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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라 칼바람, 외화의 공습이다 [6]

가을·겨울 당신이 봐야 할 외화 리스트 20

13. 존 카메론 미첼과 니콜 키드먼, 이름만으로도 떨리는

<래빗 홀> Rabbit Hole 감독 존 카메론 미첼/출연 니콜 키드먼, 아론 애크하트/개봉 2011년 2월

<헤드윅> <숏버스> 등 만드는 영화마다 화제를 낳고 관객을 사로잡으며 매력을 발산해온 감독 존 카메론 미첼이 니콜 키드먼이라는 강단있는 메이저 여배우와 만나 만들어낸 영화라는 점만으로도 흥미롭다.

베카 코벳(니콜 키드먼)과 호위 코벳(아론 애크하트) 부부는 어린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갑자기 아들을 잃게 되고 집안은 엉망진창이 된다. 베카는 도저히 아들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 오히려 아이의 물건들을 버리기까지 한다. 남편은 그런 아내가 안타까우면서도 걱정스럽다. 행복했던 가정은 온데간데없고 서로간에 갈등이 커진다. 그즈음 베카는 아들을 차사고로 죽인 장본인인 십대 소년에게서 오히려 어떤 기이한 위안을 얻으려 한다.

2007년 토니 어워드에서 수상한 연극을 각색한 작품이다. 니콜 키드만이 직접 자신의 제작사에서 제작했고 토론토영화제에서 상영했으며 미국 내에서도 아직 개봉되진 않았다. 토론토에서 이 영화를 본 몇몇 사람이 강력한 호평을 올렸다. 지난 10여년간 각종 영화제를 다녔다고 자부하는 한 저널리스트는 “내가 지난 영화제들에서 본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한편이다. 흠잡을 데가 없다”고 말한다. “아름답게 연기하고 참을 수 없이 긴장감 넘치는 <래빗 홀>은 쉬운 상투로 결코 흐르지 않고 관습적인 접근으로 안심하지도 않는 드물게 진심어리고 민감한 영화다”라는 평도 있다. 글 정한석

14. 거장의 이야기는 후대로 이어지고

일루셔니스트 L’Illusionniste 감독 실뱅 쇼메/개봉 2011년 1월

자크 타티와 실뱅 쇼메, 이 두 이름은 <일루셔니스트>를 통과하기 위한 관문과도 같다. <일루셔니스트>를 제작한 실뱅 쇼메 감독은 단편애니메이션 <노부인과 비둘기들> <벨빌의 세 쌍둥이>로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는 물론 오스카와 BAFTA(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목받으며 스타로 떠올랐다. 쇼메는 2005년, 옴니버스 프로젝트 영화 <사랑해, 파리>에 참여해 극영화를 경험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위대한 코미디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자크 타티는 <일루셔니스트>의 시나리오를 제공한 장본인이다. 타티가 직접 제작하지 못한 시나리오는 쇼메의 손에 넘어갔고, 결국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다. 타티가 사망한 해인 1982년에 쇼메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 둘은 만난 적이 없다.

<일루셔니스트>는 1950년대 후반의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마술사와 그를 진짜 마술사라고 믿는 젊은 여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쓸쓸한 색채의 그림은 영화의 정서를 대변한다. 영화 속 마술사와 젊은 여자는 타티와 그의 큰딸을 대신하는 캐릭터다. 쇼메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이렇게 얘기한다. “<일루셔니스트>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그린 영화다. 결코 로맨스영화가 아니다.” 원래 타티가 그린 도시는 스코틀랜드가 아닌 체코의 프라하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쇼메는 자신의 애니메이션 회사 ‘장고필름’이 위치한 스코틀랜드가 더 익숙했나보다. 글 이주현

15.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이름으로

히어애프터 Hereafter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출연 맷 데이먼, 세실 드 프랑스 /개봉 2011년 2월24일

