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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배경으로 한 ‘의학 드라마’(이하 의드)의 스펙트럼은 넓고도 다양하다. 병원 내 권력투쟁과 의료 시스템의 부조리를 사실적으로 그린 <하얀거탑>(MBC)과 <라이프>(JTBC), 사명감과 인간미를 갖춘 의사들의 성장담을 따뜻하게 풀어낸 <낭만닥터 김사부>(SBS), ‘영웅’으로서의 의사의 활약을 보여준 <중증외상센터>(넷플릭스)까지. 의드라는 장르는 “우리에게는 어떤 병원과 어떤 의사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통과하게 한다. 그렇기에 의드에는 긴장감, 윤리성, 현실성 사이의 균형감이 필요하다.
이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은 가장 판타지적인 병원을 보여주었다. 율제병원 ‘99즈’를 중심으로 의료진과 환자가 신뢰를 바탕으로 라포르를 형성하고, 서로를 회복시키는 세계. <슬의생>은 일정한 현실감을 유지하면서도 따뜻하고 이상적인 서사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오수경의 TVIEW]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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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비밀>
디즈니+ | 3부작 | 연출 버티 그레고리 출연 블레이크 라이블리, 버티 그레고리 | 공개 4월2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펭귄에게서 인간적인 정서와 보편적인 가치를 건져 올린다
지구의 날을 맞아 공개된 <펭귄의 비밀>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무려 20년 만에 펭귄을 주제로 선보이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남극 대륙을 비롯해 갈라파고스 열대섬, 나미비아 사막 동굴 등 다양한 펭귄 서식지의 장대한 자연경관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펭귄들은 거센 눈보라 속에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소중한 알을 지키기 위해 인내하며, 마침내 미지의 땅을 향해 용기 있게 나아간다. 영화는 펭귄들이 환경에 영리하게 적응해가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정서와 보편적인 가치를 건져 올린다. 의인화가 가미된 스토리텔링은 인간의 눈으로 자연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잊혀져가는 연대 의식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수용할 만한 선
[OTT리뷰] <펭귄의 비밀> <트루 디텍티브 시즌4> <너의 모든 것 시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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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과 함께 광화문에 개관했던 예술영화관 씨네큐브가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했다. 수많은 관객과 울고 웃으며 우직하게 자리를 지킨 지도 어느덧 사반세기가 흘렀다. 25주년을 맞아 씨네큐브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3일간 스페셜 토크 세션을 준비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부터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까지 6편의 작품을 수입·배급했던 티캐스트와 고레에다 감독의 특별한 인연으로 성사된 자리다. 행사 첫날이었던 4월29일의 행사는 “우리가 극장을 사랑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극장의 가치를 되짚는 시간이었다. 그해의 화제작을 소개하는 연간 기획전을 개최하고, 엄선된 프로그램을 상영하며, 영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관람 문화를 선도했던 씨네큐브의 기치에 걸맞은 주제였다. 씨네큐브의 오랜 관객이자 <브로커>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이동휘도 게스트로 참석했다. <씨네21> 김소미 기자가 진행을 맡은 행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어 인사
[씨네스코프] 그렇게 여전히 극장에 모인다, 씨네큐브 개관 25주년 기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스페셜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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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쿠글러 감독과 마이클 B. 조던이 다시 만나 대형 사고를 쳤다. 이들의 다섯 번째 합작 영화 <씨너스: 죄인들>이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할리우드에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배경은 악명 높은 인종차별 정책인 짐 크로법이 횡행하던 1930년대 미국 미시시피주다. 시카고 알 카포네 갱스터로 악명을 떨치던 쌍둥이 형제 스모크와 스택(마이클 B. 조던의 1인2역)은 과거를 청산하고자 고향으로 돌아가 흑인 전용 댄스홀 주크 조인트를 연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고향에서 이전에 본 적 없던 더 큰 악을 마주한다. <씨너스: 죄인들>은 영화적 쾌감으로 가득하다. 미국 남부의 아름다운 풍광과 몽환적인 블루스 음악이 조화롭게 엮이고, 시공을 초월하는 듯한 숏들이 아이맥스 65mm 필름과 만나 잊을 수 없는 스펙터클을 폭발시킨다. 이 영화를 통해 촬영감독 어텀 듀럴드 아카포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장편영화를 촬영한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마이
