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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란은 내란으로 불리지 못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09년부터 매년 ‘분노의 게이지’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보도된 여성 살해 사건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해왔다. 2024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된 여성은 최소 181명이고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374명이었다. 최소 15.8시간마다 1명의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이 처했다는 뜻이다. 지난 16년 동안 남편이나 애인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1560명에 이른다.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또한 심각하다. 2024년 한해에만 처음 본 남성에게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던 여성은 최소 179명이다. 거의 이틀에 한명꼴이다. 가장 충격적인 점은 여성 살해 범죄에 대한 정부의 공식 통계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언론이 모든 살해와 폭력 사건을 다 다루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여성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임소연의 클로징] 보노보 폴리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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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의 보물 왕인을 운반하던 10번대가 정체불명의 적에게 기습을 당한다. 가면을 쓴 범인보다 더 의문스러운 것은 대장 토시로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습격자의 정체를 눈치챈 그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자신을 공격한 이를 뒤쫓아 홀연히 사라진다. 토시로의 갑작스러운 실종에 정령정은 그를 반역자로 의심하고, 빙륜환의 흔적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그에 대한 오해는 점점 깊어져만 간다. 토시로의 행방을 추적하던 마츠모토 부대장과 이치고는 그가 진앙영술원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와 마주한다. 인기 만화 <블리치>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약 15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 개봉한다. <극장판 블리치: 다이아몬드 더스트 리벨리온>은 앞서 5월2일 개봉한 <극장판 블리치: 메모리즈 오브 노바디>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기존 서사와 달리 토시로의 사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토시로의 팬이 아니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리뷰] 히츠가야 대장님, 15년 만에 한국 상륙, <극장판 블리치: 다이아몬드 더스트 리벨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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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젊은 시인 동화(하성국)는 3년 동안 만나오고 있는 연인 준희(강소이)를 본가에 데려다준다. 준희의 집은 시골에 있는 꽤 큰 주택이고, 동화는 잠시 집 바깥을 구경하려 한다. 그러다가 준희의 아버지(권해효)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동화는 준희의 집에서 하룻밤을 머물게 된다. 준희의 언니는 어떤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으로 나오고, 준희의 아버지와 어머니(조윤희)는 넉살 좋은 어른들로 등장한다. 다만 준희의 부모는 은근히 동화의 사람 됨됨이를 살피기도 한다. 동화는 시를 쓰면서 자유로운 인생을 살려고 노력한다. 홍상수 감독의 33번째 장편영화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전원적인 풍광을 토대로 펼쳐지는 소박한 이야기다. 동화가 준희의 가족들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설명하는 긴 대화 장면은 평소 봐왔던 홍상수 감독의 스타일 아래에서 가장 감정적인 클라이맥스로 그려진다.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리뷰] 당신이 이 영화에 대해 뭘 알아요!,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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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 외딴섬에서 홀로 살아가는 고양이 빈센트. 거센 파도에 휩쓸려 도착한 무인도는 그에게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었지만, 반복되는 일상은 점점 지루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또다시 파도에 휘말린 빈센트는 생쥐 모리스의 도움으로 간신히 화물선에 올라탄다. 에르미타주 미술관에 도착한 빈센트는 대대로 명화를 지켜온 고양이 무리에 합류한다. 틈만 나면 그림을 맛보려는 모리스도 빈센트의 설득에 함부로 그림에 손대는 일을 삼간다. 분주한 나날을 보내던 빈센트에게 곧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모나리자가 전시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고양이 수비대: 모나리자를 지켜라!>는 책임감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양이의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마이펫의 이중생활>과 <아이스 에이지2>의 제작진은 이번 작품에서도 슬로모션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명화에 생동감을 더한 연출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리뷰] 우정과 책임 사이에서 빛나는 작은 용기, <고양이 수비대: 모나리자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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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학교 1학년 1반 담임 도이 한스케(세키 도시히코)는 라이벌 모로이즈미 손나몬(요나가 쓰바사)과 결투를 벌이던 중 사라진다. 닌자학교 교장은 1학년 1반에 도이가 출장을 갔다고 둘러댄 후 6학년 학생과 함께 도이의 행방을 추적한다. 수색 중이던 닌자학교 6학년 학생들은 도이와 똑같이 생긴 적군인 도쿠타케 닌자대의 참모 텐키를 마주한다. <극장판 닌자보이 란타로: 도쿠타케 닌자대 최강의 군사>는 13년 만에 제작된 <닌자보이 란타로>의 극장판으로 사카구치 가즈히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일상 개그물의 성격이 강한 TV애니메이션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성격의 영화다. 첩보 장르 공식을 따른 서사에 강렬한 액션이 더해져 비장미가 느껴진다. 대신 어른과 아이 관객 모두를 겨냥한 발랄하고 귀여운 연출로 유머를 더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 1학년 1반 학생의 개성은 유지하되 여러 캐릭터의 디자인을 세련된 여성향으로 바꾼 점도 흥미롭다.