<히어애프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하는 초자연적 스릴러라고 알려져왔다. <프로스트 VS 닉슨> <더 퀸> 등의 각본가 피터 모르간이 각본을 쓰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자 중 한명으로 참여하여 완성한 영화다. 영화는 세 사람의 각기 다른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나로 모아간다. 중심은 조지(맷 데이먼)라는 인물. 그는 가난한 공장 노동자이지만 사후세계의 죽은 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영적 능력을 지녔다. 마리(세실 드 프랑스)는 프랑스의 텔레비전 저널리스트인데 그녀는 거대한 쓰나미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생존자 중 한명으로 죽음의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경험이 내내 그녀의 현실을 붙들게 된다. 그리고 영국 런던의 어린 소년 마커스, 그의 쌍둥이 형제가 다른 아이들에 쫓겨 도망가던 중 차사고로 죽게 되고 마커스는 형제의 죽음으로 참기 어려운 슬픔에 빠진다. 쌍둥이 배우 프랭키와 조지 맥라렌 형제가 이들을 연기한다.

각본을 미리 본 미국의 영화산업지 <버라이어티>는 <히어애프터>가 “<식스 센스>의 맥락 안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식스 센스>를 만든다면 그건 우리가 알고 있는 <식스 센스>가 더이상 아닐 것이다. 그가 장르주의자의 면모를 버리지 않지만 장르적 반전의 놀라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그의 수많은 영화들을 통해 우린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공개된 예고편 클립을 보고 무작정 예상해보자면 이 영화는 알려진 것처럼 초자연적 스릴러라기보다는 초자연성을 겪는 사람들의 휴머니즘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각본가 피터 모르간은 “영적인 소재이면서 또한 로맨틱하며 설명하기 쉽지 않은” 영화라고 했고 이스트우드는 “삶에서 트라우마를 경험한 세 사람의 이야기이며 어떻게 이 이야기들이 서로 모이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하나의 중요한 시퀀스에서 이 모든 이야기들은 마침내 정점에 이를 것이다”라고 했다. 이스트우드, 그의 최신작 <히어애프터>의 열쇠말은 어쩌면 초자연적 스릴러가 아니라 죽음과 그 너머 혹은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성찰의 드라마일지도 모르겠다. 글 정한석

16.<쇼 걸>에 <시카고> 추가요, 그리고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버레스크> Burlesque 감독 스티브 앤틴/출연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개봉 2011년 2월

“LA행 표 주세요.” “편도요, 왕복이요?”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가수의 꿈을 키우던 시골 소녀 앨리(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LA의 오디션장에서 줄기차게 탈락한다.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공간은 클럽 ‘버레스크’. 전직 댄서 테스(셰어)가 운영하는 이 근사한 극장은 현란한 춤과 노래, 화끈한 여인들이 누비는 쇼로 유명하다. 웨이트리스로 취직한 앨리는 버레스크 무대에 오르는 날을 꿈꾸며 고군분투한다.

“버레스크 쇼는 섹시하고 관능적이죠. 상대방을 애태우는 몸짓, 그 춤, 아름다운 여인의 예술이기도 하고요. 설명이 더 필요한가요?”(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버레스크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미국 뮤직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쇼의 형태다. 풍자와 야유가 공존하는 퍼포먼스, 노래와 춤과 (대개는) 스트립댄스가 결합된 어덜트 엔터테인먼트, 가죽옷과 피시넷 망사 스타킹을 신은 여인들이 군림하는 무대. 버레스크가 다시금 부흥하게 된 건 1990년대부터다(패션 잡지 독자라면 뮤지션 마릴린 맨슨의 연인으로 유명했던 버레스크 퍼포머 디타 본 티즈를 기억할 것이다). 이제 그 무대가 영화 속으로 옮겨졌다. 19세기 파리의 ‘물랭루주’ 클럽까지 갈 것도 없이, 여기 <쇼 걸>이 <시카고>에 겹쳐진 것만 같은 뜨거운 현장이 펼쳐진다. 10년 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여신 셰어는 물론이거니와 마돈나의 뒤를 잇는 우리 시대의 디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영화 데뷔작이라는 사실도 눈여겨볼 만하다. 글 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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