[뉴욕] 다양한 기록, 유의미한 성과 - 라이언 쿠글러와 마이클 B. 조던의 다섯 번째 합작 <씨너스: 죄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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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넓은 방향으로, 아시아영화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영화제로
올해로 서른살에 접어든 부산국제영화제가 경쟁부문 중심의 영화제로 체제 변화를 모색한다. 1996년 비경쟁 영화제로 시작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신인감독을 발굴하고 잠재력을 확인하기 위한 뉴커런츠 섹션으로 일부 경쟁부문을 이어왔다. 올해부터는 부산 어워드 신설과 함께 신인과 기성 감독의 구분 없이 아시아 최고 영화를 선정하는 경쟁부문을 진행한다. 영화제의 전면적인 변화는 우수한 아시아영화를 발굴하고 아시아권 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 위함이다. 시상은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총 5개 부문으로 구성되며, 최고상에는 5천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경쟁부문과 비전부문에 오른 데뷔작 감독의 작품 중 한편을 선정하여 뉴커런츠상을 수여하며, 한국 독립영화계의 신인감독을 살피던 비전 섹션 또한 한국 부문 이외에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한다.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30년간 아시아에서
30주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체제로 변화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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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되면, 괜히 심술이 난다. 스마트폰에 고개 박고 걷는 게 습관이 된 탓에 칙칙했던 뒷산이 어느새 옅은 초록 옷으로 갈아입은 걸 뒤늦게 깨닫곤, 비로소 계절이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미세먼지로 매일 희뿌옇던 하늘이 어느 날, 쪽빛 물감을 뿌려놓은 듯 파랗게 개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일주일 내내 흐리다가 단 하루, 햇살 묻은 바람에서 뽀송한 솜이불의 감촉이 느껴질 땐 (약간의 과장을 보태) 살아 있어 다행이란 생각마저 든다.
온몸으로 퍼지는 이 감각에 굳이 이름을 붙여보고 싶어, 얇디얇은 내 어휘사전을 뒤적이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행복’이라고 쓴다. 그래서, 심술이 난다. 나는 파란 하늘 아래 초록 내음을 맡는 것만으로 이렇게 꽉 찬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인데, 이놈의 세상이 나를 매일매일 강퍅한 인간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제 좀 살 만한가 싶어 방심하고 뉴스를 틀 때마다 환장할 소식에 속이 뒤집어진다. (오늘은 5월1일이다.) 행복을 표현할 기회와 방법이 매일매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5월의 상태, 행복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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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렬과 금지, 냉정과 차가움, 불안과 공포, 안정과 따뜻함으로 연결되는 네 가지 색을 떠올려보자. 레드, 블루, 그린, 옐로가 떠오른다면 <존 윅4>를 다시 보길 권한다. 이 영화는 색채가 갖는 상징이나 은유적 해석을 탈피하고 해체한다. 여기서 색은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물리적 사건으로 다뤄진다. <존 윅4>는 색과 색, 빛과 색의 대비, 빛의 계조와 색의 계조의 충돌로 영화적 긴장과 액션의 서사를 구축한다. 전통적인 색채의 상징성은 무의미하다. 색 자체를 통해 어떻게 극적대비를 형성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색의 의미 대신 ‘색의 컨셉과 색의 리듬’에 집중한다. 쫓기는 인물과 쫓는 조직들에 각각 색을 부여하고 이 색들이 서로 추격하며 시각적 리듬을 완성한다. 각 신, 각 공간에 주조색을 설정하지만 단일한 색으로 공간을 채우지 않는다. 주조색 주변에는 보조색을 배치하고 공간이나 신이 바뀌면 주조색과 보조색의 역할을 교차하며 시각적 리듬감을
[박홍열의 촬영 미학] 빛과 색의 충돌로 만든 시각적 서사, <존 윅4>라는 낭만주의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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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그랜드 투어>(감독 미겔 고메스)와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감독 파얄 카파디아)은 공교롭게도 동시대 아시아의 풍경을 담은 다큐멘터리적 화면과 멜로를 탐색하는 픽션의 지대를 아우른다. 두 작품을 연이어 보는 동안, 영화가 현실을 풍경화하는 문제에 생각이 닿았고, 그 생각이 촉발한 질문들이 <그랜드 투어>의 모험적인 시도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그랜드 투어>의 활력에 감응하면서도 어쩐지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의문의 감정을 들여다볼 계기가 된 것 같다.
