 많은 사람이 다녀갔고, 그 속에서 나날이 호응과 만족도가 높아졌다지만 아직도 영화제 사무실에는 “거기에 남자도 갈 수 있나요?”라고 묻는 전화가 이따금씩 걸려온다. 여성영화제는 여성들만을 위한 영화제가 아니거늘, 여성감독 일색의 작품 선정도 그렇거니와 왠지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듯한 영화제 이름 앞에서 남자 관객이 주춤하는 모양이다
남자 관객들 주춤하지 마세요,서울여성영화제 사무차장 김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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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 시사회장에서 막 나온 관객이 포스터를 다시 보며 중얼거린다. “이상하네. 황정민이 어디 나왔다고….” 그는 분명 <로드무비>의 황정민이나 아나운서 황정민을 상상했으리라. <지구를 지켜라!>에서 병구의 여자친구 순이를 연기한 황정민(34)은 영화계에선 낯선 존재일지 몰라도 대학로에서는 연기생활 만 10년째를 맞는 연기파 배우다. 1998년에는 백상예술대상과 동아연극상에서 신인상을, 2000년에 백상 연기상을 수상했던 그녀는 연출자 오태석이 각별히 아끼는 극단 목화의 간판 스타이기도 하다.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황정민은 영화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태생적 힘으로 강 사장을 쓰러뜨린 뒤 “옵빠, 무서어∼”라고 여린 ‘절규’를 내뱉던, 남성적 육체와 여성적 자아의 결합체 순이 대신 시원하게 웃고 왁자지껄 이야기하는 털털한 여성이 앉아 있는 것이다. 이건 최근까지 공연했던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를 위해 머리를 짧
태생적 힘이 꿈틀,<지구를 지켜라!>의 배우 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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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지만 그걸로 부족했던 모양이다. 시카고의 넓은 무대 위에서 리처드 기어가 무엇인가 보여주고 있다. 특별 교습 5개월이 키운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긴 어렵겠지만, 쉰넷이라는 가볍지 않은 나이로 무대 위를 쿵쿵 구르며 노래하는 그를 관객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당연히 서운할 것이다. 감독 롭 마셜과의 첫 미팅에서 그는 “이 영화 대본이 정말 맘에 든다. 다른 건 문제가 안 되는데, 탭댄스를 춰 본 적이 없다”며 “하지만 일단 두고 보자”고 했고, 온 신경이 거꾸로 서는 기분을 느껴가면서 연습했다. 30년 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그리스>의 주연으로 프로필 첫줄을 쓴 그는 배우로 제 길을 찾기 이전에 록 뮤지컬과 소박한 오페라를 몇편 했었지만 그래도 <시카고>는 “탭댄스 구두에 적응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고 찍는 동안 수없이 좌절했던” 작품이다.
젊은 시절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나
쇼 비즈니스를 아는 로맨티스트,리처드 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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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한 이상형의 남자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스토킹을 감행하는 여자가 있다. 그의 집에 무단침입해 다이어리를 훔치고, 일과를 줄줄이 꿴 다음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눈도장’을 찍는다. 임자 있는 남자라는 걸 알고도 물러날 줄을 모른다. 이 여자가 과연 정상인가? 그런다고 남자가 넘어올 것인가?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나 <미저리>를 연상시키는 이 스토리는 분명 섬뜩한 스릴러감이다. 그런데 로맨틱코미디가 될 수도 있더란 말이다. 왜냐, 장나라가 출연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장나라의 힘이다. 일단 몸을 던지면, CF든 드라마든 영화든 무조건 ‘장나라화’한다. 십대 중반으로 가늠되는 작고 앳된 얼굴, 가느다란 코맹맹이 목소리를 지닌 이 아가씨는 귀엽고 밝고 건강하다. 순수와 정의로 어른을 교화하는 어린애의 이미지, 예쁜 척하지 않는 대신 예쁘게 망가져주는 팬서비스 정신에 흔들리지 않기란 힘들다. 최진실의 요정 계보에도, 김정은과 전지현의 엽기 계보에도
찍은 연기 내것 만들기,<오!해피데이>로 영화 데뷔하는 장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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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 에프런의 <유브 갓 메일>(1998)에서 캐슬린(멕 라이언)이 운영하던 서점의 이름은 ‘길모퉁이 서점’(The Shop Around the Corner)이었다. 자그마하고 유서가 깊은 탓에 정겹고 훈훈한 느낌을 주지만 대형 서점의 게걸스런 번식력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서점의 이름으로는 아주 제격인 것처럼 보이는 그것은 사실 이 영화의 기원이 어디인가를 슬쩍 알려주고자 지어진 것이기도 할 터이다. 서로 티격태격 다투기만 하던 두 남녀가 사실은 이메일을 통해 은밀히 사랑을 키워오던 ‘미지의 연인’이었다고 하는 이야기의 큰 줄기는, 원제가 <길모퉁이 상점>인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의 <오리지널 유브 갓 메일>을 현대적으로 개작한 것이다. 이제 <유브 갓 메일>의 원작이 되는 작품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우리는 적당히 달짝지근한 에프런식의 터치와는 다른, 좀더 미묘한 풍미의 이른바 ‘루비치 터치’를 접하게 된다(그래서 <오리지널 유브
