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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늘 ‘정직’한 건 아니다. 빛이 렌즈를 통과하는 순간 미세한 왜곡이 생겨날 수 있다. 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순간, 살짝 당혹감이 일었다. 유선은 TV와 스크린에서 보던 선 굵은 이미지가 아니었다. 약간의 수줍음이 느껴지는, 유난히 얼굴이 작아 보이는 서구형 미인. 의상을 갈아입기 전 캐주얼한 복장의 그녀에게서 <대망>의 중국 무사 캐릭터나 <빤스 벗고 덤벼라>의 색깔있는 여자, 에서 일과 사랑에 당찬 희은은 없었다.
“절 오래 아는 사람은 정 많고 여리다고 해요. 강한 캐릭터를 좋아하진 않는데 한번 그런 인상이 생겨서 그런지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뭔가 전문직에 종사할 것 같은 이미지로 생각들을 하더군요.”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라 할 <4인용 식탁>에서 정원(박신양)의 약혼녀 희은은 유선에게 붙어버린 그 이미지의 전형이다. 조명 디자이너인 희은은 정원이 거의 외면하다시피하는 결혼 준비를 혼자 해치우며, 동시에
˝강해 보인다고 강한 걸까요?˝ <4인용 식탁> 배우 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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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와 장미꽃잎으로 만들어진 젊은 아도니스!” 세월과 죄과는 초상화가 감당할 뿐 그 자신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 사악한 미청년 도리안 그레이. 그의 창조주인 오스카 와일드가 무덤에서 일어나 영화 <젠틀맨리그>를 본다면, 적어도 캐스팅에 이의를 제기하진 않을 것 같다. 스튜어트 타운센드(Stuart Townsend). 신비롭고 불길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의 카리스마는 미모의 흡혈귀 미나 하커뿐 아니라 스크린 밖의 여성들까지 결박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스튜어트 타운센드가 낯이 익다면, 그가 단지 브랜든 리나 주드 로나 조니 뎁을 닮아서가 아닐 것이다. 그는 몇번인가, 우리가 알 만한 영화에 얼굴을 내민 적이 있다. <퀸 오브 뱀파이어>에서는 음산한 록음악으로 뱀파이어 아카샤의 잠을 깨우던 레스타트로 출연한 바 있지만, 이 작품이 ‘알리야의 유작’이 되면서, 그는 죽은 알리야의 그늘에 묻혀버렸다. 마이클 윈터보텀의 <원더랜드>에서는 애인이 있으면서도
치명적인 아름다움,<젠틀맨리그>의 스튜어트 타운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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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브러더스라. 그런데 별로 형제 같지 않다. 친형제가 아니므로 당연하겠지만, 이정재와 이범수는 여러모로 닮은 구석을 찾기 힘든 사람들이다. 스튜디오로 들어서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어깨를 드러낸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들어선 이정재는 소파에 앉으면서 먼저 주위를 살피는 반면, 이범수는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빨간 추리닝 바지에 회색 티셔츠를 한 세트로 갖춰 입고 와서는 윗도리 얼마 아랫도리 얼마 하며, 싸게 샀다고 자랑한다. 여기에 영화사 관계자가 귀띔해준 바에 따르면, 평소 말수가 많지 않은 이정재는 있는 자리도 가려 가지만, 스톱사인이 주어지지 않을 경우 발화(發話)량이 무한대로 뻗어가는 이범수는 없는 자리도 만들어내 사람들을 모으는 타입이란다.
