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뭐해?” “시간 남으면 극장이나 갈까?” “그런데 화제작은 거의 봤고 딱히 볼 영화가 없네….” “이런….” “쩝쩝….” “(나도 쩝쩝)….” 가까운 사람과 이런 대화를 나눠본 적 있는지?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좋은 대안이 있다. 친구와 함께, 가족과 함께 혹은 나 홀로(!) TV를 켜는 것이다. 그리고 편성표를 뒤적이면서 영화를 보는 것. 올해 설 연휴 TV영화의 라인업은 화려하다.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있고 <스파이더 맨> 등 몇편의 블록버스터를 만날 수 있다. 한국영화는 더욱 풍요롭다. 최근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댄서의 순정>에서 <달콤한 인생> <주먹이 운다>까지 다채로운 영화 장르를 맛볼수 있다. 지금, TV 앞으로!
<셰익스피어 인 러브>
1998년 감독 존 매든 출연 조셉 파인즈 EBS 1월28일(토) 밤 11시30분
셰익스피어는 어쩌면, 가장 빼어난 영화적 상상력을 지닌 작가였을지 모른다. 그의 원작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멕베스>를 비롯해 다수 스크린으로 옮겨진 것이 사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조금 더 흥미로운 방식으로 셰익스피어라는 작가, 그의 작품에 접근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원작, 그리고 새로운 픽션을 가미하는 것이다.
런던. 촉망받는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슬럼프에 빠져 헤매다가 점술가를 찾아간다. 점술가에게서 ‘사랑만이 천재성을 되살려줄 것’이라는 말을 들은 그는 자신의 사랑을 찾아 헤매다가, 연극 오디션에 참가한 켄트라는 이름의 미소년을 발견한다. 소년은 연극배우가 되기 위해 남장을 한 부유한 상인의 딸 바이올라였다. 셰익스피어는 바이올라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는 이미 아버지와 여왕의 명으로 귀족과 정략결혼하기로 돼 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창작과 사랑 혹은 사랑에 관한 판타지라는 익숙한 주제를 변주하기 시작한다. 기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여러 작품에서 볼 수 있었듯 창작자와 그의 내면 속에 자리잡은, 이성에 대한 판타지를 고찰한 작품은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실존했던 인물인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이 이런 경로를 통해 탄생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상상력을 첨가한 것. 게다가 <십이야>를 비롯해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에 관한 언급까지 가세하면서 영화는 실제와 허구, 실존하는 작품과 상상 사이에서 조심스러운 줄타기를 시도한다. 바이올라라는 인물이 이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어떤 존재로 등장하게 되는지를 암시하는 영화 엔딩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작가 셰익스피어에 관한 가장 대중적인 영화 중 한편으로 남게 되었다. 아카데미 7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으로 기네스 팰트로는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미세스 브라운>(1997)을 만든 존 매든 감독은, 코스툼 드라마의 화려함과 셰익스피어라는 원작자의 후광, 그리고 주디 덴치 등 배우의 호연에 힘입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돋보이는 작품을 자랑하게 되었다.
<달콤한 인생>
2005년 감독 김지운 출연 이병헌 KBS2 밤 9시30분
누아르는 보는 이에게 강한 향기를 남긴다. 총과 남자들의 세계, 그리고 폭력 충동의 이미지를 그려내면서 보는 이에게 묘한 쾌감을 주는 것이다. <반칙왕>이나 <장화, 홍련>을 만든 김지운 감독에게 <달콤한 인생>은, 그가 만든 첫 번째 누아르영화다.
김선우는 일명 ‘김 실장’으로 통하며 호텔 강 사장의 오른팔 격인 해결사다. 호텔 영업에 물의를 일으키는 자들이 있을 때마다 뒤처리를 하며 강 사장의 신임을 얻는다. 어느 날 강 사장은 김 실장을 불러 한 가지 개인적 청을 한다. 출장을 가는데 그 사이에 자신의 어린 연인을 감시하라는 것. 만약 다른 남자와 관계가 있는 것 같으면 처리하라는 것. 시간이 흐르면서 김 실장은 강 사장의 연인 희수에게 마음을 뺏기고 백 사장파와 세력 대결을 하던 그는 백 사장이 부리는 해결사들의 손에 붙잡힌다.
<달콤한 인생>은 남자들의 이야기다. 자신의 연인을 부탁하는 보스와 그의 청을 거절할 수 없는 부하가 남몰래 보스의 연인을 흠모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대결구도가 만들어지고 폭력과 복수의 이야기가 새어나온다. 같은 이유로, <달콤한 인생>이 “영화 <장화, 홍련>의 거울상”이라는 어느 평자의 지적엔 충분히 공감이 간다. 여성들의 갈등이라는 구도가 어떻게 남성적 세계로 옮겨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영화는 의외의 재미를 주기도 한다. 동시에 <달콤한 인생>은 스타일의 영화이기도 하다. 도심의 밤 풍경, 폭력적 세계에서 살아가는 쿨한 남성들, 이 세계와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청순한 여성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스타일의 견지에서 보건대, 영화는 이전 김지운 감독의 영화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 다른 작품을 거론하면 스타일적 쾌감의 측면에서 영화는 <페이백>(1999)에 비견할 만하다.
