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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성수’를 기독교 신앙의 기본이라 여기는 어머니는 교회에 나가지 않는 아들을 늘 근심한다. 어머니의 근심이 어머니의 신앙 때문이듯 내가 교회에 나가지 않는 것도 내 신앙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대개의 한국 교회란 한국인들의 유일하고 절대적인 종교인 ‘돈’교의 지회에 불과하며, 적어도 예수와는 별 상관없는 곳들이다. 교회란 마음속에 있는 것이니 대리석 첨탑에 네온 십자가를 단 건물이라고 해서 교회가 되지 못할 법은 없지만 나에겐 예수를 팔아먹는 곳에 앉아 예수를 생각할 만큼의 인내심이 없다.아내가 고창으로 연수를 떠난 일주일 동안 어머니가 살림을 도우러 왔다. 늙은 어머니는 오랜만에 아들 손주 밥을 챙겨주는 일이 마냥 즐거운 모양이다. 어머니의 즐거움을 위해 나도 안 먹는 아침을 꼬박꼬박 먹는다. 사흘째 아침엔가 김단과 김건이 제 친구들을 따라 여름성경학교에 가겠다고 나섰다. 어머니는 반색을 하면서도 짐짓 “아빠한테 허락을 받아야지” 한다. 나는 두말없이 허락한다. 종교적 평화는
예수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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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면 따라서 만들어지는 예고편.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관객에게 영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예고편이다. 특히 영화에 대한 많은 정보 중에서도 예고편을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이 많아졌으니 확실한 마케팅 수단임이 틀림없다. 더구나 요즘에는 극장들이 멀티플렉스화 되다보니 예고편만도 200∼300개 정도의 프린트가 필요하다.예고편은 관객의 눈길을 끌기 위해 관객이 좋아할 만한 코드를 집약해서 만든다. 간혹 예고편만 보고 영화를 선택했다가 실패했다느니, 본영화와 너무 다르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극장에 가서 본영화가 상영되기 전에나 다른 영화들의 예고편을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볼 수 있고 휴대폰의 모바일 서비스로도 볼 수 있다. 영화에는 전체 관람가도 있고 18세 이상 관람가도 있다. 청소년용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특정 장면 하나 때문에 성인영화로 등급이 나올 수도 있
예고편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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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는 임권택 감독의 자서전이 아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임 감독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 정씨의 질문이 임 감독 답변 만큼의 분량을 차지하는 일종의 대담집에 가깝다. 비슷한 형식의 <히치콕과의 대화>를 쓴 프랑수아 트뤼포가 히치콕 감독과 인터뷰한 시간이 50시간인데, 정씨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임 감독과 64시간 동안 문답을 주고받았다. 원고지 20장을 청탁하면 50장을 써오는 일이 잦은 ‘작가주의’ 평론가 정씨는 이 인터뷰를 1, 2권 합쳐 1100페이지짜리로 펴내 또 독자들을 고문한다.
