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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동안 펀드 매니지먼트 회사 나나이트 캐피털의 CEO로 일한 매트 터너(리암 니슨)는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 주식이 폭락해 고객이 떠나는 것을 막다가 가족과 사이가 소원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오랜만에 아버지 노릇을 하고자 두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려고 한다. 그때 발신제한으로 그의 좌석 아래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고 거기서 일어나는 순간 폭탄이 폭발한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온다. 매트는 좌석 아래의 폭탄을 확인한 다음에 차분히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지시에 따른다. 협박범은 그의 동료들을 차례대로 죽이더니 이윽고 매트에게 앤더스(매튜 모딘)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 와중에 경찰은 매트를 테러리스트로 오인해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레트리뷰션>은 한국에서도 <발신제한>(2021)으로 리메이크된 적 있는 스페인 스릴러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을 원작으로 한다. 공연 실황과 픽션을 오가는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의 감독 님로드 언털이
[리뷰] '레트리뷰션', 15년째 메아리치는 듯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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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 공장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 덕희(라미란)는 ‘손 대리’(공명)를 잊을 수 없다. 은행 직원이라고 사기 친 그에게 전화금융사기를 당해 전 재산 3200만원을 날렸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화재 사고로 집까지 잃어 어린 자식들과 벼랑 끝에 서 있던 그는 좋은 인생 경험했다 치라는 박 형사(박병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 손 대리 찾기에 나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 대리에게서 돈을 찾게 해줄 테니 중국 칭다오에 붙잡힌 자신을 구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공장 동료들과 큰일을 도모하기 시작한다. 평범한 중년 여성이 보이스 피싱 조직의 총책을 잡았다는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시민덕희>는 피해자는 잘못이 없다는 메시지에 집중하며 내달린다. 모든 잘못은 악질적인 범죄 조직과 안일하고 무심한 수사당국에 있다는 걸 대사로 분명히 전달한다. “추진력 좋은” 주인공을 빼닮은 영화이기도 하다. 덕희는 영화 시작 5분 만에 사건에 휘말린 뒤 일종의 여성 히어로로서 거침없이 활약하고 그의 이
[리뷰] '시민덕희', 걸림돌을 제거하고 추진력 있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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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골 윈즈>는 2001년 월드컵 예선에서 호주 국가대표에 31 대 0이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패배해서 세계의 비웃음거리가 된 아메리칸사모아 국가대표의 실화를 각색한 영화다. 때는 2011년 월드컵 예선을 한달 앞둔 시점이다. 오합지졸인 아메리칸사모아 국가대표의 소원은 A매치에서 한골이라도 득점하는 것이다. 그들 앞에 불같은 성격으로 물의를 연달아 일으킨 감독 토마스 론겐(마이클 패스벤더)이 등장한다. 토마스는 토속적인 정서와 여유가 가득한 아메리칸사모아 국가대표의 훈련장이 짜증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토마스는 그들의 문화에 서서히 동화되기 시작한다. 〈넥스트 골 윈즈>는 <조조 래빗〉(2018)과 <토르> 시리즈로 단숨에 스타 감독이 된 타이카 와이티티의 신작이다. 언더도그의 반란을 담은 스포츠영화로 <드림>(2023) 등과 비슷한 정서를 공유한다. 다만 전작과 달리 감독의 장기인 제4의 벽을 넘나드는 몬티 파이튼(코미디 그룹)식 개그
[리뷰] '넥스트 골 윈즈', 축구영화라 쓰고, 아메리카사모아 투어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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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이 먼 일인 양 기억이 차올랐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 전시 중인 <구본창의 항해> 사진전을 관람하며 2006년 7월 어느 여름날, 분당 작업실을 방문했던 날이, 담벼락 아래 피어 있던 능소화와 함께 선생님의 다정한 옅은 미소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올해 70살을 맞이한 구본창 작가의 600여개의 수집품과 500여점의 사진 작품을 시간의 흐름으로 엮어낸 이번 회고전에서 다수의 반가운 영화 포스터도 만날 수 있다. 2024년 말 도봉구 창동에 개관 예정인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기획된 이번 전시는 3월10일까지 계속된다.
[ARCHIVE] 사진으로의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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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여행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긴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고 발견하고 싶다
축구 시합
손흥민 선수를 만날 날을 꿈꾸며 취미 삼아 하는 축구팀이 있다. 시합할 때마다 실력이 조금씩 느는 느낌이 들어 좋다.
FC온라인 게임
축구는 게임으로 하는 것도 좋아한다. 종종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운동과 다이어트
올해 목표가 <무빙>의 통통한 봉석이 때와 달리 다부진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건강한 몸을 만드는 운동법과 식이요법을 찾고 있다.
악기 배우기
우쿨렐레를 다룰 줄 알지만 혼자 하는 정도다 보니 실력이 늘지 않는다. 악기 하나를 제대로 배워서 그럴듯한 연주를 해보고 싶은 꿈이 있다.