[리뷰] 이 클래식한 무해함이 오래오래 살아남기를, <극장판 닌자보이 란타로: 도쿠타케 닌자대 최강의 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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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 석영(이예원)은 어머니를 따라 할머니가 살았던 바닷가 마을로 이사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발에 물갈퀴가 달린 소년 우주(양희원)를 만난다. 금세 친해진 둘은 수영선수의 꿈을 함께 나눈다. 안타깝게 둘 중 우주만 코치에게 발탁되고 석영은 꿈을 포기하게 된다. 2013년 여름. 차세대 유망주로 성장한 우주(이민재)는 물갈퀴가 사라지며 슬럼프에 빠진다. 그는 본인의 비밀을 아는 석영(효우)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려 고향으로 되돌아간다. <보이 인 더 풀>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신작이다. 단편 <우리아빠 환갑잔치>로 주목받은 류연수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수영을 소재로 하나 한 인간의 성장, 위기와 극복을 그리는 스포츠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석영과 우주가 평범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린다. 감독은 이를 위해 두 캐릭터의 성장을 세 파트로 나누고 각 파트의 톤을 다르게 그려낸다. 2007
[리뷰] 티없이 맑은 서정으로 아무나가 되지 않으려는 청춘의 한때를 위로한다, <보이 인 더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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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조국>은 그 제목처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2022년 <그대가 조국>의 시퀄 격의 작품이다. <그대가 조국>은 2019년 전후 이른바 ‘조국 사태’로 불렸던 조국 전 대표의 법무부 장관 취임 과정과 이에 걸친 여러 사건의 후일담을 펼치는 작품이었다. <다시 만날, 조국>은 그 이후 조국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정치계에 입문하여 2024년 2월 조국혁신당을 창당해 당해 총선을 이끄는 모습을 주로 비춘다. 더불어 조국 전 대표 개인을 둘러싼 각종 사적·공적 이야기가 교차하며,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 등 주변 관계자들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지난해 12월12일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로 올해 1월부터 수감 중인 조국 전 대표의 수감 직전 일대일 인터뷰도 포함됐다. <다시 만날, 조국>은 조국 전 대표의 정치적인 테
[리뷰] 운명과 의지, 시대의 요구, <다시 만날,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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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미오카 밀러(한국명 김미옥)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왔지만 그 시도는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수십년 전 어린 시절의 기억은 희미하고, 입양 과정에서 남겨진 서류들은 불완전하거나 접근 불가했다. 그런 미오카가 마지막 희망을 품게 된 것은 ‘배냇’이라는 단체를 알게 되면서였다. 해외 입양인의 뿌리 찾기를 돕는 한국인 여성 모임 배냇은 미오카의 고된 여정에 함께하고, 미오카의 든든한 동행자가 되어준다. 물론 그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해묵은 서류를 뒤지고 옛 얼굴이 담긴 전단을 돌리는 것 이상의 고난이 그들 앞에 펼쳐진다. 해외 입양 시스템의 부조리를 고발하며 어두운 현실을 되돌아보는 영화 <케이 넘버>는 한국 문화를 긍정적 뉘앙스로 일컫는 ‘케이’(K)라는 접두어 뒤에 부끄러운 과거의 상징을 더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진실을 대면하게 만든다.
‘케이 넘버’(K-Number)는 한국에서
[리뷰] 지워진 이름과 잃어버린 시간을 향한 담대한 귀환, <케이 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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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날, 조국>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정치인’으로 명확히 정의하고자 하는 다큐멘터리다. 2022년 개봉했던 전편 격의 작품 <그대가 조국>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그대가 조국>은 2019년 조국 전 대표의 법무부 장관 취임 전후로 불거졌던 각종 사건을 해부하는 프로파일링 영화에 가까웠다. 조국 전 대표보다는 그 근방에서 사건에 연루됐던 관계자를 취재하며 ‘조국 사태’라는 일련의 사건을 다면적으로 조립하는 방식이었다. <다시 만날, 조국>도 조국 전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에 취임한 뒤 35일여간의 법무부 장관 임기를 마칠 때까지, 조국 본인과 그의 가족에게 뻗쳤던 온갖 폭격의 역사를 제시하며 시작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것은 1부에 불과하다. 이후의 여정은 다르다. <그대가 조국>이 위기를 통과해온 한 인물의 초상에서 그쳤다면, <다시 만날, 조국>은 더 과격하다. 위기를 통과한 그는 더 투쟁적으로
운명과 의지, 시대의 요구 - <그대가 조국> 이후, 다시 찾아온 <다시 만날, 조국>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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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그대가 조국> 이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다루는 또 하나의 다큐멘터리가 개봉한다. 제목은 <다시 만날, 조국>이다. 꽤 의미심장하다. 현재 수감 생활 중인 조국 전 대표를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라는 일종의 선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화는 조국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정치계에 입문한 과정부터 조국혁신당을 창당한 과정을 비춘다. 그의 곁에 머무르는 조국혁신당 의원들을 비롯하여 조국 전 대표를 쫓아온 다양한 이들의 인터뷰, 그리고 수감되기 며칠 전 진행된 조국 전 대표의 인터뷰로 영화는 구성된다. 이어지는 <다시 만날, 조국> 리뷰 기사와 함께 다음주 <씨네21>에는 <다시 만날, 조국>의 정윤철, 정상진 감독과 나눈 인터뷰가 수록될 예정이다. 정치·사회의 격변이 일어나고 있는 한가운데, 한 정치인의 일대기는 한국 현대사회의 궤적과 필연적으로 겹쳐 보일 수밖에 없다.
