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ography
2002 <상암동 월드컵> 2003 <자본당선언> 2005 <뇌절개술> <8월의 일요일들>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2006 <세 번째 시선> 2009 <약탈자들> <시선 1318> 중 <달리는 차은> 2010 <브라보 재즈 라이프> <하하하> <옥희의 영화> 201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2012 <다른나라에서> <아부의 왕> <그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혹시 급박한 현장이다 보니 홍상수 감독님과 의견충돌은 없으셨나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홍열 촬영감독이 손사래를 친다. “그런 건 있을 수가 없죠. 김형구 촬영감독은 홍상수 감독과 동갑이고 촬영감독 이전에 동료이니 각축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저한테 감독님은 어르신인걸요. (웃음)” <옥희의 영화>를 시작으로 <하하하> <다른나라에서>와 촬영을 마친 <그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까지 홍상수 감독과 장편만 벌써 네 번째 인연을 쌓아온 그에게 그래서 촬영의 원칙은 올곧게 단 하나다. “주어진 틀 안에서 감독님이 원하는 부분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게 제 몫인 것 같아요. 비주얼보다 영화 자체가 보이도록 하는 그런 촬영이 촬영감독으로서 갖는 제 이상이기도 하고요.”
홍상수 감독 영화의 분기를 나눌 때 박홍열 촬영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옥희의 영화>부터 정립된 이른바 즉흥곡 같은 아름다움과 감독, PD, 촬영, 조명, 사운드로 구성된 최소의 인력을 통한 단출하고 합리적인 제작이 시작됐고 그 변화의 과정을 고스란히 함께한 것도 그였다. “감독님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지금의 시스템을 위해 제작 규모와 인원을 줄여왔다고 해요. <옥희의 영화>는 감독님이 직접 촬영까지 하겠다고 결심한 영화이기도 했죠.” 홍상수 감독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처음엔 카메라를 가르쳐달라고 하셔서 사무실에 갔죠. 하시다보니 귀찮으셨는지, 그냥 네가 해라 하시더라고요. (웃음)”
얼결에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박홍열 촬영감독의 필모그래피에 홍상수 감독과의 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크다. “일종의 공동체 분위기라고 하면 맞을 것 같아요. 현장이 풍족하진 않지만 열악하지도 않죠. 최소인원이다 보니 의견조율이 빠른 것도 큰 규모의 영화와 다른 장점이죠.” 일반 상업영화와 비교할 때 개런티 차이가 적지 않은데도 그는 홍상수 감독과의 촬영을 항상 우선시한다. “<북촌방향> 때 민규동 감독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했어요. 그때 제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울 때였죠. 제가 아이가 둘이거든요. (웃음) 감독님께 정말 죄송하더라고요.” 물론 다양한 규모와 시스템을 갖춘 현장에서 작업해보는 건 촬영감독으로서의 욕심이기도 했다. 이후 홍상수 감독과의 작업 때는 그 경험이 결과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
개봉작만 벌써 14편. 물리학을 전공한 그의 진로를 바꿔놓은 게 카메라였다. 카메라는 그에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였고, 애초 목표는 다큐멘터리스트였다. 그러다 영화아카데미를 갔고, 극영화에 매력을 느끼면서 본격적으로 촬영을 공부하고 싶어 영상원까지 섭렵했다. “새로운 고민과 시도를 하는 감독과의 작업이 좋아요. 김곡, 김선 감독과도 많이 작업했고, 얼마 전엔 정성일 선배에게 촬영이 필요하면 함께하고 싶다고 제안했죠.” 지금은 곧 개봉할 <아부의 왕>의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홍상수 감독과의 다음 작업을 묻자, “저야 언제든 불러주시면 좋죠”라고 한다. “이젠 감독님의 NG와 OK 정도는 구분이 가능해졌어요. 줌에 대한 타이밍도 그렇고. 감독님이 말하지 않아도 대충 눈치채게 된 거죠. 제 느낌을 감독님도 아시지 않을까요.”
색온도
<다른나라에서>의 경우 모항의 분위기를 밝고 따뜻하게 보여주려고 낮촬영에도 색온도를 활용했다. 색온도는 광원이 갖고 있는 레드부터 블루까지의 파장을 말하는데 광원은 빨갛다, 노랗다의 색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온도로 감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