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선
01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02 <한여름의 판타지아> 03 <베테랑> 04 <무뢰한> 05 <위로공단> 06 <사도> 07 <극비수사> 08 <산다> 09 <화장> 10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소셜포비아>
올해 한국영화는 1, 2위 그룹과 3, 4, 5위 그룹, 그리고 나머지 그룹으로 뚜렷하게 구분되었다. 1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와 2위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언급 횟수는 물론 많은 평자들이 상위권의 지지를 보내며 여타 영화들과 큰 격차를 보였다. 3위 <베테랑>과 4위 <무뢰한>은 아주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박빙의 지지를 받았다. 지지를 보낸 평자의 수는 <무뢰한>쪽이 더 많았지만, <베테랑>을 지지한 평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순위에 영화를 올려놓으며 두 영화의 순위를 갈랐다. 5위를 차지한 <위로공단>은 전반적으로 고른 평을 받으며 6위의 <사도>와 상당한 격차 를 보였다.
이준익 감독의 <사도>는 지지자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1, 2위로 꼽은 강력한 지지자들 덕분에 높은 순위에 올랐다. “캐릭터마다 자기 힘을 갖고 전체 서사를 향해 전진한다. 이준익 감독 작품 중 최고작”(이현경), “가장 한국적인 동시에 가장 국제적인 감각을 보이는 영화. 명확한 목적을 지닌 미장센. 연출력의 승리”(이지현)와 같은 극찬이 쏟아졌다. 단순히 완성도의 차원이 아니라 시대를 반영한 주제의식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인간의 욕망과 관계의 기본인 가족으로부터 출발한다”(김태훈), “세대간 갈등과 희생양 제의. 한국 사회의 비극적 메커니즘을 풀어낸다”(조재휘)는 평가도 귀 기울여볼 만하다.
7위의 <극비수사>와 8위의 <산다>는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곽경택 감독의 <극비수사>는 “훌륭한 연출은 종종 서사를 뛰어넘는다”(김수)는 등 주로 안정된 연출에 대한 고른 상찬이 이어졌다. 반면 박정범 감독의 <산다>에 대해선 아쉬운 지점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모사를 넘어서는 진짜 물성을 구현한 집중력으로 치면 올해 한국영화 중 최고다. 여러 종류의 물리적인 힘들이 화면에서 충돌하고 엮이도록 구성한 귀한 성취”(송형국)와 같이 영화를 대하는 감독의 결기와 태도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획일화되고 있는 한국영화 속에서 지켜내야 할 가치를 강조하며 적지 않은 평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임권택 감독의 <화장>은 “원작과 벌이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거장의 힘겨루기가 놀라울 따름”(우혜경)이란 평과 함께 9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10위로 동률을 기록한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는 신인감독의 발견이란 점에서 눈에 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아이러니와 블랙코미디를 잘 살리”(<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황진미)는 등 사회적인 소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 그리고 둘 다 배우의 존재감과 공이 지대하다는 점이 평자들의 눈길을 끌었다는 점도 재미있다. 그 밖에 이해영 감독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김성호 감독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김성제 감독의 <소수의견> 등이 기억해야 할 영화들로 거론되었다. 전체적으로 획일화되는 시장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오는 가운데에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지켜나가는 감독들이 여전히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