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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②] 크리스토퍼 놀란에 대한 사소하지만 중요한 진실
김소미 2020-09-03

놀란 영화의 원천은 OO다?

[Christopher Jonathan James Nolan] 크리스토퍼 조너선 제임스 놀란

1970년 7월 30일, 영국 런던 출생

데뷔 1998년 <미행><테넷>까지 총 11편의 장편영화 연출

남다른 가족력

광고 회사에서 일했던 영국인 아버지, 승무원이자 영어 교사였던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국, 미국 이중 시민권자다. 런던과 에번스턴, 시카고를 오가며 살았고 형 매튜와 동생 조너선 삼형제 중 둘째다. 각본을 쓰거나 제작자로 활동하는 조너선 놀란과는 오랜 파트너다. 나사 직원인 놀란의 삼촌은 아폴로 우주선의 안전 장비 시스템을 구축했던 인물로 미공개 발사 영상을 놀란에게 보여주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놀란은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1977)을 오마주한 8mm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스페이스 워스>를 만들기도 했다. 놀란은 12살에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확고히 마음먹었다.

사랑과 영화를 동시에 쟁취한 남자

사진제공 SHUTTERSTOCK

아내이자 제작사 신카피의 공동 창립자인 에마 토머스는 놀란이 19살에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영화 동아리 회장으로 일할 때 처음 만났다. 그가 유니버시티 칼리지에 진학한 이유는 학교 안에 스틴백 편집기 시설이 있고 16mm 카메라 대여 제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는 해에 결혼한 놀란과 토머스는 잘 알려진 단편 <두들버그>(1997)를 시작으로 모든 영화를 함께했다. 1녀3남의 자녀들 중 큰딸이 올해 대학에 입학해 집을 떠났다.

우아한 일터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CEO였던 브래드 그레이는 <인터스텔라> 촬영장을 방문했다가 상당수의 스탭들이 깔끔한 차림에 교양 있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배우 마크 라일런스에 따르면 <덩케르크> 현장에서는 놀란이 배우들에게 의자와 물병(장난 감처럼 여기저기 뒹굴고 소음이 난다는 이유로!)을 금지한 적도 있다. 특히 세트에서 금연과 핸드폰 사용 금지령을 준수한다. 그는 일상생활에서도 스마트폰이 생각할 시간을 빼앗는다는 이유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촬영시간은 엄격하게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 이내로 진행되며 점심시간도 잘 지킨다고.

슈트 입고 현장 가는 감독

사진제공 SHUTTERSTOCK

CG 사용을 최소화하고 아날로그적 구현에 집착하는 놀란의 성격은 카메라 밖에서도 날렵하게 재단된 슈트를 갖춰 입은 채 티타임을 갖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는 따뜻한 얼그레이 차가 든 보온병을 항상 휴대하는데, 모건 프리먼이 “조용한 권위”라고 수식한 이 고상한 습관은 마이클 케인에 이르러 “혹시 보온병 안에 보드카를 몰래 숨겨놓고 먹는 게 아니냐” (<뉴욕타임스>)는 장난스런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놀란은 2012년 미국감독조합(DGA)과의 인터뷰에서, 옷을 고르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따뜻한 날씨 또는 추운 날씨에 맞는 두 가지 복장만 주로 돌려입는다고 말했다. 사립 기숙학교 생활을 했기에 유니폼이 가장 편하다는 그는, 재킷에 붙은 여러 용도의 주머니를 활용하는 데 능숙하다.

보안 강박

보안에 유독 엄격해서 출연배우나 스탭들의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오죽하면 <인터스텔라>를 작업할 때 매튜 매커너헤이는 후반작업이 끝날 때까지 영화의 기본 구성조차 아내에게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시네필

놀란은 플래시백 편집에 심플하게 접근하는 자신의 방식에 관해 테렌스 맬릭의 영향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디졸브 등의 기교가 없는 단순한 컷을 통해 내면 풍경을 묘사하는 방식”을 언급하며 테렌스 맬릭의 <씬 레드 라인>(1998)을 예로 들었다. 그 밖에 놀란이 직접 애정을 드러낸 감독으로 프리츠 랑, 오슨 웰스, 스탠리 큐브릭, 데이비드 린, 존 프랑켄하이머, 리들리 스콧, 니콜라스 뢰그, 시드니 루멧, 테리 길리엄, 마이클 만 등이 있다. <블레이드 러너>(1982)의 독창성,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1982)의 영상 문법, <펄프 픽션>(1994)의 구조를 콕 집어 예찬한 적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놀란은 ‘007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다. 태어나서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1977), 가장 좋아하는 007 영화는 <007과 여왕>(1969)이다. 놀란은 두 영화를 섞어 <인셉션>의 설원 액션 신에서, <007 살인 면허>(1989)의 비행 추격신을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각각 오마주했다. 그는 007 시리즈를 “액션과 낭만주의의 완벽한 균형”이라고 수식한다.

문학과 예술

놀란은 문학, 미술, 건축 등 방대한 취향을 자랑한다. 평행 서사와 다차원을 오가는 내러티브를 선호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레이엄 스위프트 소설 <워터랜드>의 영향을, <인터스텔라>에 관해서는 특별히 에드윈 애벗의 <플랫랜드>, 이언 뱅크스의 <말벌공장>, 매들린 렝글의 <시간의 주름>을 영감의 출처로 꼽았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만들 때는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탐독했다. 그 밖에도 레이먼드 챈들러, 제임스 엘로이, 짐 톰슨,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좋아하며 미스 판 데어 로에의 건축, 그래픽 아티스트 M. C. 에셔의 작품에 오랜 관심을 갖고 <인셉션>에 반영했다. 놀란이 좋아하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구상적 초상화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히스 레저의 조커를 만드는 데 참고자료로 쓰였다.

직관과 기하학

놀란은 2015년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베넷 밀러 감독과 토크 프로그램을 가지면서 자신의 영화 만들기는 “직관과 기하학의 어떤 결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업할 때 보통 줄거리 개요를 쓰지 않는다”면서 “수학적 혹은 과학적 모델이 나를 더 자유롭게 한다. 영화의 움직임이나 리듬을 구현해줄 사진 혹은 다이어그램을 그리는 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스코시즈 때문에 좌절된 꿈

놀란에게도 일생의 역작으로 준비했으나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놀란은 짐 캐리 주연의 하워드 휴스 전기영화를 만들기 위해 각본을 집필했지만, 마틴 스코시즈의 <에비에이터>가 촬영에 들어가는 바람에 잠시 프로젝트를 미뤄야 했다. 놀란은 “지금껏 내가 쓴 대본 중 최고”라고 말했다.

상복이 필요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감독이지만 오스카 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은 2017년 <덩케르크>뿐이다. 당시 트로피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기예르모 델 토로가 가져갔다. <인썸니아>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놀란의 영화 중 기술상을 포함해 단 한 부문도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한 영화로 기록된다.

흥행 감독

<메멘토>부터 <덩케르크>까지 총 9편을 합산해서 2020년 기준 역대 최고 흥행 감독 7위다.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총수익은 약 47억425만5828달러로 약 5조584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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