그런데 본래 형제끼리는, 외모나 습관을 빼고 닮은 구석이 별로 없는 법이다. 큰애가 욕심이 많으면 작은애는 양보에 익숙해지고, 애교 많은 누나 밑에서 자란 동생은 상대적으로 뻣뻣한 성격을 갖게 된다. 영화 <오! 브라더스>
오! 형제여,끈끈한 듯 낯선, <오!브라더스>의 이정재&이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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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로라 김 엠피알엠(mPRm) 홍보담당이 워너 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그룹 산하의 '워너 인디펜던트 픽서스(WIP)' 마케팅 및 홍보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됐다고 19일 미국 연예전문 일간지 할리우드 리포터 인터넷판이 보도했다.할리우드 리포터는 이날 로라 김이 마이클 앤더린 프로덕션담당 부사장과 함께 중역으로 스카우트, 지난 주 WIP에 합류한 폴 페더부시, 트레이시 빙 등과 경영에 참여한다고 전했다. 오는 10월6일부터 워너사(社)에서 마케팅과 영화배급 업무를 총괄하게 될 로라 김은 종전까지 mPRm에서 홍보 책임자로 일해왔다.마크 길 WIP 사장은 그의 영입에 대해 "로라가 적어도 올해 배급된 양질의 독립영화의 적어도 절반에 참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명석하면서도 상상력이 풍부하고 악명높을 만큼 일벌레이며 독립영화계에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한편 부에나 비스타 영화사 마케팅담당을 지낸 로라 김은 1992년부터 mPRm으로 옮겨 영화 <샤인>, &l
한국계 로라 김, 美 워너 독립영화 부사장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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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마음으로 영화 연기에 임했어요”
<몽정기>, <싱글즈>의 이범수(33)가 다음달 5일 첫선을 보이는 영화 <오!브라더스>(제작 KM컬쳐)에서 12살 꼬마로 변신한다. 12살짜리 애가 있다고 해도 믿을 만한 외모라고? 쓸데없는 걱정일 듯. 그가 맡은 '봉구'는 조로병(早老病)에 걸려 일찍 늙어버린 소년이다. 쉽게 말해 몸은 서른인데 마음은 초등학생인 것.
영화는 어려서 가족을 떠난 후 혼자 살아가던 상우(이정재)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만난 동생 봉구와 형제애를 나누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봉구 역은 어른의 몸에 아이의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만큼 연기에서 배우의 역할이 큰 캐릭터.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하는 김용화 감독은 시놉시스 단계부터 이범수를 염두에 뒀다고 말할 정도로 이범수에 대한 신뢰가 크다.
19일 오후 이 영화의 시사회가 열린 종로의 한 극장에서 만난 이범수는 "어린이 같은 마음가짐을 가질 것을 머릿 속에 담아
<오!브라더스>의 이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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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오늘이 인생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 주머니에 쑤셔넣은 해직통고서만 생각하면 선로보수 노동자 원씨는 눈앞이 캄캄해진다. 해결되지 않은 아들의 병원비는 어떡하며, 당장 내일부터 먹고살 일은 어떡하나. 노동자들에게 매일 간식으로 지급되는 빵과 우유로 허기를 달래면서 목숨을 부지할 필요조차 그는 느낄 수 없다. 열차사고를 위장해 보험금이라도 타낼 수 있다면 아예 깨끗이 죽고 말리라.강원도 정선군 구절리, 수해 때문에 폐선으로 남은 열찻길 구간에서 조용히 영화가 촬영 중이다.♣ 자살을 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탈 요량인 노동자 원씨. 눕긴 누웠으나, 열차는 오지 않고 마음은 무겁다. 노동자 원씨를 연기하는 배우 원풍연은 이 영화의 유일한 배우. 현장에 동료배우가 없다는 것이 생각보다 당사자를 많이 외롭게 하는 모양이다. 그는 촬영을 쉬는 순간마다 구석에 조용히 있거나 아예 없어지곤 했다.올해 코닥이스트만 단편제작지원 시나리오 공모전의 당선작인 <빵과 우유>는, 자살을 결
이게 바로 `다이하드` 일세,<빵과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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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소심하고 섬세하지만 섹스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세브, 5년간 사귄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발기가 되지 않는 마뉴, 그리고 항상 일들이 엉뚱한 방향으로 풀리는 프랭크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젊은이들답게 섹스와 사랑에 관한 고민들로 가득하다.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당돌한 루시에게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던 세브는, 우연히 저널리즘 수업에서 그녀와 같은 발표조를 하게 되고 그들은 ‘20대의 성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조사하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키워나가기 시작한다.
