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스>를 능가하는 센세이셔널한 서스펜스 스릴러. 이런 홍보문구는 억지로 웃으며 던지는 농담처럼 들린다. <오픈워터>는 서스펜스를 품었으되 스릴러가 아니며 상어가 등장하나 <죠스>와는 전혀 닮은 데가 없다. 관객이 79분 동안 지켜보게 될 대부분의 이미지는 넘실대는 검은 바다와 두 남녀에 한정되어 있을 뿐. 디지털카메라 한대, 120시간의 촬영기간, 13만달러의 제작비로 완성된 <오픈워터>는 영화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이가 아이디어와 몸뚱이 하나로 만들어냈을 법한 아마추어리즘의 산물이다. 선댄스에서 화제를 모은 뒤 전미 개봉으로 이어진 성공담 역시 <블레어 윗치>의 전례와 쏙 빼닮았다.
1998년 호주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오픈워터>는 스쿠버다이빙 담당자의 실수로 망망대해에 남겨진 두 남녀의 이틀간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허기가 밀려오고, 체온은 저하되고, 구조의 희망도 말라붙는다. 그 순간 다이버의 천국이었던 카리브해의 바다는 연옥으로 화한다. 처음엔 작은 해파리가 쏘아대고, 그 다음엔 손바닥만한 열대어들이 상처난 부위를 콕콕 찍기 시작한다. 마침내 상어가 등장한다. 여기에는 <딥 블루 씨>의 CG 상어는커녕 30년 전 스필버그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던 인조 상어조차 없다. 하지만 빛을 받아 빛나는 상어 지느러미가 수면 위로 잠시 파닥거리며 등장하거나, (보이지는 않지만) 주인공의 다리를 살짝 베어물어 수면 위로 피가 번지는 순간, 영화는 주인공과 관객을 동시에 해양 먹이사슬의 최하위로 내팽개친다. “영화가 관객에게 실제 육체적 효과를 안겨주는 드문 경우”라는 로저 에버트의 말처럼, 인공조명 없이 촬영된 <오픈워터>는 극영화라기보다는 관객과 주인공을 극도로 동일시시키는 실시간 현장체험에 가깝다.
<오픈워터>에는 스포일러가 없다. 구조에 나선 비행기가 그들을 발견하지는 않을까. 근사한 상어떼들에 의해 갈가리 찢겨나가지는 않을까. <오픈워터>는 관객의 기대에 개의치 않고 냉정하게 실화를 유사재현한다. 휴양지로 돌아간 다이버들이 생의 환희에 벅차 춤추는 동안, 주인공들은 결국 열린 바다의 식욕에 패배할 것이다. 어떤 드라마도 없이 고요하게 찾아오는 죽음의 순간은 <동물의 왕국>처럼 보잘것없기에 더욱 섬뜩하다.