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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이 자신의 SNS에 챗GPT-4로 생성한 지브리 스타일의 프로필 사진, 일명 ‘지브리 프사(프로필 사진)’를 올리자 전세계 사람들이 너도나도 따라 올리는 이색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챗GPT 사용자도 5억명에서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한국에선 미국 다음으로 사용자가 늘면서 이 유행을 주도했다. 그렇다면 때아닌 이 지브리 밈은 우리나라에서 왜 그토록 관심과 인기를 끌었을까? 그 원인을 생각하다가 문득 1990년대 어느 해 겨울, 홍대 거리의 한 카페 앞에 서 있던 토토로 모양의 눈사람이 떠올랐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살짝 해볼까 한다.
아침잠을 설치게 한 특선 만화
지브리 밈과 관련해 머릿속을 정신없이 뒤지다 보니, 어느새 기억 저편의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마땅한 놀이가 없던 시대, 텔레비전에서 매주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에게 큰 위안과 즐거움을 주었다. 당시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지브리화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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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피곤한 삶에 숨 막히는 갓생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2030세대 사이에 꾸준히 화제인 밈이 있다. 바로 마감을 앞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짤. 입에 담배를 문 그는 안경을 벗은 채로 마른세수를 한다. 왜 마감 앞에 고통스러워하는 거장의 모습이 대중에게 위로가 될까. 표면적으로는 중대 과업을 앞두고 그가 느낄 압박감과 부담감에 공감이 된다. 무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힘들어하는데 나의 고통이 무엇이라고. 하지만 이 위로는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딱 한 꺼풀을 벗겨보면 그 안에 담긴 ‘요즘 사람들’의 궁극적인 갈증이 보인다. 중요한 건 미야자키 하야오가 무엇으로부터 고통을 받느냐다. 손으로 하나하나 그리는 고집, 어느 공백도 허용하지 않는 섬세한 스토리, 트렌드에 의존하지 않고 세상에 반복해 관철시키는 신념, 현실 반영도 높은 사회적 문제의식,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움’. 많은 현대인이 외면하는 번거로움과 피곤함을 자처하면서까지 꾸준히 길을 만들어가는 우직함은 오늘날 실종
[특집] 언제나 몇 번이라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재개봉부터 <아니메쥬와 지브리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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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에게 납치된 꼬마가 자신을 지구의 대표자라고 거짓말하는 엉뚱한 상상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매들린 샤라피안 감독은 프레스 데이에 참여하지 못한 또 다른 공동 연출 에이드리언 몰리나 감독을 대신하여 초반 기획을 설명했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11살짜리 어린이가 우연히 외계 인에게 납치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엘리오>는 단순하지만 다음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지는 데에서 시작됐다. 또 에이드리언 몰리나 감독이 어릴 때 군기지에서 자란 자전적 이야기에서부터 고모의 설정을 꾸려갔다.” 특히 엘리오는 마음속에 오랫동안 뿌리내려온 외로움과 함께 자랐다. 메리 앨리스 드럼 프로듀서는 지구 앰배서더라는 오해 때문에 사교적 이지 않은 조용한 소년이 타인과 대화를 나눠야만 하고 관계맺음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정서적 모험이 작품을 지지하는 땅이 된다고 짚어냈다.
‘어른 동화.’ 디즈니·픽사 작품에 자주 따라오는 수식어는 <엘리오>에서 도 여전히 적용되는 듯하다. 도미
[기획] 타인이라는 우주에 접속하는 법, <엘리오> 매들린 샤라피안·도미 시 감독, 매리 앨리스 드럼 프로듀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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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 29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엘리오> 개봉을 앞두고 <씨네21>에 산뜻한 초대장이 날아왔다. <엘리오>의 긴 푸티지 영상을 함께 보고 감독·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 것.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에 도착했을 땐 멀리서부터 픽사의 오랜 상징이자 마스코트인 거대 룩소 주니어가 보였다. 무작정 꿈과 희망 가득한 해피엔딩을 좇기보다 어른 동화의 현실감 높은 슬픔을 그려온 디즈니·픽사의 이번 주제는 ‘외로움’이다. 고모와 단둘이 사는 11살 소년 엘리오는 어느 날 문득 우주가 지닌 외로움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광활한 망망대해를 살아가는 모두가 가슴 한켠에 고립감을 품고 있다는 이야기는 어쩐지 따뜻하고, 차분하고, 내 안의 결핍을 어루만져주는 것만 같았다. 천체의 온기에 스며든 엘리오가 우주 너머의 삶이 궁금해질 즈음, 아뿔싸! 진짜 외계인에게 납치되고 만다. 그리고 천방지축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기획] “너는 특별해… 특별하단 건 때때로 외로워”, <엘리오>를 위한 유쾌한 여정, 디즈니·픽사 본사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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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남현정의 첫 소설집. “그러니 인생을 취소할게 오이디푸스도 아마 그랬을 거야 자기의 인생을 취소하고 싶었을 거야 쥘리앵 또한 그랬을 거야 자기의 인생을 취소하고 싶었을 거야 그런데 가만 나에게는 취소할 인생조차 없네 그렇다면 인생을 취소할게라는 말을 취소할게 인생을 취소할 일 없는 인생 없는 나는 이제부터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느낌표와 물음표는 있지만 마침표는 없는,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없는(하지만 여러 개의 각주가 자기주장을 하는) <없는>으로 시작하는 단편집 <아다지오 아사이>는 ‘예측되기’에 저항하는 듯 보인다. 소설 텍스트 바깥에서 끌어오는 레퍼런스들은 의미심장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데, <부용에서>는 영화 <국외자들>과 소설가 찰스 부코스키, 칸딘스키의 그림 <곡선의 지배> 같은 작품들이 언급된다. 외삼촌을 만나기 위해 부용이라는 타지에 발을 들인 ‘나’의 이야기로, 어딘가 꿈을