대화와 소통의 휴먼코미디,<오리지널 유브 갓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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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니 다코>에 대해서 미리 알고 있던 정보는 ‘젊은 신예감독이 드루 배리모어의 도움으로 간신히 만든 대단히 기이한 SF영화’가 전부였다. 그래서인지 기이하기는 할 것 같았지만,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잠시 눈길을 사로잡기는 하나 전체적인 완성도에서는 한계가 바로 드러나는 SF 작품들을 많이 접해왔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런 선입견은 <도니 다코> DVD의 메뉴화면을 보는 순간부터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깊이감이 뚜렷하게 느껴지는 화면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육중한 음향까지, 강렬한 영화의 이미지가 바로 묻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런 강렬함은 본편 영화를 보다보면, 화면과 음향을 넘어서 전반적인 영화 자체의 완성도와 바로 연결이 된다. 무엇보다 시작부터 끝까지 보는 이의 뇌를 쉴 수 없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최근에 본 그 어떤 영화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집중해서 감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머
수수께끼 해결사,<도니 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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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Y는 3월의 마지막주를 영화관과 반전시위 현장을 오가느라 꽤 바빴다. 나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반전시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본영화 거장 15인전’에 할애했다. 시위 현장으로 가는 Y에게는 “상영 중인 영화들이 기억의 전쟁을 치르고 있으니 영화관을 전쟁터 삼아야겠다”고 부끄럽게 둘러댔다. 상영한 15편 중 절반 정도가 전쟁의 그늘이 드리운 영화였다. 도쿄필름센터가 추려온 황금기 영화의 절반이 전쟁에 관한 것이라니 의미심장했다. 영화가 전쟁과 대결하는 이 ‘치열한’ 모습은 한국영화에서는 흔히 발견할 수 없는 미덕일 것이다. 전쟁의 그림자는 <다시 만날 날까지> <백치> <스물네개의 눈동자>와 <고지라>에서 표면에 드러났고 <무호마츠의 일생> <밤의 강>과 <열쇠>에서는 은밀하게 잠복해 있었다. 함께 영화를 보았던 일본영화동호회 회원들은 <밤의 강>과 <열쇠>에 주목했고 특히 이치
생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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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aling Harvard, 2002년감독 브루스 매콜로출연 제이슨 리, 톰 그린, 레슬리 만 장르 코미디 (콜럼비아)사람은 모름지기 말을 조심해야 한다. 조(제이슨 리)는 10년 전에 말 한마디를 잘못했다가 큰 곤경에 빠진다.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누이의 딸, 그러니까 조카인 노린의 아버지 역할을 했던 마음 착한 조는 단어 맞히기 시합에서 떨어져 낙심하는 노린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말을 한다. “너는 머리가 좋으니까 얼마든지 하버드도 갈 수 있다. 약속하마. 네가 하버드에 간다면 내가 학비를 모두 대주마.” 앨레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누이의 집에 찾아간 조는 난데없이 노린의 성장과정을 담은 비디오를 보게 된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걸 보는 건데?” “자, 이제 나온다.”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바로 그 약속의 말이다. 노린은 하버드에 진학했고, 드디어 그 약속을 책임질 때가 온 것이다. 그러나 조의 전 재산 3만달러는 앨레인과 신접살림을 꾸려갈 집 구입에 이미 들어갔다. 그렇다
왜 썰렁하지? <스틸링 하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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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녀석들, 돌아오다
사람들 특징을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막연하게 감은 잡히지만 꼭 집어서 알려주는 것은 힘들다. 각 개인은 개성이 있다지만 여러 가지 성격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기에, 전세계의 점쟁이와 점성술사들이 밥을 먹고산다. 그래서 가끔씩 남의 특징을 잘 흉내내는 사람을 만나면, 그것이 무슨 이득이 되거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경탄하게 된다.
시트콤 <프렌즈>의 대표적인 미덕은 바로 이 점이다. 주인공들을 보면서, 저건 내 남자친구야, 저건 내 여자친구야. 저 성격은 딱 누구 같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미국 애들도 다 저래? 하면서도 인간의 보편적인 평범함에 동감하게 된다. 레이첼, 로스, 모니카, 챈들러, 피비, 조이. 이 여섯명의 좌충우돌은 평범하다고 하면 평범할 수 있는 일상의 한 단면을 ‘살짝’ 보풀려서 보여준다.
사실 <프렌즈>의 내용은 해프닝의 연속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 자체가 해프닝
9시즌 시작하는 시트콤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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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감독이 꾸는 꿈여성영화제가 열리는 이번주 <독립영화관>에서는 두 여성감독의 영화가 방영된다. 김재의 감독의 <꿈>(16mm/ 2001년)은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 박남옥에 관한 잔잔한 다큐멘터리이다. 박남옥 감독의 데뷔작 <미망인>의 자료화면과 미국에서 딸과 살고 있는 그의 일상이 흑백화면 속에 펼쳐진다. 그리고 여성으로서 어렵게 영화를 찍었던 1950년대 당시를 회고한다. 박남옥의 목소리에는 영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묻어난다. 영화에 대한 ‘꿈’이 어떻게 실현됐으며,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영화 말미에 나오는 단소소리는 영화의 분위기를 흐트러뜨린다. 이송이 감독의 <침전기>(16mm/ 2001년)는 여학교 점심시간에 벌어지는 우스꽝스런 이야기이다. 밥도 먹지 않고 바느질에 열중하던 소녀는 자신이 바늘을 삼켰다고 생각한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꾸역꾸역 밥을 먹기도 하고
[독립 · 단편영화] <꿈> <침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