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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FF 37.5] 친숙한 소리 낯선 느낌
윤혜지 사진 백종헌 2013-07-01

<닥터> 음악감독 이상훈

Filmography

<닥터>(2013), <파파로티>(2013), <남영동1985>(2012), <스파이 파파>(2011), <허밍>(2008), <마이 뉴 파트너>(2008), <아이들…>(2008), <우리학교>(2007), <미녀는 괴로워>(2006), <Mr. 로빈 꼬시기>(2006), <사랑을 놓치다>(2006), <똥개>(2003)

“콘서트에 놀러오세요~. 메탈리카와 같은 날에 공연합니다~.” 분명 “본업은 영화음악”이라고 했건만 외려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 직장인 밴드”인 김창완밴드 멤버로서 더 신이 나 보인다. 만면에 미소를 띠고 공연 홍보에 열심인 이 사람, <닥터>의 이상훈 음악감독이다. 대학에선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음악이 좋아 “밴드를 결성하고, 음반이 잔뜩 쌓인 교내 방송국에 죽치고” 살았던 그는 “산울림 시절에 키보드를 연주했던 인연”으로 김창완밴드의 주요 멤버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은 영화음악은 물론, 세션 활동과 앨범 프로듀싱도 마다하지 않는 전천후 사운드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같은 밴드 소속”인 김창완이 영화의 주연을 맡으면서 이상훈 음악감독도 <닥터>의 음악작업을 함께 제안받았다. 평소 공포영화를 정말 싫어하지만 <닥터>를 하며 새로운 취향을 발견했다. “블록버스터보다 섬세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극중 인물에게 깊이 몰입되면서 감정적으로 묘해지더라. 감독님께 고마워해야 하나. (웃음)” 진짜로 무서웠던 것은 영화가 아니었다. 전적으로 그에게 음악을 일임하며 “알아서 잘해보라”고 했던 김성홍 감독의 격려였다. 하지만 의외로 “까다롭고 무서운 사람일 거라 예상한” 김성홍 감독은 이상훈 음악감독의 결과물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그가 생각했던 음악적 이미지가 김성홍 감독의 기대와도 잘 맞았던 덕에 “초반에 작업한 버전에서 95%가량을 그대로” 진행했다.

<닥터>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8할의 공은 사운드와 음악에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진행되는 영화인 만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주변의 소리들을 주로 사용했다”. 친숙한 소리들을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쓰면서 낯선 느낌을 전달하려 했던 모양이다. “피아노 소리도 건반을 쳐서 내지 않고 줄 있는 부분을 쳐서 만들었다. 인범(김창완)이 칼을 드는 장면에서 피리 소리가 나는 부분은 딸아이의 리코더를 직접 불어서 낸 소리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공간이 좁게 느껴지도록 디자인하고, 심심한 틈이 생기지 않도록 미세한 부분까지 채우려 했다. “배우가 사용하는 근육의 움직임이나 눈동자가 돌아가는 장면에서 밀도가 느껴지도록 사운드를 넣었고, 시, 미, 파 음을 주기적으로 넣으면 멜로디가 갑갑하고 신경질적으로 들리는데 그걸 메인 테마에 적극 활용했다.” 장구와 해금 등의 전통 악기를 사용해 고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지금도 충분히 자유롭고 즐겁게 일하고 있지만 욕심은 무궁무진하다. “팝페라 가수 임형주씨 앨범(이상훈 음악감독이 작업)에도 우리나라 악기를 많이 사용했다. ‘우리스러운’ 소리를 많이 만들어서 쓰고 싶다. 타악기를 만들어 새로운 소리를 찾아서 영화 작업에 써봐도 좋을 것 같다.” 요즘은 한창 임형주의 일본 한정판 앨범을 프로듀싱하면서 김창완밴드 콘서트도 준비 중이다. 이리저리 널을 뛰며 작업하는 그의 속내엔 또 어떤 다른 계획이 숨어 있을까. “<파파로티>를 할 때 든 생각인데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닌, 진짜 음악 자체가 영화인 작업을 해보고 싶다. <샤인 어 라이트>라는 영화가 있다. 카메라가 내 귀가 된다. 드럼에 가까이 가면 드럼 소리가 점점 커지고, 롤링스톤스 멤버들이 서로 귓속말을 하고 있으면 그 말이 그대로 들린다. 실제로 공연장에 와 있는 것 같다. 언젠가 그런 작업을 해봐도 신나지 않을까.”

자전거

자전거는 이상훈 음악감독의 일상탈출 아이템이다. “작업을 하면 ‘칩거’에 들어간다. 사람을 만나기 싫어 가끔은 일주일 넘게 꼼짝도 않는다. 그럴 때 집 앞 호수공원에 나가 자전거를 타다 들어오면 기분이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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