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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게> 강진아 - 당신이 잘 아는 누군가처럼
김소미 사진 최성열 2019-04-11

강진아는 독특하면서도 긴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다. 건국대학교 영화학과 1기 출신으로 2기인 안재홍, 배유람 등과 함께 실습 현장을 주도했고, 지금까지 찍은 단편의 수는 “어느새 세는 걸 포기했을” 정도로 많다. 성우처럼 깊고 또렷한 목소리 덕분에 <발광하는 현대사>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등의 애니메이션 더빙에서도 두각을 드러냈고, 최근 <소공녀>에서는 링거 맞는 회사원 친구 문영 역을 예리하게 소화하며 주목받았다. 그런 그에게 첫 장편영화 주연작인 <한강에게>는 “한때 흘렀고, 지금은 잘 흘려보내고 있는 시절”에 관한 작품이다. 오랜 기간 시를 써왔던 국문학도 출신의 박근영 감독이 배우 강진아를 시인 강진아로 변신시켰다. 전과 달리 시가 써지지 않아 괴로워하는 시인 진아(강진아)는 사실 혼수상태에 빠진 연인을 향한 죄책감과 그리움에 시달리고 있다. 찬란했던 기억이 불쑥불쑥 틈입하며 진아의 일상을 뒤흔드는 가운데, 한강은 여전히 제자리에서 흐른다. 이토록 변함없는 일상에 별안간 덮쳐오는 슬픔을 탁월하게 포착해낸 강진아의 연기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랜 잔상을 남긴다.

-박근영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인데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

=<한강에게>는 내가 출연한 감독님의 단편 <내 방>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죽은 연인이 주인공의 방에 찾아오는 내용이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번쯤 꼭 밟고 건너가는 것처럼 <한강에게>도 감독님에게 그런 의미였던 것 같다. 굳이 많은 설명이 없어도 정서적으로 다가왔던 작품이다. 촬영 일정도 타이트하지 않았고 구성원들간에 재미있게, 여유 있게 찍자는 마음이 컸다. 배우들끼리 한강에서 라면도 먹고 맥주도 마시면서 친해졌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실제 시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여러 번 했다고.

=정말 좋았다. 영화 속 진아의 모델이었던 안희연, 박시하 시인 등 감독님의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그분들의 영업비밀이랄까, 시를 쓰는 각자의 방법들을 듣는게 참 흥미롭더라. 안희연 시인이 한번은 길에서 사과를 파는 풍경을 보고는 걷다가 멈춰서서 한참 생각에 잠겼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 시대에 멈춰서서 무언가를 바라보고 발견한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존경스러웠다. 시인은 시대의 증언자라고 생각하게 됐다. 정말 훌륭한 분들인 것은 맞지만, 한편으론 나와 그렇게 멀지만은 않은 존재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면에서는 배우가 연기하는 과정과 시인이 시를 쓰는 과정이 닮아 있는 것 같다.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추모 행사의 무대에 오르는 장면이 오프닝 시퀀스에 등장한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나.

=촬영 중반 즈음 감독님이 광장에서 짧은 장면을 하나 찍자고 말씀하셨다. 영화의 어디쯤에 들어갈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이 시대의 시인들이 활동하는 자연스러운 모습 중 하나로서 영화에도 꼭 넣자는 뜻으로 느껴졌다.

-<한강에게>는 느린 호흡, 롱테이크 등을 통해 여백을 많이 열어두는, 시의 리듬감과 닮은 영화다. 대사도 거의 대부분 현장에서 배우들이 만들어간 것으로 안다. 배우로서 오히려 그 행간을 연기로 메워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나 역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촬영 들어가서는 이야기와 관계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의외의 고충도 있긴 했다. 감독님이 혼자 촬영까지 맡은 ‘미니멀 시네마’였기 때문에 지하철 신처럼 군중 속에 섞이는 장면에서도 감독님과 나 단둘이서 작업해야 했다. 더욱 진실하게 상황에 스며들 수 있는 효과가 있는가 하면, 내 성격상 혼자 현장을 통제하고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감독님을 그냥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 없어서 도와드리게 되더라. 그동안의 경험치가 도움이 된 경우였다.

-단편영화, 상업영화 조·단역, 애니메이션 더빙을 비롯해 그동안 작품이 많았지만 여전히 궁금한 미지의 배우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우리 곁에 있는, 익숙한 누군가를 섬세히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 연기로 삶을 대리만족하는 것도 같다. 그래서 앞으로 더 말하고 더 움직이는 능동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 물론 실제의 나도 그랬으면 좋겠고.

필모그래피 2018 <한강에게> 2017 <소공녀> 2016 <졸업만> 목소리 출연 2016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목소리 출연 2015 <범죄의 여왕> 2014 <돌연변이> 2014 <발광하는 현대사> 목소리 출연 2013 <또 하나의 약속> 2013 <더 테러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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