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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합니다! 영화의 새싹들
김용언 사진 최성열 2010-10-22

임순례 감독과 함께하는 ‘씨네21 신인감독 발굴 프로젝트 2010’ 첫 당선작 발표

시작은 <낮술> 때문이었다. 2009년 임순례 감독은 노영석 감독의 ‘1천만원 프로젝트’ <낮술>을 관람한 뒤 즐거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꼈다. “아이템도 좋고 독립영화적인 정신도 좋은데, 감독 혼자서 게릴라식으로 만들다보니까 기술적 완성도 문제라든가 대중이 공유할 수 있는 요소들이 아쉽더라.” 1996년 데뷔작 <세 친구>를 삼성영상사업단의 신인감독 제작 지원의 도움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임순례 감독은 “요즘 관객의 취향도 그렇고 배급 시스템 역시 지나치게 양극화”된 현재의 상황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신인감독들에게 연민을 갖고 있었다. “모든 영화들이 다 상업적이고 대중적일 순 없는 거다. 독립영화가 독립영화다운 성격을 유지하면서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넓히는 일에 뭔가 도움을 줄 순 없을까?” 소박한 아이디어는 씨네21i의 콘텐츠기획팀 양동명 부장이라는 고리를 통해 씨네21(주)에 연결됐다. 양동명 부장은 임순례 감독의 <날아라 펭귄>의 프로듀서이기도 했다. 2010년 봄, 창간 15주년을 맞이하여 풍성한 부대 행사를 준비했던 씨네21(주)은 임순례 감독과 양동명 부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씨네21 신인감독 발굴 프로젝트 2010’을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자본 논리에 맞춰 먼저 포기하지는 말자” 작은 외침

영화계 최대의 활황기였던 2006년은 그야말로 아무 준비없는 신인감독이 몇 십억짜리 입봉작을 찍는 게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던 기이한 시기였다. 하지만 2007년부터 한국영화계의 투자 거품이 꺼져가고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까지 맞물리면서 한국영화계는 2008, 2009년 최악의 바닥을 쳤다는 게 정설이다. 철저하게 상업적 이윤을 추구한 소수의 기획영화만 안정적으로 제작에 들어갔고, 결과적으로는 준비된 신인감독조차 ‘데뷔’라는 약점 때문에 영화를 만들 기회를 박탈당했다. “<씨네21>이 지난 15년 동안 영화인 덕분에 먹고살았다. 씨네21i 역시 영상콘텐츠의 부가판권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았나. 그동안 우리가 받은 혜택을 영화계에 돌려준다는 차원에서, 작고 다양한 영화들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양동명 부장) 그렇게 시작된 ‘씨네21 신인감독 발굴 프로젝트 2010’은 임순례 감독이 몸담고 있는 제작사 보리픽처스에서 실질적인 프로듀싱을 맡고, 씨네21(주)이 시나리오 기획과 선발, 제작비 5천만원 투자라는 역할을 나누며 진행되었다.

최종 심의에는 5편의 작품이 올라왔다. <글로리 데이> <로맨스 조> <보내지 않은 편지> <바비> <안녕, 상호씨!>가 그것. 임순례 감독과 양동명 부장 이하 심사위원단은 오랜 시간을 두고 이 시나리오들을 검토했고, 고심 끝에 이광국 감독의 <로맨스 조>를 선정했다. 임순례 감독은 “다섯편의 컬러가 다 다르니까 심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게다가 어떤 공모전이든 첫회의 성격을 규정하게 되는 것이니만큼 기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고. “<로맨스 조> 같은 경우, 신인감독이 보여줄 수 있는 발랄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또 이광국 감독이 홍상수 감독님의 조감독으로서 네편(<극장전> <해변의 여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하>)을 함께 작업하며 적은 예산으로 현장을 운용할 수 있는 탄력성을 배웠다. 작가로서 자기 색깔이 분명히 있으며, 관객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다 아쉽게 다음을 기약하게 된 네편에 대해서도 임순례 감독은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나보고 <세 친구>나 <와이키키 브라더스> 같은 시나리오로 지금 데뷔하라고 하면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환경이 악화되었다. 대중성과 작가성의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그 중간이 텅 비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먼저 자본의 논리에 맞춰 포기해버리면 안되는 것들이 있다. 영화가 가질 수 있는 좋은 가치들을, 어려운 상황이지만 끝까지 지켜나갈 수 있길 응원한다.”

온라인 등 저예산영화들의 다양한 배급 모델도 추진

씨네21(주)에서는 ‘씨네21 신인감독발굴 프로젝트 2010’의 상시화를 아직 고민 중이다. 대신 올해 안으로 현실화될 새로운 온라인 배급 모델은 좀더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낮술>처럼 극저예산 비용으로 영화를 만들었지만 극장에 걸릴 수 있는 기회를 아예 갖지 못한 작품들이 많다. 영화의 퀄리티 때문이라기보다는 아무리 저예산영화라도 개봉을 준비하면서 들어가는 기본적인 마케팅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라 할지라도 극히 적은 수의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 양동명 부장은 씨네21i에서 그동안 온라인 배급, 유통사업을 통해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귀띔했다. “이론적으로 온라인에선 신작 10편을 배급하든 한달에 100편을 배급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가 만들어놓은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부가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거기서 나오는 수입을 최대한 감독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씨네21> 지면 광고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영화에 대한 소개와 홍보도 가능할 것이다.” 기존의 상업적 기준만으로는 번번이 좌절을 겪어야 했을 새로운 독립영화를 제작지원하고 온라인 배급까지 고민하는 이번 프로젝트가 한국영화계에 작지만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첫걸음이 내년에 과연 어떤 결실로 돌아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