씨네21 추천도서 - <아다지오 아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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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권영주 옮김 비채 펴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떻게 영화를 구상하는가. <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제작 과정 전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한 에세이다. 2022년 11월30일, 고레에다 감독은 <브로커>의 프랑스 개봉에 맞춰 방문한 파리에서 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식사를 하게 되었다. 본인이 고른 식당에 조금 늦게 도착해서는 왜 안 먹고 기다렸냐고 말문을 열더니 음식이 나오고는 이런저런 투덜거림이 이어졌다는 회고로 책은 시작한다. 통역을 거친 대화는 뉘앙스에 대한 상상이 더해져 “어딘지 모르게 기키 기린씨 느낌이 가미됐다는 것을 미리 고백해둔다.” 카트린 드뇌브와 기키 기린은 1943년생 동갑.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공통점은 “재미있어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자신의 “재미있어하는 능력”을 살뜰히 담은 책이다.
먼저 설명하면
씨네21 추천도서 - <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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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본 지음 문학동네 펴냄
<슬램덩크>의 2025년 버전 재녹음이 결정되었고 당신도 성우 오디션에 참여한다고 가정하자. 오디션에 합격하면 누구를 맡고 싶어? 당신의 답은? <차라리 잠든 밤>의 재하의 답은 이렇다. 서태웅. 아, 서태웅 좋지. 아마도 재하의 목소리가 엄청난 미남자인가보다. 누가 뭐래도 <슬램덩크> 최고의 미남은 서태웅이 아니던가. 재하가 서태웅을 선택한 이유는 다소 황당하다. “대사가 적어서.” 선배가 다시 고르라고 하자 재하는 이 사람을 고른다. “그럼 권준호.” 권준호? 바로 그 ‘안경 선배’다. “재하는 권준호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 있어서 좋다고 했다. 농구 천재나 지난한 과거를 가진 양아치 슈터가 아니라, 벤치 위에서 스타팅 멤버에 뽑히지 못한 3학년 벤치 선수. 부주장이라는 애매한 감투도 재하에게 이입할 여지를 주었다.” 그런 애매한 인물들에게 애정을 느끼고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김본 소설집
씨네21 추천도서 - <라디오 스타가 사라진 다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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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창비 펴냄
영화 <해피엔드>에서 코우와 유타는 길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고 재일한국인인 코우만이 체류 증명서를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다. 근미래가 배경인 영화지만 이와 유사한 사건은 한국에서도 시시각각 발생하는 중이다. 몽골인 부모님과 어릴 때 한국으로 이주한 고등학생 민호는 친구들 싸움에 휘말리고, 경찰은 민호만 연행한다. 친구들이 “얘는 잘못 없다”고 증언했음에도 경찰은 민호가 미등록 신분이라서 내보낼 수 없다며 출입국 당국에 인계하고, 민호는 수갑이 채워진 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거쳐 구금 시설인 화성외국인보호소로 보내진다. 한국에서만 살아 몽골어도 서툰 민호는 강제 퇴거를 명령받고 몽골로 쫓겨난다. 부모와 함께 이주한 아동은 부모의 한국 체류 자격이 상실되면 미등록 이주 아동으로 분류되어 기본권도 보호받기 어렵다. 이처럼 우리가 믿는 ‘법’의 울타리에는 무수한 인권의 빈틈이 존재한다. 민호는 미성년 아동으로서 보호자에게 보
씨네21 추천도서 -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인권 최전선의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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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인권 최전선의 변론>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창비 펴냄
<라디오 스타가 사라진 다음에는> - 김본 지음 문학동네 펴냄
<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 -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권영주 옮김 비채 펴냄
<아다지오 아사이> - 남현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씨네21>이 추천하는 6월의 책 - 책에게 말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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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가 쓴 <이방인>의 결말부 원문. ‘à la limite de la nuit’를 두고 ‘밤의 저 끝’, ‘밤의 경계’, ‘밤이 시작되려는 바로 그때’ 등온갖 번역문이 존재한다. 이어지는 문장의 ‘sirènes’가 ‘뱃고동 소리’일지 ‘사이렌’일지에 대한 논쟁 또한 무덤 속 카뮈가 답을 알려주지 않는 이상 독자들은 자신의 취향에 부합하는 번역문을 지지할 것이다. 무엇이 정역이고 오역인지를 가리는 일은 수상전에 가까워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렵다. 조성진과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가 전혀 다른 곡이듯, 번역문을 읽는 묘미는 다양한 해석을 즐기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황석희 번역가가 신간 <오역하는 말들>에서 “번역가는 하나의 곡을 오만 가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연주하는 연주자들”, “번역은 번역가라는 필터를 거치는 결과물” 등으로 적은 것도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영화와 시리즈, 연극과 뮤지컬 등 장르를 종횡무진하며 ‘번역: 황석희’를 하나의 브랜드로 굳힌 황
[trans x cross] 번역가의 눈, 번역가의 언어, <오역하는 말들> 출간한 번역가 황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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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영화 <프랑켄슈타인 아버지> <절해고도> <비밀의 언덕>, 드라마 <굿보이> <웰컴투 삼달리> <힘쎈여자 강남순> 등 출연
블루베리
블루베리가 근육통에 좋다고 해서 먹기 시작했다. 우유와 얼음을 넣고 갈았더니 블루베리 스무디가 되더라. 일단 맛있다. 기분 탓인지 근육통 완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 맛있으니 일단 계속 먹어보겠다.