풍경 바깥에서 본 ‘풍경’
<그랜드 투어>가 미얀마,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일본, 중국 등지에서 찍은 장면들과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인도 뭄바이 거리 장면의 성질은 달라 보인다. 전자가 풍경 바깥에 자리한 시선으로 포착한 이미지라면, 후자는 적어도 여행자의 눈과
[남다은 평론가의 RECORDER] 신비로운 이미지, 도취할 수 없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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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밝히겠다. 나는 일본 문화의 열성적인 팬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사로잡혀 <사유리>를 보았고 흥미로웠다. 기대감과 데이터베이스가 없어서 그렇게 봤을 수도 있다. 이 글은 무지로부터 출발한다. <사유리>는 이질적인 두개의 장르를 꽤 잘 어울리게 접목한 형태의 영화다. 두개의 장르 중 하나는 호러고, 다른 하나는 열혈물이다. 개인적으로 2부에 펼쳐지는 후자를 일본의 전통 장르라 부르기도 하고 ‘희망’이라 명명하기도 한다. 충분한 논의가 있기를 바라며 잠깐 적어보자면 일본의 현실 세계와 유리된 채 상당히 오랜 세월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영화는 무모하리만치 희망을 품는다. 전후 폐허가 된 일본이 겪은 괴리를 픽션으로 극복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그때로부터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 왜 이러한 양상이 진행 중인지에 대해 궁금하지만 내 몫은 아닌 것 같다.
<사유리>가 심리-액션 활극으로 변모하는 순간
다시 돌아와 <사유리
[비평] 희망의 본질에 대하여, <사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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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엉덩이쪽에 금이 가서 고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거기만 고쳐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또 다른 금이 생기더라고요. 저번에는 상태가 더 심해지게 되면 수술을 하자고 하셨는데, 지금은 어때 보이나요?”
“지금 진행 상태로는 아직 괜찮을 것 같은데 한번 살펴봅시다. 두 시간 정도 후에 오세요.”
분주한 평일 오후에 잠깐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생겨버렸습니다. 치료받을 녀석들을 기다리며 어디에나 있을 벤치에 아무렇게나 앉아 대기할 수 있는 정도로 검소한 마음을 가졌더라면 좋았겠지만, 두 시간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알맞은 귀여운 카페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인간이기에 아직 돈도 못 모았고 집도 못 샀습니다. 이틀 연속으로 커피를 마셨다면 3일째에는 의식적으로 마시지 않고 버텨서 몸속에 흘러다니는 카페인이 배출될 기회를 주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춥고 비 오는 오늘 같은 날에는 뜨끈한 라테 한 사발이지’ 하고 생각하는 인
[김사월의 외로워 말아요 눈물을 닦아요] 두 시간뿐인 바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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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제작하고 김용진 기자가 연출을 맡은 다큐멘터리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이 4월24일 개봉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의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에 의해 언론사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강압적인 수사 과정이 영화에 적나라하게 담겼다. 연출을 맡은 김용진 기자를 만나 이번 다큐멘터리의 제작 과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 개봉을 앞두고 텀블벅 펀딩에 참여한 시민들과 <뉴스타파> 후원자 등 일반 관객 대상으로 시사회를 열었다. 관객 반응이 어땠나.
