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가 된다면 이번주는 적어도 극장을 3번은 찾아야 한다. <작전명 발키리>를 향한 농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거의 자유자재의 솜씨로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화려한 연금술을 다시금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공개돼 호평을 받은 박찬옥의 <파주>와 우니 르콩트의 <여행자> 역시 간결한 제목만큼이나 군더더기 없는 진심으로 다가오는 매력적인 영화들. 두 영화 모두 이번호 기획기사를 참조할 것. 또 다른 낯선 한국영화 <저녁의 게임>과 <하늘과 바다>는 각각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상이라는 트로피와 장나라의 존재가 눈길을 끈다.
스타를 보기 위해서라면 에릭 바나와 레이첼 맥애덤스의 <시간여행자의 아내>와 우에노 주리의 변함없는 매력을 탑재한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이 기다리고 있다. 이완 맥그리거가 등장과 동시에 사라지는 <스톰브레이커>도 억지로 포함시킬 수 있겠다. <샘스 레이크>는 미로비젼이 처음으로 제작, 투자한 할리우드영화이며 다큐멘터리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은 무분별한 일본 고래산업을 향한 따끔한 일침이다.
이주의 대사
“다시는 슬픈 일도 없고, 누구를 떠나보내거나 죽는 일도 아예 없거나 아주 머나먼 일일 것 같다.” - <시간여행자의 아내>에서 클레어(레이첼 맥애덤스)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직선적인 보통의 시간을 살아가는 클레어와 예측 불가능한 변형적 시간대를 살아가는 헨리(에릭 바나)의 가슴 절절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헨리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시간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다. 클레어는 나이가 들면서 실제의 헨리를 만나게 될 때까지 미래에서 종종 그녀를 찾아오는 신비로운 남자 헨리를 기다린다. 누구나 살아가는 평범한 시간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특별한 시간이다. 금세 겨울로 접어든 것 같은 날씨를 보면서 괜히 사색적인 척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