■ Review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의 사랑을 코믹터치로 그리기 위해서는 이제 섹스에 관련된 직설적인 농담들이 전면으로 부각되는 것이 영화적 트렌드가 된 모양이다. <아메리칸 파이>의 파이, <걸스 온 탑>의 자전거, <몽정기>의 컵라면 곽에 이어 프랑스에서는 부엌용 손장갑에 쑤셔넣은 삶은 스파게티 면발을 선보
[Review] <섹시 보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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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전편에서 부모를 구했던 카르멘과 주니는 지금은 인정받는 OSS의 스파이키드로 활동 중이다. OSS 새 국장 임명이 확실했던 아버지 그레고리오(안토니오 반데라스) 대신 라이벌인 개티와 개리의 아버지 도나곤 기글스가 OSS 국장에 수상쩍게 임명되더니 엄청난 일급 무기 트랜스무커가 임명식 도중 탈취된다. 그 책임을 뒤집어쓰고 스파이키드에서도 해임된 주니. 카르멘과 주니는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기 위해 트랜스무커를 가져간 악당들의 본거지로 잠입한다.
■ Review
전편에서 위험에 빠진 부모를 구하며 ‘피는 못 속인다’는 것을 증명했던 스파이 가족의 어린 남매는 2편에서 바야흐로 세계를 구하고 스파이로서의 커리어와 명예를 지켜내려 한다. 로켓으로 점화되며 공중을 나는 신발과 화려한 홀로그램을 내뿜는 시계, 넥타이를 매주는 개인용 로봇 등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한 장비들도 여전하다. 게다가 <닥터 모로의 DNA> 아동판처럼 보이는 ‘잃어버린 꿈의 섬’의
[Review] <스파이키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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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면접을 보러가던 의대 졸업생 크리스(데스먼드 해링턴)는 고속도로 정체 때문에 산속 지름길로 들어간다. 비포장도로를 과속으로 달리던 크리스의 차는 길 한복판에 세워진 차와 충돌한다. 제시(엘리자 더시쿠) 일행의 차는 누군가 놓아둔 철조망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다. 크리스와 제시 일행은 전화를 찾으러 산길을 헤매다가 음산한 느낌의 집을 발견한다. 집안에 들어가보니 곳곳에 시체가 널려 있고 사람들에게 뺏은 물건들이 수북하다. 크리스와 제시는 기괴한 모습의 ‘괴물’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 Review
사전 경고! <텍사스 살인마>와 <서바이벌 게임>과 <프레데터> 중에서 어느 한편이라도 싫어하거나 불쾌했다면 <데드 캠프>는 피하는 것이 좋다. <데드 캠프>는 세 영화를 이리저리 뒤섞은 형상이다. <데드 캠프>는 <서바이벌 게임>처럼 친구들이 캠핑을 갔다가 괴한의 공격을
공포영화광들을 위한 피와 살의 향연,<데드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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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베스트셀러 범죄소설 ‘도웰 시리즈’의 작가 사라는 점차 젊고 유능한 작가들에게 밀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연인관계에 있는 출판사 사장인 존은 사라에게 자신의 프랑스 별장에서 휴식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길 권한다. 전원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푹 빠진 사라에겐 새로운 창작의 기운이 솟는 듯하지만 존의 딸 줄리가 별장에 찾아오면서 그 평화는 단숨에 깨진다.
■ Review
“아무 일도 없었다.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진…”이란 <스위밍 풀>의 광고 카피는 프랑수아 오종이 만든 모든 영화의 법칙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적한 유원지, 이방인의 등장과 함께 막을 여는 그의 전작들과 달리 <스위밍 풀>은 북적거리는 영국의 튜브(지하철)에서 타이틀을 시작한다. 사라는 지하철 승객이 단박에 알아볼 만큼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이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경쟁력을 잃어버린 중년 여인에 불과하다.
