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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기획력은 중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이다 - <화책연합> 유영호 대표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6-07-13

화책연합 유영호 대표는 중국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1996년 삼성영상사업단 시절, 중국, 홍콩, 대만과 합작한 경험이 있었고, 2005년 청어람과 함께 중국 배급사 선샤인픽쳐스를 설립해 <괴물> <식객> 등 한국영화를 중국 시장에 배급했다. CJ차이나 시절, <이별계약>(2013), <20세여 다시 한 번>(2014), <평안도>(2014)를 제작했고, 이중 <이별계약>과 <20세여 다시 한 번>은 흥행에 성공했다. 중국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베이징과 서울을 오가며 한국의 스타 감독을 확보하고 있을 때 개발하는 데 시간과 수고가 많이 드는 시나리오 공모대전을 연 화책연합의 결정은 신선했다. 유영호 대표는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기획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화책이 내 결정에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 (웃음) 시나리오 공모대전을 지원해준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화책연합이 찾던 시나리오가 있던가.

=완성도보다는 가능성을 보려고 했다. 심의를 포함해 여러 문제 때문에 채택되지 않은 시나리오나 각색하면 더 좋아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추가로 발굴할 생각도 있다.

-주로 어떤 장르가 많았나.

=로맨틱 코미디와 최근 중국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스릴러.

-스릴러는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심의 통과가 관건인데.

=중국 시장에 맞고 맞지 않고를 떠나 좋은 이야기를 발굴하려고 했다. 우리가 중국영화만 제작하는 건 아니고, 한국영화로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찾았다.

-화책연합이 시나리오 공모전을 연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의 스타 감독들과 손을 잡는 편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개발이 수월하지 않나.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많은 회사가 스타 감독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우리까지 그 경쟁에 뛰어들 필요가 있을까. 우리만의 역량이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훌륭한 기획력을 갖추는 것이다. 기획력을 갖추는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이다.

-웹영화와 웹드라마 부문을 신설한 게 눈에 띈다. 그것은 최근 중국에서 모바일로 웹영화와 웹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난 현상과 관련이 있나.

=그런 이유도 있지만 우리가 기획, 개발하는 아이템이 여러 포맷으로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현재 중국 영화시장은 가파른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그에 비해 웹영화나 웹드라마 시장은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했다. 웹영화나 웹드라마는 스타 감독이나 스타 배우에 대한 의존율이 낮다. 그 점에서 한국의 기획력이 꽃피울 수 있는 분야다. 가령, 아이템을 영화나 드라마로 개발해 웹플랫폼에 먼저 선보여 작품 인지도를 높인 뒤, 극장판 영화로 만드는 거다. 극장판 영화로 만들 때 새로운 감독이나 배우를 캐스팅할 필요가 없다. 성공한 웹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을 그대로 캐스팅하면 된다.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 매력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분야에 뛰어들지 말지 고민하다가 지난해 말 도전해보기로 하고 이번 공모대전을 열어 시나리오를 찾아보려고 했다.

-오래전으로 거슬러 가보겠다. 삼성영상사업단 출신인데, 영화 일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대학을 졸업한 뒤 삼성에 입사했는데, 영상사업단 영화2팀으로 보내더라. (웃음) 그때 <변검>(감독 오천명, 1995) 같은 중국영화나 홍콩영화들을 한국에 배급했고, 역으로 <결혼이야기>(감독 김의석, 1992) 같은 한국영화를 중국에 개봉시키기도 했다.

-영화 일이 적성에 잘 맞았나보다.

=그때는 젊을 때라 아무 생각 없이 했다. (웃음) 영화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서 집요함 같은 것도 없었다. 그렇게 일을 계속하다보니 한우물을 파게 되더라. 특히 중국 시장을 말이다.

-2005년에는 청어람 최용배 대표와 함께 선샤인픽쳐스라는 배급사를 차려 <괴물>과 <식객>의 중국 배급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때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당시는 중국영화의 암흑기였다. 2006년 닝하오 감독이 연출하고 유덕화가 제작한 <크레이지 스톤>을 개봉해 흥행했는데도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길 정도로 시장이 작았으니까. 그러다 중국에 부동산 바람이 불고 중산층이 등장하면서 영화를 돈을 주고 구매하는 소비층이 생겨나기 시작한 거다. 어쨌거나 중국영화 시장이 지금에 비해 훨씬 작았던 시절부터 경험하고 고생한 덕분에 지금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후 CJ차이나에서 <이별계약>과 <20세여 다시 한 번>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일찍 중국 시장을 경험하며 깨달은 건 우리가 잘하는 걸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한국 영화인들의 기획력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 맞는 파트너와 손잡았을 때 우리와 그들의 장점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게 <이별계약>이다. 관객을 울리는 최루성 멜로영화를 어느 나라 제작진과 함께 만들면 잘 만들 수 있을지 판단했을 때 한국 감독만 한 사람이 없었다. 지난해 흥행한 <나는 증인이다> 같은 스릴러영화 역시 한국의 기획력이 돋보인 작품이 아닌가.

-화책연합은 NEW와 함께 설립한 합자법인 화책합신을 통해 <마녀>와 <더 폰>을 진행하고 있다. 또, CJ차이나와 함께 <계춘할망>을 리메이크하기로 했다. 현재 세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아직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순 없지만, <마녀>는 감독과 배우가 정해졌고 시나리오가 나왔다. 올해 말에 완성돼 내년 여름 시장에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CG가 많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더 폰>은 리메이크의 미덕을 갖춘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원작의 절반 정도로 중국 시장에 맞게 각색해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계춘할망>은 가슴 뭉클한 영화로 제작될 것 같다. 중국에는 맞벌이 부부가 많다보니 할머니와 손녀의 관계가 각별하다. 그 점에서 <계춘할망>의 감동이 중국 관객에게 주효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처럼 화책연합 역시 할리우드와 손잡을 계획이 없나.

=있다. 다만, 중국 혹은 아시아의 색깔을 버려가면서 할리우드영화를 따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시아 문화에 바탕을 둔 우리의 기획력을 가지고 할리우드와 손을 잡는 게 중요하다. 할리우드와 동등한 위치에서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다.

-시나리오 공모대전은 얼마나 오래 운영할 계획인가. 수상작들이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좋은 작품들을 선택한 만큼 성과를 낼 것이다. 다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당장 어떻게 하겠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향후 시나리오 공모전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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