*이어지는 글에서 <그대가 조국&
[커버] 다시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 <다시 만날, 조국>, 시대가 부른 정치인의 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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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람만큼 트랜스크로스 지면에 어울리는 인터뷰이가 있을까. 이자람은 소리꾼으로서 과거와 현재를 횡단(trans- )한다. <심청가>를 시작으로 전통 판소리 다섯마당을 모두 완창했고 이중 동초제 <춘향가>를 스무살 나이에 8시간 완창해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의 아성은 창작 판소리를 통해 견고해졌다.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과 <억척 어멈과 그 자식들>을 각각 판소리 <사천가>와 <억척가>로 각색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라틴아메리카의 마르케스와 앵글로 아메리카의 헤밍웨이도 이자람의 눈에 들면 판소리 <이방인의 노래>와 <노인과 바다>로 환생했다. 이자람은 판소리 이외의 분야를 가로지르는(cross)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소리꾼이기 이전에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로 유명한 노래 <내 이름(예솔아)>의 ‘예솔이’로 데뷔했던 가수다. 2004년엔 록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를 결성해
[trans x cross] 지금의 내게 필요한 이야기를 찾는다, 창작 판소리 <눈, 눈, 눈> 세계 초연 마친 소리꾼 이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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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속 지킬 박사는 선과 악의 완벽한 분리에 매몰된 19세기의 의학박사다. 모두가 알듯 순수 선과 순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로 이 실험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가 차라리 타임머신을 개발해 구조주의를 알았다면, 선과 악은 이분되지 않고 그 사이엔 동질성을 띠는 차이만 존재한다는 자크 데리다의 차연이론을 접했거나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양분을 지적하는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라도 들춰봤다면 불행은 막았지 싶다.
이 무의미한 가정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단점과 통한다. <지킬 앤 하이드> 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설정을 동일하게 가져와 지난 20년간 흥행 불패를 기록해왔다. 한데 이 작품이 필멸을 향해 스스로를 파괴하는 (남성) 인간을 향한 개탄과 이를 3시간 내내 연기하는 배우를 향한 경탄 외에 2025년의 관객에게 어떤 새로운 감흥을 남길 수 있을까. 지킬을 사
[culture stage]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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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미 시게히코 지음 임재철 옮김 이리에 데쓰로 해설 문학과지성사 펴냄
하스미 시게히코는 한국에서는 영화비평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불문학자이자 소설가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간된 <제국의 음모>는 일본에서 1991년에 처음으로 간행된 책으로, 본문 110여쪽의 가벼운 분량이지만 내용은 1852년부터 1870년까지 프랑스 ‘제2제정기’를 다루기 때문에 그간 하스미의 국내 출간작을 읽어온 독자에게도 낯선 도전이 될 책이다. 영화비평가 이리에 데쓰로의 해설을 빌리면 <제국의 음모>는 ‘막심 뒤 캉론’이라는 부제가 붙은 <범용한 예술가의 초상>과 <보바리 부인론>과 연결되는 ‘제2제정기 시리즈’로 느슨하게 묶일 수도 있다. 영화평론가 임재철이 번역했고 상세한 ‘옮긴이의 말’을 더했다. 한국에도 출간된 하스미의 소설 <백작부인>의 문체를 느낄 수 있는, 어렵고 복잡하지만 경쾌한 글이다. ‘모노가타리’(이야기)의 형식을 띤 역사 다시
[culture book] 제국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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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약한영웅 Class> 시리즈, <환상연가>, <블랙의 신부>, <연애혁명> 등 출연
팝핀 댄스 배틀
유튜브에서 팝핀 댄스 배틀을 즐겨본다. 특정 채널을 찾는 편은 아니고 최신순으로 검색해서 순차대로 본다. 댄서 각각의 팝핀 스타일이나 무대 위에서의 아슬아슬한 신경전, 배틀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환호 등 현장감 넘치는 모습을 볼 때 희열을 느낀다. 영상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소리 지르며 감탄한다.
위켄드 <Die For You>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아 하루에 한번은 꼭듣는 노래. 노래의 무드가 너무 좋다. 아무 생각 들지 않고 멍때리게 만드는 노래에 엄청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Die For You> 가 그렇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FPS 게임
이건 취미가 아니라 내 특기다. 정말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웃음) 하나를 꼽자면 <헬 렛 루즈>
[LIST] 박지훈이 말하는 요즘 빠져있는 것들의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