그러나 일단 펴들면 수월케 죽 읽혀내려간다. 임 감독의 개인사는 그 자체가 더없이 리얼한 한편의 영화이다. 1934년에 전남 장성 지주의 손자로 태어난 임 감독의 가족은 삼촌이 열혈 좌익분자였던 탓에 전쟁 통에 ‘산산조각’이 났다. “형무소에서 죽은 배다른 삼촌, 전쟁으로 고모부들도 다 죽었고, 고모도 빨치산에 가담했다고 잡
[새 책]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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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 180여편 영화 상영'빛의 도시' 광주가 열흘간의 영화 여행을 시작했다. 제3회 광주국제영화제(Giff 2003)가 23일 저녁 광주시 북구 운암동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개막식을 갖고 공식 일정에 들어갔다.영화배우 김갑수와 방송인 임성민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는 홍보대사 문근영을 비롯해 영화 배우 안성기ㆍ장미희ㆍ문성근과 영화 감독 임권택ㆍ배창호ㆍ박철수, 장 피에르 리모젱, 차범석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이충직 영화진흥위 위원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영화 예술인과 영화팬 1천600여 명이 참석했다.영화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처용무와 살풀이 공연, 타악 연주와 무용 '아리랑' 공연 등 개막 공연에 이어 열린 개막식은 유인학 조직위원장의 개막선언, 명계남 집행위원장의 기념사, 박광태 광주시장의 축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명계남 집행위원장은 기념사에서 "행사나 예산이 많다고 훌륭한 영화제가 아니고 어떤 영화인과 영화가 초청되느냐가 중요하다"며 "타지에서 온 영화인과
2003 광주국제영화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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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첫 주말 스크린에서도 해적은 시퍼런 칼을 휘두르고 흥분한 젊은이들은 분노의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여름의 망령은 그리 쉽게 물러나지 않을 태세지만 바람의 방향은 조금씩, 그러나 확실히 바뀔 것이다. 거리의 유행처럼 남들과 발맞춰 따라잡기도 숨가쁜 영화들이 조금씩 기세를 꺾고, 작고 다채로운 영화들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가을이다. 현재 9월 첫 주말부터 11월 마지막 주말까지 극장 진입을 계획하고 있는 영화는 모두 ?편. 한국영화로는 추석 흥행신화 재현을 노리는 <조폭 마누라2>, 시대극 장르의 폭을 더할 <황산벌>과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김기덕 감독의 변신 소문이 나도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박찬욱 감독식 액션을 예고하는 <올드 보이> 등 21편이 서로 다른 유혹의 기술을 선보인다. 외화로는 타란티노의 컴백작 <킬 빌>이 <올드 보이>와 무공을 겨루고 구로사와 기요시, 코언 형제,
미리 보는 가을 영화 72편 올가이드- 9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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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비스킷 Seabiscuit감독 개리 로스 출연 제프 브리지스, 폴 빈센트 오코너, 크리스 쿠퍼, 토비 맥과이어 수입 브에나비스타 개봉예정 9월한마디로 |달려라 달려 씨비스킷, 잊어라 잊어 경제공황<아마존>과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로라 힐렌브랜드의 동명 논픽션소설을 영화한 <씨비스킷>은 경제공황기였던 1938년 미국인의 희망이었던 굽은다리 경주마 ‘씨비스킷’(Seabiscuit)과 그의 마주, 조련사, 기수들의 우정을 그려낸 감동의 드라마다. 백만장자 마주 찰스 하워드(제프 브리지스), 엄격한 조련사 톰 스미스 (크리스 쿠퍼) 그리고 기수 레드 폴라드(토비 맥과이어) 는 화려한 팀워크로 볼품없었던 씨비스킷을 세계수준의 경주마로 훈련시킨다. 대공황의 여진 속에 사회와 희망을 잃어버리고 사는 미국인들에게 보잘것없는 작은 말 ‘씨비스킷’이 보여준 불굴의 시합들은 단순한 스포츠의 영역을 넘어 삶의 생기를 되찾아주게 된다. 그가 경주를 펼칠 때면
