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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人] <두 번째 스물> 박곡지 편집감독
윤혜지 사진 오계옥 2016-11-10

<두 번째 스물>은 대화로 옛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그린 멜로드라마이자 카라바조의 그림을 따라 이탈리아 10개 도시를 구석구석 탐방하는 로드무비다. 12억원의 저예산으로 이탈리아 올 로케이션을 완성한 제작자, 살뜰히 현장을 챙긴 조감독, 그리고 미련과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동행을 섬세하게 이어붙인 편집 스탭이 모두 한 사람이라면 믿겠는가. 제작사 민영화사 대표이자 박흥식 감독의 아내이고 30년간 수백편의 영화들을 편집해온 베테랑, 박곡지 편집감독이 그 한 사람이다. <두 번째 스물>은 박흥식 감독의 전작 <경의선>(2006)에 이어 십년 만에 두 사람이 다시 함께 만든 영화다.

“어지간해선 싸우지 않는다”는 잉꼬부부이지만 “편집할 때만큼은 각자 의견을 관철하려다 크게 충돌할 때도 많다”고 한다. 통역가 정임숙씨와 데메트리오 부부의 집 장면은 가장 의견이 팽팽한 지점이었다. “남편은 그 장면의 현장성과 은인인 정임숙씨에 대한 보답으로 최대한 길게 넣으려 했고, 나는 두 사람이 전문 배우가 아니기에 영화의 흐름이 끊기는 지점이 있어 다 잘라내려 했다. 남편이 ‘왜 남의 영화를 막 자르냐고, 다른 감독 작품도 이렇게 편집하냐’고 화를 내더라. 그래서 ‘내가 돈을 냈는데 어째서 남의 영화냐고(웃음), 당신이 남편이라 특별한 대우를 하는 것도, 특별하지 않은 대우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일주일간 말도 하지 않다가 촬영분의 반만 넣는 걸로 합의”가 이뤄졌다. 그림과 영화를 더 긴밀하게 연결하려고 했던 박곡지 편집감독의 생각과 달리 감독은 “재회한 옛 연인의 감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편집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길 바랐”고 박곡지 편집감독은 그런 감독의 생각을 온전히 존중하려 애썼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카라바조의 그림과 이탈리아 풍경보다 두 남녀의 대화가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이유다.

“누군가는 남편이 나를 만난 게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오히려 반대다. 남편이 없었다면 내가 이렇게 긴 시간 영화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서툰 살림도, 육아도, 일도 남편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부부는 서로를 보며 하나가 되어가는 것 같다.” 한창 땐 충무로의 대부분의 영화가 그의 손을 거치던 때도 있었지만 박곡지 편집감독의 표정은 적당히 일하고, 가족을 보살피며 사는 지금이 훨씬 부드러워 보였다. ‘민영화사’의 사명도 딸 혜민과 아들 부민의 이름에서 따왔다. “혜민이는 은혜로운 백성, 부민이는 백성을 이롭게 하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줬다. 사람에게 이로운 영화를 만들겠다는 우리 부부의 다짐이 담긴 이름이다.”

가족사진

“우리가 거인의 어깨를 보고 무엇인가를 만들어간다면 아이들은 우리의 어깨를 보고 자라고 있을 거다. 어느 날 편집 중 의견 차로 또 크게 싸운 날이 있었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데 딸애가 대문에 카네이션을 하나 그려서 걸어놓고 ‘엄마, 아빠가 싸우면 우는 꽃’이라고 써두었더라. 앞으로 일은 밖에서만 하고 들어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웃음)”

편집 2015 <비밀은 없다>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두 번째 스물> <장수상회> 2014 <강남 1970> 2013 <고령화가족> 2012 <연가시>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2011 <마이웨이> <화차> 2008 <쌍화점> 2006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경의선> 2005 <역전의 명수> <연애의 목적> 2004 <말죽거리 잔혹사> <태극기 휘날리며> 2003 <국화꽃 향기> <지구를 지켜라!> 2002 <밀애> <결혼은, 미친 짓이다> 2001 <조폭마누라> <친구> 1999 <쉬리> 1997 <접속> <3인조> <넘버.3> 1996 <악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5 <은행나무 침대> 1994 <손톱> 1993 <서편제> 1991 <개벽> 제작 2006 <경의선> 2015 <두 번째 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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