기묘한 점이 있다면, <달콤한 인생>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인물이 의외의 조연이라는 것이다. 선우와 대립하는 백 사장 역의 황정민의 연기는 작품의 백미다. 입에 밴 상소리와 거들먹거리는 태도, 그리고 잔혹한 행동을 할 때 그의 눈빛 연기는 섬뜩하다 못해 비위 상할 정도다. 실제로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조금 당황스러운 엔딩이 아닌, 백 사장의 죽음으로 장식되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킨다.
댄서의 순정
2005년 감독 박영훈 출연 문근영 MBC 밤 9시40분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출연하는 드라마. 박건형과 호흡을 맞춰 앙증맞은 커플 연기를 선보인다. 한국에 도착한 채린은 어른스럽게 화장을 하고 잔뜩 멋을 부려보지만 어색하기만 하다. 채린은 댄스선수권대회에서 계속 우승을 해왔던 언니 역할을 해야만 하는 것. 한때 최고의 선수로 촉망받던 영새는 새 파트너와 3달 뒤에 있을 선수권대회에서 재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하지만 채린이 언니 대신 온 것이 밝혀지고 영새의 선배 상두는 채린을 술집에 팔아넘긴다. 문근영의 귀여운 연기, 흥겨운 춤과 음악이 영화 전편에 흐른다. 전체적인 드라마의 짜임새가 헐겁다는 인상도 없지 않지만 배우들의 춤솜씨가 이런 약점을 가려준다.
봄날은 간다
2001년 감독 허진호 출연 이영애 KBS1 새벽 2시30분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든 허진호 감독작. 배우로는 이영애와 유지태 등이 출연하고 있다. 사운드 엔지니어 상우는 치매에 걸린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겨울 그는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 은수를 만난다.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틀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은수는 상우와 녹음 여행을 떠난다.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두 사람은 어느 날 은수의 아파트에서 밤을 보낸다. 상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빠져든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삐걱거린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대사로 기억되는 한국영화. 사랑에 관한 집착과 냉정함을 차분한 스타일의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스파이더 맨
2002년 감독 샘 레이미 출연 토비 맥과이어 KBS2 낮 1시10분
<이블 데드> 시리즈로 잘 알려진 샘 레이미 감독작. 원작 만화를 각색해 만든 전형적인 블록버스터영화다. 토비 맥과이어 등이 출연한다. 평범하고 내성적인 학생 피터 파커. 그는 우연히 유전자가 조작된 슈퍼거미에 물린다. 그 뒤 피터는 손에서 거미줄이 튀어나오고 벽을 기어오를 수 있는 거미와 같은 능력을 갖게 된다. 피터는 짝사랑하던 메리 제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초능력을 처음 사용한다. 그러다 사랑하는 벤 아저씨의 죽음을 계기로 엄청난 힘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전형적인 선악대결 구도를 보여주는 영화이면서 자신의 능력에 대해 위화감을 갖는 영웅이 등장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액션과 멜로 등의 장르가 잘 혼합된 대작영화.
1월27일(금)
MBC 밤 12시15분 <어린 신부> KBS1 새벽 2시 <킬러들의 수다> KBS2 낮 4시50분 <엘도라도> KBS2 낮 5시10분 <매직 언리미티드> KBS2 밤 12시45분 <여고생 시집가기>
1월28일(토)
MBC 밤 9시40분 <공공의 적2> MBC 밤 12시20분 <시실리> KBS1 새벽 2시10분 <인디언 썸머> KBS1 낮 4시35분 <코스믹 아프리카> KBS2 낮 1시10분 <스파이더맨> KBS2 밤 10시5분 <역전의 명수> KBS2 밤 12시20분 <파송송 계란탁> EBS 밤 11시30분 <셰익스피어 인 러브>
1월29일(일)
MBC 낮 3시45분 <투가이즈> MBC 밤 9시40분 <댄서의 순정> MBC 새벽 1시45분 <일단 뛰어> KBS1 새벽 2시30분 <봄날은 간다> KBS1 낮 4시50분 <생존을 향한 질주-아프리카 최고의 사냥꾼들 1> KBS2 새벽 6시30분 <호접몽> KBS2 밤 11시35분 <우리형> EBS 낮 1시50분 <라플라타 강의 전투> EBS 낮 4시10분 <빨강머리 앤>4부 EBS 밤 11시30분 <태양은 다시 뜬다>
1월30일(월)
MBC 낮 12시25분 <아라한 장풍대작전> MBC 밤 11시05분 <주먹이 운다> KBS1 낮 4시50분 <생존을 향한 질주-아프리카 최고의 사냥꾼들 2> KBS2 아침 7시40분 <스튜어트 리틀 2> KBS2 낮 12시 <B형 남자친구> KBS2 밤 9시30분 <달콤한 인생> KBS2 밤 11시40분 <맨인 블랙 2>
2월3일(금)
MBC 12시55분 <정복자 펠레> KBS1 새벽 1시10분 <그녀, 8초동안 날다>
2월4일(토)
KBS2 밤 12시15분 <1200도>
2월5일(일)
KBS1 밤 12시30분 <라이딩 위드 보이즈>
※위 방송일정은 방송사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