하여 욕망에 충실한 젊고 싱싱한 육체를 가진 줄리는 사라에게 위
영화를 책임지는 두 여배우의 힘,<스위밍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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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은 어렵게 바다를 건넌 손님 두 사람을 맞았다. <반딧불의 묘>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거장 다카하타 이사오와 이미 한번의 상영 불발을 겪었던 성인애니메이션 <메조 포르테>의 우메즈 야스오미다. 다카하타 이사오는 한국애니메이션창작인회의의 초청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청중 앞에서 오랜 경험과 현명한 통찰을 들려준 다카하타는 공항으로 떠나기 전 잠시 틈을 내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한 시간 동안, 쉼표를 찍을 틈도 없이 많은 말을 들려준 다카하타는 애니메이터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실과 역사에 밀착하고자 자신을 조이는 책임감 있는 지식인이었다. <메조 포르테>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한국에 온 우메즈는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성인물의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소개된 적이 없는데도, 자신의 작품을 미리 보고 찾아온 관객 앞에서, 우메즈는 솔직한 유머로 마음을 열어놓았
[기획리포트2] SicAF를 찾은 아니메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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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자유분방한 가수 엄마 리비와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살아가는 17살의 데프니(아만다바인스)의 마음은 늘 허전하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아버지가 영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 때문. 생일 때마다 아빠가 찾아와주기를 기도하던 데프니는 무작정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철부지 미국 소녀의 좌충우돌 런던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 Review
58년 제작된 샌드라 디, 렉스 해리슨 주연의 <The Reluctant Debutante>를 리메이크한 <왓 어 걸 원츠>는 말괄량이 소녀의 사교계 입문기를 골조로 하는 로맨틱코미디다. 웨딩 싱어인 엄마와 함께 예식장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족할 것 없는 생활을 영위하는 데프니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결혼식 피로연에 빠지지 않는 전통인 `아버지와 딸의 댄스타임` 에 같이 춤을 춰줄 아빠가 없다는 사실. 그녀의 아버지 헨리(콜린 퍼스)는 영국에서 잘 나가는 귀족가문 출신이자 전도 유망한 정치가로, 17년 전 집안의 반
진화를 멈춘 시대착오적인 코미디,<왓 어 걸 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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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CIA 비밀요원 스티브(마이클 더글러스)는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상견례 자리에서 만난 사돈 제리(앨버트 브룩스)에게 복사기 세일즈맨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지만, 미모의 여인과의 수상한 접선 현장을 들켜 제리로부터 매춘 알선업자라는 오해를 산다. 핵 잠수함 밀매 사건을 조사 중인 스티브는 프랑스로 거래인을 만나러 가는 자리에 사돈 제리를 동행하는데, 소심한 제리는 의외의 활약을 펼친다.
■ Review
첩보원 영화에도 ‘실버’ 바람이 부는 걸까. 책임감이나 애국심이 발동해서가 아니라 제 멋에 겨워 뛰어다니던 트리플X와 오스틴 파워 등 엽기적인 첩보원들의 시대에, 난데없이 손자 볼 나이에 특급 미션을 척척 떠맡는 중후한 스파이가 등장했다. 그런데 유행은 돌고 도는 모양이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스파이와 겁쟁이 사돈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그린 <위험한 사돈>의 아이디어는 참신해 보이지만, 20여년 전에 이미 영화화된 적이 있다. 피터 포크와 앨런 아킨이
불협화음이 빚어내는 나름의 아기자기함,<위험한 사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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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학생 41명이 한국의 스크린쿼터를 지지하는 선언문을 e-메일로 보내왔다고 19일 스크린쿼터문화연대(이사장 유지나)가 밝혔다. 이들은 `미디어와 폭력', `지구화와 문화' 등의 수업을 통해 스크린쿼터문화연대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노래로 태양을 쏘다'를 관람한 뒤 `문화 다양성 선언문'을 발표해 "우리는 할리우드의 독점적 배급방식에 대항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영상 분야의 문화 다양성 운동에 참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할리우드 영화들은 정신적 성장과 발전의 기본 뼈대가 되는 각국 문화 다양성의 공존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면서 "세계 각국은 다양한 방식(보조금ㆍ세제 혜택ㆍ방송쿼터ㆍ스크린쿼터 등)으로 그들의 문화적 매체를 보호할 수 있는 권한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美하버드대생, 스크린쿼터 지지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