[LIST] 이정하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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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고령화가 초래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택한 방법은 개인에게 적극적으로 죽음을 권하는 것이다. <플랜 75>의 배경지인 근미래 일본은 75살 이상의 국민들에게 안락사를 지원하는 ‘플랜 75’ 프로젝트가 활성화된 상태다. 극 중 노인들은 노인 혐오 범죄의 피해자가 되거나 무용한 노동자로 판단돼 점점 사회로부터 소외된다. 더이상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없고 의지할 연고도 없는 이들은 결국 플랜 75 상담 센터의 문을 두드린다. 해당 프로젝트에 연관된 미치(바이쇼 지에코), 히로무(이소무라 하야토), 요코(가와이 유미), 마리아(스테파니 아리안)는 각자의 위치에서 죽음을 바라본다. 여러 개인의 시선을 통해 국가가 권유하는 안락사의 현실이 드러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제작을 맡은 옴니버스영화 <10년> 중 하야카와 지에 감독이 연출한 동명 단편을 장편화한 작품으로, 하야카와 지에 감독은 “인간의 존엄성보다 경제와 생산성을 우선시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
[Coming soon] ‘플랜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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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3일 토요일 원주 상지대학교 민주관에서 ‘원주 아카데미 후원의 날’이 열렸다. 극장 보존에 힘써왔던 아카데미의 친구들(이하 ‘아친’)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지난해 10월 말 원주시에 의해 극장이 강제 철거된 뒤 치러졌던 11월 전국 규탄대회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원주시로부터 시위 및 농성 등에 따른 업무방해죄로 고소, 고발당한 26명의 시민과 영화인의 법률 대응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 아친의 2023년 활동 정리 및 아카데미 없는 2024년 이후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극장은 부서졌지만 서로가 남았기 때문일까. 이날 만난 아친은 찾아온 모든 이들을 함성으로 맞이했다.
후원의 날은 원창묵 전 원주시장, 권칠인 감독 등 정치인과 영화인, 아카데미를 추억하는 아친의 친구들까지 130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3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1부 행사의 핵심인 아카데미 친구들의 활동 보고는 아친의 오현태씨가 맡았다. 2021년 아카데미극장보존회 발족을 시작으로 2023년 문화
[씨네스코프] 원주 아카데미 후원의 날, 극장은 사라졌지만 서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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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29개 문화예술 단체가 구성한 문화예술인연대회의(가칭)는 1월1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회를 열어 이선균 배우의 수사 과정에 대한 수사당국의 진상 규명 촉구, 언론 및 미디어의 자정 및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정부 및 국회의 ‘이선균 방지법’ 관련 법령 제·개정 작업을 요구했다.
배우 김의성, 봉준호·이원태 감독,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이 성명서 낭독을 맡았다. 김의성 배우가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해 입장을 밝힌다”라며 발표를 시작했다.
봉준호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는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위
[씨네스코프]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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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 새 집행위원장이 지명됐다. 지난해 12월12일 독일 문화부 장관 클라우디아 로트는 베를린 마르틴 그로피우스 바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절대 적임자”라며 미국 출신의 트리시아 터틀을 새 집행위원장으로 소개했다. 트리시아 터틀은 2025년부터 베를린영화제를 이끌게 된다. 이로써 2024년 베를린영화제는 2인 공동집행위원장인 마리에테 리센벡과 카를로 카트리안의 마지막 무대라는 게 기정사실화됐다. 그렇다면 신임집행위원장 터틀은 어떤 인물일까? 그는 미국 노스캐롤리아 출신이지만 주로 영국에서 활동했다. 지난 25년 동안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으로 영국 필름아카데미에 몸담았으며 영국 퀴어영화제에서도 활약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런던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치른 경력이 있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미국영화계와의 두터운 네트워크가 터틀이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뽑힌 데 크게 작용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베를린] 두 집행위원장 체제 막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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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전시회인 CES 2024가 미국 시간으로 1월9일부터 12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라스베이거스를 찾았을 때 CES의 규모는 엄청나게 커져 있었다. 또한 많은 한국인들 심지어 지드래곤까지 참가했다는 소식을 현지에서 들었다. 한국에서 CES에 갖는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CES의 주요 논의 중 하나는 OTT의 광고 시장이었다. 먼저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부스를 마련해서 화제를 모았다. 아리아 호텔에서 있었던 C-SPACE 행사(미디어 관련 콘퍼런스나 전시, 회사간 미팅은 아리아 호텔에서 이뤄졌다)에서 대부분의 회사들이 광고 이야기를 꺼냈고, 디즈니는 앞으로 디즈니+, 훌루에서 다양한 포맷의 광고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꺼낼 정도로 광고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 기간 동안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를 2300만명의 구독자가 사용한다는 것, 시간당 4개의 CPM 35달러짜리 광고가 노출된다는 소식을 알렸다. 2월
[김조한의 OTT 인사이트] CES 2024에서 본미디어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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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극장가의 한국영화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1월15일 발표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2023년 1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영화의 누적 관객수는 6075만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2017~19년 같은 기간 평균) 대비 53.7% 수준이었고 2022년 대비 3.3%(204만명) 감소했다. 한국영화 누적 매출액은 티켓값 인상 등의 효과로 인해 관객수 지표보다 긍정적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64.4%를 기록했다. 외화는 웃었다. 매출액 기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73.7% 수준의 회복세였다.
