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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시를 쓰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일주일
이주현 2017-12-20

미국 뉴저지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애덤 드라이버)은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 오늘과 다름없는 내일을 보내며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탁자에 놓인 손목시계를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 아직 곤히 잠들어 있는 아내 로라(골쉬프테 파라하니)에게 굿모닝 키스를 하고, 식탁에 앉아 간단히 시리얼로 배를 채우고, 주차된 버스에 올라 운전대를 잡고, 간간이 들려오는 손님들의 대화에 귀기울이고, 영감이 떠오르면 노트에 시를 쓴다. 퇴근을 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잉글리시 불도그 마빈을 데리고 동네 산책을 하고, 산책길에 들르는 맥주집에선 주인과 소소한 얘기를 나눈다(무얼 그리 시시콜콜하게 나열하나 싶겠지만 영화의 전개가 진짜 이러하다).

시를 쓰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일주일이 특이사항 없이 흘러가는 것 같아 보여도 그의 일상은 고여 있지 않다. 로라와 마빈과의 관계도 매일 미세하게 변하고, 단골 바에서도 해프닝이 벌어지곤 한다. 무엇보다 패터슨의 시가 패터슨의 삶을 흐르게 만든다. 식탁에 놓인, 확성기 모양으로 글자가 디자인된 성냥갑을 보고 패터슨은 <사랑시>를 쓴다. 그의 삶을 닮은 정갈한 시는 시인론 패지트의 시를 가져다 썼다. 영화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시인은 따로 있다. 패터슨은 틈틈이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시전집을 꺼내 읽는다.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는 패터슨에서 의사로 일하며 <패터슨> 5부작이라는 대표작을 써낸 퓰리처상 수상 시인이다. 윌리엄스 외에도 영화에는 패터슨에 살았던 시인 프랭크 오하라, 패터슨에서 공연을 한 이기 팝 등에 대한 짧은 언급이 등장한다. 패터슨이라는 도시, 패터슨에 얽힌 사람, 패터슨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 <패터슨>이라는 영화를 만든 짐 자무시 감독은 가장 단출한 재료로 충만한 세계를 창조해낸다. <천국보다 낯선>(1984), <브로큰 플라워>(2005),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2013) 등 이야기의 크기는 변해왔지만, 여전히 시적이고 사색적인 영화를 만들어내는 짐 자무시의 개성은 <패터슨>에서도 여전하다. 참고로 다재다능한 짐 자무시는 영화음악과 극중 시작(詩作)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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