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노년 배우들의 미국 극장가 습격이 심상치 않다. 젊고 아름다운 배우들로 가득한 할리우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고 있는 이들은 바로 80∼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왕년의 A급 스타들. 지난해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에 출연한 아놀드 슈워제네거(66)와 <익스펜더블> 시리즈와 <불릿 투 더 헤드> 등에 출연한 실베스터 스탤론(67)이 그 선두주자다. 예전처럼 액션영화에 다시 주연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들의 필모그래피는 앞으로도 창창하다.
80~90년대 작품성 있는 영화에 출연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거나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케빈 코스트너(59)와 리암 니슨(61)도 슈워제네거와 스탤론의 강력한 경쟁자다. 지난 2008년 <테이큰>의 성공으로 속편에 연달아 출연하고 있는 리암 니슨은 오는 2월 말엔 <논스톱>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테이큰3>로 또다시 관객을 찾는다. 90년대 이후 서서히 잊혀져가는 이름이었던 케빈 코스트너는 지난 2012년 미니시리즈 <햇필드 앤 맥코이: 배드 블러드>의 뜻밖의 히트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맨 오브 스틸>에서 클라크 켄트의 아버지인 조나단 켄트로 출연해 기억에 남는 명연기를 선보였던 코스트너는 올해 초 개봉한 <잭 라이언: 코드네임 쉐도우>를 비롯해 다시금 주연으로 나선 스파이 액션영화 <쓰리 데이즈 투 킬>, 미식축구영화 <드래프트 데이>와 손녀의 양육권 전쟁에 휩쓸리는 할아버지의 이야기 <블랙 앤드 화이트> 등 올해만 5편의 영화에 출연한다.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이처럼 과거의 스타들이 다시 전성기를 맞는 가장 큰 이유로 수요자의 변화를 얘기한다. 과거 할리우드영화 수익이 대부분 미국 시장에 의존했던 반면, 최근에는 해외 시장의 수익이 전체 흥행 수익의 70%를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이 해외 시장 관객은- 특히 액션영화의 경우- 떠오르는 젊은 배우보다 낯익은 얼굴을 더 선호한다는 것. 더불어 그들은 23살짜리 ‘몸짱’ 배우보다 노년의 주인공이 악당을 처치할 때 더 통쾌함을 느낀다고 한다. 일례로 스탤론과 슈워제네거가 주연한 <이스케이프 플랜>은 미국 내에서 저조한 흥행성적을 올린 것은 물론 평론가들의 혹평을 면치 못했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1억1천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브루스 윌리스(58)의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 역시 해외에서 자그마치 2억3700만달러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해외 시장 확장이 계속될 당분간은 이 노장 배우들의 활약이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