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살인자의 여자를 만나다.
범인을 잡기 위해선 어떤 수단이든다 쓸 수 있는 형사 ‘정재곤’(김남길 扮).
그는 사람을 죽이고 잠적한 ‘박준길’(박성웅 扮)을 쫓고 있다.
그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는
박준길의 애인인 ‘김혜경’(전도연 扮).
재곤은 정체를 숨긴 채 혜경이 일하고 있는
단란주점 마카오의 영업상무로 들어간다.
하지만, 재곤은 준길을 잡기 위해 혜경 곁에 머무는 사이
퇴폐적이고 강해 보이는 술집 여자의 외면 뒤에 자리한
혜경의 외로움과 눈물, 순수함을 느낀다.
오직 범인을 잡는다는 목표에 중독되어 있었던 그는
자기 감정의 정체도 모른 채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언제 연락이 올 지도 모르는 준길을 기다리던 혜경은,
자기 옆에 있어주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동영상 (7)
- 제작 노트
-
서로를 향해 숨을 헐떡이며, 근육이 찢길 듯한 두 사내의 거친 짐승 액션,more
김남길과 박성웅에 의해 하드보일드 액션의 정점을 찍다!
하드보일드, 형사와 범죄자가 나오는 <무뢰한>의 액션은 영화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면에서만 강렬하게 등장, 관객들의 시선을 붙든다. 그 중 ‘무뢰한 액션’의 정점인 정재곤과 박준길의 1대 1 액션 장면은 재곤이 혜경에게 자신을 속이고 접근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장면으로 형사 VS 범죄자의 싸움이라기 보다 여자를 사이에 둔 두 남자의 자존심 대결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었다. 오승욱 감독은 <신세계>의 허명행 무술 감독에게 이미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재곤이 유도를 할 줄 아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 특히 고난도 기술 중 하나인 팔을 뒤로 꺾어 손목까지 꺾거나 손가락을 꺾는 법이나 어깨관절을 빼는 등 관절기 위주의 액션이면 좋겠다”라고 주문한바 있다. 여기에 서부영화나 60년대 한국 영화의 형식인 맞아도 얼굴을 돌리거나 피하지 않고, 서로 마주보고 주먹을 날리는 정면대결을 펼치는 느낌으로 액션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그간 액션 영화에선 보기 힘들었던 짐승 같은 사내들이 숨을 헐떡이며, 근육이 찢어지고, 턱뼈가 바스러지는 느낌으로 서로 끌어안고 뒹굴고, 부득부득 이가 갈리는 거친 액션을 선보였다. 타고난 액션 본능을 가진 두 배우. 김남길과 박성웅은 물어뜯는 듯한 박진감으로 <무뢰한>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를 그렇게 완성해 냈다.
오직 <무뢰한>을 위해! 전도연, 그녀의 옷장을 열다!
의상 컨셉부터 제작, 구입까지 직접 참여한 그녀만의 ‘혜경’ 스타일!
오승욱 감독이 <무뢰한>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김혜경(전도연)의 의상이었다. 남자 감독에게 있어 여자 캐릭터의 의상을 결정한다는 것. 게다가 잘나가던 텐프로 출신에 이사장의 세컨드였던 과거를 가진, 새끼마담으로 일하며 빚만 늘고 밑바닥의 비루함만 남았을 것 같은 현재의 혜경 의상을 결정하는 과정은 오승욱 감독에게 암흑과도 같았다. 그런 오승욱 감독에게 전도연은 서광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녀는 직접 의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안해왔고, 영화 전체에서도 시퀀스를 나누어 각 시퀀스 별로 세, 네 벌 정도의 의상을 준비해서 감독에게 제시하는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한 때 잘 나가던 여자가 갑자기 삼류로 전략한다고 해서 얼마만큼 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전도연은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지만, 결코 구질구질한 여자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며 옷이 혜경의 자존심이라 여기고 ‘혜경스럽게’, ‘화려하게’를 컨셉으로 잡고 의상을 준비해 나갔다. 그리고 예산에 맞지 않거나 구하기 어려운 의상이 있을 땐 직접 구입하거나, 본인의 옷장을 열기도 했다. 평소 즐겨 입던 옷부터 결혼식에 참석해 민폐 하객으로 꼽히기도 했던 원피스까지. ‘김혜경스러운’ 옷이 있으면 무조건 집어 들었다. “인물에 대한 애정, 애착이기도 하고 영화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혜경의 캐릭터와 영화가 빛날 수만 있다면 비용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전도연. 그녀의 열정은 <무뢰한> 속 김혜경을 너무 천박하지도, 너무 화려하지도 않은 딱 그만큼의 적당함으로 표현하며 캐릭터의 존재감을 살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