한국영화 부진의 이유 중 하나는 ‘중박 영화’의 부재로 지적됐다. “영화 관람 가격 인상과 OTT 성장으로 인한 관객 쏠림 현상 탓에 중소 규모로 제작되어 300만~500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가 드물었단 것이다. <서울의 봄>이 누적 관객수 1185만명(1월17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천만 영화 등장, 중박 영화 부진, 영화진흥위원회 2023년 극장가 한국영화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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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크리처> 파트2
넷플릭스 | 10부작 / 연출 정동윤, 노영섭 / 출연 박서준, 한소희, 수현, 김해숙, 조한철, 위하준, 지우 / 공개 2023년 12월29일(파트1) 2024년 1월5일(파트2)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평평한 장르의 입을 빌려 전한 입체적인 역사 윤리
옹성병원의 잔혹한 생체 실험을 목도한 채옥(한소희)과 태상(박서준)은 생존자들과 함께 탈출을 감행한다. 작전은 성공적이었지만 대가는 가혹했다. 금옥당의 조력자들은 경무청에서 모진 고문을 당했고, 탈출 과정에서 명자(지우)는 나진이 든 차를 마시고 잠식된다. 의외의 인물 덕에 홀로 남은 태상도 무사히 병원에서 탈출하지만 모든 일을 계획한 거대한 흑막의 손길은 태상과 채옥을 위협해온다. 중원(조한철)은 아내를 구하러 다시 옹성병원으로 향하고 태상과 채옥은 보이지 않는 손과 최후의 일전을 준비한다. <경성크리처>의 파트1이 비극적 시대 속에서 생존에 집중했다면 1월5일 공
[OTT 추천작] '경성크리처' 파트2,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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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 8부작 / 연출 하병훈 / 출연 서인국, 박소담, 김지훈, 고윤정, 김미경 / 공개 1월5일(파트2)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자살자가 다시 쓰는 한국판 <보이후드>
자살한 최이재(서인국)는 ‘죽음’(박소담)의 부름을 받아 지옥의 변방과도 같은 림보에 떨어진다. 죽음을 가벼이 여겼다는 이유로 지옥에 가기 전까지 열두 사람의 몸에 들어가 열두번의 참혹한 죽음을 다시 겪는 이재. 범죄 조직의 해결사로, 출소를 나흘 앞둔 죄수로, 학교 폭력을 당하는 고등학생으로, 생후 5개월 된 아기로, 연쇄살인마로 반복해 환생하면서 여러 폭력과 부조리의 배후에 있는 재벌가 박태우(김지훈)와의 악연이 거듭된다. 숫자 12를 가리키던 시침은 그가 죽을 때마다 뒤로 한칸씩 돈다. 열한번의 죽음 끝에 남은 1로 시침이 향하는 순간, 이재는 생애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모습이 되어 마지막 숨을 쉬기 시작한다.
<이재, 곧 죽습니다>는 ‘왜 자살하면 안되는가?’,
[OTT 리뷰] '이재, 곧 죽습니다' 파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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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들어가 토끼를 잡는 법’에 관한 재미난 만평이 있다. 4시간의 수색을 마치고 나온 CIA는 “모든 정보원들이 수풀 하나하나 돌 구석까지 샅샅이 정밀수색한 결과 토끼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습니다”고 결론짓는다. FBI는 24시간이 지난 뒤 “토끼는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멀리 가지 못했을 겁니다”라고 발표한다. 마지막으로 KGB는 20분 만에 만신창이가 된 곰 한 마리를 끌고 온다. 곰은 자백한다. “저는 토끼입니다. 저희 부모님도 토끼입니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신작 <노 베어스>를 보다가 문득 이 웃기고 섬뜩한 만화가 떠올랐다. 때론 조금 떨어져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구 소련 수사 기관의 무능과 부조리를 조롱하는 이 4컷 만화를 지금 다시 보니 공포를 동력 삼아 작동하는 권력의 설계도를 마주하는 기분이다.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는 것 같지만 때때로 동시적으로 존재한다. 한 사람, 한 집단, 한 국가의 역사는 선형적으로 인식되지만 시선을 대륙, 지구
[송경원 편집장] (이제) 여기엔 곰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