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속편의 법칙’이란? 한국식으로 풀자면 ‘형만 한 아우 없다’ 정도쯤 될까? 속편의 법칙이란 속편치고 전편보다 나은 영화 드물다는 할리우드의 오랜 신앙이다. 이를 깨지 못한 대표작으로 언급되는 작품들은 <스피드2> <아이언맨2> 등이 있고 국내로 보자면 <몽정기2> <색즉시공2> <동갑내기 과외하기2> 등이 떠오른다. 물론 전편이 여러모로 성공한 경우에 통용되는 말이기도 한데 그만큼 속편이 더 높은 기대치와 싸울 수밖에 없다는 숙명의 다른 표현이고, 전편에서 각인시킨 캐릭터나 이야기를 좀더 새롭게 전개하기가 힘들다는 기능적인 의미의 어려움이기도 하다. 더불어 ‘안일한 속편’이라는 표현도 종종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때는 단지 몸집과 러닝타임만 키운 속편을 질책하고 경계하는 상황이 주를 이룬다.
2. 속편의 법칙을 깬 영화는 <대부2> 외에 또 어떤…? 보통 속편의 법칙을 깬 영화로 항상 언급되는 영화가 <대부2>다. 젊은 날의 비토 콜레오네(로버트 드 니로) 시대와 2대 대부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 시대를 대비시켜 보여주며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전편(작품상, 남우주연상, 각본상)보다 더 많은 6개 부문에서 수상한 이유가 가장 크다. 전편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말론 브랜도가 출연하지 않았음에도 얻어낸 결과다. 사람에 따라서는 <대부2> 못지않게 속편의 법칙을 깬 영화들로 <배트맨2> <터미네이터2> <맨 인 블랙2> <인디아나 존스2> 등을 꼽기도 한다. 물론 <슈렉>이나 <토이 스토리>처럼 굳이 우열을 가리기 난감하거나 <킬 빌>을 비롯해 <반지의 제왕>이나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처럼 그냥 인과관계상 묶어서 하나의 작품으로 이해되는 경우는 다소 예외라 할 수 있다.
3. <다크나이트> 저도 속편인가요? 제발 뭐라고 말씀 좀 굳이 전편과 속편을 나누기엔 시간의 벽을 넘기 힘든 경우가 있다. <배트맨> 시리즈의 경우 <배트맨 앤 로빈>(1997) 이후 긴 세월이 흘러 감독과 주연을 바꿔 <배트맨 비긴즈>(2005)로 다시 부활하면서 전혀 새로운 시리즈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팀 버튼, 조엘 슈마허의 작품들과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을 일직선으로 잇기엔 무리가 따른다. 한편, <배트맨> 시리즈와 달리 시간 순서가 명확하고 동일한 주인공이 다시 출연함에도, 지나친 시간적 격차로 법칙 적용을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3편으로부터 무려 10년도 더 지나 만들어진 <다이하드4.0>(2007)도 전편의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하고 있지만 속편에 이르기까지 워낙 시간차가 커서 굳이 비교하기가 망설여진다. 역시 같은 주인공 해리슨 포드가 출연함에도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 또한 그보다 더하게 거의 20여년의 시간차가 나기에 ‘전편과 비교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기가 참 머쓱해진다.
4. 프리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난 몇년간 할리우드의 유행은 프리퀄(1편보다 앞선 시점의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었다. 1977년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으로 시작했던 기존의 1, 2, 3편을 4, 5, 6편으로 재조정하게 만들었던,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1999)으로 새로이 시작한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의 등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 점에서 <스타트렉: 더 비기닝>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엑스맨 탄생: 울버린> 같은 영화들은 속편은 속편이되 시간상으로는 앞선 시점의 이야기이기에 대뜸 ‘속편의 법칙’을 들이대기엔 다소 애매모호하다. <대부2>도 영화 속 과거가 <대부>의 프리퀄이기 때문에 마찬가지일 수 있다. 가령 <스크림2>에는 영화 수업 도중 학생들이 속편 법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속편이 속편의 법칙에 대해 얘기하는 기상천외한 상황이랄까. 이들은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며 논쟁을 벌이는데 한 학생이 <대부2>를 언급할 때 또 다른 친구가 그런 점에서 <대부2>는 엄밀한 의미의 속편이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만큼 속편의 법칙은 절대적인 기준이라기보다 영화를 즐기는 가벼운 ‘팁’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