기대보다 재미있다고 하길래 내가 되물었다. 대체 기대를 어떻게 했길래. (웃음) 탐사보도 기반의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일반 뉴스와는 차이를 느끼며 봤다고 하더라.
- 영화 크레딧의 제작사명에 ‘뉴스타파 필름’이라 표기됐다. 이 영화가 직접 연출자로 이름을 올린 몇 번째 작품인가.
연출을 맡은 건 <족벌 두 신문 이야기> 이후 두 번째다. <조선일보> <동
[인터뷰] 신발의 밑창이 닳도록 -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김용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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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은 2014년 4월16일부터 9년간 배민 감독이 기록해온 시간을 기반으로 세월호 참사를 재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캐나다 윈저대학교의 영화제작 교수인 배민 감독은 카메라 하나만 손에 쥔 채 현장으로 달려간 그날로부터 6~7년간 캐나다와 한국을 오가며 꾸준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연구자, 활동가, 유가족, 정치인 등을 취재했다. 2019년 188%로 텀블벅 펀딩에 성공한 뒤 오랜 고민 끝에 배민 감독은 400시간에 이르는 촬영분을 90분으로 추려 <리셋>을 완성했다. 세월호 참사 11주기, <리셋>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건과 얼굴들을 다시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이 재난을 대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진다”(배민).
- 여러 해외영화제에서 <리셋>을 상영했고 2025 런던 프레임 국제 영화제 장편다큐멘터리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성과도 얻었다. 해외 관객에게 들은 감상평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그리스 국경의 카스텔로리
[인터뷰] “아이들의 형제자매 이야기를 많이 넣으려고 했다” - <리셋> 배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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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석의 카메라는 지난 20여년간 한국 사회의 폭력과 죽음, 낙인의 이면을 비춰왔다. <논픽션 다이어리>(2013)에서 지존파 사건을 경유해 국가 형벌의 모순을 짚고,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2017)로 청년세대와 레드콤플렉스를 탐색했으며,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부터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태원 참사까지 재난의 상흔과 광장의 목소리를 끈질기게 기록해왔다.
동시대 한국 다큐멘터리의 상징적 기수라 할 수 있는 그가 2025년 1월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이하 서부지법) 현장을 영상 취재하는 과정에서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창작자의 의도와 책무를 간과하고 이를 범죄화하는 검경의 처사에 박찬욱, 김성수 감독을 비롯한 2,781명의 영화인들이 탄원서에 연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언론 시민연대도 뜻을 모으고 있다. 정윤석은 이제 예술가와 피고인이라는 이중의 정체성 속에서 법정 싸움
[인터뷰] 다큐멘터리를 범죄로 만드는 나라에서 - 서부지법 폭동 기록한 다큐멘터리스트 정윤석, 기소 이후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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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고 3주가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작성됐다.
서두에 글 쓴 시기를 간단히 기입해두기.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이후 이것은 하나의 습관이 됐다. 세상이 대체 어디까지 섬뜩해질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목도하고, 세상이 어디까지 황당무계할 수 있는지 매일 새로이 체감한다. 절박해질 대로 절박해진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시간을 기록하려 분투하고, 분투하려 기록한다. 세계가 중차대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명한 신호가 기록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물며 기록매체인 영화는 어떻겠는가. 영화 역시 곤경에 처했다.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라는 말이 벼락처럼 내리친다. 문학도, 음악도, 그림도 아닌 ‘영화 같은 일’이란 대체 어떤 일인가. 믿을 수 없는 기상천외한 일,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된다고 여겨온 일이 버젓이 벌어졌을 때 터져 나오는 탄식의 클리셰. 그런 일은 오직 영화에서나 가능하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굳게
영화인가, 선전인가 - 정치 다큐멘터리의경향과 흥행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