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교실>의 로랑 캉테 감독과 출연배우들
올해 칸영화제는 ‘교실 이데아’에 황금종려상을 안기는 동시에 이탈리아 영화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선언했다. 현지시간으로 5월25일 일요일 저녁에 열린 제61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영예의 황금종려상은 로랑 캉테 감독의 <교실>에게 돌아갔다. 실제 교사 프랑수아 베고도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교실>은 이민자 노동계급 자녀들이 다니는 파리 교외 학급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작품. 책의 저자인 베고도와 실재 학생들을 출연시킨 로랑 캉테 감독은 소우주속의 정치학을 훌륭하게 영화화하는데 성공을 거둬 영화제 마지막 날 기자 시사 직후부터 황금종려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돼왔다. 로랑 캉테는 수상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실>은 학교가 더 이상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 지금 이 자리의 우리들처럼 학교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발언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학교에 대해, 교육에 대해, 10대들에 대해 왜곡된 편견을 갖고 있다. <교실>은 그런 부분을 정당하게 조명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랑프리와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파울로 소렌티노와 마테오 가로네 감독
작년의 루마니아에 이어서 올해 칸영화제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선언한 나라는 이탈리아다.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고모라>와 파울로 소렌티노 감독의 <일 디보>는 황금종려상에 이은 그랑프리와 심사위원상을 각각 나눠가졌다. <고모라>는 마피아가 지배하는 나폴리 근교의 거대한 아파트 촌을 배경으로 얽히고 설키는 범죄의 피라미드 구조를 다층적인 캐릭터와 플롯으로 보여주는 영화. 파울로 소렌티노의 <일 디보>는 전후 이탈리아 정계를 지배했던 실존 정치인 줄리오 안드레오티의 삶을 패러디의 경지로 비틀어낸 정치영화다. 형식적인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 모두 현대 이탈리아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과감하게 스크린에 투영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마테오 가로네는 “이탈리아 영화에 2개의 상이 주어졌다는 사실은 이탈리아의 이미지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은 각각 <체>의 베니시오 델 토로와 <리나 데 파세>의 산드라 코르벨로니가 수상했다. 일찍부터 수상이 점쳐졌던 베니시오 델 토로는 "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매일매일 뒤를 받쳐준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그리고 체 게바라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레오네라>의 마르티나 구즈만과 <로나의 침묵>의 아르타 도브로시를 물리치고 예상밖의 여우주연상을 거뭐쥔 산드라 코르벨로니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해 공동감독 월터 살레스와 다니엘라 토마스가 대신 수상했다. 이미 두번의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는 벨기에 감독 다르덴 형제는 <로나의 침묵>으로 최우수 각본상을 받아냈다. 가장 큰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터키감독 빌게 누리 세일란의 감독상 수상이다. 허세로 가득한 멜로드라마 <쓰리 몽키즈>는 영화제 내내 극단적인 평가에 시달렸던 작품으로, 세일란의 감독상이 발표되자 기자들 사이에서는 한숨섞인 야유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한편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은 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 감독의 <툴판>(Tulpan)에게 돌아갔고,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가 후보중 하나였던 ‘황금 카메라상(신인 감독에게 주는 상)’은 스티브 맥퀸의 <헝거>에게 돌아갔다. 70년대 말 IRA(아일랜드 독립군) 운동가들의 옥중 투쟁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한국 언론들의 설레발과는 상관없이 "황금 카메라상을 위한 경주를 시작도 전에 종결시켰다"는 평을 받았고 결국 현지 언론들의 예상대로 상을 낚아채는데 성공했다. 영화제 내내 황금종려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던 아리 폴만의 애니메이션 <바시르와 왈츠를>은 예상과 달리 단 하나의 상도 수상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갔다.
수상작 리스트
황금종려상: 로랑 캉테의 <교실>(Entre Les Murs) 그랑프리: 마테오 가로네의 <고모라>(Gomorrah) 심사위원상: 파울로 소렌티노의 <일 디보>(Il Divo) 감독상: <세 원숭이들>(Three Monkeys)의 누리 빌게 세일란 각본상: 다르덴 형제의 <로나의 침묵>(Le Silence De Lorna) 남우주연상: <체>(Che)의 베니시오 델 토로 여우주연상: <리나 데 파세>(Linha De Passe)의 산드라 코르벨로니 61주년 특별상: <크리스마스 이야기>(Un Conte De Noel)의 까뜨린 드뇌브와 <익스체인지>(Exchange)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단편상: 마리안 크리산의 <메가트론>(Megatron) 황금카메라상: 스티브 맥퀸의 <헝거>(Hunger)
황금종려상 수상작 <교실>(Entre Les Murs)
심사위원단 기자회견
-프랑스 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다. <교실>에 대한 심사위원단의 생각을 듣고 싶고, 이 강력한 영화가 정말 교육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믿나. =숀 펜: 우리가 이 영화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주기로 한 이유는 우선 영화의 예술성에서 출발했다. 거의 틈새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완결성. 모든 연기가 마술이고, 모든 각본이 마술이며, 모든 도발과 모든 관용이 마술이다. (All of the performances: magic. All of the writing: magic. All of the provocations, and all of the generosity: magic.) 그건 당신이 영화가 당신에게 주길 바라는 모든 것이다. 또한 <교실>이 대면하는 모든 이슈들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매우 깊이 감명 받았다. =마르잔 사트라피: 우리 모두 영화를 보는 순간 사랑에 빠져버렸다. <교실>은 나쁜 이웃, 학교를 넘어서서 민주주의에 관한,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진정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거기에 더해, 영화는 아무런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종종 영화에서 당신은 마지막에 모든 문제들을 기적처럼 해결하는 교사를 보게 되지 않나. 이 영화는 그런 식의 답을 주지 않는 대신, 모든 의문들을 품고 사람들로 하여금 고민하도록 만든다. 나는 또한 이 영화의 놀라운 연기와 명확한 리얼리즘에 감명을 받았다. 나는 이 영화의 열렬한 숭배자였다. =나탈리 포트만: 올해 경쟁작들의 질의 문제다. 워낙 뛰어난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작품이 자리를 찾지 못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바쉬르와 왈츠를>을 정말 사랑한다.
-두 편의 이탈리아 영화가 수상했다. 어떤 부분을 높이 평가했는가. =숀 펜: 두 편 모두 너무나 즐겁게 봤다. <고모라>는 압도적인 힘과 진정성을 가진 영화였다. <일 디보>는 이 세계와 정부가 움직이는 방식을 놀라운 유머와 에너지로 그려내는 대담한 작품이다. =세르지오 카스텔리토: 두 편의 영화는 일종의 쌍둥이며 서로를 보완해주는 작품들이다. 심사위원들은 이 영화를 보며 모두 서구의 민주주의가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를 질문하게 됐다. 작년 칸에 이탈리아 영화가 한 편도 초대받지 못한 것에 대해 모든 사람이 떠들어댔었다. 이탈리아 영화가 위기를 맞이했다고. 그리고 1년 뒤인 지금, 이탈리아 영화가 두개의 중요한 상을 거머쥐었다. 지금 누가 위기를 이야기하는가?(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