미리 보는 가을 영화 72편 올가이드- 9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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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감독 이재용 출연 전도연 배용준 이미숙 제작 영화사 봄 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10월2일한마디로 |SF적 상상력이 필요했다는, 성(性)스러우면서도 성(聖)스러운 사극멜로9년간 수절하며 열녀문까지 하사받은 정숙한 숙부인(전도연)이 ‘국가대표급 바람둥이’ 조원(배용준)의 조직적이고도 압박적인 구애를 받는다. 이건 일종의 준비된 작전이다. 조원 뒤에는 조씨부인(이미숙)이 있다. 조씨부인은 남편이 소실로 들일 소옥과 정절녀 숙부인을 모두 농락하는 데 성공하면 자신의 몸을 그 상으로 주겠다고 조원에게 제안한 터였다. 조씨부인이나 조원은 시대와 불화하는 인물이지만, 어느 시대도 배제하지 못하는 은밀한 쾌락을 능숙하게 탐하는 ‘선수’들이다. 이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을 토대로 <위험한 관계>, <발몽> 등 여러 차례 영화화된 이야기를 빌려온 것이다. 이재용 감독은 되풀이돼왔던 소재에 발칙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새겨왔다. 불륜을 다뤘으나 과정
미리 보는 가을 영화 72편 올가이드- 10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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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Doppelganger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출연 야쿠쇼 고지, 나가사쿠 히로미 수입 미로비전 배급 미정 개봉예정 10월 중순한마디로 |도플갱어와의 조우. 행운이냐 불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윌리엄 윌슨>에서 보듯,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또 다른 ‘나’는 인간에게 더할 나위 없이 두렵고 혐오스런 존재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도플갱어>는 메피스토텔레스처럼 다가온다. 의학 장비를 개발하는 직업을 가진 남자 하야사키 미치오는, 10년 전 그의 발명품이 회사의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이래 사내에서 큰 칭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새 프로젝트인 인공 인체 의자 개발을 책임지게 된 하야사키는 중압감에 시달린다.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대는 하야사키 앞에 어느 날 꿈을 이뤄주겠다며 나타난 도플갱어. 남자는 자기와 너무 다른 성격을 가진 분신을 부인하지만 점점 “과연 나는 자신을 전부 알고 있는가?”라는 회의에 사로잡히고 마침내 도플갱어의
미리 보는 가을 영화 72편 올가이드- 10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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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감독 박찬욱 출연 최민식, 유지태 제작·배급 쇼이스트 개봉예정 11월 초한마디로 |<복수는 나의 것>은 잊어라! 진짜 박찬욱식 액션영화!한 남자가 영문도 모른 채 15년간 사설감옥에 갇힌다. 감옥에서 하루종일 누가 나를 가두었는지만 고심하던 남자, 좁은 독방에서 몸을 갈고 닦아 온몸을 무기로 만든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막상 대면한 문제의 인물은 그를 가둘 이유를 짐작할 수 없는 사람이다. 복수를 하기에 앞서 이제 남자에게 과제가 주어진다. 나를 왜 가두었는지 알아내는 일이다. 박찬욱 감독은 전작 <복수는 나의 것>과 마찬가지로 복수의 드라마를 다루지만 스타일은 판이하게 다르다고 말한다. 차갑고 건조했던 전작과 달리 뜨겁고 표현이 풍성한 영화가 될 것이라는 얘기. 박찬욱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보는 영화라면 <올드보이>는 밀착해서 보는 영화”라고 설명한다. 주인공 오대수로 최민식을 캐스팅한 것도 그런
미리 보는 가을 영화 72편 올가이드- 11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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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월드컵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일생일대의 승부>(The Game of Their Lives)'가 22일 개막하는 광주영화제에서 상영된다.<일생일대의…>는 1966년 런던 월드컵에서 강적 이탈리아를 물리치며 8강에 진출한 북한팀의 당시 이야기와 이들의 현재 모습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로, 영국 베리머치소 프로덕션의 다니얼 고든 감독이 2002년 제작했다.국제무대에 알려지지 않은 평균신장 165㎝ 단신에 선수들로 구성됐던 당시 북한팀은 이탈리아를 꺾고 아시아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월드컵 승리와 8강 진출을 동시에 이뤄내는 '신화'를 만들어냈다.고든 감독은 북한 정부와 4년간의 협상을 벌인 끝에 촬영 허가를 받아 북한에 입북, 생존한 선수들과 현재 북한의 모습을 촬영했으며 영화를 완성한 후에는 북한팀 박두익 씨를 비롯해 생존해 있는 7명의 선수들을 당시 경기가 열렸던 미들스버러에 초청하기도 했다.영화는 당시의 경기를 라디오로 들으며 밤을 지새웠던 북한