이중섭
‘예술은 진실의 힘이 비바람을 이긴 기록이다.’ 오랜만에 무대에 설 일이 생겼다. 현대음악 공연에서 이중섭의 편지를 낭독하게 된 것. 가족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이 가득한 그의 편지를 오롯이 낭독하기 위해 그의 생과 마음을 공부했다.
토비아스 제소 주니어
새로운 곡을 찾아 듣기보다는 좋아하는 곡을 계속해서 듣는 편이다. 그렇게 돌려 듣는 아티스트, 곡들이 있는데 그중 한명. 여행 중 들었던 음악은 평생 그 공간과 함께 기억되지 않는 가. <Without Y
[LIST] 강길우가 말하는 요즘 빠져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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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넷플릭스 7부작 | 연출 최성은 | 출연 소지섭, 허준호, 공명, 정건주, 추영우, 안길강, 이범수 | 공개 6월6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방어에 급급한 K누아르라는 폼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끊고 자취를 감춘 해결사 남기준(소지섭). 어느 날 동생 기석(이준혁)의 사망 소식이 들려온다. 자신이 떠나온 조직 ‘주 운’의 후계자였던 동생의 죽음에 음모가 있음을 직감한 그는 청부살인의 계보를 추적해나간 다. 그 끝에서 드러나는 이름은 ‘봉산’의 후계자 구준모(공명). 11년 전, 국회의사당 광장 앞에서 벌어진 혈투 이후 암흑 세계를 양분해온 두 조직 사이에서 기준은 동생의 복수를 위해 다시금 광장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자신의 과거뿐 아니라 그 과거를 가능하게 했던 권력 전체에 맞서기 위해 피로가 묻어나는 굽은 어깨와 무심한 눈빛의 소지섭은 주인공의 스산한 존재감을 피지컬에서부터 드러낸다. 동명의 원작 웹툰과의 싱크로율을 고려한 외형적 구현은 인상적
[OTT리뷰] <광장> <젊음의 샘> <프레데터: 킬러 오브 킬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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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6일부터 29일까지 부산영상위원회는 ‘FLY 후반작업워크숍: FLY POST LAB’(이하 ‘FLY 워크숍’)을 진행했다. ‘2025 한-ASEAN 영화공동체 프로그램’의 일부로 개최된 이 워크숍에는 아시아 10개국에서 모인 영화감독 등 영화·영상 관련 종사자 2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통해 한국의 영화·영상 후반작업 인프라를 탐방하고 관련 기술을 실습했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부터 C-47 포스트 스튜디오, 엑스온스튜디오, CJ ENM 스튜디오, 웨스트월드 등 국내 영상 후반작업 기술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는 스튜디오까지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2025 한-ASEAN 영화공동체 프로그램’은 오는 11월 ‘FLY 영화제: FLY Film Festival’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5월28일 FLY 워크숍의 프로그램은 엑스온스튜디오의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을 활용한 차량 주행 장면 촬영과 인카메라 VFX 실습이었다.
[씨네스코프] 영상산업의 최전선을 경험하다, 부산영상위원회의 ‘FLY 후반작업워크숍’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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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정부는 채널 GoUSA TV에서 서비스하는 자국의 관광 콘텐츠를 글로벌 FAST 플랫폼을 통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 삼성 TV 플러스나 LG 채널스에서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자국 광고와 콘텐츠를 함께 전달하며 문화와 산업을 동시에 홍보하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NMSDC(전미 소수 공급업자 개발협의회)와 같은 단체를 통해 다문화 인종과 소수 기업들이 마케팅과 광고 지원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콘텐츠와 광고가 결합된 전략적 마케팅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K콘텐츠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지금은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콘텐츠’라는 기존의 평판에 기대어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많은 K드라마와 K예 능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광고 예산이 부족해 플랫폼의 메인 노출이나 프리미엄 슬롯 배정에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광고 단체가 아닐까. 정부와 국내 주요 기
[김조한의 OTT 인사이트] K콘텐츠를 향한 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