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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족을 만나러 갑니다,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최하나 2007-10-17

가족 테마로 한 영화 100편 선보이는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 10월18일부터 23일까지

가족을 이야기하는 영화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올해 첫 출범하는 서울국제가족영상축제(SIFFF)는 그 이름에서부터 일단 선입견을 갖기가 쉽다. 하지만 ‘가족영화=따뜻한 영화’라는 기존의 공식을 섣불리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잘못된 속단이 될 공산이 크다. 가족이라는 화두 자체가 낡은 것으로 느껴진다면, 역으로 SIFFF는 당신을 위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오늘, 가족을 본다’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제1회 SIFFF는 가족에 대한 판타지보다는 문제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총 7개의 섹션을 통해 만나는 100편의 영화들은 대다수 해체되고 분열하는 오늘날 가족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조명하거나 대안적 가족의 가능성을 사려 깊게 고찰하는 작품들이다. 시네마 정동, 미로스페이스, 경희궁 등 광화문·정동 일대를 주무대로 하는 영화제는 광진청소년수련관, 은평문화예술회관, 중랑구민회관, 종로구민회관 등 서울시 4개 권역에서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개막작 <내 동생의 결혼식>은 스위스 가정에 입양된 베트남 남자 빈의 이야기다. 결혼을 앞두고 베트남의 생모가 찾아오게 되자, 빈은 양부모의 이혼 뒤 뿔뿔이 흩어져 있던 가족들에게 행복한 모습을 연기해달라고 부탁한다. 어색한 옷을 입은 듯 화목한 가정을 연출하며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지는 와중에, 타인이 되었던 가족들은 서로에게 슬며시 다가서게 된다. 영화 사이사이 가족들의 인터뷰를 삽입해 표면과 내심을 의뭉스레 오가는 재치와 유머감각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최근 1~2년 사이 가족을 주제로 만들어진 신작 장편영화를 소개하는 ‘월드 패밀리 나우’ 섹션에는 개막작을 포함해 총 10편의 작품이 포진됐다. 재혼 조건으로 전남편과 아이를 부양할 것을 내건 몽골 여인의 이야기 <투야의 결혼>, 인도네시아 일부다처제 문화를 여성의 관점에서 해석한 <공유하는 사랑>,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과도한 애착을 담아낸 <내 아들>, 아버지를 전쟁영웅으로 믿고 있는 보스니아 소녀가 출생의 비밀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 <그르바비차>, 미국에 사는 중국계 이민자 아버지와 세딸의 소통의 과정을 쫓아간 <붉은 문> 등 동시대의 가족을 그리는 다양한 문화적 시선을 맛볼 수 있다.

‘세계단편영화초청전-家家 GO GO’는 자녀와 함께 영화제를 찾고자 하는 가족 단위의 관객에게 특히나 반갑고도 친절한 섹션이다. 브라질, 덴마크, 에스토니아 등 세계 각국 가족들의 천태만상을 흥미롭게 펼쳐놓는 38편의 단편들이 3살, 8살, 15살 등 연령대에 맞게 분류되어 있고, 그중에서도 특히 3살 이상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섹션은 김C가 시네자키로 대사 더빙과 진행을 맡는다. ‘시네마테라피, 가족을 만나다’ 섹션은 ‘영화를 통한 정신적 치유’라는 색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에이즈에 걸린 동생과 언니의 관계를 그린 <자매 이야기>, 성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사춘기 소년과 대가족의 모습을 담은 <C.R.A.Z.Y>, 그 밖에 <열세살, 수아> <미스 리틀 선샤인> <녹차의 맛> 등 5편의 영화를 통해 가족 내 관계를 들여다보는 여정에는 영화평론가이자 심리학 박사인 심영섭이 안내자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유일한 경쟁부문인 ‘한국 단편영화 경선’에는 예심을 통과한 작품 33편이 올랐다. 기러기 아빠와 이주노동자의 우연한 여행을 따라가는 <메리 크리스마스>(최영준), 부모님 빈소에 놓일 영정 사진을 마련하기 위해 고투하는 소년의 이야기 <울지 않는다>(차상덕), 이혼한 엄마와 딸의 소통을 그린 <다시>(이숙경), 무임승차권으로 하루를 소일하는 노인들의 로맨스 <도시 비둘기>(김세연), 아들의 성정체성을 부정하는 아버지와 게이 아들의 이야기 <구보씨일보>(신이수) 등이 눈에 띈다.

상영관을 벗어나, 가을바람을 느끼며 축제의 향기에 취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미셸 오슬로의 애니메이션 <아주르와 아스마르>가 경희궁에서 야외 상영으로 관객을 찾아가고, 사전 공모를 통해 접수된 가족사진과 UCC가 정동길에 전시될 예정이다. 그 밖에도 영화 간판 그리기, 가족 얼굴 그리기 등 참여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 부대행사들은 가족을 노래하는 영화제가 가족들을 위해 펼쳐놓은 멍석이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제 홈페이지(www.sifff.org)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