광주영화제, 북한축구 다큐멘터리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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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고교생 하영과 티격태격 사랑 나눠'미소천사' 김재원(22)이 <내 사랑 싸가지>(제작 포이보스, 공동제작 제이웰엔터테인먼트)로 영화에 데뷔한다. <내 사랑 싸가지>는 2001년 연재돼 폭발적 인기를 모은 이햇님 작가의 동명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공부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 하영(하지원)과 잘생겼지만 '싸가지'는 찾아보기 힘든 형준이 벌이는 러브스토리가 영화의 기둥 줄거리다.김재원이 맡은 형준은 '뽀대'나는 자동차를 타고 다녀야 '가오'가 살고 많은 여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아버지의 가훈을 가슴깊이 새기고 생활하는 대학생. 어느날 우연히 여고생 하영이 찬 빈 캔에 맞아 차에 흠집이 생기자 형준은 수리비 300만원을 요구하지만 하영은 맹랑하게 달아난다. 그런 그녀를 붙잡아 100일 동안 잔심부름 봉사를 요구하는 형준. '노비'와 '주인'으로 티격태격하던 두 사람은 점점 사랑을 느끼게 된다.21일 오후 강남의 한 나이트
[인터뷰] <내 사랑 싸가지>의 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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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페스트 디지털 영화제 (resfest 2003) 조직위원회는 11월 말에 열리는 영화제에서 활동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모집부문은 행사운영, 홍보, 초청, 기술, 프로그램 등이며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여 희망자는 다음달 30일까지 영화제 홈페이지(www.resfest.co.kr)에서 지원서를 다운로드받아 작성한 후 e-메일(sugarbee@resfest.co.kr)로 접수하면 된다.
레스페스트 디지털 영화제는 최신 디지털 영화를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소개하는 영화제로 한국에서는 2000년 처음 열린 이후 올해로 4회째를 맞고 있다. ☎(02)3275-3747
(서울=연합뉴스)
레스페스트 영화제 자원봉사자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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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영화 10년 박기복 감독의 한과 <영매> 사랑지난해 인디다큐페스티벌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다큐멘터리 <영매>가 정식으로 극장 개봉한다. 한국 무속의 전통에 어떤 종교 못지않은 성스러움이 깃들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영매>는 <우리는 전사가 아니다> <냅둬> 등으로 알려진 다큐멘터리 작가 박기복 감독이 연출한 작품. 상영관은 대학로에 있는 하이퍼텍 나다 한 군데이며 개봉일은 9월5일이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연작 이후 오랜만에 정식 개봉관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날 기회다.개봉이 확정되자 박기복 감독은 감격을 감추지 못하며 <씨네21>에 한통의 편지(혹은 호소문)를 썼다. <씨네21> 독자들을 <영매>의 관객으로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이 편지는 다큐멘터리 작가로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과 희열을 전달하는 글이다. 박기복 감독의 편지와 함께 무속에 정통한
박기복 감독과 <영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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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길이 길 같으면 오고가고 내 못 올까”다큐멘터리 <영매>, 저 사라져가는 것들을 위한 ‘영상’ 씻김굿김장호/ 비교종교사 및 도상학 연구가·다빈치출판 대표 alhaji@hanmil.net얼마 전 시베리아에 가서, 바이칼 호수에 가서 책으로만 접하던 그곳의 샤머니즘을 직접 보았다. 새삼스레 항간에서 설왕설래하는 ‘바이칼 한민족 기원설’이라든지 ‘시베리아 우리 문화 시원론’ 같은 이야기를 여기서 재론할 필요는 없을 테지만, 그곳에서 보고 느낀 샤머니즘 문화는 내 영혼을 진동시키고도 남았다. 그때의 영적 충격이란 “난 세상의 경계선 위로 몸이 들어올려졌고, 내 발은 하늘 저편을 딛고 다녔다”는 어느 샤먼의 말로 대신할 수 있을 정도였다.우리는 샤머니즘을 미신으로 단정한다. 도대체 미신이란 무엇인가, 기성 종교와 현대과학에서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초월적 현상을 좇는 것이라 말한다. 유일신이란 영적 독재자를 섬기기를 거부하고, 현대 과학문명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일을 절
박기복 감독과 <영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